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식량안보정상회의, 65억불 기부 약속
바이오연료 문제는 '구렁이 담넘어 가듯' 전 세계적 식량위기 타개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 3일부터 이탈리아 로마에서 사흘간 열렸던 유엔 식량안보정상회의가 빈곤 퇴치를 위해 총 65억달러(약 6조6527억원)의 기부금을 제공키로 약속하고 5일 막을 내렸다.
이번 정상회의에는 40여개국 정상을 비롯해 151개국에서 고위급 대표단을 파견해 열띤 토론을 벌여 식량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14개 항목의 공동선언문을 채택했다.
공동선언문엔 식량위기에 대한 긴급조치로 유엔 기구들을 비롯한 관련 국제기구와 지역기구 기부국 비정부기구들이 모두 단합해 식량가격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본 저개발국 및 개도국 주민들을 위한 긴급 식량 지원을 확대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중장기 대책으로는 저소득국 및 개도국 빈곤층의 생계 지원 및 농업투자 확대를 위한 '주민 위주의 정책'을 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기후 변화 대처와 관련한 각종 금융시스템 및 투자 흐름에 원주민을 포함해 세계의 소규모 농민과 어민들이 참가하고 혜택을 받을 기회를 창출할 수 있도록 각국 정부가 농업과 임업,어업 부문에 적절한 우선순위를 둘 것을 촉구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이슬람개발은행(15억달러)과 세계은행(12억달러) 아프리카개발은행(10억달러)과 함께 영국 일본 스페인 네덜란드 쿠웨이트 베네수엘라 등이 총 65억달러의 기부금을 내기로 했다.
회의 참가국 정상들은 아울러 현재 제네바에서 진행 중인 세계무역기구(WTO)의 도하개발아젠다(DDA) 협상이 글로벌 식량위기의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공감대에 따라 신속하고 성공적으로 타결돼야 한다고 촉구하고,DDA가 개발도상국의 식량안보에 이바지하고 무역 능력을 구축, 개선하기 위해서 '무역을 위한 지원 패키지'(aid for trade package)가 이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3일 개막 연설에서 "2030년까지 식량 생산량을 50% 늘려야 한다"면서 "식량 증산을 위해서는 앞으로 연간 150억~200억달러의 자금을 투자해야 한다"고 밝혔다.
회의를 주관한 자크 디우프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사무총장은 폐막 후 "이번 회의를 통해 우리는 세계의 빈곤과 식량 생산 및 수요 등과 같은 이 시대의 가장 중요한 문제 중 일부를 해결할 수 있게 됐다"며 "세계 각국이 전해 준 고마운 약속들에 정말 감탄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엔 식량안보정상회의는 지구촌 기아 퇴치를 위해 범세계적으로 논의에 나섰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아쉬운 점을 남겼다.
회의에 상정됐던 여러 쟁점 가운데 각국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엇갈린 부분이 많았기 때문이다.
우선 이번 회의의 최대 쟁점이던 바이오연료에 대한 논의는 결국 미봉책 도출로 끝났다.
공동선언문에선 바이오연료에 대해 "우리는 바이오연료의 생산 및 사용이 지속 가능하도록 보장하는 동시에 글로벌 식량안보의 달성 및 유지를 위해서도 심층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확신한다"는 문구가 들어갔다.
이같이 바이오연료 문제를 외교적 수사 동원으로 봉합한 것은 미국과 브라질 등 바이오 연료 최대 생산국들이 바이오 연료와 식량위기를 연관시키는 것에 대해 거세게 반발한 데다 이를 제압할 뚜렷한 근거가 확보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국과 브라질은 옥수수와 사탕수수 등 바이오연료의 원료를 제공함으로써 농민들의 소득 증대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 옹호하고 있다.
하지만 다른 국가들은 바이오연료 생산으로 인해 식량 생산에 쓰일 농지가 줄어들고 있다면서 바이오연료를 곡물값 급등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식량안보정상회의를 자국의 정치적 입장을 강조하는 데 이용한 경우도 있었다.
로버트 무가베 짐바브웨 대통령은 식민주의가 식량위기를 만들었다고 연설했다.
그는 이 연설에서 영국 출신 지주가 소유했던 토지를 10년간 30만명에게 나눠주자 영국이 보복으로 짐바브웨에 경제제재를 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1987년 짐바브웨 대통령직에 오른 무가베는 20년 넘게 짐바브웨를 철권통치해 온 독재자로 세계의 비난을 받고 있다.
