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평론가 진중권씨는 그의 저서 <폭력과 상스러움>의 '마이너스 1의 평화'에서 '비폭력을 위한 최선의 방법은 화해의 희생양을 하나 뺀 모든 사람의 일치다'라는 르네 지라르의 말을 인용해 이지메 현상을 설명한다.

또한 그는 "학교는 신화적 폭력의 세계다. 이 무한 경쟁의 세계에서 만인은 만인의 적이다. 여기서 유일한 정의는 폭력이다"고 말한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집단은 하나의 희생양을 선정한다.

개체들은 공격을 피하기 위해 희생양을 공격할 때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이 '집단'은 '학교'라는 또래집단이며 선정된 희생양은 학교 폭력의 피해학생이 된다.

그의 주장이 옳았던 것일까.

같은 교실에서 같은 교복을 입고 같은 수업을 들으며 함께 놀던 친구 하나를,학교에 같이 가지 않는다는 이유로 3명이 5시간 동안 폭행했다.

또한 변기 물에 침을 뱉어 그것을 손으로 떠 마시라고 강요했다.

과연 누가? 바로 어른들의 시선에는 순수한 '여고생'들이 저지른 일이다.

지난달 31일,이 세 여고생 중 둘은 구속됐고 하나는 불구속 입건됐다.

경찰은 "미성년자의 경우 대부분 훈방처리하고 있으나 이들의 경우 반성의 기미가 없어 재범 가능성이 높아 주동자에 대해 구속했다"고 밝혔다.

'2008 청소년 통계'에 따르면 급우나 또래로부터 폭력 피해를 당한 경험이 있는 중·고등학생은 무려 21.5%에 이른다.

욕설 및 협박이 14.2%로 가장 많았고 금품갈취 8.8%,폭행 7.6%,집단따돌림 3.1%로 나타났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부산시 ㅂ고등학교 최모 학생(2학년)은 "후배들을 일렬로 세워 놓은 채 뺨을 때리고 발로 차는 등의 폭행이나 욕설은 초등학교에서도 흔한 일"이라며 학교 폭력의 심각성을 토로했다.

한편 ㅂ고등학교 이모 학생(2학년)은 "폭력은 빈도나 강도 면에서 심화되고 있지만 방안이 없다"고 말했다.

또 "학교 이미지를 위해 폭력사건을 감추는 학교 때문에 피해 학생만 소외될 뿐"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최근 상식을 벗어난 폭력 사건들이 잦아졌다.

지난 4월의 대구 초등학생 집단 성폭행 사건 등이 그 예이다.

원인으로는 가정 및 학교에서의 인성교육 부재,청소년들에게 아무런 제재 없이 노출되는 폭력물 등이 지적된다.

또한 학교 폭력에 지나치게 경미한 처벌이 오히려 학교 폭력을 부추긴다는 의견도 있다.

학교 폭력은 심화되는 동시에 대상 연령대는 점점 낮아진다.

청소년 개개인의 주의와 사회적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나수정 생글기자(부산국제외고 2학년) crystal2474@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