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자신도 모르고 있었던 인간의 진실은?
서구인들은 근·현대로 오면서 강력한 어퍼컷을 연이어 맞는다.
신이 선택한 유아독존의 생명체,다시 말하면 신의 모형이던 지고지엄한 인간의 위치는 한없이 추락한다.
지동설은 우주의 중심에서 인간을 끌어내려 신의 은총을 의심하게 만들더니,진화설은 신이 세계를 모두 창조하고 나서 이 세상의 관리자로서 신 자신을 본떠 만들었다는 인간의 특수성을 뿌리째 뒤흔든다.
당황스러운 발견 앞에서 세계의 변방으로 몰려난 인간들은 이제 스스로 신에 가 닿고자 프로메테우스가 되려는 시도를 한다.
하지만 스스로를 고양시키려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험난한 도전에 에워싸여 고립된 인간(서구인과 서구화된 비서구인들)의 위치는 절망감의 색채만 더욱 짙게 만들 뿐이었다.
그런데 이렇듯 병약한 인간의 존엄성을 현실 속 자연에서 다시 찾자는 건강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 대표적인 인물 가운데 하나가 오늘 소개하려는 제인 구달(Jane Goodall) 박사다.
1934년 런던에서 태어난 구달 박사는 1960년 침팬지 연구를 위해 아프리카로 건너간다.
탄자니아 곰비 국립공원에서 야생 침팬지를 자연 서식지에서 연구한 독보적인 업적은 그녀를 동물행동학의 태두로 세움과 동시에 인간이 스스로를 바라보는 관점을 새롭게 바꾸었다.
이전에는 비좁은 동물원에 격리시켜 구경만 했던 침팬지를 구달 박사는 자연 생태 안에서 관찰하며 인간과 침팬지가 얼마나 놀라울 정도로 유사한지,그리고 그와 동시에 어떻게 다른지를 살폈다.
수많은 저작을 남기며 활발한 연구활동과 사회활동을 하고 있는 구달 박사는 인간의 존엄성과 인간성은 지구상에서 가장 가까운 인간의 사촌을 자세히 살필 때 찾을 수 있다고 한다.
우리와 흡사하게 닮은 침팬지를 통해 인간을 제대로 이해하고 인간의 건전하고 소박한 존엄성을 다른 생명에 대한 사랑과 존중을 통해 찾는 것이다.
구달 박사의 저서 '인간의 그늘'은 흥미진진한 침팬지 연구를 섬세하게 기록하고 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우리는 '인간의 그늘'에 가려 잘못 이해되었던 침팬지와 그리고 잘못된 '인간의 그늘'에 가려 결국 우리 스스로도 모르고 있었던 인간에 대한 진실을 깨달을 수 있다.
인간의 존엄성과 인간성은 우리와 닮은 침팬지를 통해
인간을 이해하고 인간의 건전하고 소박한 존엄성을 다른 생명에 대한
사랑과 존중을 통해 찾을 수 있다
⊙ 원문읽기
내가 관찰을 시작한 지 8일째 되는 날,데이비드 그레이비어드가 골리앗과 함께 다시 도착했고,그 둘은 그곳에서 두 시간 동안이나 머물렀다.
그래서 나는 관찰을 더 잘할 수 있었다.
그들이 엄지나 검지로 닫혀진 통로 출입구를 긁어서 여는 것과 도구의 끝이 구부러졌을 때 그 끝을 잘라내거나 다른 쪽 끝을 이용하거나,아니면 새 도구를 쓰려고 이전의 것을 버리는 것 등을 관찰했다.
한번은 골리앗이 단단해 보이는 넝쿨을 골라 쓰려고 그 흙더미에서 적어도 15m 떨어진 곳까지 다녀왔으며,두 수컷 모두 한번에 서너 개의 나뭇가지들을 집어다 놓고 필요할 때 차례로 사용했다.
가장 흥미로운 일은 때때로 이들이 잎이 달린 잔가지를 집어서 잎들을 떼어내며 용도에 맞게 다듬는다는 것이다.
이것은 야생동물이 물체를 도구로 단순히 사용하는 것 뿐만 아니라 실제로 물체를 변형시켜 사용하는 도구 제작의 시초를 보여주는 예로서 기록된 것 중에서는 최초의 것이었다.
