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학기 중간고사가 끝난 우리 학교 친구들은 한숨 돌릴 틈도 없이 AP시험 준비에 여념이 없다.

5월6일부터 15일까지 경제학,통계학,미국사,세계사,물리학,화학,생물학 등 AP 시험을 치르는데 지난 겨울방학부터 많은 친구들이 어려운 원서 공부를 해왔다.

미국 유학을 위해 시험 준비를 하는 것이 아니라 국내 대학의 글로벌 전형과 영어특기자 전형,그리고 국제학부 전형을 위한 것이다.

AP는 Advanced Placement Program의 약자로 대학에서 공부하는 내용을 고등학교에서 미리 배우는 프로그램으로 우수한 고등학생에게 더 높은 학업의 기회를 주기 위한 시험제도다.

미국의 학년이 끝나는 매년 5월에 미국 컬리지 보드(College Board)에서 과목별로 시험을 치른다.

과거에는 미국 대학을 겨냥한 학생들만 준비했던 AP가 최근 1, 2년 사이 글로벌 전형에서 AP 2과목 시험 점수를 자격요건으로 요구하고 영어 특기자 전형과 국제학부 전형에서 서류 점수로 활용하면서 외고 학생들과 일부 강남의 일반고 학생들을 중심으로 AP를 공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다 보니 우리나라는 지원자 수 급증으로 미국 컬리지 보드에서 지정한 장소가 일찍 마감되는 사태가 일어났다.

AP시험 지정장소인 한영외고의 경우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많은 본교생들이 AP시험을 접수하는 바람에 외부학생들의 시험접수를 받지 못하게 되었고, 정작 미국 대학을 지원하는 유학 준비생들은 서울 이외의 다른 지역에서 응시하게 되었다고 한다.

학생들은 학교 내신 성적이 불리한 경우 AP 시험성적이 좋으면 내신을 만점으로 처리해준다는 강남 학원가의 대학입시 설명회의 정보를 듣고 묻지마식으로 AP시험 행렬에 가세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국내 고등학생들은 미국의 수업일정과 전혀 맞지 않는 상황에서 중간고사가 끝나자마자 AP시험을 보게 돼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국내 대학들은 글로벌 전형이나 영어특기자 전형, 국제학부 전형이 국외 고등학교 학생들도 함께 지원할 수 있기 때문에 AP시험 성적을 요구하는 것이고 토플이나 텝스 같은 공인 어학성적이 있는 경우 AP시험이 필수는 아니고 서류에 참고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수험생 입장에서는 비중이 큰 서류점수를 위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토플이나 텝스 같은 공인 어학 성적도 준비하고 경쟁 학생들에게 뒤처지지 않게 AP시험도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외고의 유학반을 다니는 학생들을 제외하고 국내 고등학교에서 AP를 가르치는 학교가 거의 없기 때문에 강남의 학원으로 가야 한다는 점이다.

AP시험은 5점 만점으로 보통 4점 이상을 대학에서 좋은 점수로 인정하기 때문에 짧게는 6개월에서 길게는 2년 가까이 과목별로 학원에서 수강된다.

경제적으로 비용도 문제고 사교육 시장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무시하는 국내 대학의 입시정책이 한심스러울 뿐이다.

국내 대학을 지망하는 고등학생들은 학교 내신 성적과 수능, 공인어학성적, 봉사활동, 그리고 논·구술 준비만으로도 충분히 힘들다.

국내 대학에서는 이러한 수험생들의 현실을 고려할 때 미국의 교과과정 평가까지 굳이 요구해야하는지 면밀히 검토해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이예경 생글기자(한영외고 2년) hse1211@yaho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