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안전하고 행복한 학교 실현 위해 바람직"

반 "학부모에 교권 위기의 책임 떠넘기는 격"

교직원과 학생을 제외한 외부인의 학교출입을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교권보호법' 제정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학부모가 학교에 찾아와 교사를 폭행하는 등 돌발사건이 계속 발생함에 따라 교권보호 차원에서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가 제안한 이번 법안을 놓고 찬반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것이다.

한쪽에서는 "학생·학부모에 의한 교원 폭언·폭행사건이 빈발하고 있어 교권을 보장하고 원활한 수업진행을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교권보호법 제정을 지지하고 있다.

하지만 또 다른 쪽에서는 "동의를 얻은 자만 학교에 출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학교와 학부모 간 불신의 벽을 높이 쌓을 뿐"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학교 내에서 교원의 정당한 교육활동, 이른바 교권은 보호돼야 한다는 데 대해서는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기 어렵다.

게다가 지난 한 해 동안에만 교총에 접수된 각종 교권침해 사례는 모두 204건에 이르고 있는 실정이고 보면 더욱 그러하다.

문제는 교권을 어떻게 보호하느냐는 점이다.

교원과 학생 간 가교역할을 하는 학부모들의 학교 출입을 제한하는 것이 과연 교권보호를 위해 바람직한지 살펴본다.

⊙ 찬성 측, "교권을 보장하고 원활한 수업진행을 위한 올바른 조치"

교총 등에서는 교원의 교권 보호를 통해 학교 구성원 간에 신뢰를 회복하고, 교육관련 당사자 간의 갈등을 조정하고 해결하기 위해서는 교원들의 권리 실현 및 보장을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교원의 법적 지위 및 교권을 보호할 수 있는 '교원 예우에 관한 규정' 등이 있기는 하지만 선언적 의미를 지닌 형식적 규정들이 대부분이어서 실효성이 의문시된다는 것이다.

특히 교권의 보장은 곧 학생의 학습권 실현을 의미하는 만큼 교권이 제도적으로 보장될 수 있는 실정법을 마련하는 것은 의미가 크다고 강조한다.

더욱이 학부모의 학교 출입을 원천봉쇄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방문 절차를 새롭게 마련하겠다는 게 이번 입법의 취지라고 설명한다.

안전하고 행복한 학교를 실현함으로써 교육수준을 높이고,학교 교육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도 한몫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반대 측, "학교교육과 교권위기 책임을 학부모에게 떠넘기려는 발상"

이에 대해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측에서는 교총의 제안은 최근 발생한 불행한 사태를 빌미로 학부모를 교육주체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며 교권보호를 위해 학생과 학부모의 교육권을 제한하겠다는 발상이라고 지적한다.

게다가 학생과 학부모 전체는 언제든지 교원에게 폭언 폭행을 할 수 있는 잠재적인 폭력 집단으로 규정하는 실수를 저지르고 있다고 꼬집는다.

어떤 학부모들에게는 급식당번 등을 이유로 오라고 요구하면서 학교와 교사에게 불편한 학부모의 학교출입은 제한하겠다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는 것이다.

전교조도 "학교현장에 '매 맞는 교사' 사건이 발생하고 교육에 대한 학부모의 불신이 커지며 교권이 침해되는 심각한 상황이 잇따르고 있지만,이는 근본적으로 학부모와 교사 간 소통 및 신뢰의 부재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학부모 등의 학교출입을 제한하겠다는 것은 학교 교육과 교권의 위기상황 책임을 학부모에게 떠넘기려는 발상이라는 것이다.

⊙ 외부인 학교출입 관리 위한 인력지원 등 대책 마련에도 힘써야

우리 학교들은 폭력·절도 등의 위험에 거의 무방비 상태로 노출돼 있는 게 현실이다.

노숙자·일반인·타학교 학생들이 드나들면서 소란·방뇨·음주가무·쓰레기 무단투기가 벌어지고 있는가 하면, 잡상인 등 외부인 무단 출입에 따른 도난·분실사고도 잦은 실정이다.

여교사가 대부분인 초등학교에서 외부인에 의한 학생 폭행사건이 생기면 속수무책이기 십상이다.

이런 불미스러운 일을 방지하기 위해선 외부인의 학교출입을 제한할 필요가 있음은 물론이다.

미국·영국·일본 등 외국 학교에서는 당연한 일로 시행되고 있다.

게다가 이번 법안이 시행되더라도 학교운영위원회가 자율적으로 정한 규칙에 따라 학부모를 포함한 외부인이 출입할 수 있는 만큼 출입제한으로 인해 학부모와 교사 간 통로가 막힐 것이라는 주장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학부모가 사전에 개별 약속을 하고 학교 방문을 하는 걸 막을 교사가 과연 어디 있겠는가.

더욱 중요한 것은 외부인의 학교 출입을 관리하는 데 필요한 인력 강화나 제재 등 후속 대책을 서둘러 마련하는 것이다.

은퇴 경찰관이나 교사를 활용하는 스쿨폴리스제를 활성화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imks5@hankyung.com


<용어 풀이>

◆ 교권보호법안 =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교권이 부당하게 침해되는 것을 방지하고 교원이 교육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학생의 학습권 및 교원의 교육권을 보호하기 위해 7월2일 제안한 법안.

교직원과 학생외 사람의 학교출입 제한, 교육과 관련없는 자료 제출요구 제한, 학교교육분쟁조정위 설치, 교권침해사범의 가중처벌 등 17개 조항으로 구성돼 있다.

◆ 스쿨폴리스제도(school police system) = 학교 폭력을 예방하기 위해 일선 학교에 교원 및 퇴직 경찰관 등을 배치하는 제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는 2002년부터 학교에 현직 경찰관을 배치하고 감시 카메라를 설치해 학교 폭력을 예방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학교 폭력이 늘어나면서 2005년부터 일부 지역에서 시범 운영 중이다.

교원 및 퇴직 경찰관으로 이뤄진 학교경찰을 단위학교 폭력대책자치위원으로 선정하고 이들이 교내외에서 발생하는 학교 폭력 예방 및 선도 업무를 맡고 있다.

주요 역할은 교내외 정화활동,합동 교외지도,학교 폭력 및 학생 비행 예방교육,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가 요청하는 학교 폭력 예방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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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신문 7월3일자 기사>

학부모가 학교에 찾아와 교사를 폭행하는 것과 같은 교권 침해를 방지하기 위해 교총이 학부모 등 외부인의 학교 및 교실 출입을 엄격히 제한하는 내용의 교권보호법 제정을 추진키로 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2일 '교원의 교육활동 보호'란 주제로 토론회를 열고 교직원과 학생 외 외부인의 학교 출입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교권보호법(안)'을 마련,의견수렴에 나섰다.

법안에는△학교교육분쟁조정위원회 설치 △시·도교육청 교권보호위원회 설치 및 교권전담변호인단 운영 △사립교원 교권보호 제도 마련 △교권침해사범 가중처벌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또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교권침해 예방 및 회복 조치 의무화 △교육과 관련 없는 행사의 교원 참여 요구 금지 △학교 교육과 무관한 자료제출 요구 제한 등이 포함됐다.

이 가운데 외부인의 학교 출입 제한은 교직원과 학생 이외에는 학교 출입시 학교 규칙이 정하는 바에 따르도록 규정,학부모 등 외부인의 학교 출입을 막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상은 한국경제신문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