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강대학교 2009학년도 논술고사의 특징

2009학년도 서강대 입시에서 가장 큰 변화는 수시논술 강화,정시논술 폐지다.

서강대의 정시논술 폐지 발표 이후 많은 수험생들과 학부모들이 논술 준비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것 아니냐는 문의를 많이 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큰일 날 소리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다른 대학에서는 논술고사의 비중이 날로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인문논술과 자연논술을 구분하여 실시하는 데다 수시전형에서의 논술 비중은 거의 절대적이라 할 수 있을 정도다.

서강대 역시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서강대에서는 2009학년도 입시에서 전체 인원의 62%를 수시전형에서 선발하며 논술성적을 수시2-1에서는 50%, 수시2-2에서는 70% 반영한다.

따라서 전년도에 비해 논술 중요성이 더욱 강화되었다고 보는 것이 맞겠다.

2008학년도 정시 이전의 서강대 논술은 통합논술보다 각 분야별 전문성을 지향했다.

인문계열을 경제·경영학부와 인문·사회학부로 구분하여 실시하면서 제시문 내용도 전문영역에서 출제되는 경향이 강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08학년도 정시논술부터 통합논술로의 변화를 분명히 하고 있는 것 같다.

이는 최근 서강대 입학처에서 '2009학년도 입시요강'에서 '고등학교 교육 과정을 정상적으로 이수한 학생이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기본개념과 기본원리를 토대로 인간, 사회 및 문화의 문제를 논리적·종합적으로 사고하는 능력을 평가하고자 함'이라고 밝힌 데서 확인된다.

따라서 서강대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은 각 교과서의 기본 개념들을 충분히 숙지하고,그 개념들을 인문·사회학적 관점에서 다양하게 파악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또한 교과서 개념을 숙지하는 데 그치지 말고,각 개념들이 어떻게 상호 연관되는지에 대한 고민 역시 필요하다.

또한 고려대나 연세대 등에서는 공통 제시문에 복수의 논제가 출제되는 반면 서강대는 각 문제마다 독립된 제시문이 출제된다.

비교적 짧은 논제 하나와 상대적으로 긴 논제 하나를 출제하며,각 문제의 주제가 서로 다르다.

따라서 2시간30분이라는 시간을 문제 해결에 집중할 수 있도록 적절하게 조율하는 데에도 신경써야 한다.

⊙ 제시문 분석 및 논술 방향

<문제 1>

제시문 (가)는 사람들이 부를 추구하고 권력과 명성을 얻으려는 목적이 다른 사람들로부터 관심을 받고 싶어하는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라고 한다.

반면에 제시문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관심을 가질 필요가 없다고 한다.

사람들은 '악하지 않으면 완전한 바보'이고 '세상에는 이야기를 나눌 가치도 없는 사람들이 들끓고''가식적인 존중'이기 때문에 '우렁찬 박수소리'에 귀를 기울일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한편,제시문 (다)에는 동생인 빛나가 오빠에게 충고하는 장면이 나와 있다.

빛나는 공부를 열심히 하여 성공해서 돈을 많이 버는 것을 의미 있는 삶이라고 생각하는 반면,오빠는 무의미하다고 생각하며 '신문의 경제면에 나는 세계'가 아닌 다른 무엇을 추구한다.

빛나가 원하는 것은 현실적인 삶이고 오빠가 원하는 것은 이상적인 삶이라는 점에서 두 인물의 삶과 목표는 대립된다.

<문제 1>은 제시문 (가)와 (나)를 활용하여 제시문 (다)의 '빛나'의 입장에서 '오빠'의 삶과 목표를 비판하는 문제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활용'을 어떻게 하느냐다.

일반적으로 논술에서 '활용하라'는 의미는 '비판의 근거로 사용하라'는 의미로 이해하지만 여기서는 '비판의 근거'로 삼기에 어려운 제시문이 배치돼 있기 때문에 단순히 '비판의 근거'로만 대한다면 이 논제를 제대로 풀기 어렵다.

따라서 각 제시문의 관계를 정확히 파악하는데 집중해야 한다.

