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파워, 수영·역도 등 선진국 '텃밭'서 두각
[Focus] "금메달도 경제의 힘이 만든다"…헝그리 정신만으론 어림없다!
필드하키 말고는 올림픽 금메달을 따 본적이 없는 인도에서 역사상 개인종목 첫 금메달이 나왔다.

지난 11일 열린 베이징 올림픽 사격 남자 공기소총에서 우승해 인도의 국민영웅이 된 아브히나브 빈드라(26)가 화제의 주인공.

인도처럼 척박한 스포츠 열등국에서 금메달 쾌거를 이뤘다면 당연히 역경을 딛고 일어선 '헝그리 정신'의 승리이게 마련이지만 빈드라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

그는 인도 펀자브지역 최대 수출업자의 아들로 부자 아버지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에어컨 설비와 국제경기에서 사용하는 전자표적을 완벽하게 갖춘 개인 사격장에서 훈련했다고 한다.

이미 두 차례 올림픽에 참가해 쓴맛을 보고 각고의 노력 끝에 따낸 결실이지만 부자 아버지의 지원이 없었다면 '귀공자 총잡이'의 금메달은 그리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근대 올림픽의 창시자 쿠베르탱은 "올림픽 대회의 의의는 승리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참가하는 데 있으며,인간에게 중요한 것은 성공보다 노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올림픽은 이미 선진국들의 국력과 경제력을 과시하는 각축장이 된 지 오래다.

이번 베이징 올림픽에서도 경제 약소국들은 메달 경쟁에서 소외되며 미국·중국·유럽 등 강대국들의 들러리만 설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 경제력은 올림픽 성적의 '바로미터'

올림픽에서 일부 예외는 있지만 부자 나라일수록 더 많은 메달을 따는 경향이 있다.

2000년대 들어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10%의 국가들이 올림픽 메달 42%를 휩쓸었다.

이 같은 사실은 2004년 아테네 올림픽 순위와 같은 해 세계 경제규모(총GDP 기준) 순위를 비교해 보면 뚜렷해진다.

경제규모 10위권 국가들 중 캐나다 인도 스페인을 제외하고 7개 나라가 올림픽 순위 톱10에 포진해 있다.

또 올림픽 성적 상위 10개국이 전체 금메달 301개 중 절반이 넘는 170개를 쓸어 담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보이기도 했다.

한국은 당시 경제규모 11위였는데 올림픽 성적은 금메달 9개로 9위에 랭크됐다.

이처럼 올림픽 성적은 경제력과 비슷한 결과를 나타내고 있다.

이번 베이징 올림픽도 메달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중국은 급성장한 경제력과 개최국의 이점을 앞세워 '올림픽 최강' 미국의 아성을 넘보고 있다.

미국의 USA투데이는 이번 대회에서 중국이 금메달 51개를 따내 미국(금메달 43개 예상)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에 맞설 경제 라이벌로 지목받고 있는 중국이 올림픽에서 미국을 추월해 부쩍 커진 '글로벌 파워'를 뽐낼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한국도 선진국형 스포츠 강국되나

수영 육상 역도 사격 펜싱 등은 미국 유럽 등 스포츠 선진국의 메달 '텃밭'으로 불린다.

이들 종목은 기록을 다투는 경기라서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선 장기적으로 많은 시간과 돈이 투자돼야 한다.

올림픽에서 육상 46개, 수영 44개 등 기초 종목에 많은 금메달이 걸려 있지만 경제적 여유가 없는 나라들에는 하늘의 별따기와 다름없다.

1988년 이후 올림픽 10위권을 넘나드는 한국도 이들 종목에선 좋은 성적을 낼 수 없었다.

역대 올림픽에서 양궁을 제외하곤 태권도 레슬링 유도 권투 등 투기종목에서 따낸 메달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번 베이징올림픽에선 자신감 넘치고 실력을 갖춘 신세대들이 잇따라 등장하면서 '반쪽 스포츠 강국'의 오명을 벗어나고 있다.

먼저 '마린 보이' 박태환은 남자 자유형 400m에서 한국 수영 역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금메달을 따낸 데 이어 200m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어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양궁의 남녀 궁사들은 여자 개인전에서 은메달에 그쳤지만 단체전에선 예상대로 금메달을 독식했다.

사격(진종오) 역도(사재혁)에서 오랜만에 금메달이 나왔고 여자 펜싱(남현희)에서도 은메달을 보탰다.

대회 7일 현재 한국이 딴 금메달 6개 중 유도(최민호)를 빼곤 모두 기록 종목에서 쏟아졌다.

예약된 금메달 후보 역도의 장미란과 양궁 남자선수들이 개인전에서 금을 추가한다면 한국도 선진국형 스포츠 강국 대열에 합류했다고 자부할 만하다.

1970년대 '아시아의 물개' 조오련은 전남 해남 바닷가에서 헤엄을 쳤지만 '21세기 신흥 물개' 박태환은 서울 강남의 스포츠센터에서 수영을 배웠다고 한다.

잘 갖춰진 환경에서 훈련받은 신세대들이 한국 스포츠의 '불모지'를 개척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먹을 게 없어 라면만 먹고 훈련을 해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 때 육상에서 3개의 금메달을 땄다는 임춘애의 '라면 소녀'스토리도 이젠 흘러간 전설로 들릴 뿐이다.

박정호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parkbi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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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이 수영에서 힘 못쓰는 건 신체적 이유?

[Focus] "금메달도 경제의 힘이 만든다"…헝그리 정신만으론 어림없다!
육상 농구 야구 등에서 월등한 실력을 보이고 있는 흑인들이 유독 수영에선 힘을 못쓰는 이유는 뭘까.

역대 올림픽에서 흑인이 수영에서 금메달을 딴 건 세 차례에 불과하다.

1988년 서울올림픽 때 수리남의 안토니 네스티(사진)는 수영 남자 100m접영에서 금메달을 딴 최초의 흑인 선수다.

이어 2000년 시드니올림픽 남자 자유형 50m에서 미국의 흑인 혼혈 선수 앤서니 어빈이, 그리고 이번 베이징올림픽에서는 남자 400m계주에 출전한 미국의 컬런 존스가 금메달을 따냈다.

이에 대해 항간에선 흑인이 수영을 하기에 불리한 신체적 조건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우선 흑인들은 피부의 땀구멍이 커서 물을 많이 품어 수영을 잘할 수 없다는 설이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전신 수영복 등을 입으면 땀구멍이 큰 약점을 커버할 수 있기 때문에 이는 설득력이 없다고 말한다.

또 흑인들은 물에 대한 부력이 약하기 때문에 헤엄치는데 백인이나 황인에 비해 뒤처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도 있다.

이에 대해 한 전문가는 "흑인이 부력이 약한 건 사실이다. 실제 흑인은 인체의 근육 밀도가 높기 때문에 장거리 경기의 경우 부력을 유지하기 위해 에너지가 많이 필요하다.

하지만 강한 근력은 단거리의 경우 육상처럼 빠른 스피드를 내기에 오히려 유리한데 흑인 단거리 선수가 많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연관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결국 흑인이 수영 종목에 약한 이유는 신체보다는 문화·경제적 측면에서 찾는 게 타당할 것이다.

수영은 연습하는 데 많은 시간과 돈이 들어가지만 돌아오는 보상은 농구 축구에 비해 적다.

빈곤한 흑인들이 돈 안 되는 수영에 뛰어들기보다 큰 돈을 만질 수 있는 농구 축구 야구 달리기 등에 몰리는 건 당연하다.

선수층이 얇기 때문에 수영에서 열세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