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비판 통해 구체적으로 설계된 이상향 제시
'나는 생각한다. 나는 존재한다.'
흔히들 이 문구가 근대를 만들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인류의 전 역사를 만든 문구는 무엇일까?
정리해 보건대 '나는 불만족스럽다. 나는 욕망한다.' 이 문장으로 간추릴 수 있을 것 같다.
인간은 꿈을 호흡하며 살아간다.
꿈을 꾼다는 것은 현실의 불완전성을 깨닫고 그 불만 속에서 이상향을 욕망한다는 의미이다.
기존 현실에서 만족을 찾지 못할 경우 우리의 상상력은 욕망과 희망이 날줄과 씨줄로 팽팽히 쳐진 세계를 창조해 낸다.
신화,종교적 약속,환상 동화,가공 여행담 등은 현실에서의 결핍이 표출된 결과이다.
현실의 불만은 그 모든 꿈의 모태가 된다.
그런데 이상적 국가라는 에레원(Erehwon) 나라의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눈치 빠른 이라면 Erehwon이라는 이름이 Nowhere를 뒤집은 단어임을 금세 알아차렸을 것이다.
이상향은 지구상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는 시금털털한 깨달음에서 나온 재치 있는 작명이다.
우리는 어떠한 결핍도 존재하지 않는 완벽한 이상향에 가 닿고자 꿈꾸지만,완벽한 이상향은 불완전한 현실 세계에서는 존재할 수가 없다.
다만 우리는 그 완벽함에 이르기 위해 달리고 또 달리는 것이며 그 끊임 없는 경주 속에서 우리들의 역사가 태어난다.
완전성에 대한 추구는 우리를 여기 이곳까지 치달리게 한 힘이다.
오늘 소개하는 고전은 토머스 모어가 그린 이상향인 '유토피아'이다.
출간 이후 500년 가까이 흐르는 세월 동안 가공의 나라 '유토피아'는 무수한 사상가들에게 깊은 영감을 주며 그 뒤를 잇는 모든 유토피아 저술의 모태가 되었다.
유토피아(Utopia)는 존재하지 않는 장소,즉 세상 어디에도 없는 곳이라는 뜻이다.
에레원(Erewhon) 나라와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토머스 모어의 '유토피아'는 단순히 존재하지 않는 이상향에서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넥타가 흘러 넘치는 신화 속 올림푸스 산과 드높은 명예와 함께 빛나는 발할라 궁전도 유토피아이며,태초의 에덴동산과 중세 기독교의 천년왕국도 유토피아,평화로운 무릉도원도 모두 유토피아다.
그러나 이들 유토피아 세상은 막연하고 추상적이다.
아스라한 동경과 희망이 빚어낸 산물일 뿐 현실상태에 대한 판단 기준을 제시한다거나 현실사회를 조목조목 비판하는 힘이 없다.
반면 토머스 모어의 '유토피아'는 구체적으로 설계된 이상향이다.
즉 플라톤의 '국가론'과 같은 사회공학(social engineering) 서적으로서 이상의 실현을 지향하고 사회의 개혁을 촉구한다.
책의 원제목은 '가장 훌륭한 사회 상태,새로운 섬 유토피아에 대해서·De optimo reipublicae statu,deque nova insula Utopia'인데,제목에서도 토머스 모어가 그의 이상향에 접근하는 진지함을 엿볼 수 있다.
토머스 모어의 예리한 비판과 지혜로운 통찰로 가득한 '유토피아'는 그 의식의 진지함과는 일견 대조적으로 형식은 쉽고 흥미로운 대화 형식으로 꾸려져 있다.
토머스 모어가 피터 자일즈라는 청년의 소개로 만난 가상의 선원 라파엘 히슬로다에우스와 나눈 이야기를 기록한 형식으로서,당대 현실의 부조리와 폐단을 지적하는 제1부와 본격적으로 유토피아 국가에 대해 상술하는 제2부로 책이 구성되었다.
오늘은 우선 토머스가 라파엘과 조우하는'유토피아'의 제1부를 살펴보기로 하자.
⊙ 원문 읽기
세상에는 수펄처럼 그저 남의 노동으로 살아가는 다수의 귀족이 있습니다.
