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Issue] 지금 전세계 바다에선 '총성없는 영유권 전쟁'


日·러, 쿠릴 열도 갈등…中·日, 셍카쿠 열도 대립…

전 세계 바다 곳곳에선 '총성 없는 전쟁'이 한창이다.

지구촌 영토분쟁의 상당수는 도서 영유권에 관한 것이다.

그 배경에는 도서 주변의 해양자원을 차지하기 위한 세계 각국의 치열한 경쟁이 자리잡고 있다.

1982년 제정된 유엔해양법협약에 자국 연안으로부터 200해리(370.4km)까지의 자원에 대한 주권적 권리를 인정해주는 '배타적 경제수역(EEZ)' 개념이 도입된 이후 도서 영유권에 대한 각국의 관심은 한층 높아졌다.

섬 하나만 자국의 영토로 인정돼도 그 섬을 기준으로 200해리 안의 자원에 대한 권리를 갖게 되기 때문이다.

일본이 독도에 대해 끊임없이 자기 땅이라고 억지 주장을 펴는 것도 독도 주변의 풍부한 해양·해저 자원을 노린 계획적인 도발로 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 북극해 남중국해 등을 둘러싼 거센 영유권 분쟁

현재 지구상에는 국가 간 영유권 분쟁이 벌어지는 섬이 여러 곳 있다.

아시아 지역만 하더라도 쿠릴열도(일본명 북방영토) 4개섬을 놓고 일본과 러시아가 갈등을 빚고 있으며, 동중국해에선 중국과 일본이 댜오위다오(센카쿠 열도) 등을 둘러싸고 긴장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동중국해의 경우 지난 6월 중국과 일본이 가스전 공동 개발에 합의하는 등 양국간 우호적 분위기가 조성되긴 했지만 영유권 분쟁과 관련해선 여전히 불씨를 안고 있다.

갈등의 근본 원인인 '배타적 경제수역을 어떻게 확정지을 것인가'에 대한 결정은 미뤄뒀기 때문이다.

일본은 양국에서 같은 거리에 있는 중간선을 경계로 하자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중국은 대륙붕이 끝나는 오키나와 트러프(해저분지)까지를 자국의 경제수역으로 하겠다는 입장이다.

양쪽이 서로 더 넓은 지역에서 영유권을 인정받기 위해 각자의 논리를 내세워 치열한 경쟁 중이다.

게다가 지난달 초 중국은 동중국해의 춘샤오 가스전 수역에 대형 해양순시함을 파견하며 군사적인 움직임까지 보였다.

춘샤오 가스전은 중국이 단독개발에 들어갔지만 일본도 일정 지분을 투자하기로 합의한 곳이다.

중국 측은 해양순시선 파견에 대해 "국가 주권을 수호하고 해상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활동"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순찰활동은 최근 일본 중의원 일부가 또다른 영토분쟁지인 댜오위다오를 공중 시찰한데 대해 중국이 강력 항의한 것과 동시에 이뤄진 것으로,중국과 일본이 표면적으로는 관계개선을 위해 동중국해 가스전 공동개발에 합의했지만 물밑에선 여전히 영유권을 놓고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는 평가다.

중국과 일본은 일본이 자국의 최남단 섬이라고 주장하는 오키노토리를 놓고도 갈등을 빚고 있다.

일본은 2개의 작은 산호초로 이뤄진 이곳이 섬이라며 주변 해역에 40만㎢의 배타적 경제수역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오키노토리는 섬이 아니라 국제법상 배타적 경제수역을 설정할 수 없는 암초에 불과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일본은 이 암초가 파도에 자꾸 마모되자 아예 철근구조물과 콘크리트를 쏟아부어 인공섬으로 만들어 버렸다.

남중국해에 있는 남사군도에선 중국 베트남 대만 말레이시아 필리핀 브루나이 6개국이 서로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지난달 23일엔 베트남의 국영 가스회사인 페트로베트남이 미국의 석유메이저 엑슨모빌과 남사군도의 해저유전 공동 개발을 위한 양해각서를 맺자 중국 정부가 '주권 침해'라며 공식적으로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나섰다.

중국은 지난해 유럽의 정유사 BP가 베트남과 개발협정을 맺고 남사군도에서 지진파 검사를 실시했을 때도 강력 반발했다.