이전에는 인간만이 유일하게 도구를 제작하는 동물로 간주돼 왔다.
사실은 인간의 정의로 널리 받아들여지는 조항 중 하나가 '도구를 규칙적이고 정해진 양식으로 만드는 동물'이다.
물론 침팬지들은 도구를 어떠한 정해진 양식으로 만들지 못한다.
그러나 그들의 원시적 도구 제작 능력에 대한 나의 초기 관찰로 인해 많은 과학자들은 인간의 정의가 좀 더 복합적이어야 한다는 것을 절감하게 되었다.
이와 같이 정의를 새롭게 세우는 작업이 없다면 우리는 루이스 리키의 말대로 정의에 따라 침팬지를 인간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해석
구달 박사는 그녀가 관찰하는 침팬지들에게 모두 하나하나 이름을 붙였다.
침팬지도 인간처럼 강한 개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침팬지와 인간의 유사성은 각 개체의 고유성에서만 그치지 않는다.
침팬지 역시 인간처럼 도구를 이용하고 제작할 수 있다.
다른 동물과 구별되는 인간의 독자성을 도구의 사용 등에서 찾던 견해들은 침팬지 연구로 입장을 전면 수정하여야만 하였다.
침팬지의 도구 사용과 제작(비록 조악한 수준일지라도)은 사뭇 충격적인 발견이었다.
침팬지들은 비단 먹을 때에만 도구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다.
어미가 품안에 끌어안고 못 만지게 하는 새끼를 살펴보기 위해 나뭇가지로 새끼를 건드려 그 냄새를 맡아보기도 하고, 설사가 나면 나뭇잎으로 밑을 닦기도 한다.
사실 침팬지와 인간의 유사성은 놀라울 정도다.
인간과 침팬지는 유전물질의 99%를 공유하고 있으며,침팬지와 인간의 사이는 침팬지와 고릴라 사이보다도 가깝다.
침팬지는 진화 과정에서 잠깐 다른 길을 걸어간 인류의 사촌이다.
도구 제작만 놀라운 것이 아니다.
침팬지들은 비가 오면 비춤을 추는 감수성을 보이며,인간처럼 서로 간지럼을 태우고 웃고 껴안고 입을 맞추고 호들갑을 떨며 뛰어다닌다.
그리고 새로 태어난 새끼를 축하하고 유아기 유년기 사춘기를 거쳐 집단의 어엿한 구성원이 된다.
구달 박사의 침팬지 연구는 인간은 지구에 홀로 고립돼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생명들의 연장선상에 존재하고 있다는 교훈을 일깨워 주고 있다.
⊙ 원문읽기
마이크가 침팬지 무리에서 서열 제1위에 오르는 과정은 흥미롭고도 주목할 만한 일이었다.
1963년 마이크는 어른 수컷 우위 서열에서 거의 밑바닥에 자리잡고 있었다.
마이크는 바나나도 꼴찌로 먹었고,거의 모든 다른 어른 수컷들로부터 위협당하거나 공격을 받기도 했다.
(중략) 그러나 넉 달 후 우리가 돌아왔을 때 마이크는 몰라보게 달라져 있었다.
마이크는 돌격 자세를 취할 때 15ℓ짜리 빈 등유 깡통들을 점점 더 자주 사용하게 되었다.
갑자기 마이크가 우리의 텐트 쪽으로 조용히 걸어와 빈 등유 깡통을 낚아챘다.
깡통을 하나 더 집어들더니 똑바로 선 채 그가 앉아 있던 곳으로 돌아갔다.
두 개의 깡통으로 무장한 마이크는 계속 다른 수컷들을 노려보았다.
(중략) 마이크는 두 발로 서서 갑자기 소리를 지르고 깡통 두 개를 맞부딪치며 수컷 무리를 향해 돌격해 들어갔다.
점점 강해지는 우우 소리와 더불어 그 깡통들이 부딪치는 소리는 그야말로 소름 끼치는 아우성을 연출했다.
평화스럽게 앉아있던 수컷들이 죄다 달아나 버렸다.