달리 말하자면 수입 증대를 위해 소작인들을 쥐어짜서 먹고사는 자들입니다.
착취는 현실 경제에 대한 그들의 유일한 지식이고,그렇지 않으면 그들의 사치 생활은 낭비로 금방 파멸하고 말 것입니다.
그들은 게으른 생활에 만족할 뿐 아니라 생전에 생업이라고는 전혀 배우지 못한,그들과 마찬가지로 게으른 시종을 떼거리로 몰고 다닙니다.
시종은 그들의 주인이 죽거나 자신들이 병들면 쫓겨납니다.
왜냐하면 귀족은 병든 자들보다 게으른 자들을 더 좋아하고 흔히 상속자로서 물려받는 그 거창한 살림을 유지하기가 벅차 그들을 많이 거느려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쫓겨난 시종들은 도둑질이라도 하지 않으면 영락없이 굶어 죽게 됩니다.
그 밖에 무슨 도리가 있겠습니까?
물론 그는 옷이 다 떨어지고 몸이 녹초가 될 때까지 떠돌아다니다가 오로지 빈민이나 병자의 무리가 될 뿐입니다.
그런 상태라면 어떤 신사도 그를 고용하지 않을 것이고,농부조차 그렇게 하려 들지 않을 것입니다.
온갖 사치 속에서 호화롭게 자라나 화려한 군복 차림으로 으스대는 것에만 젖어 모든 이웃 사람을 멸시하고 살아오던 자들이 그저 돈 몇 푼과 입치레를 위해 곡괭이나 호미를 잡고 성실하게 이웃을 도우며 살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해석
라파엘은 영국에 절도가 횡행하는 이유를 설명하면서 부당한 신분제 사회를 비판한다.
몰락한 농민들이 도적이 되고,생업에 한번도 종사해보지 않았던 시종들이 귀족에게서 버림을 받으면 역시 도적이 된다면서 농민을 수탈하며 무위도식하는 무리를 가차 없이 비판한다.
그러나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통치자요 무적의 영국 국왕인 헨리 8세…'라는 문장으로 '유토피아'의 서두를 시작한 토머스 모어는 교묘한 역할 놀이를 하며 그의 발언에 대한 공격을 살짝 피해 나가려고 한다.
당대 영국 현실을 철저히 비판하며 신분제를 타파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극 중 라파엘'의 목소리에 맞서 신분제를 폐지하자는 것은 고래로부터 있어 온 세상의 존엄성과 고귀함을 모두 없애자는 것이니 부당하다고 맞서는 '극 중 토머스'는 세간의 시선을 조심스럽게 의식하고 있다.
그러나 '유토피아' 전반에 걸쳐 얼마 등장하지 않는 '극 중 토머스'의 소심한 목소리에 비해 대부분의 분량을 차지하고 있는 '극 중 라파엘'의 과감한 목소리는 사회의 모순을 매섭게 비판한다.
그리고 이러한 토머스 모어의 비판의식은 라파엘의 입을 빌려 계속해서 토로된다.
⊙ 원문 읽기
양(羊)들은 온순하고 매우 적게 먹는 동물이었는데,소문에 의하면 너무나 많이 먹고 매우 사나워져서 사람까지 모조리 먹어 치우게 되었답니다.
그래서 농토,집,도시를 황폐하게 만들고 파괴하게 되었습니다.
이 나라에서 가장 질이 좋고 비싼 양털이 생산되는 곳에서는 어디에서나 귀족과 신사,그리고 태만과 사치를 제외하면 성인이라고 할 성직자까지도 조상들의 수입원이었던 토지에서 나오는 소득에 점차 만족하지 않고,심지어는 공공에 해가 되는 짓까지도 서슴지 않고 있습니다.
즉 경작지를 한 뙈기도 남기지 않고,모두 목초지로 만들기 위해 울타리를 치고 집과 마을도 헐어버린답니다.
그래서 양의 우리로 사용하기 위한 교회만 남겨둡니다.
또한 이런 종류의 잘난 인간들은 그네들의 대장원이나 사냥 구역을 만드는 것만으로는 아직 충분히 다 점령하지 않았다는 듯이,인간의 모든 주거지를 파괴하기 시작하고,모든 농경지를 황무지로 만들고 있습니다.
