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도 수요와 공급따라 결정…투자심리 급랭에 연일 하락
국내 증시가 연일 급락세다.
지난 5월부터 증시가 서서히 하락하자 이를 단기 조정세라고 판단한 증권가는 이러한 폭락세에 우왕좌왕하는 분위기다.
코스피지수가 예상과 달리 1600선까지 위협받는 수준으로 하락하자 증권사들도 '저가 매수'에서 '현금 보유'를 권하는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이러한 증시 폭락에 대해 여러가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들이 주로 내놓는 근거는 다양하다.
국제 유가 급등세와 원자재 가격 급등,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등으로 촉발된 세계 금융시장 신용 경색 위기, 그리고 이로 인한 경기 침체 조짐 등이 매일같이 증권사 보고서와 신문지상을 장식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들은 증시 조정을 불러일으킨 원인 중 하나일 뿐이라는 지적이다.
증시 하락의 진짜 이유는 투자심리가 위축됐기 때문이다.
주식시장에서 사는 사람이 없고 파는 사람만 있게 되면 주가는 당연히 떨어지게 마련이다.
주식의 가격도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된다는 단순한 경제 원리에 기인한다.
⊙ 주가도 수요-공급에 따라 결정
지난해 코스피지수가 2000선을 돌파하고 사상 최고치 수준을 기록한 것도 순전히 이와 같은 시장 원리에 따른 것이다.
작년 한 해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24조7117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순매도란 판 주식 금액에서 산 주식 금액을 뺀 규모인데 실제로 판 주식은 이보다 훨씬 많다.
이같이 엄청난 규모의 주식을 외국인들이 팔아치웠지만 국내 증시가 상승한 것은 주식시장의 또 다른 참여자인 개인과 기관 등이 주식을 사들였기 때문이다.
작년 개인투자자들은 6조4329억원, 펀드를 운용하는 투신 등 기관투자가들은 10조4889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일반 회사 등 기타 법인들도 10조2622억원가량의 주식을 유가증권시장에서 사들였다.
사실 올해 주식시장의 급락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는 작년 2월부터 불거지기 시작해 같은 해 7월과 8월,11월에도 시장에 악영향을 미쳤다.
국제 유가 급등과 곡물가격 상승세의 조짐도 이미 작년부터 시장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요컨대 지금 증시를 짙게 드리우고 있는 악재로 꼽히는 요인들이 이미 작년에도 있었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 같은 요인들은 주식시장에서 무시됐었다.
투자심리가 좋았기 때문이다.
결국 악재들은 모두 수면 아래로 가라앉고 투자자들의 매수 분위기가 주가 상승세를 이끌었다.
이같이 사려는 사람이 더 많은 주식시장에서는 주가가 오를 수밖에 없다.
특히나 가격이 이에 따라 수시로 움직이는 주식시장에선 더욱 그렇다.
⊙ 주식 사려는 사람 없어 주가 급락
하지만 이 같은 증시 분위기는 완전히 바뀌었다.
주식시장에서 사려는 투자자가 사라졌다.
최근 상황을 살펴보자.국내 증시가 폭락하며 '검은 수요일'을 기록한 지난 2일에만 외국인은 4210억원어치 주식을 내다 팔며 18일째 순매도를 이어갔다.
18일간 외국인이 순매도한 주식만도 5조2000억원어치에 달한다.
함춘승 씨티글로벌마켓증권 대표는 "주식시장에 탐욕(Greed)이 사라지고 있다"며 "외국인은 수익을 챙기기보다 손해를 안보는 쪽으로 전략을 바꿔 주식비중을 줄이는 데 급급하다"고 외국계 투자자들의 현재 분위기를 전했다.