▶해석
침팬지들은 흰 원숭이 무리(구달 박사 일행)에 익숙해지자 곧 주변의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기로 마음먹는다.
연구 캠프에서 바나나를 담아둔 박스의 너트 장치를 풀어버려 바나나 쟁탈전을 벌이기도 하고,바로 위에 나온 예처럼 권력 쟁탈전에 깡통을 적극적으로 사용한다.
진취적인 적극성과 환경에 대한 적응성은 인간만이 가지는 고유한 특성이 아니었다.
그리고 침팬지들과 인간의 유사성은 그 집단행동 양식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인간처럼 침팬지들은 권력을 추종하는 과정에서 책략을 쓰고 제휴관계를 맺는다.
마이크는 육체적인 완력에서는 두드러지는 면이 없는 침팬지였지만 깡통을 두드리는 위협적인 행동으로 서열의 꼭대기를 차지한다.
어떠한 침팬지들은 상호 유대관계를 통해 공동체 내에서 상대방의 지위를 보장해주고 자신 또한 보호받는다.
기존의 선입견과는 달리 야생동물이라 할지라도 물리적 힘만으로 위계 관계를 정하지는 않는 것이다.
또한 권력 쟁탈 와중에 보이는 침팬지들의 폭력성은 인간만큼 살벌하고 침팬지들의 복종 표시는 인간의 그것과 무척 흡사하다.
'손등에 하는 키스'라는 표현에서 인간만을 떠올리면 곤란하다.
침팬지들도 키스하고 절하고 인사하고 서로 위안을 주기 위해 포옹을 한다.
인간에 대한 이해는 인간 안에서만 국한해서 찾을 것이 아니다.
침팬지를 통해 인류가 지금까지 걸어온 발자취를 더욱 넓고 깊게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 원문읽기
대부분의 야생 침팬지들은 어린 새끼를 기르는 데 매우 능숙한 듯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적절한 시기에 플린트에게서 젖을 떼지 못한 플로나,자기 새끼 팜에 대해서 다소 냉담했던 패션처럼 부적절한 행동을 하는 어미도 이따금씩 관찰했다.
그리고 이러한 부적절한 어미의 행동들이 새끼 침팬지들에게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나는 내 아이가 아직 뱃속에 있던 1966년의 몇 달 동안, 그리고 그 조그만 아기가 태어나 내 곁에 있게 된 그 다음해에도 줄곧 곰비에 있었다.
나는 자기 새끼들을 다루는 침팬지 어미들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처음부터 그들의 방법들은 휴고와 나에게 깊은 인상을 주었기에,우리는 신중하게 생각한 끝에 몇몇 방법들을 우리 아기를 기르는 데 적용해 보기로 마음 먹었다.
우선 우리는 우리 아기와 신체 접촉을 가능한 한 많이 하고 애정을 가지고 그와 놀아주기로 했다.
일년 동안은 아기가 원할 때마다 모유를 먹였다.
아기를 혼자 유아용 침대 안에 울음을 터뜨리도록 내버려두지도 않았다.
우리가 어딜 가더라도 아기를 데리고 다녔고,그렇게 함으로써 설사 환경이 달라질지라도 부모와의 관계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도록 했다.
우리가 아이를 야단친 후에는 즉시 신체적 접촉을 통해서 안정감을 주었고,쓸데없는 일을 하지 못하도록 하기보다는 스스로 싫증나게 하려고 노력했다.
▶해석
구달 박사는 어미의 양육 방식에 따라 새끼가 전혀 다르게 성장하는 것을 관찰하고,성공적인 양육법을 자신의 아이에게도 적용해본다.
침팬지의 방식을 인간이 본받는 태도를 어불성설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지만,자연 속의 다른 생명에게서 인간이 배울 점은 무궁무진하다.
46억년의 지구 역사를 12시간으로 환산하면 영장류의 탄생은 물론이거니와 현생 인류의 탄생은 정말 순식간에 불과하다.
그 짧디 짧은 순간을 지구의 전부,우주의 모든 것이라고 오독하였던 인간은 이제 자연의 진실에 눈을 뜨고 다른 생명과의 조화 속에서 인간의 참된 존엄성을 찾아야 할 것이다.
