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이곡 '차마설(借馬說)'

- 우리가 소유하고 있는 모든 것은 잠시 빌린 것!
[친절한 금자샘의 교실밖 논술강의] 논제의 보물창고 고전수필 실전논술
위성 사진으로 세계지도를 본 적이 있는가?

도시의 문명을 뜻하는 불빛이 북반구에만 편중돼 있다.

부(富)가 한쪽으로 치우쳐 있음을 알 수 있다.

현대 사회에서 가장 큰 문제점 중의 하나가 바로 소유 구조의 양극화 현상이다.

또한 현대는 물질적 가치보다 지식이나 아이디어, 정보와 같은 지적 재산을 더 중요한 가치로 여기는 시대로 지식이나 정보에 대한 착취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

물질적 재산뿐 아니라 정신적 재산까지도 소수에 의해 지배되는 소유의 불평등과 편중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나는 나를 위한 모든 것을 가지고 싶다.(…)

소유가 나의 목표일진대 많이 소유하면 할수록 그만큼 나의 존재가 커지기 때문에, 나는 점점 더 탐욕스러워질 수밖에 없다.(…)

나의 욕망은 끝이 없기에 나는 결코 행복해질 수 없다.

(에리히 프롬, <소유냐 존재냐> 중에서)

프롬의 글에서도 알 수 있듯이 현대인들은 더 많은 것을 소유하여 물질적으로 풍요로움을 누리고 있지만 결코 예전보다 더 행복하지 않다.

상대적 박탈감과 불안, 그리고 피로는 가중되고 있다.

현대사회에서 소유의 문제점은 무엇인지, 그리고 그 해결책은 무엇인지 다음 제시문을 통해 찾아보자.

※아래 제시문을 읽고 문제에 답하시오

(가) 물리적 재산은 점점 중요성을 잃고 가치도 떨어진다.


반면에 공기처럼 가벼운 지적 재산은 새로운 황금이 된다.

정신이 물질 위로 솟아오른다.

가벼운 제품, 소형화, 부동산의 비중 감소, 저스트인타임 재고 관리, 리스, 아웃소싱.

이 모든 것은 물질성에 역점을 두었던 세계관이 쇠락하고 있다는 증거다.

하지만 이기심, 탐욕, 착취가 똑같이 감소하는 것은 아니다.

접속의 시대에는 착취가 오히려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아이디어를 지배하는 것은 공간이나 물리적 자본을 지배하는 것보다 훨씬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금융 회사들이 순수한 지적 자본에 수천억달러나 투자하는 것은 오랫동안 물리적 자본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해 온 자본주의 시스템의 생리가 확연히 바뀌었다는 증거이다.

(제러미 리프킨, <소유의 종말> 중에서)

(나) 내가 집이 가난해서 말이 없으므로 혹 빌려서 타는데, 여위고 둔하여 걸음이 느린 말이면 비록 급한 일이 있어도 감히 채찍질을 가하지 못하고 조심조심하여 곧 넘어질 것같이 여기다가, 개울이나 구렁을 만나면 곧 내려 걸어가므로 후회하는 일이 적었다.


발이 높고 귀가 날카로운 준마로서 잘 달리는 말에 올라타면 의기양양하게 마음대로 채찍질하여 고삐를 놓으면 언덕과 골짜기가 평지처럼 보이니 심히 장쾌하였다.

그러나 어떤 때에는 위태로워서 떨어지는 근심을 면치 못하였다.

아! 사람의 마음이 옮겨지고 바뀌는 것이 이와 같을까?


남의 물건을 빌려서 하루 아침 소용에 대비하는 것도 이와 같거든, 하물며 참으로 자기가 가지고 있는 것이랴.

그러나 사람이 가지고 있는 것이 어느 것이나 빌리지 아니한 것이 없다.


임금은 백성으로부터 힘을 빌려서 높고 부귀한 자리를 가졌고, 신하는 임금으로부터 권세를 빌려 은총과 귀함을 누리며, 아들은 아비로부터, 지어미는 지아비로부터, 비복(婢僕)은 상전으로부터 힘과 권세를 빌려서 가지고 있다.

그 빌린 바가 또한 깊고 많아서 대개는 자기 소유로 하고 끝내 반성할 줄 모르고 있으니, 어찌 미혹(迷惑)한 일이 아니겠는가?

그러다가도 혹 잠깐 사이에 그 빌린 것이 도로 돌아가게 되면, 만방(萬邦)의 임금도 외톨이가 되고,백승(百乘)을 가졌던 집도 외로운 신하가 되니, 하물며 그보다 더 미약한 자야 말할 것이 있겠는가? (이규보의 「동문선」 제96권에 수록된 이곡의 <차마설(借馬說)> 중에서)

[논제] 제시문 (가)를 통해 알 수 있는 현대사회의 '소유(所有)'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제시문 (나)에서 시사하는 바를 중심으로 문제해결을 위한 자신의 견해를 밝히시오.(700~800자)


⊙ 해설

주장을 펼치는 글에서 중요한 요소 6가지 즉 ① 논제 ② 개념 ③ 주장 ④ 근거 ⑤논변(주장과 근거의 형식) ⑥대안에 대한 검토 중 오늘은 논변(주장과 근거의 형식)과 대안에 대해 알아보자.

