극우파 '아소 다로' 새총리 유력…동북아 정세 악영향 예고
[기획] 日 후쿠다 총리, 정국 불안 압박에 돌연 사임
집권 자민당의 인기가 떨어지면서 지난해 실시된 참의원 선거에서 야당이 승리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야당은 중의원을 해산,조기 총선을 실시하자며 여당을 압박하고 있다.

의원내각제인 일본에서는 집권당 총리가 의원들의 임기 중에도 의회를 해산하고 총선을 실시할 수 있다.

아베 신조 전 총리가 1년을 못 채운 데 이어 후쿠다 총리마저 1년이 안 돼 낙마한 데는 일본 정치권의 불안정한 구조 때문이다.

1993년 자민당이 분열되면서 단명 총리가 잇따르고 있다.

1955~1993년까지 38년간 총리가 16명이었던 반면 1993년 이후 15년 동안엔 후쿠다를 포함해 9명이나 교체됐다.

강력한 카리스마를 바탕으로 6년5개월 동안 집권한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를 제외하면 매년 총리가 바뀐 셈이다.

이는 55년 이상 장기집권을 해온 자민당 체제에 대해 국민들이 염증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야당인 민주당마저 국민들로부터 자민당을 대신할 수권정당으로 신뢰를 받지 못하면서 정치권의 불안정이 계속되고 있다.

야당인 민주당은 자민당을 뛰쳐나간 사람들이 만든 당이어서 자민당과 노선 차이도 크지 않다.

후쿠다 정권은 작년 9월 '여소야대' 상황에서 출범했다.

지난해 7월 참의원 선거에서 야당에 패배했기 때문이다.

안정된 이미지로 국민들에게 신뢰감을 줬던 후쿠다 총리는 취임 직후 60% 이상의 지지를 얻었으나 불분명한 정치적 색채로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자 올 들어 지지율이 20%대로 곤두박질쳤다.

지지율이 급락하자 연립 여당인 공명당은 물론 자민당 내에서도 후쿠다 체제론 다음 총선을 치를 수 없다는 목소리가 제기돼 왔다.

현 중의원 임기는 내년 9월까지다.

근근이 버티면 연립내각은 유지되지만 법안 입법 등 사실상 국정 운영이 어려워진 상황이다.

일반적으로 일본에선 내각 지지율 30%선이 정권 존립의 기준선으로 작용하고 있다.

아베에 이어 후쿠다 총리가 예상보다 일찍 총리자리를 내던진 데 대해 '세습 정치인'의 한계라는 분석도 있다.

정치를 가업으로 물려받아 별 기복 없이 재상까지 오른 탓에 책임의식은 물론 참을성이나 자신감,근성 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후쿠다 총리는 부친도 총리를 지낸 정치 명문가 출신이다.

아베 전 총리나 후쿠다 총리는 명문가 집안에서 고생을 모르고 자란 데다 집안을 배경으로 순탄하게 성장했기 때문에 생애 처음 맞이한 곤경을 스스로 헤쳐나가지 못하고 주저앉았다는 것이다.

자민당의 총재를 뽑는 선거는 이달 22일 치러진다.

총재 선거는 중의원 304명,참의원 83명,지방 대의원 141명 등 총 528명의 투표로 진행된다.

5일 현재까지 총재 선거 입후보를 공식 표명한 사람은 아소 다로 자민당 간사장이 유일하다.

하지만 자민당 내에선 차기 총선에 대비해 국민들의 관심을 얻으려면 다수가 출마해 경선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아 2, 3명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여성 최초로 방위상(국방장관)을 지낸 고이케 유리코 의원 등도 깜짝 카드로 거론되고 있다.

차기 총리로는 역시 세습 정치인인 아소 간사장이 유력시되고 있다.

아소 간사장은 일본 현대정치의 뿌리로 꼽히는 요시다 시게루 전 총리의 외손자이자 스즈키 젠코 전 총리의 사위다.

부친도 중의원을 역임했다.

만화를 즐기면서도 정치인으로 승승장구한 아소 간사장은 젊은이들로부터도 인기가 높아 '차기 총선용'이라는 분석도 있다.

아소가 총리에 오를 경우 전임자들을 잇따라 중도하차하게 만들었던 산적한 난제들을 잘 풀어갈지가 주목된다.

집권 자민당은 새 총리 취임 후 중의원 해산을 검토하고 있다.

예상대로 매파로 불리는 아소 간사장이 총리가 될 경우 한국을 포함한 동북아 정세도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이미 일본 정부는 이달 21일 고베에서 개최 예정이던 한·중·일 정상회담을 연기시키기로 했다고 지난 3일 공식 발표했다.

아소 간사장은 한국 입장에서 보면 '국우 보수'로 분류되는 정치인이다.

그는 과거 식민지 지배나 역사 문제 등 한·일 간 민감한 사안에 대해 강경 입장을 보여왔다.

특히 일본의 식민 지배를 정당화하는 발언을 일삼아 왔다.

올 들어 우리나라와 일본은 독도 영유권 문제를 둘러싸고 긴장이 고조됐었다.

또한 매년 되풀이되는 야스쿠니 신사 참배 문제,과거 식민지에 대한 교과서 기술 문제 등 민감한 정치,외교 사안이 많다.

과거사 문제는 한국과 일본 간의 문제뿐 아니라 중국 등 2차 세계대전 당시 식민지배를 받았던 동남아 각국도 연관된 사안이다.

만약 아소 간사장이 총리가 된 후에도 과거의 관점을 고집할 경우 아시아 각국과의 마찰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최근 일본 내에서는 '강대국 일본'을 외치는 보수 우익 세력들의 목소리가 다시 힘을 얻고 있다.

세계적인 불경기 속에 자국의 이익만을 강조하는 극우파 총리가 탄생한다면 아시아 지역에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다. 오는 22일 실시되는 자민당 총재 선거의 결과가 주목되는 이유다.

최인한 한국경제신문 기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