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 걸은 알파 걸인 것뿐이다.

미국의 아동심리학자인 댄 킨들런은 공부,운동,리더십 등 모든 분야에서 남학생들을 능가하는 새로운 사회계층인 '알파 걸(Alpha Girl)'이 등장했다고 했다.

이는 그리스 알파벳의 첫 글자인 알파를 따서 만든 용어로 높은 사회성과 강한 리더십을 보이는 10대 여고생을 지칭하는 단어다.

알파 걸,남성 중심에서 양성 평등으로 가는 사회의 흐름에 딱 맞는 용어인지 각종 매체에 자주 등장하고 있다.

알파 걸 뿐만 아니라 탄탄한 직장과 경제력을 바탕으로 자기계발에 투자하고 독신 생활을 즐기는 30대 여성을 칭하는 골드미스,강하고 진취적인 미혼여성을 칭하는 스완족(SWANS·Strong Women,Achiever,No Spouse),결혼이나 육아에 중점을 두는 전통적인 여성상보다는 사회적 성공과 고소득에 중점을 두는 새로운 여성상을 칭하는 콘트라섹슈얼 등 해마다 여성을 타깃으로 한 달콤한 신조어들이 쏟아지고 있다.

이와 반대로 남성을 타깃으로 한 신조어들도 흔히 볼 수 있다.

골드미스와 같은 맥락인 골드미스터,보보스족,또 알파 걸을 잘 내조하는 남성을 칭하는 베타남,애완동물처럼 귀엽고 말 잘 듣는 남성을 칭하는 애완남까지 사회의 풍토를 반영한 신조어들도 이루 다 열거 할 수 없을 정도다.

대한민국 사회는 매체와 자본시장의 마케팅이 선사하고 있는 금과옥조 같은 수많은 신조어들에 의해 부화뇌동을 강요당하고 있다.

홍수처럼 쏟아져 나오는 신조어들에 현혹돼 사람들은 자기 정체성마저 잃고 있는지도 모른다.

댄 킨들런이 말한 알파 걸의 의미는 현재 우리 사회에서는 좋은 학벌,수준급의 미모를 갖춘 여성을 지칭하는 것으로 왜곡돼 가고 있다.

왜곡의 선동자는 수많은 매체와 자본시장이다.

각종 TV와 신문에서 알파 걸의 중요 요소는 좋은 학벌이 빠지지 않고 등장하고 골드미스에서 가장 중요한 척도는 고소득 전문직, 그리고 빼어난 미모다.

자본시장은 알파 걸이나 골드미스를 중요 타깃으로 삼고 이들에게 맞는 상품들을 만들어 내고 있다.

쉬운 예로 자기처세술,자기관리법 도서들이 해당된다.

각종 매체와 자본시장이 만들어낸 신조어들은 남성 중심에서 양성평등 사회로 바뀌어가는 사회 풍토를 반영하고는 있지만 사람의 능력을 단순한 상품의 관점에서만 보고 있다.

이런 면에서 매체와 자본시장의 소비자인 우리는 좀 더 주체적인 생각을 할 필요가 있다.

알파 걸이 되어야만 하고 "골드미스가 되어야만 사회에서 성공할 수 있다"고 부르짖는 세상에 오히려 '알파 걸은 알파 걸이었고 나는 내 갈 길을 가자'는 태도가 필요하다.

세상이 만들어 낸 틀에 박힌 인간상에 매달리는 것보다 자신의 삶에 언제나 새로운 가치를 찾고 자신만의 뚜렷한 시각과 관점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이라는 것을 깨닫자.

배수지 생글기자(부산 서여고 3년) mint378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