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입학 사정관은 학생 어떻게 뽑나


면접·자기소개서·에세이 등이 당락 갈라

미국 대학 입시선발에서 활용되고 있는 입학사정관 제도가 국내 대학에도 본격 도입되고 있다.

2009년 입시에서 건국대와 한양대는 입학사정관제 전형을 따로 신설했으며 가톨릭대,경북대,경희대,서울대,성균관대,연세대,인하대,중앙대,한양대 등도 입학사정관을 활용해 학생들을 선발키로 했다.

입학사정관이 선발하는 인원은 대학별로 대부분 20명 정도로 모두 500명가량이다.

전체 모집정원 37만8477명의 0.1%를 약간 웃도는 수준이다.

그러나 앞으로는 이 비중이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어떤 기준으로,어떤 학생들이 뽑힐지 대학 관계자뿐 아니라 일반인들도 주목하고 있는 이유다.

2010년 입시부터는 입학사정관제도가 대부분 대학의 입시 전형에서 시작되고 그 다음해부터는 입학사정관 제도에 의해 학생 선발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대는 농어촌 학생전형과 특수교육자대상전형 등 정원 외 특별전형으로 실시하던 것을 입학사정관 전형으로 통합 운영하며 올해는 기회균등 선발 전형에도 입학사정관이 참여하도록 했다.

서울대는 이와 별도로 지난달 말 미국의 아이비리그대학인 코넬대의 도리스 데이비스 입학사정관과 계약을 맺고 학생 선발 시스템 개혁을 전적으로 맡겼다.

데이비스는 학생선발조직과 프로그램에 대한 진단 및 아이비리그의 노하우 전수는 물론 직접 고교를 방문해 한국 학생들의 능력 등을 평가할 계획이다.

입학 사정관제가 본격화되면 수능 점수가 아니라 대학이 자율적으로 원하는 학생들을 선발할 수 있어 대학 입시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얘기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한국 실정에서 주관적 평가 과정에 공정성이 확보되기가 어렵다며 대학의 투명한 평가기준이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 입학사정관이란

미국 교육의 가장 큰 특징은 다양성이다.

고교와 대학 모두 학생을 다양하게 선발하고 학생의 적성에 맞춰 다양한 교육을 제공한다.

신입생 선발과정에서도 마찬가지다.

대학은 수학능력시험인 SAT 점수나 고교 내신 성적보다 학생의 성장 환경이나 경험의 다양성,봉사활동,리더십,성취도 및 대학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가능성 등을 중시한다.

눈에 보이는 정량적 평가가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개인의 잠재적 능력을 끄집어내 평가한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같은 점수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농어촌의 어려운 가정 환경에서 자란 학생과 서울의 중산층 가정에서 자란 학생을 평가할 경우 농어촌 학생의 잠재력을 더 크게 본다는 것이다.

입학사정관은 이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학생의 자질을 찾아내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다.

주로 전직 교사나 교장,대입상담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다.

물론 대학교수로 짜는 대학도 있다.

이들은 대학 지원자의 학업 성취도와 교육여건은 물론 부모의 직업이나 가정환경 출신 지역 등 개인의 특성까지 모두 고려해 평가한다.

필요하다면 학생들이 살고 있는 지역과 학교를 방문하기도 한다.

대학은 학생을 뽑을 때 여러 명의 입학사정관의 의견을 참고로 한다.

필요하다면 한 학생 선발을 위해 몇시간 동안 난상 토론이 벌어지기도 한다.

미국 하버드대는 35명의 입학사정관이 있으며 신입생을 많이 뽑는 버클리대의 경우 약 80명이 입학사정관으로 활약하고 있다.

⊙ 대학입시 어떻게 달라지나

입학사정관 제도가 도입되면서 대학마다 선발 기준과 평가 방식이 달라진다.

물론 수능 점수와 내신 성적의 비중이 약해지지는 않는다.

특기나 적성을 개발할 기회가 없는 우리나라에서 점수는 학생의 잠재력을 평가할 수 있는 유일한 지표다.

면접이나 자기소개서 에세이 등이 주요한 입학 요소로 떠오를 전망이다.

미국의 경우 자기소개서가 입시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자기소개서는 문장력을 포함, 자신의 성장 환경이나 생각 등이 골고루 포함돼 있다.

교수들의 추천서도 상당한 작용을 한다.

미국에서는 교사들이 추천서에 '이 학생을 절대 뽑지 마세요'라는 말을 쓰기도 한다.

사회 봉사활동이나 개인의 특이한 경험 등도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없어서는 안 될 것들이다.

특히 미국 대학들은 아무리 성적이 좋더라도 사회 봉사 경험이 없다면 입학을 거절하는 사례가 매우 많다.

국내 대학들도 앞으로 이러한 분야를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개인의 적성이다.

자신의 전공과 관련된 특기 적성이 있어야 쓸모 있는 잠재력을 가진 학생으로 통한다.

수학을 못하지만 외국어를 잘해 평균 성적이 높은 학생이라 하더라도 이런 학생이 이과에 지원했다면 입학사정관은 이 학생을 선발하지 않을 수도 있다.

⊙ 어떻게 대비해야 하나

당장에는 학생 선발 전부를 입학사정관에 맡기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되면 교육제도에 큰 혼란을 가져다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입학사정관제에 의한 선발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고1이나 중학생은 입학사정관 제도에 대비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입시 전문가들은 가장 중요한 일은 자신의 적성과 능력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가고 싶어하는 대학에서 원하는 학생상과 견주어 그에 걸맞도록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또한 앞으로의 진로 방향,대학과 사회에 기여하고자 하는 것, 사회를 바라보는 안목과 바람직한 대학인상에 대해서도 평소 생각해야 한다고 덧붙인다.

아울러 자기소개서와 에세이 등에 대비하기 위해 틈틈이 글쓰기 연습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하고 친구들과 토론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고 강조한다.

오춘호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