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들어가며...

생활 논술과 관련해 두 번째 소개할 방법은 '메모하는 습관'이다.

'메모'하면 흔히 일본인을 떠올린다.

이들에게 메모 습관은 일상화돼 있고 국제적으로도 인정받고 있다.

심지어 이들은 추락하는 항공기 안에서도 당시의 상황을 메모로 남겨 항공기 추락 원인에 대한 귀중한 단서를 제공하기도 한다.

일본인들의 이러한 메모습관은 자주 책으로 출간되기도 한다.

일본의 공무원이나 직장인들은 자신이 수십년간 업무에서 터득한 경험과 기록,노하우를 모아 재직시 또는 은퇴 후 책으로 출간하는 것을 매우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

그래서 어떤 업무든 컨설팅이나 관련 정보를 구하려면 일본에 가서 서점을 찾아보라는 말이 있다.

그 곳에 가면 필요한 자료를 꽤 쏠쏠하게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메모만큼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기에 좋은 습관도 없다.

개인적으로 메모를 즐기는 편인데,그때그때 떠오른 생각들을 메모로 남겨두면 다음에 필요할 때 요긴하게 써 먹을 수 있다.

일례로 평상시 논술 수업을 준비하면서 찾아야 할 자료나 떠오르는 아이디어가 있을 땐 반드시 수첩에 메모해두곤 하는데 이제는 몸에 밴 습관으로 늘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특히 논술에서 요구하는 '창의적 사고력'과 관련해서는 가끔 머릿 속을 맴도는 문제에 대한 해답이 나도 모르게 떠오를 경우 이를 메모해두어 나중에 문제 해결의 훌륭한 단서가 된 경우도 여러 차례 있었다.

⊙ 수첩,메모하는 습관을 길러라

메모를 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휴대폰 같은 전자통신기기를 활용하는 방법과 수첩이나 다이어리를 활용해 직접 글을 쓰는 방법,노트북이나 컴퓨터 메모장에 기록을 남기는 방법 등이 있다.

요즘 학생들은 칠판에 적어주는 전달사항도 휴대폰 카메라로 찍는 시대이다.

하지만 논술을 고려한다면 메모는 가급적 수첩이나 다이어리에 하는 편이 더 유리하다.

왜냐하면 수첩에 직접 쓴 메모는 글쓰기의 초보적 단계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이때 주의할 것은 메모할 때 육하원칙을 지켜서 하고,주요 단어만 적기보다는 문장 식으로 간결하게 써야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논술에서 개요 작성시 단어만 적는 '화제 개요'보다 문장을 간단히 적는 '문장 개요'가 제한된 시간 내에 긴 글을 쓰는 데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메모의 주된 내용은 개인 스케줄에 대한 것이다.

하지만 그뿐 아니다.

얼마든지 소재를 다양하게 생각해 볼 수 있다.

개인 약속에서부터 오늘 해야 할 일,그날의 에피소드,하루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일 등 얼마든지 떠올릴 수 있다.

이 중 생활에서 논술 연습을 하려면,그 날 일어난 일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나, 혹은 내 머리를 떠나지 않는 고민에 대해 짧게 메모해보자.

바로 메모하는 순간이 곧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

여기서도 여러 가지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다.

특정 주제를 중심으로 문장 개요를 작성해도 되고,그냥 자신의 생각을 시간 순으로 혹은 생각나는 대로 써도 될 것이다.

이왕이면 특정 주제를 중심으로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제일 앞에 나타내고,이유에 해당하는 내용을 뒤이어 보완한 뒤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정리해 준다면 한편의 '생활 속 논술' 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런 메모가 일정기간 쌓여 기록으로 남는다면 이 또한 훌륭한 논술 자료가 되지 않겠는가?

['스마일 쌤'의 생활속에 배우는 논술] 메모하는 습관은 글쓰기의 첫 걸음
다음은 '메모 습관'의 중요성을 알게 해주는 최근 사례 중 하나이다.