홍보람 s논술 선임연구원 nikehbr@nonsul.com
서구인들은 근·현대로 오면서 강력한 어퍼컷을 연이어 맞는다.
신이 선택한 유아독존의 생명체,다시 말하면 신의 모형이던 지고지엄한 인간의 위치는 한없이 추락한다.
지동설은 우주의 중심에서 인간을 끌어내려 신의 은총을 의심하게 만들더니,진화설은 신이 세계를 모두 창조하고 나서 이 세상의 관리자로서 신 자신을 본떠 만들었다는 인간의 특수성을 뿌리째 뒤흔든다.
당황스러운 발견 앞에서 세계의 변방으로 몰려난 인간들은 이제 스스로 신에 가 닿고자 프로메테우스가 되려는 시도를 한다.
하지만 스스로를 고양시키려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험난한 도전에 에워싸여 고립된 인간(서구인과 서구화된 비서구인들)의 위치는 절망감의 색채만 더욱 짙게 만들 뿐이었다.
그런데 이렇듯 병약한 인간의 존엄성을 현실 속 자연에서 다시 찾자는 건강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 대표적인 인물 가운데 하나가 오늘 소개하려는 제인 구달(Jane Goodall) 박사다.
1934년 런던에서 태어난 구달 박사는 1960년 침팬지 연구를 위해 아프리카로 건너간다.
탄자니아 곰비 국립공원에서 야생 침팬지를 자연 서식지에서 연구한 독보적인 업적은 그녀를 동물행동학의 태두로 세움과 동시에 인간이 스스로를 바라보는 관점을 새롭게 바꾸었다.
이전에는 비좁은 동물원에 격리시켜 구경만 했던 침팬지를 구달 박사는 자연 생태 안에서 관찰하며 인간과 침팬지가 얼마나 놀라울 정도로 유사한지,그리고 그와 동시에 어떻게 다른지를 살폈다.
수많은 저작을 남기며 활발한 연구활동과 사회활동을 하고 있는 구달 박사는 인간의 존엄성과 인간성은 지구상에서 가장 가까운 인간의 사촌을 자세히 살필 때 찾을 수 있다고 한다.
우리와 흡사하게 닮은 침팬지를 통해 인간을 제대로 이해하고 인간의 건전하고 소박한 존엄성을 다른 생명에 대한 사랑과 존중을 통해 찾는 것이다.
구달 박사의 저서 '인간의 그늘'은 흥미진진한 침팬지 연구를 섬세하게 기록하고 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우리는 '인간의 그늘'에 가려 잘못 이해되었던 침팬지와 그리고 잘못된 '인간의 그늘'에 가려 결국 우리 스스로도 모르고 있었던 인간에 대한 진실을 깨달을 수 있다.
인간의 존엄성과 인간성은 우리와 닮은 침팬지를 통해
인간을 이해하고 인간의 건전하고 소박한 존엄성을 다른 생명에 대한
사랑과 존중을 통해 찾을 수 있다
⊙ 원문읽기
내가 관찰을 시작한 지 8일째 되는 날,데이비드 그레이비어드가 골리앗과 함께 다시 도착했고,그 둘은 그곳에서 두 시간 동안이나 머물렀다.
그래서 나는 관찰을 더 잘할 수 있었다.
그들이 엄지나 검지로 닫혀진 통로 출입구를 긁어서 여는 것과 도구의 끝이 구부러졌을 때 그 끝을 잘라내거나 다른 쪽 끝을 이용하거나,아니면 새 도구를 쓰려고 이전의 것을 버리는 것 등을 관찰했다.
한번은 골리앗이 단단해 보이는 넝쿨을 골라 쓰려고 그 흙더미에서 적어도 15m 떨어진 곳까지 다녀왔으며,두 수컷 모두 한번에 서너 개의 나뭇가지들을 집어다 놓고 필요할 때 차례로 사용했다.
가장 흥미로운 일은 때때로 이들이 잎이 달린 잔가지를 집어서 잎들을 떼어내며 용도에 맞게 다듬는다는 것이다.
이것은 야생동물이 물체를 도구로 단순히 사용하는 것 뿐만 아니라 실제로 물체를 변형시켜 사용하는 도구 제작의 시초를 보여주는 예로서 기록된 것 중에서는 최초의 것이었다.