따라서 포식을 모르는 탐욕,나라를 삼키는 공포의 전염병과 같은 탐욕이 농토를 합쳐 수천 에이커나 되는 땅을 울타리로 막은 결과 수많은 소작농이 쫓겨나고 있습니다.
사기를 당하거나 폭력에 의해 협박당한 그들은 재산을 빼앗기거나 아니면 불법행위에 지쳐서 종내 재산을 팔지 않을 수 없게 됩니다.
따라서 이러저러한 상황으로 인해 사람들은 집을 떠나야 합니다.
▶해석
'유토피아'는 양이 사람을 잡아먹는다면서 당대 16세기 영국 사회를 통렬하게 비판한다.
토머스 모어는 라파엘의 입을 빌려 인클로저 운동으로 지주들에게 쫓겨나는 소작농들의 몰락과 고초를 고발한다.
'유토피아'가 가지는 매력과 힘은 이러한 세세한 사회 비판에서 나온다.
어떤 것이 잘못되었고 그른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 지적은 사회의 병폐를 개선하고 사회 변동을 가능하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익숙한 청산별곡에도 유토피아를 희망하는 어느 고달픈 이의 한숨이 스며들어 있지만 그의 고민이 무엇인지 그가 비판하고자 하는 점이 무엇인지 우리는 알 수 없다.
다만 '살어리 살어리랏다 청산애 살어리랏다,멀위랑 다래랑 먹고 청산애 살어리랏다,얄리얄리얄랑셩 얄라리 얄라…'라는 대목에서 절절히 느껴지는 비애감만 와 닿을 뿐이다.
그러나 토머스 모어는'청산애 살어리랏다'라고 말하기 이전에 '왜 어쩌다가 청산에 살고 싶어 하는지'를 말한다.
사회에서 내몰린 이들의 아픔을 안타깝게 여겼던 모어는'짐승인 양만도 못한' 처지에 놓인 인간의 존엄성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한다.
그리고 문제의식은 그의 전공인 사법의 영역으로도 이어진다.
홍보람 s.논술 선임연구원 nikehbr@nonsul.com
'나는 생각한다. 나는 존재한다.'
흔히들 이 문구가 근대를 만들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인류의 전 역사를 만든 문구는 무엇일까?
정리해 보건대 '나는 불만족스럽다. 나는 욕망한다.' 이 문장으로 간추릴 수 있을 것 같다.
인간은 꿈을 호흡하며 살아간다.
꿈을 꾼다는 것은 현실의 불완전성을 깨닫고 그 불만 속에서 이상향을 욕망한다는 의미이다.
기존 현실에서 만족을 찾지 못할 경우 우리의 상상력은 욕망과 희망이 날줄과 씨줄로 팽팽히 쳐진 세계를 창조해 낸다.
신화,종교적 약속,환상 동화,가공 여행담 등은 현실에서의 결핍이 표출된 결과이다.
현실의 불만은 그 모든 꿈의 모태가 된다.
그런데 이상적 국가라는 에레원(Erehwon) 나라의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눈치 빠른 이라면 Erehwon이라는 이름이 Nowhere를 뒤집은 단어임을 금세 알아차렸을 것이다.
이상향은 지구상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는 시금털털한 깨달음에서 나온 재치 있는 작명이다.
우리는 어떠한 결핍도 존재하지 않는 완벽한 이상향에 가 닿고자 꿈꾸지만,완벽한 이상향은 불완전한 현실 세계에서는 존재할 수가 없다.
다만 우리는 그 완벽함에 이르기 위해 달리고 또 달리는 것이며 그 끊임 없는 경주 속에서 우리들의 역사가 태어난다.
완전성에 대한 추구는 우리를 여기 이곳까지 치달리게 한 힘이다.
오늘 소개하는 고전은 토머스 모어가 그린 이상향인 '유토피아'이다.
출간 이후 500년 가까이 흐르는 세월 동안 가공의 나라 '유토피아'는 무수한 사상가들에게 깊은 영감을 주며 그 뒤를 잇는 모든 유토피아 저술의 모태가 되었다.
유토피아(Utopia)는 존재하지 않는 장소,즉 세상 어디에도 없는 곳이라는 뜻이다.
