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금자샘의 교실밖 논술강의] 논제의 보물창고 고전수필 실전논술
2. 장유(張維) '곡목설(曲木說)'


- 구부러진 나무는 유죄, 정직하지 않은 사람은 무죄?

특정 생필품을 매점매석한 뒤 몇 십 배의 가격으로 되팔아 이윤을 챙겨 상거래 질서를 위반한 조선시대 허생은 유죄일까?

무죄일까?

· 양○○ : "그 당시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물건(과일,말총)을 매점매석한 것은 모든 사람들의 생활에 지장을 주었기에 허생은 중범죄인입니다."

· 이○○ : "이익을 낸 돈을 자신을 위해 한 푼도 쓰지 않았고 도적들을 구제하는 데 썼기 때문에 무죄입니다."

· 윤○○ : "허생의 행동이 인정받게 된다면 제2, 제3의 다른 허생이 나타나 사회를 혼란시킬 수 있습니다.

허생은 과정상에서 범죄를 저질렀으므로 결과가 어떻든 처벌받아야 합니다."

작년에 필자가 지도한 신림고 계발활동 '독서토론반' 학생들의 토론내용 중 일부다.

하루 종일 시간을 주어도 결론이 나지 않을 것 같았던 「허생전」찬반토론은 학생들에게 토론한 내용을 바탕으로 논술문을 작성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토론은 내 주장에 대한 근거를 제시할 뿐만 아니라 상대방의 주장에 대한 반박도 생각해야 하기에 상대방 측 주장에 대해서도 깊이 있게 생각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친구들끼리 삼삼오오 짝을 지어서 '한반도 대운하 건설'과 같은 요즘 이슈가 되는 주제에 대해 토론을 해 보고 나서 논술문을 써 보자.

그냥 혼자 제시문을 읽고 논술문을 작성하는 것보다 훨씬 더 깊이있는 글이 나올 것이다.

'곡목설(曲木說)'은 오늘날에 있어서 국가지도자를 뽑을 때 무엇을 가장 우선시해야 하는지 시사하는 바가 큰 고전수필이다.

다음 글을 읽고 주위의 친구들과 열띤 토론을 해 보고 자신의 생각을 글로 써 보자.

※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친절한 금자샘의 교실밖 논술강의] 논제의 보물창고 고전수필 실전논술
이웃에 장씨 성을 가진 사람이 살고 있었다.

그가 집을 짓기 위하여 나무를 베려고 산에 갔다.

장씨가 쓸 만한 재목이다 싶어 도끼를 들고 다가가 뒤쪽에서 바라보니 형편없이 굽은 나무였다.

이에 도끼를 버리고 탄식하였다.

아, 재목으로 쓸 나무는 보면 쉽게 드러나고 판단하기도 쉬운 법이다.

그런데 이 나무를 내가 세 번이나 바라보고서도 재목감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몰랐다.

그러니 겉으로 후덕해 보이고 인정 깊은 사람일지라도 어떻게 그 본심을 알 수 있겠는가?

말을 들어보면 그럴 듯하고 얼굴을 보면 선량해 보이고 세세한 행동까지도 신중히 하므로 우선은 군자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막상 큰 일이나 중대한 일에 당하여서는 그의 본색이 드러나고 만다.

국가가 망하는 원인도 따지고 보면 이러한 사람으로부터 비롯되는 것이다.

장씨가 이러한 생각을 내게 전하기에, 나는 이렇게 말해주었다.

"그대는 정말 잘 보았네.

나무가 구부러졌을 경우에는 아무리 보잘 것 없는 목수일지라도 가져다 쓰지 않는데, 사람이 정직하지 못할 경우에는 버림받지 않고 잘 쓰여지고 있네.

조정을 한번 보게나.

공경(公卿)과 사대부로서 화려한 관복을 입고 궁전에 드나드는데, 그 중 정직한 도리를 간직하고 있는 자는 보지 못했을 것이네.

