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가 부담…해외기업들 베트남·인도로 옮겨
[Global Issue] 물가 폭등으로 신음하는 '세계의 공장' 중국
지난 5월 중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7.7%에 달했다.

같은 달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년 동기 대비 8.2% 올라 최근 3년 새 최고치를 기록했다.

PPI는 기업이 다른 기업에 공급하는 재화와 서비스 가격의 변동을 나타내는 지표다.

PPI가 높아졌다는 것은 곧 기업의 생산비용이 커졌다는 의미로 이는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미 중국 근로자의 최저 임금은 물가 상승을 반영하고 있다.

중국 선전시 노동사회 보장국은 이달 초 선전시 경제특구의 최저 임금을 17.6% 올린 월 1000위안(약 15만원)으로,특구 외 지역은 20.0% 상승한 월 900위안으로 조정해 다음 달부터 적용한다고 밝혔다.

시간제 노동자의 최저 임금도 같은 수준으로 올리기로 했다.

중국 내에서 최저 임금이 월 1000위안대로 올라선 지역은 선전이 처음이다.

중국은 지역별로 최저 임금을 달리 정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상하이가 월 960위안으로 가장 비쌌다.

최저 임금이 오르면 기업이 부담해야 하는 사회 보험료는 물론 각종 수당도 자연스럽게 상승한다.

KOTRA 베이징무역관 김명신 과장은 "최저 임금이 월 1000위안이면 기업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근로자 1인당 최소 월 1300위안에서 1600위안 정도가 된다"고 밝혔다.

특히 선전은 상하이,광저우와 더불어 중국 경제를 이끌어가는 곳이라는 점에서 이번 최저 임금 인상은 조만간 다른 지역으로도 파급될 것으로 예상된다.

선전시는 "물가가 큰 폭으로 올라 근로자들의 생활 안정을 위해 최저 임금을 올렸다"고 설명했다.

홍콩 등 외국 기업이 많은 선전 경제특구에서는 작년 말 생활임금 보장을 요구하는 근로자들의 시위가 빈발했었다.

석유가격 문제도 심각하다.

중국은 경제 성장에 따라 석유 소비가 급증하고 있지만 오히려 에너지 가격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석유 가격을 올릴 경우 급등하는 물가를 도저히 제어할 수 없게 될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

현재 주유소에서 파는 기름값은 ℓ당 5.3위안(0.7달러)으로 국제 가격의 절반 수준이다.

하지만 중국 내 석유 수요가 늘면서 언제까지 석유가격 통제가 가능할지 의문이다.

지난해 중국에서 판매된 자동차 수는 총 880만대로 전년 대비 21.8% 증가했다.

한국의 전체 자동차 대수(약 1663만대)의 절반에 해당하는 차들이 작년 한 해 도로에 새로 나온 셈이다.

이에 따라 2007년 중국 석유 수입은 전년보다 12.4% 늘어난 1억6300만t에 달했다.

미국 에너지부는 전 세계 석유 수요에서 중국의 비중이 10%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중국의 인플레이션과 인건비 상승으로 인해 외국 기업의 탈중국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베트남과 인도 등에 생산기지를 새로 건설하거나 아예 중국 공장을 그 곳으로 이전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뉴욕타임스의 최근 보도에 의하면 '차이나 플러스 원' 전략 (중국과 중국 인접 국가에 각각 하나의 공장을 건설하는 전략)에 따라 외국 기업들은 중국에선 정밀 기계나 컴퓨터와 같은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하고 동남아시아 국가에선 의류 신발 등 저가의 공산품을 생산하는 이원화 체제를 채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 캐논은 중국 공장을 확장하는 안을 포기하고 대신 베트남 하노이의 프린터 공장 규모를 2배로 늘렸다.

미국 의류업체 하네스는 베트남에 공장 2곳을 신축 중이며 완공되는 대로 생산기지를 중국에서 베트남으로 옮길 계획이다.

일각에선 중국이 누려 왔던 '메이드 인 차이나' 전성시대가 서서히 저무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수출원가 상승으로 중국의 수출 전선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지난 12일 중국 상무부에 따르면 중국의 5월 수출액은 1204억9000만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28.1% 증가한 반면 수입은 1002억9000만달러로 40% 늘었다.

5월 무역흑자는 202억1000만달러로 집계됐다.

그러나 5월의 무역흑자는 4월에 이어 2개월 연속 줄어들었고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선 9.9% 감소한 수치다.

중국 정부는 물가 급등에 대응하기 위해 긴축 정책을 강화 중이다.

중국 중앙은행은 올 들어 지급준비율을 다섯 차례나 인상했다.

지급준비율이란 금융기관의 예금총액에 대한 현금준비 비율로 예금자의 지급 요구에 응할 수 있도록 은행들이 예금 총액의 일정 비율을 따로 떼내 중앙은행과 자사의 금고에 보관하는 비율을 말한다.

지급준비율을 높이면 시중자금이 은행으로 흘러 들어와 인플레이션 압력을 줄일 수 있다.

중국인민은행의 저우샤오촨 총재는 "물가 억제와 성장에너지 확보라는 두 가지 상충된 과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현재 시점에서는 밸런스가 중요하다"고 말해 정책 대응의 어려움을 드러냈다.

수출 감소와 긴축정책으로 올해 중국의 경제성장세도 한풀 꺾일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런민대학 경제학과의 류위안춘 교수는 16일 중국증권보에 발표한 보고서에서 "중국 경제는 고도 성장기에서 성장 둔화시기로 접어 들었다"고 밝히고 작년 11.9%에 달했던 경제성장률이 올해 10.4%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의 주식시장도 주저앉았다.

지난해 10월16일 6030.15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지난 13일 8일 연속 하락하며 2900선마저 무너진 뒤 3000선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징 울리히(Jing Ulrich) JP모건 중국 주식부 회장은 "원자재 가격 급등과 같은 대외적인 부담에다 기업이익 축소,치솟는 소비자물가 등 내부 요인으로부터 증시가 자유로울 수 없으며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중국 정부가 당분간 긴축정책을 취할 수밖에 없다"며 "장기적으로는 증시에 대해 낙관하지만 단기간 투자자의 신뢰를 얻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아 한국경제신문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