에레원(Erewhon) 나라와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토머스 모어의 '유토피아'는 단순히 존재하지 않는 이상향에서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넥타가 흘러 넘치는 신화 속 올림푸스 산과 드높은 명예와 함께 빛나는 발할라 궁전도 유토피아이며,태초의 에덴동산과 중세 기독교의 천년왕국도 유토피아,평화로운 무릉도원도 모두 유토피아다.
그러나 이들 유토피아 세상은 막연하고 추상적이다.
아스라한 동경과 희망이 빚어낸 산물일 뿐 현실상태에 대한 판단 기준을 제시한다거나 현실사회를 조목조목 비판하는 힘이 없다.
반면 토머스 모어의 '유토피아'는 구체적으로 설계된 이상향이다.
즉 플라톤의 '국가론'과 같은 사회공학(social engineering) 서적으로서 이상의 실현을 지향하고 사회의 개혁을 촉구한다.
책의 원제목은 '가장 훌륭한 사회 상태,새로운 섬 유토피아에 대해서·De optimo reipublicae statu,deque nova insula Utopia'인데,제목에서도 토머스 모어가 그의 이상향에 접근하는 진지함을 엿볼 수 있다.
토머스 모어의 예리한 비판과 지혜로운 통찰로 가득한 '유토피아'는 그 의식의 진지함과는 일견 대조적으로 형식은 쉽고 흥미로운 대화 형식으로 꾸려져 있다.
토머스 모어가 피터 자일즈라는 청년의 소개로 만난 가상의 선원 라파엘 히슬로다에우스와 나눈 이야기를 기록한 형식으로서,당대 현실의 부조리와 폐단을 지적하는 제1부와 본격적으로 유토피아 국가에 대해 상술하는 제2부로 책이 구성되었다.
오늘은 우선 토머스가 라파엘과 조우하는'유토피아'의 제1부를 살펴보기로 하자.
⊙ 원문 읽기
세상에는 수펄처럼 그저 남의 노동으로 살아가는 다수의 귀족이 있습니다.
달리 말하자면 수입 증대를 위해 소작인들을 쥐어짜서 먹고사는 자들입니다.
착취는 현실 경제에 대한 그들의 유일한 지식이고,그렇지 않으면 그들의 사치 생활은 낭비로 금방 파멸하고 말 것입니다.
그들은 게으른 생활에 만족할 뿐 아니라 생전에 생업이라고는 전혀 배우지 못한,그들과 마찬가지로 게으른 시종을 떼거리로 몰고 다닙니다.
시종은 그들의 주인이 죽거나 자신들이 병들면 쫓겨납니다.
왜냐하면 귀족은 병든 자들보다 게으른 자들을 더 좋아하고 흔히 상속자로서 물려받는 그 거창한 살림을 유지하기가 벅차 그들을 많이 거느려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쫓겨난 시종들은 도둑질이라도 하지 않으면 영락없이 굶어 죽게 됩니다.
그 밖에 무슨 도리가 있겠습니까?
물론 그는 옷이 다 떨어지고 몸이 녹초가 될 때까지 떠돌아다니다가 오로지 빈민이나 병자의 무리가 될 뿐입니다.
그런 상태라면 어떤 신사도 그를 고용하지 않을 것이고,농부조차 그렇게 하려 들지 않을 것입니다.
온갖 사치 속에서 호화롭게 자라나 화려한 군복 차림으로 으스대는 것에만 젖어 모든 이웃 사람을 멸시하고 살아오던 자들이 그저 돈 몇 푼과 입치레를 위해 곡괭이나 호미를 잡고 성실하게 이웃을 도우며 살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해석
라파엘은 영국에 절도가 횡행하는 이유를 설명하면서 부당한 신분제 사회를 비판한다.
몰락한 농민들이 도적이 되고,생업에 한번도 종사해보지 않았던 시종들이 귀족에게서 버림을 받으면 역시 도적이 된다면서 농민을 수탈하며 무위도식하는 무리를 가차 없이 비판한다.
그러나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통치자요 무적의 영국 국왕인 헨리 8세…'라는 문장으로 '유토피아'의 서두를 시작한 토머스 모어는 교묘한 역할 놀이를 하며 그의 발언에 대한 공격을 살짝 피해 나가려고 한다.