이런 것들을 보면 굽은 나무는 항상 불행을 겪는데, 사람은 정직하지 않은 자가 항상 행운을 잡는다는 것을 알 수 있네.

옛말에 '곧기가 현(絃:악기 줄)과 같은 자는 길거리에서 죽어 가고, 굽기가 구(鉤:갈고리)와 같은 자는 공후(公侯)에 봉해진다'고 하였네.

이 말은 정직하지 못한 사람이 굽은 나무보다 대우를 받는다는 것을 증명해주고 있는 것이네."

[논제] 이 글에서 시사하는 바를 기준으로 삼아, 국가지도자를 뽑을 때나 국가에서 인재를 등용할 때 가장 우선시되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제시하고 그 이유를 설명하되, 현대적 상황에 맞는 논거를 제시하시오.

학생들이 위 논제를 가지고 쓴 논술문을 보면,지도자의 도덕성이 가장 중요하다,내면의 올바름을 봐야 한다,능력이 가장 중요하다,정당이 가장 중요하다 등 가장 우선시해야 하는 것 하나를 들어서 쓴 글이 대부분이었다.

아래 예시 답안을 함께 읽어 보자.

⊙ 예시답안 : 이상일(대전고)

현재 우리 사회의 지도자들은 도덕적으로 깨끗하지 못하다는 문제점이 있다.

국가를 다스리는 지도자를 뽑을 때에는 도덕성을 우선시해야 한다.

하지만 일부 사람들은 지도자의 조건으로 도덕적인 측면보다 능력이나 정당을 우선시한다.

이러한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후보는 바늘 도둑이 소 도둑 되듯이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하지 않고 자신의 욕심을 채우는 데에만 급급하다.

유유상종이라는 말도 있듯이 비도덕적인 지도자에게는 사익을 추구하는 정치인들과 부패관리와 같은 비도덕적인 인물들이 모여든다.

따라서 능력이나 정당만을 보고 지도자를 선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지도자를 뽑을 때에 철저한 도덕적 검증을 통하여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후보는 지도자가 될 기회를 박탈해야 한다.

또한 국민들에게 지도자가 되려고 하는 후보들의 과거 전과기록,병역문제,세금체납 등을 공개하여 국민들이 도덕적으로 깨끗한 후보를 선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지도자를 뽑는 국민들도 경제만 발전하면 부도덕적인 후보자도 지도자가 될 수 있다는 성과지상주의를 극복해야 한다.

경제개발만 하면 그만이라는 사고는 과거 경제개발을 이유로 장기집권을 했던 독재정권을 긍정하는 비민주적 태도이다.

지도자를 뽑는 국민들은 민주주의적 태도에 입각하여 도덕성을 기초로 하여 지도자를 선출해야 한다.

⊙ 강평

위 학생의 글을 보면 ①'능력이나 정당을 우선시했을 때의 문제점을 제시'하면서 '도덕성을 가장 우선시해야 한다'는 자신의 주장을 펼치고 있다.

또한 ②국가 차원 국민 차원에서 나누어서 보고 있으며,③근현대사 수업 시간에 배운 내용을 근거로 제시하면서 설득력을 높이고 있다.

또한 ④서론의 처음과 결론의 마지막 부분에서 자신의 주장을 썼기에 주장이 명확하게 전달이 되고 있다.

수능에는 정답이 있지만,논술에는 정답이 없다.

위 논제의 경우에도 정답은 없다.

자신의 주장을 펼칠 때 얼마나 설득력 있는 근거를 제시하느냐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주장을 펼치는 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논거인데,논거로 반드시 유명한 철학자의 주장을 들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자신이 처한 현실 속에서,주변에서,학교에서 배운 교과내용에서 찾아본다면 훨씬 더 설득력이 있게 된다.

대입논술의 화두로 떠오른 '통합논술'의 개념은 제시문의 내용이 통합적으로 나온다는 의미가 아니다.

'학생 스스로 각 교과시간에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통합해서 쓰는 논술이다'라고 현장 교사들은 정의내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