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는 마을과 발가벗긴 채 울부짖는 어린 아이의 사진 한 장, 보트 피플, 베트콩, 라이따이한,…' 하노이의 '노이 바이' 공항에 도착하기 전까지 내 머리 속에 떠오르던 베트남과 관련된 모습과 단어들이다.

그동안 내가 접한 베트남에 대한 정보는 피상적이거나 부정적인 것이 대부분이었다.

베트남 여성과의 결혼 안내문, 하롱베이의 멋진 풍경을 배경으로 한 항공사의 홍보 광고.

어떻게 보면 다소 부자연스럽고 혼란스런 이미지들이 나의 뇌리 속에 자리잡고 있었다.

좀 더 피부에 와 닿는 베트남을 알고 싶었다.

어쩌면 이 때문에 이번 '생글생글교사 베트남 산업연수'를 나름대로 기다렸는지도 모른다.

베트남의 아침은 활기찼다. 내가 평생 보아왔던 오토바이를 아침 한 나절에 다 볼 수 있었다.

이른 시각부터 엄청난 오토바이 행렬은 베트남 사람들은 게으를 것이라는 평소의 생각과는 다른 것이었다.

과거 어느 외국인이 '대한민국 경제 성장의 의지력을 만원버스와 콩나물 지하철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고 했던 것처럼 하노이 거리를 가득 메우고 있는 오토바이의 행렬에서 베트남의 미래를 가늠해 본다면 다소 무리가 있는 것일까?

[스페셜] 생글교사 베트남 연수기-학생들의 밝은 표정에서 베트남 경제 발전의 힘 읽을 수 있어
어떻든 조금(?) 무질서한 거리의 차량 사이를 뚫고 우리 일행은 'M V 로모노숍(Lomonoxop)'고등학교를 방문하는 것으로 첫날 일정을 시작했다.

다음 날 '문묘(Van Mieu)'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지만, 베트남은 일찍부터 학문 장려에 대한 관심이 많았던 같다.

이 같은 전통과 의식은 오늘날 베트남의 남다른 교육열에 잘 나타나 있다.

우리가 방문한 학교는 1991년 러시아와 중국의 도움을 받아 설립된 학교로 88개 학급에 2700명이 중·고등학교 과정을 배우고 있었다.

4개 외국어를 배우고 대학 진학률 또한 높다고 하니 북부 베트남 지역에서는 꽤 실력 있는 학교인 듯하였다.

학생들의 수업에 다소 방해가 되는 것이 미안했지만, 자유스럽고 밝은 표정으로 수업에 참여하는 교사와 학생들의 모습을 보니, 이곳이 과연 사회주의 공화국의 학교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경제의 변화는 사회 각 분야의 모든 변화를 빠르게 이끌어 내고 있다.

교육도 그 중의 하나가 아닐까?

[스페셜] 생글교사 베트남 연수기-학생들의 밝은 표정에서 베트남 경제 발전의 힘 읽을 수 있어
오후에는 하노이 시 외곽의 산업단지 내에 있는 '신원'하노이 공장을 방문했다.

하노이에서 서북쪽으로 60㎞ 정도 떨어진 이 곳에는 '신원'을 비롯해 우리 기업만 12개 업체가 진출해 있다.

2700명의 현지 종업원이 일하고 있는 공장 내부에 들어가 보니, 우리나라의 1970년대 구미지역에 자리잡고 있던 공장을 그대로 옮겨 놓은 것 같았다.

'섬유(의류)'와 '직물'은 현재 베트남의 주요 수출품목이다.

2006년에 58억달러를 수출해 상위 두 번째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공장 구석구석을 견학하면서 마주치는 베트남 노동자의 눈을 통해 그들의 삶의 의지와 함께 시장 경제의 냉엄한 법칙을 같이 읽을 수 있었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개성공단'에서 생산되는 제품들이 '한국산'으로 인정이 된다면 굳이 이곳까지 와 공장을 짓지 않더라도 물류비를 아껴 더 좋은 제품을 우리 민족의 손으로 만들 수 있지 않을 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스페셜] 생글교사 베트남 연수기-학생들의 밝은 표정에서 베트남 경제 발전의 힘 읽을 수 있어
두 번째 날에는 'LG전자 하노이 공장(LGEVN'S Supplier)'을 방문했다.

하노이 근처 하이퐁공장과 함께 전자제품을 생산하는데 하노이 공장에서는 주로 TV를, 하이퐁공장에서는 에어컨, 냉장고, 세탁기 등의 생활 가전제품을 생산하고 있었다.

이경희 공장장의 설명에 의하면 엄격한 심사를 통해 현지 종업원들을 채용하고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직률이 30%에 이른다고 한다.

회사 측에서는 다양한 복지 혜택과 재교육 등을 통해 이를 최소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단다.

하지만 경제 성장으로 높아지는 베트남 근로자들의 기대 수준을 어떻게 적절히 맞춰나가는가는 우리 기업들이 함께 고민해야 할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연수 중 김원호 하노이무역관장으로부터 '베트남의 시장특성 및 투자환경'에 대한 강의도 들었다.

그에 따르면 베트남은 현재 사회경제개발 5개년 계획(2006~2010)을 세우고, 전국을 6개 권역으로 구분해 총 432억달러를 산업발전에 집중 투자할 계획이라고 한다.

베트남은 현재 인구의 70% 이상이 30세 이하이고 2015년이면 8500만의 인구가 1억명에 이르는 성장잠재력이 매우 큰 나라다.

이미 2002년 이후 7년간 연 7% 이상의 고도성장을 계속해 오고 있다.

베트남은 정치적 안정을 바탕으로 친기업 정책과 풍부한 자원과 값싼 노동력 등을 내세우며 외국 자본을 적극 유치하고 있었다.

김 관장은 "최근 다국적 기업들이 'China+One' 전략에 따라 해외 공장을 중국이외 지역에 하나 더 짓고 있는데 베트남이 +원의 국가로 부상하고 있다"고 했다.

이미 베트남에 많이 진출해 있지만 우리 기업들이 더 많이 진출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연수 일정을 마치고 '홍강'의 다리를 건너 공항으로 가는 길가에 많은 나라에서 온 기업들의 광고판이 베트남 밤하늘을 밝게 비추고 있었다.

앞으로 베트남이 저 불빛을 꺼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많은 부분에서 제2의 '도이 머이'(개방개혁정책)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베트남의 취약한 산업 인프라는 경제 성장의 큰 걸림돌이 아닐 수 없다.

또 고급 인력의 양성도 시급하며, 사회주의 국가의 고질인 불편한 행정 수속도 개선되어야 할 점이라고 본다.

전주 해성고 강성일 선생님 k123512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