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 앞두고 '올림픽 계엄'…특수는 커녕 불황 우려

[Focus] 축제 빠진 베이징 올림픽…中國의 한계?
베이징올림픽이 1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올해로 14회째를 맞는 올림픽은 1964년 도쿄,1988년 서울에 이어 아시아에서 세 번째로 열리는 올림픽이다.

이번 올림픽은 중국이 스포츠 최강 미국을 제치고 종합 1위를 노릴 뿐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중화민족의 화려한 부활을 전 세계에 알리고자 야심차게 준비했다.

올림픽은 지구촌 축제의 장이다.

베이징올림픽의 슬로건 '하나의 세계,하나의 꿈(One World,One Dream)'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베이징올림픽은 중국을 보는 또 다른 거울이 되고 있다.

베이징올림픽이 8월 8일 오후 8시 8분 8초에 개막한다고 해서 중국의 '8'자 사랑을 엿볼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8은 돈을 번다는 말인 '파차이(發財)'의 앞 글자와 발음이 비슷해 중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숫자다.

하지만 그 이상의 중국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게 베이징올림픽이다.

지금 베이징은 '올림픽 계엄'이라는 말이 나돌 정도다.

보안을 하도 강화하다 보니 도시 전체가 봉쇄상태나 다름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느 올림픽을 앞둔 도시에서 느껴지던 흥겨운 축제 분위기는 찾아보기 힘들다.

지난 22일부터 학생과 교수도 신분증을 제시해야 대학에 들어갈 수 있다.

지하철 등을 타는데도 검문검색을 받아야 하며 일정 규모 이상의 사람이 모이는 집회는 일절 불허하고 있다.

소형 칼 등의 휴대도 금지되고 장난감 비행기조차 날릴 수 없다.

톈안먼 광장에 5m 간격으로 늘어선 경찰들은 무차별적으로 검문검색을 하고 있으며,특히 소수민족 사람들이 눈에 띌 경우 경찰들이 에워싸서 가방을 뒤지는 등 살벌한 분위기다.

외곽에서 베이징으로 들어올 경우 무장경찰의 검문검색을 3차례 통과해야 할 정도로 이중 삼중의 경비가 펼쳐지고 있다.

여기서 중국 지도부의 고민을 읽게 된다.

[Focus] 축제 빠진 베이징 올림픽…中國의 한계?
1978년 덩샤오핑이 개혁개방의 기치를 내건 지 올해로 꼭 30년.

연평균 9%가 넘는 고성장을 구가해온 중국이지만 축제를 안전위주로 치를 수밖에 없는 이유에서 중국이 처한 현실을 보게 된다.

효율성을 중시한 중국의 개혁개방 정책은 고성장으로 나타났지만 빈부격차를 심화시키는 부작용을 만들었다.

사회불만이 고조되는 이유다.

지난 21일 사제 폭발물에 의한 버스 폭발사건이 일어나고 경찰 발포로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이달 들어 전국에서 집단시위나 테러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경찰 과잉 진압에 대한 항의 등 우발적 동기에서 비롯됐던 집단 시위는 생계보장 요구로 확대되면서 반정부 혹은 반체제 성향이 거세지는 모습이다.

사실 중국에서는 매년 7만∼8만건의 시위가 일어나고 있다.

하지만 세계가 주목하는 올림픽을 계기로 이 같은 사회불만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더욱이 티베트(시장)와 신장위구르자치구처럼 독립운동이 가시지 않는 지역에서 자기들의 주장을 세계에 알리는 수단으로 테러를 할 가능성에 잔뜩 긴장하는 모습이다.

중국 지도부가 '과학적 발전관'과 '조화사회'를 내걸며 개혁 개방에서 소외된 빈민들을 보호하는 데 정책의 무게중심을 두기 시작한 것도 사회불만이 체제위협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올해 초 퇴직금 신설 등을 뼈대로 한 노동계약법이 시행된 것이나 매년 두 자릿수의 인건비 상승을 유도하는 것은 바로 이 같은 배경에서 비롯된다.

