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적 급증 vs 구조적 수급불균형 의견 양분
3차 오일쇼크 위협이 지구촌을 강타하고 있다.
국제유가의 기준인 미국 서부텍사스 원유(WTI) 선물가격은 올해 초 뉴욕상품거래소(NYMEX)에서 사상 처음으로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한 뒤 6개월 만에 140달러 선까지 넘어서며 무섭게 치솟고 있다.
선진 8개국 정상들이 산유국들에 석유 생산량을 늘려 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최근 유가 상승이 투기 세력의 개입 때문이라며 증산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OPEC은 9월 이후에 증산 문제를 다시 논의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산유국들의 증산 기대로 주춤하던 석유 가격은 이달 들어 다시 급등하고 있다.
1973년과 79년 1·2차 오일쇼크의 악몽이 생생한 가운데 세계 시장은 3차 오일쇼크가 등장할지도 모른다는 불안에 몸서리치고 있다.
과연 1·2차 오일쇼크의 충격이 어느 정도였기에 세계가 유가 폭등에 벌벌 떠는 것일까?
1·2차 오일쇼크의 주 원인은 바로 중동 정세의 급변이었다.
1차 오일쇼크는 1973년 10월 제4차 중동전쟁 발발 이후 서방국가의 이스라엘 지원에 격분한 중동 산유국들이 유가 인상 및 감산에 돌입하면서 발생했다.
이로 인해 1974년 1월까지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2.9달러에서 11.6달러로 폭등했다.
주요 선진국들은 인플레이션과 마이너스 성장이 겹치는 스태그플레이션에 시달렸다.
석유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한국의 충격은 훨씬 컸다.
한국의 물가상승률은 1973년 3.5%에서 이듬해 24.8%까지 치솟았고 경제성장률은 12.3%에서 7.4%로 추락했다.
2차 오일쇼크는 1978년 12월 이슬람혁명에 성공한 이란이 석유수출을 중단한 것을 계기로 1979년에 발생했다.
당시 배럴당 13달러대였던 유가는 20달러를 넘었고, 1980년 이란-이라크 전쟁이 발발한 뒤엔 39달러 수준까지 올랐다.
한국에 몰아닥친 2차 오일쇼크의 충격은 1차 때보다 훨씬 컸다.
1979년 10·26 사태 이후 정치적 혼란과 겹쳐 1980년 한국의 실질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대로 돌아섰고, 물가는 28.7%나 폭등했었다.
2차 오일쇼크 이후 국제 유가는 10년 이상 낮은 수준에서 안정되었다.
하지만 2002년 이후 다시 오르기 시작해 지난 3일 배럴당 145.29달러로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최근엔 136달러대로 내려오며 잠시 소강상태를 나타내고 있지만 조만간 150달러까지 치솟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150달러는 2차 오일쇼크 때와 같은 충격을 안겨줄 것으로 추정되는 가격대로 3차 오일쇼크의 출발점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국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는 지난 5월 초 유가가 6개월에서 2년 내에 200달러까지 오를 것이라며 공급 부족으로 원유 값이 장기간에 걸쳐 상승할 것이라는 '슈퍼 스파이크(Super Spikeㆍ장기상승사이클)' 전망을 내놓았다.
골드만삭스는 월가 금융사 중 원유 거래 규모가 가장 큰 데다 2005년 3월 유가가 55달러 수준에 머물렀던 당시에도 '수년 내 유가 100달러 시대가 올 것'이라고 정확히 예측해 주목받았다.
유가 급등의 주 원인으로는 공급 부족과 원유 거래 투기세력 개입이 꼽히고 있다.
우선 원유 공급이 이머징국가의 경제성장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수급 불균형의 가장 큰 이유로 지적된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석유소비는 중국과 인도,중동 등의 수요 증가로 올해 일일 120만배럴 늘어난 8720만배럴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 향후 20년간 석유 수요는 35% 늘어나고 개발도상국의 소비가 선진국을 추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멕시코와 러시아 등 비(非) OPEC 국가들을 중심으로 원유 생산량 또한 감소 추이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큰 배경으로 지목된다.
아직 개발하지 않은 유전이 많은 러시아의 경우 현재 원유 생산량이 일일 1000만배럴로 1996년의 600만배럴에 비해 크게 늘었지만 최근에는 석유 생산을 크게 늘리는 시절은 지났다면서 생산량 안정화에 주력함과 동시에 자국의 석유와 천연가스를 무기로 자원민족주의에 앞장서고 있는 양상이다.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 등 주요 산유국들의 폐쇄적 태도로 석유 시설 신규 투자가 원활하지 않다는 점도 주요 요인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생산능력을 일일 1250만배럴로 늘리는 500억달러 규모의 투자계획을 마무리해가고 있지만 그 이상으로 생산을 더 늘리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특히 세계 석유생산량 4위인 이란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3차 오일쇼크의 핵심 뇌관이다.