이전에는 인간만이 유일하게 도구를 제작하는 동물로 간주돼 왔다.
사실은 인간의 정의로 널리 받아들여지는 조항 중 하나가 '도구를 규칙적이고 정해진 양식으로 만드는 동물'이다.
물론 침팬지들은 도구를 어떠한 정해진 양식으로 만들지 못한다.
그러나 그들의 원시적 도구 제작 능력에 대한 나의 초기 관찰로 인해 많은 과학자들은 인간의 정의가 좀 더 복합적이어야 한다는 것을 절감하게 되었다.
이와 같이 정의를 새롭게 세우는 작업이 없다면 우리는 루이스 리키의 말대로 정의에 따라 침팬지를 인간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해석
구달 박사는 그녀가 관찰하는 침팬지들에게 모두 하나하나 이름을 붙였다.
침팬지도 인간처럼 강한 개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침팬지와 인간의 유사성은 각 개체의 고유성에서만 그치지 않는다.
침팬지 역시 인간처럼 도구를 이용하고 제작할 수 있다.
다른 동물과 구별되는 인간의 독자성을 도구의 사용 등에서 찾던 견해들은 침팬지 연구로 입장을 전면 수정하여야만 하였다.
침팬지의 도구 사용과 제작(비록 조악한 수준일지라도)은 사뭇 충격적인 발견이었다.
침팬지들은 비단 먹을 때에만 도구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다.
어미가 품안에 끌어안고 못 만지게 하는 새끼를 살펴보기 위해 나뭇가지로 새끼를 건드려 그 냄새를 맡아보기도 하고, 설사가 나면 나뭇잎으로 밑을 닦기도 한다.
사실 침팬지와 인간의 유사성은 놀라울 정도다.
인간과 침팬지는 유전물질의 99%를 공유하고 있으며,침팬지와 인간의 사이는 침팬지와 고릴라 사이보다도 가깝다.
침팬지는 진화 과정에서 잠깐 다른 길을 걸어간 인류의 사촌이다.
도구 제작만 놀라운 것이 아니다.
침팬지들은 비가 오면 비춤을 추는 감수성을 보이며,인간처럼 서로 간지럼을 태우고 웃고 껴안고 입을 맞추고 호들갑을 떨며 뛰어다닌다.
그리고 새로 태어난 새끼를 축하하고 유아기 유년기 사춘기를 거쳐 집단의 어엿한 구성원이 된다.
구달 박사의 침팬지 연구는 인간은 지구에 홀로 고립돼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생명들의 연장선상에 존재하고 있다는 교훈을 일깨워 주고 있다.
⊙ 원문읽기
마이크가 침팬지 무리에서 서열 제1위에 오르는 과정은 흥미롭고도 주목할 만한 일이었다.
1963년 마이크는 어른 수컷 우위 서열에서 거의 밑바닥에 자리잡고 있었다.
마이크는 바나나도 꼴찌로 먹었고,거의 모든 다른 어른 수컷들로부터 위협당하거나 공격을 받기도 했다.
(중략) 그러나 넉 달 후 우리가 돌아왔을 때 마이크는 몰라보게 달라져 있었다.
마이크는 돌격 자세를 취할 때 15ℓ짜리 빈 등유 깡통들을 점점 더 자주 사용하게 되었다.
갑자기 마이크가 우리의 텐트 쪽으로 조용히 걸어와 빈 등유 깡통을 낚아챘다.
깡통을 하나 더 집어들더니 똑바로 선 채 그가 앉아 있던 곳으로 돌아갔다.
두 개의 깡통으로 무장한 마이크는 계속 다른 수컷들을 노려보았다.
(중략) 마이크는 두 발로 서서 갑자기 소리를 지르고 깡통 두 개를 맞부딪치며 수컷 무리를 향해 돌격해 들어갔다.
점점 강해지는 우우 소리와 더불어 그 깡통들이 부딪치는 소리는 그야말로 소름 끼치는 아우성을 연출했다.
평화스럽게 앉아있던 수컷들이 죄다 달아나 버렸다.