또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은 "서방국가들이 자국의 정치·경제적 목적 때문에 식량가격 폭등을 인위적으로 조장했다"고 말하는가 하면 "이스라엘이라는 국가는 사라질 것"이라고 발언해 식량 문제와는 상관없는 논란까지 불러일으켰다.
쿠바는 공동선언문 채택 과정에서 미국의 40여년에 걸친 경제제재에 대한 불만으로 "식량은 일방적인 정치적 압력의 무기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문구를 삽입해야 한다고 주장해 결국 관철시켰다.
이에 대해 인터내셔널 해럴드 트리뷴(IHT)은 "개막식에서 반 총장이 '10억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식량 부족에 처해 있어 함께 행동할 때만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지만 마이크가 세계 각국의 정치인들에게 넘겨지자 대부분 경제와 정치에 대해서만 이야기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DDA 협상도 도마에 올랐다.
옥스팜 인터내셔널과 액션에이드 인터내셔널 등 세계 50개국의 농민단체 등 비정부기구(NGO)들은 이날 반 총장 등 주요 국제기구 대표에게 공동서한을 보내 "현 식량위기에 대한 무능한 위기 관리는 지난 30년에 걸친 농업 부문의 시장 규제 완화의 실패를 뜻한다"며 "DDA가 다국적 농업기업의 영향력을 강화해 식량가격을 더욱 불안정하게 만들고 개도국의 수입 의존도를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식량안보개발회의가 구체적인 실행 계획은 없이 단순한 선언 차원에 머물렀다는 지적도 있었다.
특히 회의에 참석한 아프리카 국가 중 일부는 "당장 단 한 톨의 곡물 지원도 아쉬운 마당에 속빈 강정과 같이 말뿐인 허술한 선언문 채택에만 머물렀다"며 비난하기도 했다.
하지만 세계 각국이 한자리에 모여 글로벌 식량위기를 놓고 입장을 교환하고 전 세계에 경각심을 일깨워 준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이번 식량안보정상회의가 나름대로 성과를 거둔 데는 지난해 기후 변화에 이어 글로벌 식량위기를 올해의 화두로 삼고 조용하면서도 집요한 지도력을 발휘해온 반 총장의 공도 적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이미아 한국경제신문 기자 mia@hankyung.com
바이오연료 문제는 '구렁이 담넘어 가듯' 전 세계적 식량위기 타개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 3일부터 이탈리아 로마에서 사흘간 열렸던 유엔 식량안보정상회의가 빈곤 퇴치를 위해 총 65억달러(약 6조6527억원)의 기부금을 제공키로 약속하고 5일 막을 내렸다.
이번 정상회의에는 40여개국 정상을 비롯해 151개국에서 고위급 대표단을 파견해 열띤 토론을 벌여 식량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14개 항목의 공동선언문을 채택했다.
공동선언문엔 식량위기에 대한 긴급조치로 유엔 기구들을 비롯한 관련 국제기구와 지역기구 기부국 비정부기구들이 모두 단합해 식량가격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본 저개발국 및 개도국 주민들을 위한 긴급 식량 지원을 확대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중장기 대책으로는 저소득국 및 개도국 빈곤층의 생계 지원 및 농업투자 확대를 위한 '주민 위주의 정책'을 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기후 변화 대처와 관련한 각종 금융시스템 및 투자 흐름에 원주민을 포함해 세계의 소규모 농민과 어민들이 참가하고 혜택을 받을 기회를 창출할 수 있도록 각국 정부가 농업과 임업,어업 부문에 적절한 우선순위를 둘 것을 촉구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이슬람개발은행(15억달러)과 세계은행(12억달러) 아프리카개발은행(10억달러)과 함께 영국 일본 스페인 네덜란드 쿠웨이트 베네수엘라 등이 총 65억달러의 기부금을 내기로 했다.
회의 참가국 정상들은 아울러 현재 제네바에서 진행 중인 세계무역기구(WTO)의 도하개발아젠다(DDA) 협상이 글로벌 식량위기의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공감대에 따라 신속하고 성공적으로 타결돼야 한다고 촉구하고,DDA가 개발도상국의 식량안보에 이바지하고 무역 능력을 구축, 개선하기 위해서 '무역을 위한 지원 패키지'(aid for trade package)가 이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3일 개막 연설에서 "2030년까지 식량 생산량을 50% 늘려야 한다"면서 "식량 증산을 위해서는 앞으로 연간 150억~200억달러의 자금을 투자해야 한다"고 밝혔다.
