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경제·사회 분야 등 강력한 입김

美 파워 엘리트 100인 중 절반이 유대계

[Global Issue] 미국을 쥐락펴락하는 유대인 '파워'
세계에서 미국의 원조를 가장 많이 받는 나라는 이스라엘이다.

이스라엘은 1948년 독립 이후 미국의 막강한 후원 아래 성장을 지속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은 지금도 매년 평균 30억달러(약 3조원)에 이르는 원조를 이스라엘 제공하고 있다.

이스라엘 건국 이후 미국의 원조액수가 총 1000억달러에 이른다는 통계도 있다.

올해도 유대인 로비단체는 미 의회에서 25억5000만달러 규모의 군비 지원안을 통과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을 정도다.

미국이 이처럼 이스라엘을 적극 지원하는 데에는 유대계 미국인들의 힘을 꼽는 전문가가 많다.

이스라엘 일간지인 예루살렘 포스트에 따르면 미국 내 유대계 인구는 640만명으로 추산된다.

미국 전체 인구의 2.1%에 불과하지만 미국 사회 전체에 미치는 영향력은 그 10배 이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런 유대계 미국인의 영향력은 그들의 로비의 힘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이스라엘 로비 단체인 '미이스라엘공공정책위원회(AIPAC)'의 연례총회가 지난 2일부터 4일까지 워싱턴DC 컨벤션센터에서 열렸다.

미 대통령 선거를 5개월여 앞두고 열린 이번 총회에 참석한 이들의 면면이 화려하다.

사실상 '유대인총회'라고 불리는 이번 총회에 차기 미국 대통령을 노리는 공화당과 민주당의 대선 후보들은 개막식과 폐막식 연설에서 미국의 대 중동정책에 대해 발표했다.

유대계 미국인들의 지지를 받지 않으면 차기 대통령에 당선되기 어렵다는 인식이 깔려 있는 것이다.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과 상하 양원 지도급 의원들도 초청해 미국의 중동정책에 대한 입장을 말했다.

미국 내 유력한 정치인들을 불러 친이스라엘 정책을 표명하도록 압력을 넣어 사실상 충성서약을 받는 셈이다.

이는 미국 내 유대인의 영향력과 로비력이 얼마나 막강한지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민주 공화 양당 대선후보의 AIPAC 총회에서의 공방전은 치열하게 진행됐다.

공화당의 대통령 후보인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2일 개막식 연설에서 핵무기 프로그램을 포기하지 않아 이스라엘의 안보에 위협이 된다며 이란에 대한 강력한 제재를 주문했다.

동시에 이란 지도자들과 조건 없는 대화를 하겠다는 오바마 의원의 제안을 "역사를 심각하게 오해한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매케인 상원의원은 오바마가 외교 경험이 없다는 점을 지적하며 오바마의 정책이 미국과 이스라엘의 안보에 중대한 위협이 될 수 있다고 공격에 나선 것이다.

매케인 의원은 "이스라엘이 질적으로 군사적 우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미-이스라엘 동맹이 영원할 것"이라고 다짐할 정도로 유대계의 지지를 얻어내기 위해 애썼다.

이에 맞서 오바마 상원의원은 4일 AIPAC 총회 폐막식에서 "이스라엘의 안보는 신성불가침이며 협상의 대상이 아니다"며 "예루살렘은 이스라엘의 수도로 분할되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있어야 한다"고 밝히며 친이스라엘 정책을 강하게 드러냈다.

오바마는 이어 "이란보다 이스라엘 안보에 더 큰 위협은 없다"고 지적하며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하지 못하도록 내 모든 힘을 쏟을 것"이라고 말해 총회에 참석한 유대인의 기립박수를 이끌어냈다.

민주당의 또 다른 경선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은 "차기 대통령은 민주당에서 나올 것이며 오바마는 이스라엘의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오바마를 추켜세웠다.

미국에서 유대인의 힘은 정치 분야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느껴진다.

예를 들어 뉴욕시 및 뉴저지주 북부 등 유대인이 많이 모여 사는 곳에선 유대인 휴일에 공립학교가 아예 문을 닫는다.

유대인의 명절인 '하누카'가 있는 12월이 되면 뉴욕 시내 고급 백화점들은 '하누카 세일'을 하며 뉴욕타임스에 하누카 세일광고가 일제히 실리기도 할 정도다.

유대계가 미국에서 이처럼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이유는 유대계가 미국에서 강력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대계는 정치 금융 법조 학계 언론 등 미국 사회 각 분야에 거미줄처럼 퍼져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앨런 그린스펀 전 미 연방제도이사회(FRB) 의장,로버트 루빈 전 재무장관 등 유대계 출신 지도급 인사들은 손으로 꼽기 힘들 정도로 많다.

미국 고위 공직의 15%를 유대계가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정치적 영향력은 막강하다.

2007년 미국의 배너티 페어가 선정한 미국의 파워 엘리트 100명 중 51명이 유대계일 정도다.

미국 50대 기업 중 17개 기업을 유대계가 세웠거나 현재 실질적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뉴욕과 워싱턴의 유명 로펌(법률회사) 변호사의 40%가 유대계라는 통계도 있다.

이들의 경제력과 법률적 영향력이 미국을 이끌고 있으며 이들의 자금력이 이스라엘을 지원하는 정책으로 곧바로 연결돼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학계에서도 유대계 파워는 막강하다.

미국 명문대 그룹인 아이비리그 대학 교수의 30~40%를 유대계가 차지하고 있다는 것은 학계에서 정설로 받아들여질 정도다.

노벨상 수상자 명단에서도 유대계 비율이 아주 높다.

경제학자 중에서 마틴 펠드스타인 하버드대 교수,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와 조지프 스티글리츠, 폴 새뮤얼슨, 밀턴 프리드먼 등 유명 학자들이 유대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론의 힘이 막강한 미국에서 여론을 주도하는 유력 언론사인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월스트리트저널 등 미국 3대 신문의 주요 소유주는 유대계다.

언론재벌 루퍼드 머독을 포함해 미국을 주도하는 언론인의 25%가 유대계라는 의견도 있다.

명문대 진학률에서도 유대계는 다른 소수민족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유대계 대학생 관련 지원단체인 힐렐에 따르면 2003년 기준으로 유대계 학생 비율은 하버드대 29.6%, 예일대 26.7%, 프린스턴대 10.6% 등에 이른다.

아이비리그 전체 기준으로 23.6%에 달해 인구비율의 10배 이상에 이르는 수치다.

유대계가 미국 사회에서 소수민족으로서 이 같은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것은 인재에 대한 투자와 단결된 공동체 의식이 밑바탕이 됐다.

이민 초기 부모 세대가 세탁소 등을 운영하며 경제적으로 안정을 찾으면서 동시에 자식들의 교육에 있어서는 아낌없이 투자한 것이다.

동시에 유대계 커뮤니티를 미국 전역에 세워 유대인이라는 정체성을 유지하도록 했다.

이런 노력이 결실을 맺어 미국 사회 각 분야에서 유대계 유력 인사들이 네트워크를 형성했고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에 그 영향력을 떨치고 있는 것이다.

서기열 한국경제신문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