▶해석
침팬지들은 흰 원숭이 무리(구달 박사 일행)에 익숙해지자 곧 주변의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기로 마음먹는다.
연구 캠프에서 바나나를 담아둔 박스의 너트 장치를 풀어버려 바나나 쟁탈전을 벌이기도 하고,바로 위에 나온 예처럼 권력 쟁탈전에 깡통을 적극적으로 사용한다.
진취적인 적극성과 환경에 대한 적응성은 인간만이 가지는 고유한 특성이 아니었다.
그리고 침팬지들과 인간의 유사성은 그 집단행동 양식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인간처럼 침팬지들은 권력을 추종하는 과정에서 책략을 쓰고 제휴관계를 맺는다.
마이크는 육체적인 완력에서는 두드러지는 면이 없는 침팬지였지만 깡통을 두드리는 위협적인 행동으로 서열의 꼭대기를 차지한다.
어떠한 침팬지들은 상호 유대관계를 통해 공동체 내에서 상대방의 지위를 보장해주고 자신 또한 보호받는다.
기존의 선입견과는 달리 야생동물이라 할지라도 물리적 힘만으로 위계 관계를 정하지는 않는 것이다.
또한 권력 쟁탈 와중에 보이는 침팬지들의 폭력성은 인간만큼 살벌하고 침팬지들의 복종 표시는 인간의 그것과 무척 흡사하다.
'손등에 하는 키스'라는 표현에서 인간만을 떠올리면 곤란하다.
침팬지들도 키스하고 절하고 인사하고 서로 위안을 주기 위해 포옹을 한다.
인간에 대한 이해는 인간 안에서만 국한해서 찾을 것이 아니다.
침팬지를 통해 인류가 지금까지 걸어온 발자취를 더욱 넓고 깊게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 원문읽기
대부분의 야생 침팬지들은 어린 새끼를 기르는 데 매우 능숙한 듯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적절한 시기에 플린트에게서 젖을 떼지 못한 플로나,자기 새끼 팜에 대해서 다소 냉담했던 패션처럼 부적절한 행동을 하는 어미도 이따금씩 관찰했다.
그리고 이러한 부적절한 어미의 행동들이 새끼 침팬지들에게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나는 내 아이가 아직 뱃속에 있던 1966년의 몇 달 동안, 그리고 그 조그만 아기가 태어나 내 곁에 있게 된 그 다음해에도 줄곧 곰비에 있었다.
나는 자기 새끼들을 다루는 침팬지 어미들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처음부터 그들의 방법들은 휴고와 나에게 깊은 인상을 주었기에,우리는 신중하게 생각한 끝에 몇몇 방법들을 우리 아기를 기르는 데 적용해 보기로 마음 먹었다.
우선 우리는 우리 아기와 신체 접촉을 가능한 한 많이 하고 애정을 가지고 그와 놀아주기로 했다.
일년 동안은 아기가 원할 때마다 모유를 먹였다.
아기를 혼자 유아용 침대 안에 울음을 터뜨리도록 내버려두지도 않았다.
우리가 어딜 가더라도 아기를 데리고 다녔고,그렇게 함으로써 설사 환경이 달라질지라도 부모와의 관계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도록 했다.
우리가 아이를 야단친 후에는 즉시 신체적 접촉을 통해서 안정감을 주었고,쓸데없는 일을 하지 못하도록 하기보다는 스스로 싫증나게 하려고 노력했다.
▶해석
구달 박사는 어미의 양육 방식에 따라 새끼가 전혀 다르게 성장하는 것을 관찰하고,성공적인 양육법을 자신의 아이에게도 적용해본다.
침팬지의 방식을 인간이 본받는 태도를 어불성설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지만,자연 속의 다른 생명에게서 인간이 배울 점은 무궁무진하다.
46억년의 지구 역사를 12시간으로 환산하면 영장류의 탄생은 물론이거니와 현생 인류의 탄생은 정말 순식간에 불과하다.
그 짧디 짧은 순간을 지구의 전부,우주의 모든 것이라고 오독하였던 인간은 이제 자연의 진실에 눈을 뜨고 다른 생명과의 조화 속에서 인간의 참된 존엄성을 찾아야 할 것이다.
홍보람 s논술 선임연구원 nikehbr@nons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