회의를 주관한 자크 디우프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사무총장은 폐막 후 "이번 회의를 통해 우리는 세계의 빈곤과 식량 생산 및 수요 등과 같은 이 시대의 가장 중요한 문제 중 일부를 해결할 수 있게 됐다"며 "세계 각국이 전해 준 고마운 약속들에 정말 감탄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엔 식량안보정상회의는 지구촌 기아 퇴치를 위해 범세계적으로 논의에 나섰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아쉬운 점을 남겼다.
회의에 상정됐던 여러 쟁점 가운데 각국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엇갈린 부분이 많았기 때문이다.
우선 이번 회의의 최대 쟁점이던 바이오연료에 대한 논의는 결국 미봉책 도출로 끝났다.
공동선언문에선 바이오연료에 대해 "우리는 바이오연료의 생산 및 사용이 지속 가능하도록 보장하는 동시에 글로벌 식량안보의 달성 및 유지를 위해서도 심층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확신한다"는 문구가 들어갔다.
이같이 바이오연료 문제를 외교적 수사 동원으로 봉합한 것은 미국과 브라질 등 바이오 연료 최대 생산국들이 바이오 연료와 식량위기를 연관시키는 것에 대해 거세게 반발한 데다 이를 제압할 뚜렷한 근거가 확보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국과 브라질은 옥수수와 사탕수수 등 바이오연료의 원료를 제공함으로써 농민들의 소득 증대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 옹호하고 있다.
하지만 다른 국가들은 바이오연료 생산으로 인해 식량 생산에 쓰일 농지가 줄어들고 있다면서 바이오연료를 곡물값 급등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식량안보정상회의를 자국의 정치적 입장을 강조하는 데 이용한 경우도 있었다.
로버트 무가베 짐바브웨 대통령은 식민주의가 식량위기를 만들었다고 연설했다.
그는 이 연설에서 영국 출신 지주가 소유했던 토지를 10년간 30만명에게 나눠주자 영국이 보복으로 짐바브웨에 경제제재를 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1987년 짐바브웨 대통령직에 오른 무가베는 20년 넘게 짐바브웨를 철권통치해 온 독재자로 세계의 비난을 받고 있다.
또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은 "서방국가들이 자국의 정치·경제적 목적 때문에 식량가격 폭등을 인위적으로 조장했다"고 말하는가 하면 "이스라엘이라는 국가는 사라질 것"이라고 발언해 식량 문제와는 상관없는 논란까지 불러일으켰다.
쿠바는 공동선언문 채택 과정에서 미국의 40여년에 걸친 경제제재에 대한 불만으로 "식량은 일방적인 정치적 압력의 무기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문구를 삽입해야 한다고 주장해 결국 관철시켰다.
이에 대해 인터내셔널 해럴드 트리뷴(IHT)은 "개막식에서 반 총장이 '10억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식량 부족에 처해 있어 함께 행동할 때만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지만 마이크가 세계 각국의 정치인들에게 넘겨지자 대부분 경제와 정치에 대해서만 이야기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DDA 협상도 도마에 올랐다.
옥스팜 인터내셔널과 액션에이드 인터내셔널 등 세계 50개국의 농민단체 등 비정부기구(NGO)들은 이날 반 총장 등 주요 국제기구 대표에게 공동서한을 보내 "현 식량위기에 대한 무능한 위기 관리는 지난 30년에 걸친 농업 부문의 시장 규제 완화의 실패를 뜻한다"며 "DDA가 다국적 농업기업의 영향력을 강화해 식량가격을 더욱 불안정하게 만들고 개도국의 수입 의존도를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식량안보개발회의가 구체적인 실행 계획은 없이 단순한 선언 차원에 머물렀다는 지적도 있었다.
특히 회의에 참석한 아프리카 국가 중 일부는 "당장 단 한 톨의 곡물 지원도 아쉬운 마당에 속빈 강정과 같이 말뿐인 허술한 선언문 채택에만 머물렀다"며 비난하기도 했다.
하지만 세계 각국이 한자리에 모여 글로벌 식량위기를 놓고 입장을 교환하고 전 세계에 경각심을 일깨워 준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이번 식량안보정상회의가 나름대로 성과를 거둔 데는 지난해 기후 변화에 이어 글로벌 식량위기를 올해의 화두로 삼고 조용하면서도 집요한 지도력을 발휘해온 반 총장의 공도 적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이미아 한국경제신문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