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시위꾼 등장

일부 언론 선동적 보도
[Focus] 촛불시위 왜 폭력시위로 변했나
"폭력시위는 그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전경과 언론사에 집단 폭력을 가한 사람들은 이미 시위군중이 아니라 폭도이다."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가 지난달 27일 여의도 당사에서 시국 기자회견을 갖고 한 말이다.

이 총재는 전날 일부 시위대가 조선일보 동아일보에 난입해 기물을 파손한 사건을 두고 촛불시위가 당초와 달리 변질되었다며 개탄했다.

국민건강을 수호하기 위해 시작된 촛불 시위가 어떻게 폭력 시위로 변질되었을까.

물론 시위대가 주장하는 내용이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은 데 1차적인 원인이 있다.

가능성 여부를 떠나 미국과 쇠고기 전면 재협상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산 수입 쇠고기 검역이 일방으로 추진되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은 처음부터 여론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은 채 졸속으로 추진된 문제도 안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배경과 별도로 시위 행동 자체는 어디까지나 비폭력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대부분의 시민들도 비폭력 촛불 시위를 원하고 있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시위가 폭력으로 변질된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일부 폭력 시위자들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청와대 행을 고집해 결국 경찰들과 충돌이 빚어졌다는 점이다.

둘째 일부 언론의 선정적인 보도로 시위를 부추키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지적도 나온다.

⊙ 청와대 진출 시도가 폭력 시발점

촛불 시위가 폭력 시위로 변질된 것은 일부 과격 시위자들이 청와대 진출 저지선을 뚫으려고 시도한 지난 5월 말부터다.

당시 시청에서 촛불 집회를 마친 시위대는 청와대로 향하면서 세종로사거리에 저지선을 치고 있던 경찰과 거의 매일 맞닥뜨렸다.

이 과정에서 과격 시위자들은 전경 버스에 밧줄 등을 걸고 저지선을 무너뜨리거나 쌓은 모래주머니를 이용해 버스벽을 넘으려고 했다.

이에 경찰은 물대포를 쏘며 대응했고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서 시위는 점점 격렬해지게 된 것이다.

사실 시위는 시위대와 경찰이 맞부딪치면서 점점 격렬해지는 속성이 있다.

이에 따라 경찰 내부에서도 시위가 악화되는 현상을 피하기 위해 출동 경찰을 최소화시키거나 아예 출동시키지 않은 것이 더 나을 수 있다는 견해까지 내놓고 있다(윤시영·집회 시위의 폭력적 특징과 대처 방안·2007)

경찰은 광화문에 청와대 저지선을 설치해 놓고 시위대와 접촉을 최소화했으나 일부 과격 시위대의 청와대 진출 시도로 마찰이 불가피해졌다고 밝혔다.

경찰은 청와대행을 주장한 시위자들 대부분을 반정부 성향의 진보단체 소속 회원이거나 사회불만 세력으로 보고 있다.

또 수십 명으로 이루어진 정체불명의 '그룹'이 시위 현장을 폭력적 분위기로 몰고 있음을 주목하고 있다.

실제 지난달 말 광화문 촛불 시위 현장에는 20~30명의 청ㆍ장년들이 수건이나 마스크로 입을 가린 채 전경들을 향해 폭력을 휘두르는 장면이 목격되었다.

경찰은 폭력 시위 현장에서는 폭력 행사자를 별도로 구분해 내기가 힘들다며 일반 시위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으므로 접근하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 일부 언론 선동적인 보도

격렬한 촛불 시위의 배경에는 언론의 자극적인 보도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영상 매체는 광우병 보도를 하면서 자극적인 영상물을 내보내 시청자들을 선동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MBC-TV의 시사 보도 프로그램 PD수첩은 지난 4월29일 '긴급취재! 미국산 소고기-과연 광우병으로부터 안전한가?'를 방송하면서 인간 광우병을 과장 왜곡 보도한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당시 PD수첩은 퇴행성 뇌질환 증세로 사망한 빈슨을 임의로 인간광우병으로 숨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PD수첩은 당시 빈슨의 어머니가 광우병(CJD)일 수 있다고 말한 것을 인간광우병(vCJD)이라고 번역했는데 광우병과 인간광우병은 전혀 별개의 병이다.

이후 빈슨의 사인은 인간광우병이 아닌 것으로 판명났다.

PD수첩은 또 "동물학대 혐의를 받는 인부들에게 물었더니"라고 현지인이 영어로 답변한 내용을 "현장책임자에게 왜 '광우병 의심 소'를 억지로 일으켜 도살하느냐고 물었더니"라고 번역해 한글 자막으로 내보냈고 '다우너 소'의 동영상과 관련해 젖소(dairy cows)를 '이런 소'로 번역해 시청자들이 젖소를 '광우병 의심 소'로 착각하게 만들었다.

PD수첩은 광우병에 대해 잘 모르는 학생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일부 학생들은 학교 급식을 먹어야 하는 학생들을 광우병에 걸리도록 정부가 방치했다고 분개하며 촛불 시위에 뛰어들었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 역시 폭력 시위를 조장하는 글들이 적지 않다.

다음의 토론광장 아고라에 얼굴을 가린 시위대 한 명이 전경을 망치로 내리치는 동영상이 올라왔는 데도 '시위대가 아닌 경찰프락치이다' '알바는 물러가라'는 등 극단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신문도 폭력 시위 조장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이는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해 가장 많은 사람이 다쳤던 지난달 28, 29일 시위 상황 보도에서 드러난다.

일부 신문은 시위대가 경찰에 두들겨 맞는 내용만 집중 보도,시민들의 감정을 부추겼다.

H신문은 이날 아침자 1면 톱기사 제목을 '곤봉 방패찍고, 머리 짓밟고 무차별 연행…경찰 폭력 진압 도 넘었다.

/유모차 엄마 아이안은 아빠에게도 폭력 29일 새벽 태평로 부상자 400명 발생'으로 달았다.

경찰도 이날 전경 한 명이 시위대에 맞아 머리 두개골이 함몰되는 등 300여명이 다쳤다.

대부분의 신문은 시민 피해와 경찰 피해를 함께 다루었다.

KBS MBC 등 공중파TV 방송은 시위대와 경찰의 충돌을 보도하면서 경찰 과잉 진압만 강조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공중파 TV는 사용 가능 주파수가 한정되어 시장 독점적 특성을 갖고 있다.

이에 따라 어느 나라에서나 TV 방송에 대해서는 별도의 심의 기구를 두는 등 공정보도를 강조하고 있다.

언론의 편향 보도가 문제가 되자 언론학자들은 지난 2일 오후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광우병 파동에서 나타난 언론의 자유와 한계'라는 주제로 긴급 토론회를 가졌다.

언론학자들은 최근 언론들이 회사의 주장에 맞춰 사실을 왜곡 보도하는 경향이 있다며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공감대 형성에 앞장서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주병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jbpar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