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이수광 '죽음에 대하여(원제 : 死亡)'

-잘 살아가는 것은 잘 죽어가는 것!

[친절한 금자샘의 교실밖 논술강의] 논제의 보물창고 고전수필 실전논술
'죽다'의 높임말은 '돌아가시다'이다.

인간은 자연의 일부이기에, 죽는다는 것은 인간이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이라는 생각이 담긴 것이다.

"생명을 받으면 그대로 즐기고, 생명을 잃을 경우에는 제자리로 돌아간다(受而喜之 忘而復之 수이희지 망이복지)."

(<장자(莊子)> '대종사(大宗師)' 중에서)

장자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자연을 시작도 없고 끝도 없는 하나의 흐름으로 본다면 삶과 죽음은 나뉘어져 대립하는 것이 아니기에 '죽음'을 '돌아가시다(원래 있던 곳으로 가시다)'라고 생각하는 것도 일리가 있다.

모든 존재는 생겨남과 동시에 소멸의 과정을 밟는다.

사람도 예외는 아니다.

탄생이 곧 '죽음'의 첫걸음이 되는 것은 자연의 흐름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잘 살아가는 것은 잘 죽어가는 것과 같다.

성삼문(成三問)이 죽기 전에 쓴 '절명시(絶命詩)'를 제시문으로 주고 '이 시에 나타난 삶과 죽음 그리고 죽음 이후 세계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기술하라'는 문제가 서울대 2008학년도 모의 논술고사에서도 나왔듯이, 죽음에 대한 문제는 환경문제, 빈부격차와 부의 재분배 문제, 자유와 평등, 생명의료윤리, 사회적 소수자의 문제처럼 논술시험에서 자주 등장하는 주제 중 하나다.

다음 고전수필 이수광의 '죽음에 대하여(원제:死亡)'와 '공자의 죽음관에 관한 글'을 읽고, 인간이 죽음에 대해 가져야 할 바람직한 태도가 무엇인지 가족이나 친구들과 다양하게 의견을 나눠본 다음에 자신의 생각을 한번 써 보자.

※아래 제시문을 읽고 문제에 답하시오.

(가) 태어남은 죽음의 시작이요, 번성함은 쇠퇴함의 시작이다.

영광은 치욕의 징조이고, 소득은 상실의 원인이다.

따라서 나면 반드시 죽게 되고, 성하면 반드시 쇠하게 되고, 영화로우면 반드시 욕됨으로 끝나고, 얻으면 반드시 잃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세상의 변함없는 이치로서, 어리석은 자나 지혜로운 자나 모두 이 이치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세상의 어리석은 사람들은 영화로울 때 치욕이 닥칠 것을 알지 못하고, 왕성할 때 그만둘 줄을 알지 못하고, 영화로움만 탐할 뿐 피할 줄을 알지 못하고, 얻을 것만 생각하고 잃을 것을 걱정하지 않으니, 대체 무슨 까닭인지 알 수가 없다.(중략)

'말세에는 목숨보다 부귀를 더 좋아하는 자가 많다'는 말이 있다.

또 속담 중에 '날 때에 맨몸으로 왔으니 죽을 때에도 맨몸으로 간다'는 말도 있다.

다시 말하면 내 한 몸 이외의 모든 것은 참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좀 더 생각해 보면 내 한 몸이라는 것조차 실은 없는 것이다.

그런데 괴롭게 재물을 모으다가 죽음에 이르러서도 그 헛됨을 깨닫지 못하니 무슨 까닭인지 알 수가 없다.

(이수광 '죽음에 대하여'(원제:死亡) 중에서)

(나) <논어(論語)>에서 자로(子路)가 물었다.

"감히 죽음에 대해 여쭙고자 합니다."

이에 공자는

"삶조자 모르는데 어찌 죽음에 대해 알 수 있겠는가"라고 대답하였다.

공자의 대답은 미래에 대한 준비에 소홀한 소극적 인생관을 드러낸 것이라고, 혹은 미래에 대한 무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폄하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공자의 대답은 너무나 적극적인 삶의 태도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인간은 한계 속의 존재이다.

우리가 알 수 있는 것도, 할 수 있는 것도 모두 제한되어 있다.

이러한 제한 속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은 주어진 현재를 최선을 다하여 살아가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항상 현재에 충실할 때, 행복한 미래가 주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알 수 없는 미래를 걱정하느라 귀중한 현재를 허비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라고 공자는 말한다.

행복한 미래는 미래를 앎에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현재에 최선을 다함으로써 주어지는 것이다.

(고등학교 <철학> 교과서(교학사) 91쪽)

[논제] 제시문에 나타난 죽음에 대한 인식을 비교하고, 인간이 죽음에 대해 가져야 할 바람직한 태도가 무엇인지 자신의 의견을 논술하시오.

⊙ 해설

주장을 펼치는 글에서 중요한 요소 6가지 즉, ①논제 ②개념 ③주장 ④근거 ⑤논변(주장과 근거의 형식) ⑥대안에 대한 검토 중 오늘은 주장과 근거에 대해 알아보자.

주어진 텍스트가 어떤 주장이나 견해와 그것을 뒷받침하는 근거들과 함께 제시되어 있을 때, 그 속에는 아래와 같은 요소들이 기본적으로 포함돼 있어야 한다.

