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축으로 자금이탈 가능성…자산가치 높은 주식 유망

국제유가의 고공행진으로 물가가 치솟아 인플레이션(물가급등)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인플레이션 충격이 세계 경제의 핫이슈로 떠오른 것.고유가가 글로벌 경제를 위협하자 각국은 뛰는 물가를 잡기 위해 긴축정책(금리인상 등을 통해 유동성을 줄이는 정책)을 준비하고 있다.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유럽중앙은행(ECB)마저 금리 인상을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머징마켓 국가들은 사정이 더 급하다.

물가상승 압력에 굴복,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국가 중에서 중국만 빼고 모두 올 들어 정책금리를 올렸다.

중국은 금리 인상 대신 지급준비율을 올려 인플레이션에 대처했다.

그렇다면 인플레이션은 증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또 인플레이션 시대에 주목받는 종목은 어떤 것일까.

[Make Money] 인플레이션은 증시에도 '짐'이 된다


⊙ 인플레이션, 왜 증시에 부담인가

일반적으로 인플레이션은 증시를 짓누르는 악재로 평가된다.

인플레이션에 뒤따르는 긴축정책이 증시에서 자금을 빠져나가게 만들기 때문이다.

증시의 돈줄이 조여지는 만큼 매수세가 줄어 주가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물가 급등은 세계경제의 생산성에 문제가 생겼다는 것을 보여주는 징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증시의 악재다.

각종 상품의 가격이 급등하면, 현재의 기업 생산성이 치솟는 원자재 가격을 감당하지 못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그만큼 기업들의 경쟁력이 취약하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져 주가를 끌어내린다.

실제로 주식과 원자재 가격의 흐름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3분기까지 글로벌 증시와 원자재 가격은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다.

하지만 인플레이션 우려가 본격적으로 제기되기 시작한 작년 4분기부터는 원자재 가격은 오르고 주가는 내리기 시작했다.

인플레이션 환경은 경제성장의 기반을 약화시켜 증시에 부담을 준다.

최근 원유 등 원자재 가격 급등은 투기적 자금이 대거 유입된 이유도 있지만 실수요가 급증한 것도 중요한 원인이다.

신흥시장 국가들이 급속한 경제성장에 필요한 원자재를 거침없이 빨아들인 것이다.

결국 인플레이션 부담에서 벗어나기 위해 이 같은 수요를 둔화시켜야 하고 이는 성장 기반 훼손으로 이어져 증시 하락의 요인이 된다.

⊙ 주식의 인플레이션 헤지 기능

인플레이션은 증시에 긍정적 영향도 미칠 수 있다.

바로 주식의 인플레이션 헤지(위험분산) 기능이 그것이다.

인플레이션이 지속되면 물가가 오른 만큼 기업의 매출이 늘어날 수 있다.

또 기업이 원자재값을 제품가격에 고스란히 반영해 소비자에게 전가할 경우 기업 이익도 증가할 수 있다.

이는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인플레이션 국면에서 가능하다.

수요초과 상태의 인플레이션에선 기업들의 가격 전가력이 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인 최근의 상황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분석이 많다.

비용 상승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은 크지만 경기가 부진하면 기업들은 가격을 전가시키기가 여의치 않다는 이유에서다.

한편 기업의 이익과 관련 수출주와 내수주는 인플레이션에서 다른 상황에 처하게 된다.

수출기업의 경우 원자재 가격 상승이 기업이익을 압박하는 것은 내수기업과 별반 차이가 없다.

하지만 수출기업은 이머징마켓의 강한 수요에 힘입어 가격 전가가 용이한 데 비해 내수기업은 국내 경기 부진으로 가격 전가력이 약하다.

향후 이머징마켓 국가들이 물가 상승 속도 이상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에 나선다면 수요가 약해져 수출기업들도 어려워질 수 있다.

⊙ 인플레이션 시대 유망종목은

인플레이션에도 불구하고 수익을 올리려는 투자자는 자산가치가 높은 종목에 관심을 가지라고 증시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인플레이션으로 화폐의 실질가치는 떨어지지만 실물자산의 가치는 상승한다는 분석 때문이다.

기업의 미래 실적개선을 기대하기보다는 현재 눈에 보이는 자산가치에 주목해야 한다는 의미다.

자산가치가 높다고 주가 상승을 낙관할 수는 없지만 인플레이션으로 주가 변동성이 커질 때 자산 가치는 해당 종목의 주가 버팀목 역할을 할 수 있다.

자산가치가 높은 종목은 어떤 것인가.

자산가치는 주가순자산비율(PBR)로 따진다.

PBR가 낮을수록 자산가치에 비해 주가가 낮아 저평가됐다고 볼 수 있다.

이것만으론 부족하다.

자산가치가 높더라도 적자기업이거나 영업효율성이 떨어진다면 유망하다고 평가하기 어렵다.

이와 관련, 한국투자증권은 최근 PBR가 낮은 종목 중에서 주당순이익(EPS) 증가율과 자기자본이익률(ROE)이 높아 실적개선이 예상되는 종목을 추려 제시했다.

이 증권사가 뽑은 자산가치 대표주는 한섬 세아베스틸 농심 현대자동차 광주신세계 우리이티아이 한국타이어 한국철강 탑엔지니어링 E1 등이다.

⊙ 과거 인플레이션에 강했던 업종은

과거 인플레이션에 강했던 업종들도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하나대투증권이 1989년 이후 세 차례에 걸친 유가 및 원·달러 환율 동반 상승 기간의 업종별 주가 등락률을 분석한 결과 기계 의약 음식료 제지 섬유의복 등이 코스피지수보다 강세를 보였다.

특히 기계 의약은 지난해 10월부터 지난달까지 기간에도 코스피지수 대비 초과 상승했다.

다른 업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가흐름이 견조했던 만큼 인플레이션 시대의 투자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외국계 증권사인 씨티그룹은 최근 '코리아 김치 디스커버리 보고서'에서 과거 물가 상승률이 높았던 시기에 기계 자동차 보험 조선주들이 강세를 보였다고 분석했다.

고물가 시기였던 2001년 2∼4월 기계와 자동차는 25% 이상씩, 나머지 업종은 10% 이상씩 시장 대비 초과 상승했다고 씨티그룹은 설명했다.

이어 기업 이익이 물가상승과 연관성이 적은 종목이 유망하다며 해당 종목으로 삼성화재 국민은행 신한지주 등 금융주와 메가스터디 현대자동차 삼성엔지니어링 등을 인플레이션 방어주로 꼽았다.

또 다른 외국계 증권사인 메릴린치는 제품의 시장지배력이 높은 농심과 포스코 현대차 등을 인플레이션 방어주로 지목했다.

장경영 한국경제신문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