이란은 나탄즈 지역에 핵시설을 갖고 있다.
"순수 민간용"이라고 주장하지만 이스라엘과 미국은 무기 개발용으로 의심하고 있다.
전쟁설은 모파즈 이스라엘 부총리가 지난달 6일 "군사 공격 외에 다른 대안이 없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중동에서 시작된 불은 곧 미국으로 옮겨 붙었다. 존 볼튼 전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지난달 24일 영국 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이 새 미국 대통령 취임 전에 이란을 공격할 것"이라고 말했다.
석유 공급 부족 배경으로 석유 자원이 고갈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석유 수요는 꾸준히 늘어나는데 생산량이 늘어나지 않는다면 석유 가격은 폭등할 수밖에 없다.
생산량이 더 이상 늘어나지 않는 생산량 최고점에 대해 콜린 캠벨 같은 학자는 2001~2010년이 될 것이라는 비극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다른 학자들도 10~30년 사이에 석유 생산량 최고점이 올 것이라고 주장한다.
물론 이에 대한 반론도 있다.
석유가격이 오르면 심해저 사막 등의 유전을 계속 개발할 것이므로 생산량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최근 유가 상승은 투기 수요에 큰 영향을 받고 있으므로 투기 수요가 사라지면 가격이 폭락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지난달 23일 미 하원 에너지통상위원회 청문회에서 미국계 투자기관인 오펜하이머의 파델 가이트 애널리스트는 "투기를 제외한 실수요와 공급을 따져 보면 적정 유가는 60달러 이하"라고 말했다.
미 의회 역시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거래되는 WTI 선물 거래의 71%가 투기 목적이며 헤지 수요는 29%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지난해 원유선물에 투자된 인덱스펀드가 1700억∼2600억달러로 2002년 130억달러에 비해 최대 20배가량 증가했다는 사실도 투기 세력들로 인해 국제 유가에 거품이 끼어 있다는 주장을 뒷받침한다.
아흐마드 자키 야마니 사우디아라비아 전 석유장관도 "1970년대의 석유 위기는 수급 때문이었으나 지금은 투기 자금이 흘러들어와 도박판 같은 상황"이라며 "유가는 가까운 장래에 70달러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아 한국경제신문 기자 mia@hankyung.com
국제유가의 기준인 미국 서부텍사스 원유(WTI) 선물가격은 올해 초 뉴욕상품거래소(NYMEX)에서 사상 처음으로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한 뒤 6개월 만에 140달러 선까지 넘어서며 무섭게 치솟고 있다.
선진 8개국 정상들이 산유국들에 석유 생산량을 늘려 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최근 유가 상승이 투기 세력의 개입 때문이라며 증산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OPEC은 9월 이후에 증산 문제를 다시 논의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산유국들의 증산 기대로 주춤하던 석유 가격은 이달 들어 다시 급등하고 있다.
1973년과 79년 1·2차 오일쇼크의 악몽이 생생한 가운데 세계 시장은 3차 오일쇼크가 등장할지도 모른다는 불안에 몸서리치고 있다.
과연 1·2차 오일쇼크의 충격이 어느 정도였기에 세계가 유가 폭등에 벌벌 떠는 것일까?
1·2차 오일쇼크의 주 원인은 바로 중동 정세의 급변이었다.
1차 오일쇼크는 1973년 10월 제4차 중동전쟁 발발 이후 서방국가의 이스라엘 지원에 격분한 중동 산유국들이 유가 인상 및 감산에 돌입하면서 발생했다.
이로 인해 1974년 1월까지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2.9달러에서 11.6달러로 폭등했다.
주요 선진국들은 인플레이션과 마이너스 성장이 겹치는 스태그플레이션에 시달렸다.
석유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한국의 충격은 훨씬 컸다.
한국의 물가상승률은 1973년 3.5%에서 이듬해 24.8%까지 치솟았고 경제성장률은 12.3%에서 7.4%로 추락했다.
2차 오일쇼크는 1978년 12월 이슬람혁명에 성공한 이란이 석유수출을 중단한 것을 계기로 1979년에 발생했다.
당시 배럴당 13달러대였던 유가는 20달러를 넘었고, 1980년 이란-이라크 전쟁이 발발한 뒤엔 39달러 수준까지 올랐다.
한국에 몰아닥친 2차 오일쇼크의 충격은 1차 때보다 훨씬 컸다.
1979년 10·26 사태 이후 정치적 혼란과 겹쳐 1980년 한국의 실질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대로 돌아섰고, 물가는 28.7%나 폭등했었다.