작년 7월17일 탈레반에 억류돼 온 국민의 가슴을 졸이게 했던 인질 19명이 풀려나 무사히 귀국한 일이 있었다.

이 중 유독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은 사람이 있었는데,바로 서명화씨였다.

그녀는 악몽의 억류기간 42일의 내용을 자신의 바지에 기록하였는데,풀려나면서 이를 기자회견장에서 공개했었다.

무언가를 기록할 수첩이나 노트를 모두 압수당하고 탈레반의 살벌한 감시의 눈초리를 피해 그녀가 생각해 낸 메모장은 자신의 흰색 바지 안쪽이었다.

기자회견장에서 흰색 바지를 펼쳐 뒤집자 파란색 볼펜으로 깨알같이 써 내려간 작은 글씨가 드러났다.

짧고 간결한 문구 속에는 42일간의 억류생활에 대한 내용이 꼼꼼히 기록돼 있었다.

위 사례를 바탕으로 논술과 관련해 메모의 의의와 중요성에 대해 간단히 정리해보자.

첫째,메모는 사실(Fact) 그대로를 전달하는 기능을 한다.

사람의 기억력은 용량과 시간적 한계가 있다.

논술문에서 우리가 근거를 제시할 때 주로 사용하는 방법 중 하나인 '사례 제시'는 구체적일수록, 그리고 일반화될수록 유리하다.

이런 점에서 볼 때 평소 메모를 해 둔 사실에 관한 기록이 있다면 나중에 논술문을 작성할 때 인용 자료로 얼마든지 사용할 수 있다.

이는 책을 읽고나서 중요한 대목이나 기억에 남는 문장이 있을 때도 똑같이 적용할 수 있다.

둘째,과거로부터 교훈이나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우리는 살아오면서 수많은 착오와 실패,이로 인한 여러 위기 상황에 직면하기도 한다.

지난 기록을 보면서 그런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교훈을 얻고 현재의 위기를 타개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얻기도 한다.

에디슨을 대부분 천재발명가로 기억하고 있지만 그는 일생 동안 무려 350만페이지에 달하는 책을 읽었고,그가 기록한 메모노트가 무려 3400권이나 됐다는 사실을 우리 대부분은 모르고 있다.

한마디로 에디슨의 성공요인은 바로 독서와 메모에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실제 논술시험에서 요구하는 문제 해결방안도 평소 내가 메모해 둔 생각이나 아이디어를 통해 얼마든지 단서를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셋째,자신감을 얻을 수 있다.

우리는 살아오면서 크고 작은 사건과 위기를 겪고 성장한다.

도전과 실패를 극복한 성공경험은 자신에 대한 자랑스러움과 자신감으로 연결되고 고난이 닥쳐도 의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

메모를 통해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뿐 아니라 논제로 다루어질 생활 속 예상 주제에 대해 깊이 있는 생각을 하게 됨으로써 자신도 모르게 논술에 대한 자신감이 생길 수 있다.

⊙ 마무리하며...

이상에서 논술을 평소에 잘하기 위한 생활 속 '메모 습관의 중요성'에 대해 간단히 생각해보았다.

요즘 대부분 학생들은 휴대폰뿐만 아니라 전자수첩,PDP 등 각종 편리한 전자기기로 인해 메모를 귀찮아하는 경우를 자주 본다.

하지만 논술이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과제가 아님을 상기한다면 평소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사소한 일상이더라도 수첩을 꺼내 간단히 메모해보자.

처음 시작할 땐 다소 불편함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하루 이틀 메모한 기록이 쌓이면서 때때로 공통되는 문제에 부딪칠 때 틈틈이 읽어본다면 아마도 생활의 지혜를 얻게 될 것이다.

그리고 메모 방법은 특정 주제를 중심으로 앞서 1회 때 소개한 '문장 개요' 방식을 사용한다면 평소 논술에서 중요한 개요 작성법을 연습하는 효과를 보게 될 것이다.

이는 짧은 시간 내에 긴 글을 작성해야 할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이인수 서울 용화여고 교사 smile906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