제시문 (가)에 따르면 인간의 욕구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다른 사람들로부터의 관심과 인정이지만 (다)에 따르면 그것은 무의미한 것이므로 두 제시문은 서로 대립된다.

즉 제시문 (가)는 성공적인 삶을 추구하는 빛나의 심리적 배경을 설명하고 있는 제시문이며,제시문 (다)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추구하는 성공적 삶이 무의미하다고 생각하는 오빠의 심리적 배경을 설명하고 있는 제시문인 것이다.

다시 말해 제시문 (가)는 빛나의 입장에 대한 부연 설명에 해당하며,제시문 (나)는 오빠의 입장에 대한 부연 설명에 해당한다.

따라서 제시문 (가)는 비판의 근거로 사용할 수 있지만 제시문 (나)는 그렇지 못하며 비판의 대상으로 인식하는 것이 옳다.

<문제 2 해제>

네 개의 제시문들은 두 개씩 짝을 지어 공통된 주장을 하고 있다.

길이는 비교적 짧게 출제되었지만 난이도가 매우 높은 내용이다.

최근 대학들이 난이도가 낮은 제시문을 출제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또한 주제가 '인식의 방식'이기 때문에 독해를 위해서는 개념을 추상화하는 능력이 요구되기도 한다.

제시문 (가)는 예수를 만나려 한 네 번째 동방박사인 타오르의 깨달음에 대해 말한다.

다른 사람에게는 소금물에 쩐 눈물에 불과하지만 타오르 자신에게만은 소금물이 아닌 '물'로 인식된다.

'오로지 타오르만이 증인이 될 수 있는 아주 비밀스럽고 조그만 그런 기적!'은 30년 옥살이이라는 체험에서 얻어진 타오르만의 인식이다.

제시문 (나)는 객관적으로 충분한 견해를 지식이라 하며,공통적인 지성을 뛰어넘어야 한다고 말한다.

제시문 (다)는 참과 거짓을 가려내는 능력인 이성은 모든 사람들이 갖고 있다고 말한다.

제시문 (라)는 배움은 객관적인 내용의 흡수에 의해서가 아니라 자기의 시간을 잃어가는 가운데 이루어진다고 말한다.

배움은 어느 누구도 대신해줄 수 없고 도와줄 수도 없는 자신만의 행위라는 것이다.

따라서 제시문 (가)와 (라)는 주관적 인식에 대한 글이고,제시문 (나)와 (다)는 객관적 인식에 대한 글이라는 점에서 각각 연결시킬 수 있다.

<문제 2>는 각 제시문들이 어떤 의미에서 공통된 주장을 담고 있는지 서술하고 두 주장이 어떻게 양립 가능한지를 설명하는 문제다.

각 제시문들은 주관적 인식과 객관적 인식이라는 점에서 서로 대립된다.

하지만 주관적 인식이 없는 객관적 인식은 무의미하며,객관적 인식이 없이는 주관적 인식 역시 가능하지 않다는 점에서 양립 가능하다.

제시문 (가)에서 타오르가 '30년 옥살이'라는 고된 삶이 아니라 객관적 지식으로 예수의 설교를 인식했다면 '기적'이라는 깨달음은 얻지 못했을 것이다.

제시문 (라)에서 역시 배움이란 '자기의 시간을 잃어가는 가운데' 얻어지는데,시간의 흐름 속에서 자신을 되돌아보고 흘러간 시간의 의미에 대해 사유하며 또 다른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이성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깨달음과 배움은 주관적 과정에서 얻어지는 것이지만 이성이 없다면 체험과 지식은 깨달음과 배움으로 승화될 수 없다는 것이다.

반면 주관적 인식이 없는 이성 역시 무의미하다.

제시문 (가)에서 타오르는 30년 옥살이라는 자신의 주관적 경험을 통해 예수님 말씀의 본질을 깨닫는다.

'오로지 타오르만이 증인이 될 수 있는 아주 비밀스럽고 조그만 그런 기적!'은 고된 삶이 없었다면 불가능하다.

이성이 깨달음을 위한 조건이지만,이것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체험과 같은 주관적 과정이 필요한 것이다.

김은희 s.논술 선임연구원 lovemin@nons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