기관들은 이날 5497억원어치의 주식을 사들인 것으로 나왔지만 6377억원에 달하는 프로그램 매수세(선물과 현물의 가격 차이를 이용해 자동으로 매매되는 투자방법으로 기관투자가만 할 수 있으며 현물시장이 크게 하락하면 유입되는 경향이 있다)를 감안하면 펀드나 국민연금 등 기관 투자자들은 실제로 880억원어치의 주식을 오히려 정리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그동안 주식을 사들이며 국내 증시의 버팀목 역할을 했던 개인투자자마저 이날 1641억원 순매도를 기록하며 방향을 틀었다.
최근 2~3년간 주식을 꾸준히 사들이던 개인들에게 더이상 주식을 사들이기 힘들다는 투자심리가 퍼진 결과다.
이러한 추세는 최근 들어 급격히 확산되고 있다.
올 들어 주식을 사들이던 개인은 주가가 크게 하락한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2일까지 5600억원 이상의 주식을 팔아치웠다.
개인투자자의 주식 투자 대기자금으로 분류되는 고객예탁금도 올 들어 증시가 최고 수준을 기록했던 지난 5월19일 11조3000여억원에서 9조1000여억원으로 2조2000억원 이상 감소했다.
기관은 펀드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자금이 들어오고 있지만 투자 심리가 위축되자 자금 집행을 늦추고 있다.
이 와중에도 외국인 매도세는 지속되고 있다.
이를 종합해보면 증시의 3대 투자 주체인 외국인, 기관, 개인 가운데 주식을 사들인 곳은 한 곳도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결국 증시 폭락은 사려는 사람이 없는 것에서 비롯된 셈이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부장은 "주가는 통상 6개월 내지 1년 후의 경제 상황을 반영하며 미리 움직이기 때문에 경기가 실제로 바닥을 찍은 것이 아닌 경기가 바닥을 찍었다는 심리만 확산되면 시장은 미리 반응을 보인다"며 "결국 증시가 호황일 때는 모든 악재도 덮어놓고 가지만 하락세가 만연해지면 조그만 악재에도 쉽게 주가가 폭락하는 것도 투자심리가 주가를 결정한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재후 한국경제신문 기자 hu@hankyung.com
지난 5월부터 증시가 서서히 하락하자 이를 단기 조정세라고 판단한 증권가는 이러한 폭락세에 우왕좌왕하는 분위기다.
코스피지수가 예상과 달리 1600선까지 위협받는 수준으로 하락하자 증권사들도 '저가 매수'에서 '현금 보유'를 권하는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이러한 증시 폭락에 대해 여러가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들이 주로 내놓는 근거는 다양하다.
국제 유가 급등세와 원자재 가격 급등,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등으로 촉발된 세계 금융시장 신용 경색 위기, 그리고 이로 인한 경기 침체 조짐 등이 매일같이 증권사 보고서와 신문지상을 장식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들은 증시 조정을 불러일으킨 원인 중 하나일 뿐이라는 지적이다.
증시 하락의 진짜 이유는 투자심리가 위축됐기 때문이다.
주식시장에서 사는 사람이 없고 파는 사람만 있게 되면 주가는 당연히 떨어지게 마련이다.
주식의 가격도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된다는 단순한 경제 원리에 기인한다.
⊙ 주가도 수요-공급에 따라 결정
지난해 코스피지수가 2000선을 돌파하고 사상 최고치 수준을 기록한 것도 순전히 이와 같은 시장 원리에 따른 것이다.
작년 한 해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24조7117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순매도란 판 주식 금액에서 산 주식 금액을 뺀 규모인데 실제로 판 주식은 이보다 훨씬 많다.
이같이 엄청난 규모의 주식을 외국인들이 팔아치웠지만 국내 증시가 상승한 것은 주식시장의 또 다른 참여자인 개인과 기관 등이 주식을 사들였기 때문이다.
작년 개인투자자들은 6조4329억원, 펀드를 운용하는 투신 등 기관투자가들은 10조4889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일반 회사 등 기타 법인들도 10조2622억원가량의 주식을 유가증권시장에서 사들였다.