2차 오일쇼크 이후 국제 유가는 10년 이상 낮은 수준에서 안정되었다.
하지만 2002년 이후 다시 오르기 시작해 지난 3일 배럴당 145.29달러로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최근엔 136달러대로 내려오며 잠시 소강상태를 나타내고 있지만 조만간 150달러까지 치솟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150달러는 2차 오일쇼크 때와 같은 충격을 안겨줄 것으로 추정되는 가격대로 3차 오일쇼크의 출발점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국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는 지난 5월 초 유가가 6개월에서 2년 내에 200달러까지 오를 것이라며 공급 부족으로 원유 값이 장기간에 걸쳐 상승할 것이라는 '슈퍼 스파이크(Super Spikeㆍ장기상승사이클)' 전망을 내놓았다.
골드만삭스는 월가 금융사 중 원유 거래 규모가 가장 큰 데다 2005년 3월 유가가 55달러 수준에 머물렀던 당시에도 '수년 내 유가 100달러 시대가 올 것'이라고 정확히 예측해 주목받았다.
유가 급등의 주 원인으로는 공급 부족과 원유 거래 투기세력 개입이 꼽히고 있다.
우선 원유 공급이 이머징국가의 경제성장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수급 불균형의 가장 큰 이유로 지적된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석유소비는 중국과 인도,중동 등의 수요 증가로 올해 일일 120만배럴 늘어난 8720만배럴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 향후 20년간 석유 수요는 35% 늘어나고 개발도상국의 소비가 선진국을 추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멕시코와 러시아 등 비(非) OPEC 국가들을 중심으로 원유 생산량 또한 감소 추이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큰 배경으로 지목된다.
아직 개발하지 않은 유전이 많은 러시아의 경우 현재 원유 생산량이 일일 1000만배럴로 1996년의 600만배럴에 비해 크게 늘었지만 최근에는 석유 생산을 크게 늘리는 시절은 지났다면서 생산량 안정화에 주력함과 동시에 자국의 석유와 천연가스를 무기로 자원민족주의에 앞장서고 있는 양상이다.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 등 주요 산유국들의 폐쇄적 태도로 석유 시설 신규 투자가 원활하지 않다는 점도 주요 요인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생산능력을 일일 1250만배럴로 늘리는 500억달러 규모의 투자계획을 마무리해가고 있지만 그 이상으로 생산을 더 늘리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특히 세계 석유생산량 4위인 이란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3차 오일쇼크의 핵심 뇌관이다.
이란은 나탄즈 지역에 핵시설을 갖고 있다.
"순수 민간용"이라고 주장하지만 이스라엘과 미국은 무기 개발용으로 의심하고 있다.
전쟁설은 모파즈 이스라엘 부총리가 지난달 6일 "군사 공격 외에 다른 대안이 없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중동에서 시작된 불은 곧 미국으로 옮겨 붙었다. 존 볼튼 전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지난달 24일 영국 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이 새 미국 대통령 취임 전에 이란을 공격할 것"이라고 말했다.
석유 공급 부족 배경으로 석유 자원이 고갈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석유 수요는 꾸준히 늘어나는데 생산량이 늘어나지 않는다면 석유 가격은 폭등할 수밖에 없다.
생산량이 더 이상 늘어나지 않는 생산량 최고점에 대해 콜린 캠벨 같은 학자는 2001~2010년이 될 것이라는 비극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다른 학자들도 10~30년 사이에 석유 생산량 최고점이 올 것이라고 주장한다.
물론 이에 대한 반론도 있다.
석유가격이 오르면 심해저 사막 등의 유전을 계속 개발할 것이므로 생산량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최근 유가 상승은 투기 수요에 큰 영향을 받고 있으므로 투기 수요가 사라지면 가격이 폭락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지난달 23일 미 하원 에너지통상위원회 청문회에서 미국계 투자기관인 오펜하이머의 파델 가이트 애널리스트는 "투기를 제외한 실수요와 공급을 따져 보면 적정 유가는 60달러 이하"라고 말했다.
미 의회 역시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거래되는 WTI 선물 거래의 71%가 투기 목적이며 헤지 수요는 29%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지난해 원유선물에 투자된 인덱스펀드가 1700억∼2600억달러로 2002년 130억달러에 비해 최대 20배가량 증가했다는 사실도 투기 세력들로 인해 국제 유가에 거품이 끼어 있다는 주장을 뒷받침한다.
아흐마드 자키 야마니 사우디아라비아 전 석유장관도 "1970년대의 석유 위기는 수급 때문이었으나 지금은 투기 자금이 흘러들어와 도박판 같은 상황"이라며 "유가는 가까운 장래에 70달러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아 한국경제신문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