논변(주장과 근거의 형식)은 어떤 주장을 포함하는 것으로 전제와 결론으로 이루어져 있는 명제들의 집합이다.

결론은 논변을 통해 주장하는 바이고, 전제는 결론을 뒷받침하는 이유 혹은 근거이다.

논변은 그 형식에 따라 연역(deduction)과 귀납(induction)으로 나눌 수 있으며, 논변이 연역적이냐 귀납적이냐에 따라 타당성과 개연성을 갖춰야 한다.

어떤 논변이 타당(valid)하다는 것은 논변의 전제들이 모두 참이라면 결론이 거짓일 수 없는, 즉 필연적으로 참인 경우이다.

귀납논변은 전제가 결론을 뒷받침하는 정도에 따라 참일 개연성(일반적으로 확률의 의미)이 높거나 낮다. 개연성이 높은 귀납논변이 좋은 귀납논변이다.

대안이란 주어진 질문(논제)에 제공될 수 있는 또 다른 대답(주장)들이다.

주어진 논제에 오직 하나의 대답만 가능하다면 애초에 질문은 나오지 않는다.

지은이의 주장 이외에 가능한 대답들을 대안이라 한다.

대안에 대한 고려없는 주장 글은 반쪽짜리에 불과하다.대안은 논제를 무엇으로 설정하느냐에 따라 다양하게 변한다.

논제를 무엇으로 이해하느냐에 따라 대안이 달라지며 그에 따라 논평의 가치가 달라진다.

대안이 갖춰야 할 속성으로는 다양성과 선택의 정당성이 있다.

다양성이란 주요한 대안들은 빠짐없이 검토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선택의 정당성은 대안을 거부한 근거는 받아들일만한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 예시 답안: 김△△(수도여고)

제시문(가)에서는 지식 정보화 사회에서 오히려 소유의 편중이 심해지는 문제점을 나타낸다.

이러한 물질세계의 소유에 대한 편중현상은 모든 사람들이 자유롭게 정보를 공유하고 누릴 수 있을 것이라는 지식 정보사회에서도 나타난다.

고급 정보를 독점하며 정보의 접근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물질세계에서의 소유에 대한 개념을 적용하여 지식 정보사회의 의미를 퇴색시킨다.

이러한 소유의 편중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소유에 대한 개념을 바꿔야 한다.

현재까지 소유의 개념은 남보다 더 많이 타인의 것을 자신이 보유하여 자신만의 것으로 만드는 것이었다.

이런 소유에 대한 개념은 자기의 만족을 위해 타인이 가지고 있는 희소가치를 약탈하게 된다.

소유의 편중을 막기 위해서는 소유에 대한 새로운 개념을 확립해야한다.

현재까지의 소유의 의미는 개인의 입장에 편중되어 있다.

하지만 사회는 어느 개인 하나로 구성되어 있지 않고 다수의 사람들이 상호 작용하며 이루어져 있다.

개인의 소유물과 역할 또한 타인에 의해 만들어지고 구성되므로 소유의 진정한 의미는 자신의 것을 타인에게도 제공하며 자신이 필요한 것은 타인으로부터 받아 상호작용하는 것이다.

사회에 만연된 개인만을 위한 소유보다는 타인이 존재해야 자신도 존재한다는 사회성에 입각한 소유의 개념을 정의해야 현대사회의 소유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다.

⊙ 강평

논술은 논제와 제시문 분석을 통해 출제의도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이번 논제는 현대사회의 소유의 문제점을 찾아내는 것이 첫 번째 과제이고, 두 번째 과제는 고전수필 '차마설'(借馬說)에서 시사하는 바(올바른 소유의식)를 바탕으로 문제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다.

위 학생은, 물질적 편중의 차원을 뛰어넘어 사회가 정보시대로 변화함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지적 재산의 편중 또는 착취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는 제시문 (가)의 정확한 분석을 통해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또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소유에 대한 개념을 바꾸어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개인의 입장에 편중된 소유의 개념을 사회성에 입각한 소유의 개념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것이다.

바람직한 소유의 형태란 한쪽으로 치우친 모습이 아닌 '부의 평등 및 적절한 분배'가 실현된 모습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학생이 펼치고 있는 주장은 타당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구체성이 부족하다.

소유에 대한 문제해결을 위해 개인이나 사회가 실천할 수 있는 사항과 국가정책 등을 함께 제시해야 좋은 답안이 될 수 있다.

예를 들면 많이 가진 사람이 사회에서 얻은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는 기부문화의 확산으로 '노블레스 오블리주'(프랑스어로 높은 사회적 신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를 실천하자는 등의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한다면 더욱 설득력이 있는 주장이 된다.

또한 제시문 (나) 차마설(借馬說)에서 시사하는 올바른 소유에 대한 의식변화에 대해서도 언급을 해 주어야 한다.

즉 우리가 소유하고 있는 모든 것은 빌린 것이라고 생각할 때 소유에 대한 집착을 버릴 수 있고 소유의 문제로 인한 갈등도 해결할 수 있다는 내용이 추가되어야 논제에 충실한 답안이 될 수 있다.

백금자 신림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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