중국은 늘 합치고 쪼개지는 역사였다.

1949년 중국을 통치하기 시작한 공산당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분열이다.

그 분열의 움직임이 위험수위에 이르렀음을 이번 올림픽은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베이징올림픽은 또 중국이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환경의 중요성을 부각시키는 계기가 되고 있다.

자동차 홀짝제의 시행은 교통체증만을 막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베이징에서 달려야 하는 선수들을 위한 배려이기도 하다.

7월1일부터 일정 기준에 미달하는 트럭운행이 금지된 것도 마찬가지다.

베이징에 있는 철강공장은 물론 오염물질을 많이 배출하는 공장은 인근 지역에 있더라도 가동을 멈추거나 감산을 하도록 지시를 받은 것도 중국이 겪고 있는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성장이라는 목표를 향해 앞만 보고 달려온 중국이 치르는 대가를 올림픽을 통해 확인하게 된다.

그 결과 올림픽 개최 도시들이 누렸던 특수가 베이징에서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올림픽 불황이라는 자조까지 나온다. 표면적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고 있는 곳은 호텔과 관광업체다.

중국 정부가 올림픽보안을 위해 외국인의 비자연장 조건을 크게 강화하는 한편 외국인의 입국비자 역시 통제하고 있는 탓이다.

행여나 티베트나 신장위구르자치구의 독립을 지지하는 세력들이 입국할까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통제로 올초만 해도 하룻밤에 1만위안(150만원)을 주고도 예약하기 어려웠던 5성급 호텔엔 예약 취소가 잇따르고 있다.

올림픽 특수를 겨냥,민박집을 열두 채나 확보해 놓고 손님을 맞으려던 한국교포 김만중씨는 "예약한 사람들 중 절반 정도는 비자문제로 베이징에 오지 못할 수 있다고 말해 걱정"이라며 한숨을 쉰다.

베이징에 거주하던 외국인들은 비자연장이 되지 않아 줄줄이 귀국 중이다.

한국 무역업체인 신흥교역 추민형 사장은 "직원 대부분이 비자 때문에 한국으로 들어갔고 올림픽이 끝나야 돌아올 수 있을 것 같아 앞으로 한 달간은 개점휴업해야 한다"고 말했다.

왕징 리두 등 외국인들이 많이 모여 사는 지역의 식당들은 매출이 절반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그래서 올림픽 이후 경착륙(경기 급랭)을 우려하는 소리도 나온다.

KOTRA 베이징무역관 김명신 과장은 "축제보다는 안전에 초점을 맞춘 중국의 올림픽 준비로 베이징의 소비가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며 "올림픽 폐막 이후에 경기가 급하강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베이징올림픽은 이 같은 한계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높아진 위상을 확인하게 해주는 이벤트이기도 하다.

역대 가장 많은 국가 정상들이 참석하기로 한 데서도 중국의 위상을 읽을 수 있다.

중국 언론들은 이미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 등 80여명의 국가 정상이 개막식에 참석하기로 했다고 전한다.

티베트에서 유혈 진압사태가 일어났던 3월만 해도 개막식 보이콧 목소리가 컸지만 결국은 대다수 정상들이 참석하는 쪽으로 결론을 낸 것은 21세기 미국과 함께 세계의 정치 경제 질서를 재편할 것이라는 중국과 손을 잡아야 한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다.

티베트 사태를 비롯 중국의 인권정책에 반기를 들었던 프랑스의 사르코지 대통령도 개막식에 참석키로 했다.

올림픽은 스포츠 이벤트다.

하지만 베이징올림픽은 팍스시니카(중국이 지배하는 세상)를 꿈꾸는 중국의 한계를 보여준다.

'스포츠 너머의 중국(china beyond game)'을 볼 수 있다는 얘기다.

오광진 한국경제신문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