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미국의 주도에 의한 세계 평화)' 시대가 저무는가.
베이징올림픽을 앞둔 중국의 야심이 연일 신문을 장식하고,냉전에서 패배했던 러시아가 자원의 힘을 바탕으로 화려하게 부상하고 있다.
반면 전후 유일무이한 '최강대국'으로 군림했던 미국의 위상은 예전 같지 않다.
서브프라임(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에서 시작된 신용경색,좀처럼 수습되지 않는 이라크 전쟁 등 오히려 세계에 평화와 질서보다는 고민거리를 안겨준다는 평가도 나온다.
미국의 리더십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미국인 사이에서도 부쩍 커지고 있다.
지난달 한 조사 결과 미국인의 81%가 '미국이 잘못된 길로 가고 있다'는 데 동의했다.
미국 주간지 뉴스위크의 최근 표지기사 제목은 '나머지 세계의 부상(The Rise of the Rest)'.
팍스 아메리카나의 시대가 저물고 '포스트(後) 아메리카 시대'가 오고 있다는 진단이다.
뉴스위크는 근대 인류가 지금까지 3가지 거대한 권력이동을 겪었다고 분석했다. 15세기 서구 세계의 부상(서구 시대)이 첫번째다.
유럽 세계는 과학과 기술, 상업과 자본주의, 공업과 농업의 혁명을 기반으로 세계의 역사를 바꾸었다.
이 중에서도 미국이 부상한 것은 19세기.
공업화를 이루면서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가 됐고 2차 대전 후 공산주의와의 냉전을 주도하면서 정치적 군사적으로도 맏형 역할을 도맡았다.
미국은 로마 제국이 세계를 지배하던 2000년 전(팍스 로마나) 이후 처음으로 지난 20여년간 슈퍼 파워로서의 위상에 대한 도전을 거의 받지 않았다.
자유 시장과 민주주의를 바탕으로 한 팍스 아메리카 시대에 세계 경제는 극적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이 같은 팽창은 세계 3번째 거대한 권력이동을 낳았다.
중국과 러시아,인도 등 이머징 국가들이 급성장하면서 미국이 독점했던 권력을 나눠갖게 된 것이다.
포스트 아메리카의 징후를 발견하는 일은 쉽다.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은 대만 타이베이에 세워진 508m 높이의 국제금융센터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두바이에 건설 중인 버즈두바이는 이미 630m를 넘어서 지상 최고 빌딩 타이틀을 예약했다.
세계 최대 무역회사는 중국 베이징에 있고 최대 제련소도 인도에서 건설되고 있다.
가장 큰 여객기는 미국이 아닌 유럽의 에어버스가 개발한 A380이다.
가장 큰 투자펀드도 중동 아부다비가 갖고 있다.
문화 제국으로 불리던 할리우드는 세계 최대 영화산업의 자리를 인도의 볼리우드에 내주고 있다.
뉴스위크는 "이런 목록들이 자의적이고 웃기게 들릴지 몰라도 단지 10년 전만 해도 미국이 대부분의 영역에서 최고 자리를 차지했던 것을 생각하면 의미심장하다"고 덧붙였다.
'미국인이 가장 자신있는 스포츠'인 쇼핑 부문도 예전 같지 않다.
세계 최대 쇼핑몰로 꼽혀온 미네소타의 쇼핑센터는 이제 세계 10위에도 들지 못한다.
세계 최고 부자 10명 중 미국인은 이제 단 두명뿐이다.
중국과 러시아,멕시코 등 신흥 부자들이 리스트를 채우고 있다.
최고급 위스키와 패션 명품들도 아시아와 러시아 등 신흥국을 가장 큰 시장으로 여긴다.
미국과 유럽 국가들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들은 세계 경제의 새로운 플레이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머징 시장에 정통한 펀드매니저인 안톤 반 악트마엘은 최근 세계 경제를 이끌어갈 차세대 다국적 기업 25개를 뽑았다.
브라질,멕시코,한국,대만에서 각각 4개 기업이 선정됐다.
중국과 인도,아르헨티나와 칠레,말레이시아,남아공 기업도 포함됐다.
미국의 리더십을 정당화하는 핵심 중 하나는 군사적 논리였다.
테러와 독재국가,핵문제 등 위험에 미국이 적극적으로 대응함으로써 세계 평화를 이끌어간다는 것.
매릴랜드 대학의 한 연구팀은 1980년 중반 이후 전쟁 횟수가 줄어들었다고 분석했다.
테러로 인한 죽음도 최근 몇 년 사이에 급증하긴 했지만 희생자의 80% 이상이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등 일부에 집중됐다.
스티븐 핀커 하버드대 교수는 "세계는 인류 역사상 가장 평화로운 시대를 맞고 있다"고 단언했다.
하지만 세계가 그만큼 평화로워졌는지는 미국인 사이에서도 의심이 높다.
