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글기자 코너] 원산지 표시않은 학교 급식, 신뢰 못 얻는다
"영광에서 직접 갖고 온 굴비를 20마리에 1만원씩 10분간 판매하오니 많이많이 사 가세요.

영광 굴비가 아니면 1000만원을 손해 배상해 드립니다.

진짜 진짜 영광굴비 밥상에 올려 보세요."

며칠 전 화물차에 굴비를 싣고 온 한 상인이 손님을 끌기 위해 동네를 돌아다니며 외치는 말이다.

가짜 영광굴비가 얼마나 많기에 손해 배상까지 하겠다며 팔러 다니는 것일까.

최근 미국산 쇠고기의 원산지 표기로 논란이 일고 있지만 굴비 장사의 말에서 보듯이 원산지 표기가 제대로 안 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학교 급식도 원산지 표시가 지켜지지 않는 대표적인 곳이다.

학교 급식업체들이 학생들에게 나누어 주는 식단표에는 당일 배급되는 음식 메뉴들이 표시되어 있다.

그러나 음식을 만드는 데 들어가는 재료의 원산지는 표기되어 있지 않다.

가령 등심 돈가스라는 메뉴가 있다면 재료로 들어가는 고기가 국내산인지 수입산인지 학생들은 확인할 수 없다.

원산지가 궁금하지만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그러다 보니 학생들은 자연히 급식에 대해 불신하게 된다.

심지어 광우병이 몇십 년 후 발병할 수 있는 위험한 병이라는 것을 TV 등을 통해 보고 아예 집에서 도시락을 갖고 오는 학생도 있다.

경기고 3학년 신모군은 "최근 미국산 쇠고기 문제도 심각한데 원산지 표기가 제대로 안 된 학교 급식을 신뢰할 수 없다"며 집에서 싸 준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있다.

앞으로 수입되는 쇠고기는 반드시 수입산으로 분류하고 괄호 안에 소의 종류와 수입국을 표시해야 한다.

한·미 쇠고기 협상의 여파로 쇠고기만큼은 원산지 표시가 잘될 수 있을지 기대해 본다.

그러나 공산품 쪽으로 눈을 돌리면 아직 원산지 표시가 안 되는 경우가 많다.

글씨를 작게 표기하는 등 소비자가 주의를 기울여 살펴보지 않으면 수입산을 국내산으로 믿을 여지가 많다.

관세청 게시판에 글을 올린 홍연심씨는 "당연히 국산이라고 생각하고 구입한 모나미사 포스터컬러의 뒷면(물품 설명란)을 보았는데 원산지 표시가 너무 작게 되어 알아보기가 힘들었다"고 밝혔다.

아이디 younjoon0 네티즌은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다른 사람을 속이는 사기나 횡령 범죄가 많다고 한다.

선량한 사람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원산지를 슬쩍 감추는 행위도 철저히 단속해야 한다"고 쓴소리를 가했다.

원산지 표시 문제는 한국 사회의 특징과 사람들의 태도가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일어나고 있다.

소비자들이 원산지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특히 음식 관련 판매업자들은 원산지 표시에 있어 솔선수범해야 한다.

그들의 의식이 변화하고 법적 규제가 뒤따른다면 소비자들은 안심하고 음식을 선택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박민수 생글기자(경기고 3년) parkmm0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