사실 올해 주식시장의 급락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는 작년 2월부터 불거지기 시작해 같은 해 7월과 8월,11월에도 시장에 악영향을 미쳤다.
국제 유가 급등과 곡물가격 상승세의 조짐도 이미 작년부터 시장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요컨대 지금 증시를 짙게 드리우고 있는 악재로 꼽히는 요인들이 이미 작년에도 있었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 같은 요인들은 주식시장에서 무시됐었다.
투자심리가 좋았기 때문이다.
결국 악재들은 모두 수면 아래로 가라앉고 투자자들의 매수 분위기가 주가 상승세를 이끌었다.
이같이 사려는 사람이 더 많은 주식시장에서는 주가가 오를 수밖에 없다.
특히나 가격이 이에 따라 수시로 움직이는 주식시장에선 더욱 그렇다.
⊙ 주식 사려는 사람 없어 주가 급락
하지만 이 같은 증시 분위기는 완전히 바뀌었다.
주식시장에서 사려는 투자자가 사라졌다.
최근 상황을 살펴보자.국내 증시가 폭락하며 '검은 수요일'을 기록한 지난 2일에만 외국인은 4210억원어치 주식을 내다 팔며 18일째 순매도를 이어갔다.
18일간 외국인이 순매도한 주식만도 5조2000억원어치에 달한다.
함춘승 씨티글로벌마켓증권 대표는 "주식시장에 탐욕(Greed)이 사라지고 있다"며 "외국인은 수익을 챙기기보다 손해를 안보는 쪽으로 전략을 바꿔 주식비중을 줄이는 데 급급하다"고 외국계 투자자들의 현재 분위기를 전했다.
기관들은 이날 5497억원어치의 주식을 사들인 것으로 나왔지만 6377억원에 달하는 프로그램 매수세(선물과 현물의 가격 차이를 이용해 자동으로 매매되는 투자방법으로 기관투자가만 할 수 있으며 현물시장이 크게 하락하면 유입되는 경향이 있다)를 감안하면 펀드나 국민연금 등 기관 투자자들은 실제로 880억원어치의 주식을 오히려 정리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그동안 주식을 사들이며 국내 증시의 버팀목 역할을 했던 개인투자자마저 이날 1641억원 순매도를 기록하며 방향을 틀었다.
최근 2~3년간 주식을 꾸준히 사들이던 개인들에게 더이상 주식을 사들이기 힘들다는 투자심리가 퍼진 결과다.
이러한 추세는 최근 들어 급격히 확산되고 있다.
올 들어 주식을 사들이던 개인은 주가가 크게 하락한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2일까지 5600억원 이상의 주식을 팔아치웠다.
개인투자자의 주식 투자 대기자금으로 분류되는 고객예탁금도 올 들어 증시가 최고 수준을 기록했던 지난 5월19일 11조3000여억원에서 9조1000여억원으로 2조2000억원 이상 감소했다.
기관은 펀드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자금이 들어오고 있지만 투자 심리가 위축되자 자금 집행을 늦추고 있다.
이 와중에도 외국인 매도세는 지속되고 있다.
이를 종합해보면 증시의 3대 투자 주체인 외국인, 기관, 개인 가운데 주식을 사들인 곳은 한 곳도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결국 증시 폭락은 사려는 사람이 없는 것에서 비롯된 셈이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부장은 "주가는 통상 6개월 내지 1년 후의 경제 상황을 반영하며 미리 움직이기 때문에 경기가 실제로 바닥을 찍은 것이 아닌 경기가 바닥을 찍었다는 심리만 확산되면 시장은 미리 반응을 보인다"며 "결국 증시가 호황일 때는 모든 악재도 덮어놓고 가지만 하락세가 만연해지면 조그만 악재에도 쉽게 주가가 폭락하는 것도 투자심리가 주가를 결정한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재후 한국경제신문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