당대 영국 현실을 철저히 비판하며 신분제를 타파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극 중 라파엘'의 목소리에 맞서 신분제를 폐지하자는 것은 고래로부터 있어 온 세상의 존엄성과 고귀함을 모두 없애자는 것이니 부당하다고 맞서는 '극 중 토머스'는 세간의 시선을 조심스럽게 의식하고 있다.
그러나 '유토피아' 전반에 걸쳐 얼마 등장하지 않는 '극 중 토머스'의 소심한 목소리에 비해 대부분의 분량을 차지하고 있는 '극 중 라파엘'의 과감한 목소리는 사회의 모순을 매섭게 비판한다.
그리고 이러한 토머스 모어의 비판의식은 라파엘의 입을 빌려 계속해서 토로된다.
⊙ 원문 읽기
양(羊)들은 온순하고 매우 적게 먹는 동물이었는데,소문에 의하면 너무나 많이 먹고 매우 사나워져서 사람까지 모조리 먹어 치우게 되었답니다.
그래서 농토,집,도시를 황폐하게 만들고 파괴하게 되었습니다.
이 나라에서 가장 질이 좋고 비싼 양털이 생산되는 곳에서는 어디에서나 귀족과 신사,그리고 태만과 사치를 제외하면 성인이라고 할 성직자까지도 조상들의 수입원이었던 토지에서 나오는 소득에 점차 만족하지 않고,심지어는 공공에 해가 되는 짓까지도 서슴지 않고 있습니다.
즉 경작지를 한 뙈기도 남기지 않고,모두 목초지로 만들기 위해 울타리를 치고 집과 마을도 헐어버린답니다.
그래서 양의 우리로 사용하기 위한 교회만 남겨둡니다.
또한 이런 종류의 잘난 인간들은 그네들의 대장원이나 사냥 구역을 만드는 것만으로는 아직 충분히 다 점령하지 않았다는 듯이,인간의 모든 주거지를 파괴하기 시작하고,모든 농경지를 황무지로 만들고 있습니다.
따라서 포식을 모르는 탐욕,나라를 삼키는 공포의 전염병과 같은 탐욕이 농토를 합쳐 수천 에이커나 되는 땅을 울타리로 막은 결과 수많은 소작농이 쫓겨나고 있습니다.
사기를 당하거나 폭력에 의해 협박당한 그들은 재산을 빼앗기거나 아니면 불법행위에 지쳐서 종내 재산을 팔지 않을 수 없게 됩니다.
따라서 이러저러한 상황으로 인해 사람들은 집을 떠나야 합니다.
▶해석
'유토피아'는 양이 사람을 잡아먹는다면서 당대 16세기 영국 사회를 통렬하게 비판한다.
토머스 모어는 라파엘의 입을 빌려 인클로저 운동으로 지주들에게 쫓겨나는 소작농들의 몰락과 고초를 고발한다.
'유토피아'가 가지는 매력과 힘은 이러한 세세한 사회 비판에서 나온다.
어떤 것이 잘못되었고 그른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 지적은 사회의 병폐를 개선하고 사회 변동을 가능하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익숙한 청산별곡에도 유토피아를 희망하는 어느 고달픈 이의 한숨이 스며들어 있지만 그의 고민이 무엇인지 그가 비판하고자 하는 점이 무엇인지 우리는 알 수 없다.
다만 '살어리 살어리랏다 청산애 살어리랏다,멀위랑 다래랑 먹고 청산애 살어리랏다,얄리얄리얄랑셩 얄라리 얄라…'라는 대목에서 절절히 느껴지는 비애감만 와 닿을 뿐이다.
그러나 토머스 모어는'청산애 살어리랏다'라고 말하기 이전에 '왜 어쩌다가 청산에 살고 싶어 하는지'를 말한다.
사회에서 내몰린 이들의 아픔을 안타깝게 여겼던 모어는'짐승인 양만도 못한' 처지에 놓인 인간의 존엄성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한다.
그리고 문제의식은 그의 전공인 사법의 영역으로도 이어진다.
홍보람 s.논술 선임연구원 nikehbr@nons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