뉴스위크는 "24시간 속보로 폭탄 테러 뉴스를 볼 수 있을 만큼 정보가 빠르게 확산되는 시대"라며 "세계가 갈수록 위험해지고 있다는 인식이 커지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정치 군사적 지위에 대한 당위성이 약해진 가운데 러시아와 중국,사우디아라비아 등 각국은 대량으로 무기를 사들이며 군사력 경쟁에 돌입했다.
이제 세계는 친미냐 반미냐 라는 논쟁에서 벗어나 자국의 필요성에 따라 이슈를 만들어낸다.
팍스 아메리카나의 붕괴는 각국의 국가주의가 거세지고 있는 데서도 드러난다.
최근 중국 베이징 올림픽 성화봉송 과정에서 중국인의 애국 시위는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하지만 미국인 특히 미국 정부는 이 같은 변화의 흐름을 진정으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뉴스위크는 지적했다.
미국이 전해준 세계화라는 이상을 통해 '나머지 세계'가 눈부신 성장을 일궈냈지만 정작 미국인들은 이에 대한 믿음을 잃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국은 교역과 개방,이민,투자에 폐쇄적인 입장으로 선회하고 있다.
미국 리더십의 핵심이었던 세계화와 효율성이라는 이상을 미국 스스로 무너뜨리고 있는 것이다.
뉴스위크는 "나머지 세계가 미국이 주창한 대로 개방을 시작하자 막상 미국이 문을 닫고 있다"며 "미국인들은 새로운 세계가 만들어지고 있음을 보고 있지만 새 세계가 먼 나라와 외국인들에게 의해 만들어지고 있다는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대학은 세계 최고 50개 대학 중 37개를 차지하는 등 교육과 문화 분야에서 자부심을 유지하고 있지만 실상 고급 인력의 절반 가까이는 아시아 등 개도국 출신이라는 것.
뉴스위크는 "가장 효율적이고 개방적인 국가로 자부하던 미국이 활력 넘치는 개도국의 성장세에 짓눌리고 있다"며 "미국인은 스스로를 상대적으로 부자이지만 뚱뚱하고 게으른 국가로 여기기 시작했다"고 고백했다.
영원한 1인자는 없다.
포스트 아메리카의 개막전이 신호탄을 울린 지금,한국을 포함한 신흥국들이 어떤 역사를 쓰게 될지 세계인이 지켜보고 있다.
김유미 한국경제신문 기자 warmfront@hankyung.com
베이징올림픽을 앞둔 중국의 야심이 연일 신문을 장식하고,냉전에서 패배했던 러시아가 자원의 힘을 바탕으로 화려하게 부상하고 있다.
반면 전후 유일무이한 '최강대국'으로 군림했던 미국의 위상은 예전 같지 않다.
서브프라임(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에서 시작된 신용경색,좀처럼 수습되지 않는 이라크 전쟁 등 오히려 세계에 평화와 질서보다는 고민거리를 안겨준다는 평가도 나온다.
미국의 리더십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미국인 사이에서도 부쩍 커지고 있다.
지난달 한 조사 결과 미국인의 81%가 '미국이 잘못된 길로 가고 있다'는 데 동의했다.
미국 주간지 뉴스위크의 최근 표지기사 제목은 '나머지 세계의 부상(The Rise of the Rest)'.
팍스 아메리카나의 시대가 저물고 '포스트(後) 아메리카 시대'가 오고 있다는 진단이다.
뉴스위크는 근대 인류가 지금까지 3가지 거대한 권력이동을 겪었다고 분석했다. 15세기 서구 세계의 부상(서구 시대)이 첫번째다.
유럽 세계는 과학과 기술, 상업과 자본주의, 공업과 농업의 혁명을 기반으로 세계의 역사를 바꾸었다.
이 중에서도 미국이 부상한 것은 19세기.
공업화를 이루면서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가 됐고 2차 대전 후 공산주의와의 냉전을 주도하면서 정치적 군사적으로도 맏형 역할을 도맡았다.
미국은 로마 제국이 세계를 지배하던 2000년 전(팍스 로마나) 이후 처음으로 지난 20여년간 슈퍼 파워로서의 위상에 대한 도전을 거의 받지 않았다.
자유 시장과 민주주의를 바탕으로 한 팍스 아메리카 시대에 세계 경제는 극적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이 같은 팽창은 세계 3번째 거대한 권력이동을 낳았다.
중국과 러시아,인도 등 이머징 국가들이 급성장하면서 미국이 독점했던 권력을 나눠갖게 된 것이다.
포스트 아메리카의 징후를 발견하는 일은 쉽다.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은 대만 타이베이에 세워진 508m 높이의 국제금융센터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두바이에 건설 중인 버즈두바이는 이미 630m를 넘어서 지상 최고 빌딩 타이틀을 예약했다.
