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총회가 뭐지?
[Make Money] 해마다 이맘때면 '주총 시즌'이라는데…
1987년 세계 경제의 심장부라는 미국 월가를 처음으로 다뤄 금융 영화의 고전으로 꼽히는 '월스트리트'.

이 영화는 월가의 주식 브로커로 일하던 버드가 인생을 뛰어넘기 위해 월가의 큰손 게코와 함께 비정상적인 주식거래로 부를 좇다 파멸로 치닫게 되는 과정을 그렸다.

마이클 더글라스가 연기한 기업 사냥꾼 게코는 주주총회(주총)에 참석해 "탐욕은 선이다"라는 유명한 연설로 소액주주들의 지지를 이끌어냈다.

기업 경영과 관련된 영화를 보면서 심심찮게 접하게 되는 게 주총 장면이다.

주총은 주주들로 구성된 주식회사의 최고 의사 결정기구이다.

이 자리에서 회사는 주인인 주주들에게 지난 경영성과를 보고하거나 주요 경영사항을 승인 받는다.

지난 12일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인 넥센타이어를 시작으로 12월 결산 상장사의 정기 주총이 본격 막이 올랐다.

주총은 무엇이고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열리는지 등에 대해 알아보자.

⊙ 주총이란

주총은 말 그대로 주주들의 전체 모임이다.

이 자리에서 이사 선임이나 정관 변경과 같은 기업의 주요 경영사항을 결정한다.

주총은 정기주총과 임시주총이 있다.

정기주총은 기업이 회계상 정한 결산기(보통 12월 말이나 3월 말)에 1회 이상 일정한 시기에 소집하는 것을 말한다.

임시주총은 필요에 따라 수시로 소집할 수 있다.

주주는 주총에서 의결권을 행사해 경영에 직접 참여할 수 있다.

의결권은 주주가 주총에서 회사의 의사결정에 참가할 수 있는 권리이다.

선거에서는 1인1표이지만 주총에서는 일반적으로 보통주 1주당 한 표의 의결권(1주1표)이 원칙이다.

하지만 의결권이 없는 주식도 있다.

우선주는 회사가 한 해 동안 벌어들인 이익 중 일부를 주주들에게 나눠주는 '배당'에 대해 우선적으로 권리를 갖는 대신 의결권은 없다.

주주가 주총에 직접 참석하지 못할 경우 의결권의 대리 행사도 가능하다.

이 경우 대리인이 위임받은 사실을 증명하는 서류를 주총에 제출하면 된다.

최근 들어 기업은 소액주주들의 권한을 확대하는 방편으로 이사선임 때 집중투표제나 서면투표제를 도입한다.

집중투표제는 2인 이상의 이사를 선임할 때 1개의 주식에 대해 선임할 이사 수만큼의 의결권을 1인에게 집중적으로 행사하거나 여러 명에게 나눠 분산해 투표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예를 들어 5명의 이사를 선임할 경우 4명에 대해선 투표를 포기하는 대신 1명에게 5표를 몰아줄 수 있는 것이다.

서면투표제는 서면을 통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이다.

소액주주들이 의결권을 보다 용이하게 행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 주총 소집과 진행은 어떻게 이뤄지나

기업들은 주요 경영사항을 결정할 때마다 일일이 주주들을 모아 놓고 주총을 열 수 없어 간단한 결정은 이사회에서 이뤄진다.

이사회는 등기 임원이나 사외이사 등으로 구성된다.

우선 이사회가 주총을 소집할 권리를 갖는다.

일시와 장소, 주총 개최 목적 등을 이사회에서 결의해야 한다.

물론 예외적으로 소액주주도 주총 소집을 청구할 수 있다.

이사회 결의 후에는 주총 개최일 2주 전까지 주주들에게 서면으로 통지하거나 거래소 공시를 통해 주총 개최 사실을 알려야 한다.

상장사들은 사업연도가 지나면 그로부터 90일 이내에 지난 1년간의 사업보고서를 감독당국이나 증권선물거래소에 제출해야 한다.

따라서 그 이전에 정기주총을 열어 이를 승인받아야 한다.

주총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주주를 확정하기 위해서는 '주주명부 폐쇄'를 한다.

상장사의 경우 주식을 사고팔면서 수시로 주주가 변경되다 보니 이사회에서 주주명부 폐쇄 기준일을 정해 공표한다.

폐쇄 기준일 이후에 주식을 산 사람은 주총에서 의결권을 갖지 못한다.

주총에서 결의되는 안건은 그 중요도에 따라 보통결의 특별결의 특수결의 등을 거친다.

이사선임이나 배당율 결정, 재무제표 승인과 같은 일반 안건은 보통결의로, 출석한 주주의 과반수만 찬성하면 된다.

그러나 정관 변경이나 영업 양도,감자(자본금 줄임), 이사 해임, 유한회사로 변경 등 특수 안건들은 보다 까다로운 특별결의나 특수결의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이때는 출석주주 3분의 2 이상 찬성 등으로 의결요건이 강화된다.

⊙ 기관투자가 입김 세졌다

상장사의 주총에서 기관투자가의 입김이 나날이 세지고 있다.

기관투자가들이 상장사의 주요 주주로 올라서 있기 때문이다.

작년 말 기준 국내 기관투자가들은 전체 상장법인 366개사의 지분을 5% 이상 보유하고 있다.

기관투자가가 5% 이상 보유한 주식 수는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 합쳐 21억주, 평가금액은 63조원에 달한다.

특히 기관투자가 중 자산운용사는 시중 부동자금이 펀드로 대거 유입된 데 힘입어 보유주식 평가금액이 1년 새 272%나 급증했다.

산업은행은 유가증권시장 내 지분을 5% 이상 보유한 상장사가 18개사에 이르며 그 금액만도 19조4700억원에 달한다.

대표적인 자산운용사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은 31개사, 16조2500억원에 달한다.

자산운용사들은 고객이 맡긴 돈을 운용하면서 투자한 기업에 대해서는 주주로서 권한을 행사한다.

기업들에 대해 높은 배당이나 자사주의 매입·소각 등을 요구하는가 하면 회사 돈을 보다 수익성 높은 투자대상에 굴릴 것을 제안하기도 한다.

한편 기업들은 주총에서 주주들의 마음을 사기 위한 노력을 기울인다.

이른 바 이색 주총이다.

지난해 보아, 동방신기 등이 소속된 연예기획사이자 일본 최대의 음반회사인 에이벡스그룹 홀딩스는 주총장에서 '주주 한정 라이브 무대'를 가졌다.

국내 상장사 중에는 인체공학 의자 전문기업인 듀오백코리아가 주주들을 대상으로 자사 제품을 소비자 가격보다 40%나 깎아주는 할인행사에 나선 적도 있다.

주총에서 삼겹살 파티를 여는가 하면 시음회나 제품 전시회를 통해 자사를 적극 홍보하는 기회로 삼기도 한다.

서정환 한국경제신문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