(1) 현안문제 : 제시된 글에서 글쓴이가 주로 다루고 있는 문제

(2) 핵심어 : 제시된 글에서 가장 중요하게 사용되는 용어 혹은 개념

(3) 주장 : 질문 형식을 띤 논제에 대한 대답 또는 현안 문제와 관련해 글쓴이가 제시하는 견해 혹은 해결책

(4) 근거 : 주장을 받아들이는 이유.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도 일종의 주장이며, 그러므로 또 다른 근거에 의해 뒷받침되어야 한다.

이 과정은 합리적인 수용 가능성을 고려해 진행되어야 한다.

글을 읽을 때 주장과 근거들의 논리적 관계를 도식화해 보는 훈련은 글을 구조적으로 읽게 하여 논리적 사고력을 신장시켜 준다.

이러한 과정은 글을 쓸 때도 아주 필수적인 과정이다.

어떤 글을 쓸 것인지 구조화가 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쓴 글은 완성도가 떨어질 뿐만 아니라 중언부언하거나 삼천포로 빠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 예시 답안 : 윤○○(신림고)

제시문 (가)의 이수광은 죽음을 세상의 당연한 이치로 인식한다.

산에 오르막길이 있으면 내리막길도 있듯이 죽음 또한 태어남에서 비롯된 세상의 이치이다.

따라서 죽음은 인간의 태어남과 동시에 삶의 끝에 예정되어 있는 세상의 당연한 흐름으로 본다.

그러므로 이수광은 삶과 죽음 사이의 욕심이나 집착을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부질없는 것으로 본다.

제시문 (나)의 공자는 죽음을 인식할 필요가 없는 것으로 본다.

현실의 삶조차 사람이 모두 인식할 수 없는 것으로 보고 미래의 죽음에 집착하는 것을 부정적으로 본다.

막연한 미래를 준비하거나 두려워하는 것보다는 현실에 충실하는 것이 더 낳은 미래를 위한 길로 생각하여 죽음에 대한 인식을 부정한다.

공자는 막연한 죽음보다는 현실에 충실한 삶을 바람직하게 생각했기 때문이다.

인간은 죽음도 자기의 권리로 인식해야 한다.

삶이 있으면 끝이 있듯이 죽음 또한 인간이 거쳐야 하는 순리이다.

죽음을 막연한 것으로 보기보다는 태어남으로 인해 생기는 삶의 권리 중 하나로 인식해야 한다.

그러므로 죽음에 막연한 공포감을 가지거나 죽음을 외면하고 현세에 집착하는 태도보다는 자신의 삶의 권리 중 하나로 죽음을 받아들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태어남으로 시작하여 죽음으로 끝마쳐야 하는 삶의 권리로 받아들이는 태도를 가진다면 지금 이 순간에 최선을 다하여 후회없는 삶을 살 수 있게 된다.

자신의 죽음을 대비하되 죽음을 받아들일 준비를 하며 자신의 삶에 최선을 다하여 살아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고 또 우리가 취해야 할 자세다.

⊙ 강평

논술문에서는 논제에 충실하지 않은 답안과 추상적이고 근거가 없는 답안을 가장 좋지 않은 답안으로 평가한다.

따라서 논제가 요구하는 죽음에 대한 인식이 이수광과 공자가 어떻게 다른지 파악해 내고 자신이 생각하는 바람직한 죽음관을 써야 하는 것이다.

또한 그에 대한 근거가 타당해야 하며 합리적으로 수용 가능해야 한다.

논리적 구성을 생각하지 않고 자신의 견해만 죽 나열하는 것도 금물이다.

결국 이 문제의 핵심은 삶과 죽음 그리고 죽음 이후의 세계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명확하게 세운 다음 글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위 학생의 글을 보면 제시문에서 죽음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잘 파악하고 있다.

다만 두 제시문의 관점에 대한 비교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두 번째 단락에서 '공자는 막연한 죽음보다는 현실에 충실한 삶을 바람직하게 생각했기 때문이다'라는 문장은 공자의 죽음에 대한 인식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쓴 것이므로 삭제해야 한다.

위 학생이 생각하는 바람직한 죽음관은 죽음을 탄생으로 인해 생긴 인간의 권리로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생각을 가질 때 지금 이 순간 더 충실하게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점은 죽음도 자신의 권리로 생각해서 포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죽음을 권리로만 생각했을 때의 문제점에 대해서 언급을 해주고 대안을 제시해주어야 보다 더 완벽한 글이 될 수 있다.

사후세계를 인정하느냐 안 하느냐에 따라,죽음을 미지의 공포의 대상으로 생각하느냐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살아가는 모습은 많이 달라진다.

'죽음'에 대한 인식과 태도는 '삶'에 대한 인식과 태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인류가 아직까지도 해결하지 못한 숙제이며 정답이 없는 '죽음에 대한 문제'에 대해 고민을 해 본다면, 안락사 문제나 낙태 문제에 대한 결론도 어렵지 않게 내릴 수 있을 것이다.

백금자 신림고 교사


<안내> 이 논술강의 및 첨삭에 관한 질문이나 논술상담은 꿀맛닷컴(http://www.kkulmat.com) '교실 밖 국어이야기'에서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