세계 최대 무역회사는 중국 베이징에 있고 최대 제련소도 인도에서 건설되고 있다.
가장 큰 여객기는 미국이 아닌 유럽의 에어버스가 개발한 A380이다.
가장 큰 투자펀드도 중동 아부다비가 갖고 있다.
문화 제국으로 불리던 할리우드는 세계 최대 영화산업의 자리를 인도의 볼리우드에 내주고 있다.
뉴스위크는 "이런 목록들이 자의적이고 웃기게 들릴지 몰라도 단지 10년 전만 해도 미국이 대부분의 영역에서 최고 자리를 차지했던 것을 생각하면 의미심장하다"고 덧붙였다.
'미국인이 가장 자신있는 스포츠'인 쇼핑 부문도 예전 같지 않다.
세계 최대 쇼핑몰로 꼽혀온 미네소타의 쇼핑센터는 이제 세계 10위에도 들지 못한다.
세계 최고 부자 10명 중 미국인은 이제 단 두명뿐이다.
중국과 러시아,멕시코 등 신흥 부자들이 리스트를 채우고 있다.
최고급 위스키와 패션 명품들도 아시아와 러시아 등 신흥국을 가장 큰 시장으로 여긴다.
미국과 유럽 국가들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들은 세계 경제의 새로운 플레이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머징 시장에 정통한 펀드매니저인 안톤 반 악트마엘은 최근 세계 경제를 이끌어갈 차세대 다국적 기업 25개를 뽑았다.
브라질,멕시코,한국,대만에서 각각 4개 기업이 선정됐다.
중국과 인도,아르헨티나와 칠레,말레이시아,남아공 기업도 포함됐다.
미국의 리더십을 정당화하는 핵심 중 하나는 군사적 논리였다.
테러와 독재국가,핵문제 등 위험에 미국이 적극적으로 대응함으로써 세계 평화를 이끌어간다는 것.
매릴랜드 대학의 한 연구팀은 1980년 중반 이후 전쟁 횟수가 줄어들었다고 분석했다.
테러로 인한 죽음도 최근 몇 년 사이에 급증하긴 했지만 희생자의 80% 이상이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등 일부에 집중됐다.
스티븐 핀커 하버드대 교수는 "세계는 인류 역사상 가장 평화로운 시대를 맞고 있다"고 단언했다.
하지만 세계가 그만큼 평화로워졌는지는 미국인 사이에서도 의심이 높다.
뉴스위크는 "24시간 속보로 폭탄 테러 뉴스를 볼 수 있을 만큼 정보가 빠르게 확산되는 시대"라며 "세계가 갈수록 위험해지고 있다는 인식이 커지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정치 군사적 지위에 대한 당위성이 약해진 가운데 러시아와 중국,사우디아라비아 등 각국은 대량으로 무기를 사들이며 군사력 경쟁에 돌입했다.
이제 세계는 친미냐 반미냐 라는 논쟁에서 벗어나 자국의 필요성에 따라 이슈를 만들어낸다.
팍스 아메리카나의 붕괴는 각국의 국가주의가 거세지고 있는 데서도 드러난다.
최근 중국 베이징 올림픽 성화봉송 과정에서 중국인의 애국 시위는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하지만 미국인 특히 미국 정부는 이 같은 변화의 흐름을 진정으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뉴스위크는 지적했다.
미국이 전해준 세계화라는 이상을 통해 '나머지 세계'가 눈부신 성장을 일궈냈지만 정작 미국인들은 이에 대한 믿음을 잃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국은 교역과 개방,이민,투자에 폐쇄적인 입장으로 선회하고 있다.
미국 리더십의 핵심이었던 세계화와 효율성이라는 이상을 미국 스스로 무너뜨리고 있는 것이다.
뉴스위크는 "나머지 세계가 미국이 주창한 대로 개방을 시작하자 막상 미국이 문을 닫고 있다"며 "미국인들은 새로운 세계가 만들어지고 있음을 보고 있지만 새 세계가 먼 나라와 외국인들에게 의해 만들어지고 있다는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대학은 세계 최고 50개 대학 중 37개를 차지하는 등 교육과 문화 분야에서 자부심을 유지하고 있지만 실상 고급 인력의 절반 가까이는 아시아 등 개도국 출신이라는 것.
뉴스위크는 "가장 효율적이고 개방적인 국가로 자부하던 미국이 활력 넘치는 개도국의 성장세에 짓눌리고 있다"며 "미국인은 스스로를 상대적으로 부자이지만 뚱뚱하고 게으른 국가로 여기기 시작했다"고 고백했다.
영원한 1인자는 없다.
포스트 아메리카의 개막전이 신호탄을 울린 지금,한국을 포함한 신흥국들이 어떤 역사를 쓰게 될지 세계인이 지켜보고 있다.
김유미 한국경제신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