독일의 슈피겔지는 자원 확보를 위한 각국의 경쟁이 새로운 '냉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지역으로 북극해 남사군도 오키노토리 등으로 꼽았다.

또 미국의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북극해, 동중국해, 서아프리카 기니만, 중동 호르무즈해협의 아부무사섬, 남미 베네수엘라의 오리노코강 유역 등을 주요 '자원보고 분쟁지역'으로 지목했다.

북극해는 러시아 덴마크 노르웨이 미국 캐나다 등 북극해 연안 5개국이 영유권을 확대하기 위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빙하가 녹으면서 막대한 심해자원의 개발 가능성이 부각되자 인접국들이 앞다퉈 '북극은 우리 것'이라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러시아는 지난해 8월 심해 잠수정을 이용해 북극해 해저를 탐사한 후 바닥에 러시아 국기를 꽂았다.

북극해를 가로지르는 해저산맥인 로모노소프 해령이 자국의 시베리아 대륙과 대륙붕으로 연결돼 있다는 논리를 내세워 자기네 땅임을 주장하기 위해서였다.

러시아가 영유권을 주장하는 로모노소프 해령 인근 해역의 면적은 120만㎢로 한반도의 약 6배에 해당하는 넓은 지역이다.

유엔해양법은 200해리가 넘더라도 대륙붕이 자국의 영토와 연결돼 있다는 것을 입증할 수 있으면 영유권을 인정받도록 하고 있다는 근거를 들어서다.

러시아의 이 같은 움직임은 당연히 덴마크와 캐나다 등 주변국들의 강력한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북극해에선 이 밖에 미국과 캐나다가 북서항로(북극군도의 북서쪽으로 뻗어있는 바닷길)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으며, 덴마크와 캐나다는 덴마크령 그린란드와 캐나다 엘즈미어섬 사이에 있는 무인도 한스섬의 영유권을 서로 주장하고 있다.

또 스발바르 군도를 놓고는 노르웨이와 러시아가 갈등을 빚고 있다.

북극해를 둘러싼 갈등이 고조되자 각국 대표들은 지난 5월 말 그린란드에서 회담을 갖고 북극 영유권 문제에 대해 상호 수용할 수 있는 해법을 찾아 나가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북극해 해저자원의 경제성이 입증돼 개발이 본격적으로 진행될 경우 이 같은 합의가 유지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 분쟁의 핵심 원인은 '자원'

각 지역 영토분쟁의 핵심은 결국 '자원'이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북극권에는 약 900억 배럴의 원유가 아직 발견되지 않은 채 연안이나 해저에 묻혀 있을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지구 전체 원유매장 추정량의 13%에 해당한다.

현재 전 세계의 하루 원유소비량(약 8640만배럴)을 감안할때 약 3년간 쓸 수 있는 분량이다.

천연가스도 전 세계 매장량의 30%에 달하는 47조3000억㎥가 묻혀 있을 것으로 분석됐다.

이 같은 추정치는 엑슨모빌 셸 가즈프롬 등 주요 석유회사들이 이미 발견한 유전이나 가스전은 제외한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기존에 석유회사들이 확인한 매장량까지 합하면 북극엔 총 4120억배럴의 원유와 천연가스가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이번 조사는 현재 기술로 채굴이 가능한 자원만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오일쉐일(유혈암) 가스 하이드레이트(고체상태의 천연가스) 등의 여타 광물자원까지 포함할 경우 미래의 자원 및 에너지 보고로서 북극해의 가치는 훨씬 높아질 수 있다.

캐나다와 덴마크가 면적 0.8㎢에 불과한 한스섬에 대해 영유권 다툼을 벌이는 것도 주변 해역에 묻혀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다이아몬드 등 광물자원 때문이다.

동중국해에는 약 2000억㎥의 천연가스가 매장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센카쿠열도를 둘러싼 일본과 중국의 대립이 가열된 것도 1970년대 이후 인근 해저에 막대한 양의 석유와 천연가스가 매장돼 있는 것으로 밝혀지면서다.

남사군도 역시 1960년대 이전까지는 주변국 들이 그다지 눈독을 들이지 않았지만 이후 주변해역에 석유와 천연가스 매장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갈등이 본격화됐다.

게다가 남사군도는 주요 해상 교통로다. 전문가들은 고유가가 지속되고 각국의 자원확보를 위한 경쟁이 가열될수록 바다영토를 두고 벌어지는 세력다툼은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서기열 한국경제신문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