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선 위에 참새들이 떼지어 앉아 있다.

포수가 그들을 향해 총을 겨누고 있다.

포수의 총에서 튀어나온 총알은 새들을 향해 날아간다.

드디어 한 마리 새가 총에 맞았다.

순간 그 새는 '으악'하고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이 새는 어떤 새인가?

사람들은 이 퀴즈의 답을 '으악새'라고 한다.

왜냐하면 새가 '으악'하고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답은 참새다.

이야기 초반에서 참새가 떼지어 앉아 있다고 했기 때문이다.

이야기를 들으면서 우리는 앞의 전제 조건을 잊어버렸기 때문에 참새라고 대답하지 않는다.

대신 으악새라는 노래 가사의 한 구절이 무의식적으로 연상되면서 으악새라고 대답한다.

이런 유치한 퀴즈를 자기도 모르게 틀리듯,논술에서도 우리는 쉽지만 유치한 실수를 할 때가 있다.

여러 개의 제시문을 보다보니 논제를 놓치고 자신의 기준대로 글을 쓸 때가 있다.

마치 참새라는 전제 조건을 놓치고,시쳇말로 '으악'이라는 의성어에 낚이는 것처럼.

논술 문제는 크게 세 가지로 구성되어 있다.

우선 논제가 나오고,그 다음에 여러 개의 제시문이 나온다.

마지막으로 유의사항이 나온다.

순서는 다르더라도 이 세 가지 구성 요소로 이루어진 것이 대학 논술 문제다.

이 중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가장 짧은 논제다.

때문에 대부분의 논술 문제에서 논제는 짙은 글씨체로 되어 있다.

하지만 여러 개의 제시문을 읽다보니 논제에서 제시하는 조건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

서강대 논술 문제 중에서 순수하게 학생들의 요약 능력을 묻기 위한 문제가 있었다.

문제인 즉 2000자 이상의 제시문을 읽고 자신의 견해를 배제한 채,기승전결로 요약하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학생들의 40% 이상이 요약을 하면서 자신의 견해를 넣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20%는 기승전결의 형식이 아닌 단순한 산술적 형태의 요약문을 만들었다고 한다.

왜 절반이 넘는 학생들이 단순한 요약 문제에 낚인 것일까?

대부분의 논술 문제는 자신의 견해를 쓰거나 자신의 입장을 밝히라고 한다.

그렇게 써야한다고 교육을 받았다.

그러나 보니 우리는 그저 요약하라는 논술 문제에서도 자신의 입장과 견해를 세운 것이다.

분명히 논제에서는 짙은 글씨로 두 가지의 조건을 제시하였다.

그런데 우리는 논제의 조건을 무시하였다.

그것은 2000자 이상이나 된 제시문의 길이에도 원인이 있었다.

그렇다고 제시문의 길이만을 탓하겠는가?

조건이 분명히 논제 속에 써 있는데도 눈뜬 장님격으로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 자신의 탓은 아닌가.

그래서 논술을 쓸 때는 항상 확인하자.논제 속에 어떤 조건이 녹아 있지 않나를.

적어도 편견없는 마음에서 논제를 두 번 이상 읽어보아야 한다.

논술 문제에서 제시문의 현상에 대한 원인을 밝히라고 하는 문제가 많다.

그런데 원인을 밝히라고 했을 때,그 앞에 수식어로 놓여있는 '사회적' 또는 '역사적','과학적'이라는 수식어가 없는지 확인해야 한다.

'사회적 원인,역사적 원인,과학적 원인'이라는 구를 보면 우리는 쉽게 '원인'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앞에 붙은 '사회적,역사적,과학적'이라는 수식어도 중요하다.

왜냐하면 그 수식어는 논술의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며,채점의 조건이 되기 때문이다.

사회적 원인을 쓰라고 했는데,과학적 원인을 제시했다고 하면 논제에서 벗어난 글이 된다.

가장 단순한 사실이지만 논제대로 쓰자.

어떤 대학의 논술 문제는 심지어 논제의 조건대로 쓰면 저절로 구성이 되는 경우도 있다.

끝으로 논술 문제에서 도표나 그림이 출제되는 경우도 많이 늘고 있다.

그 경우 도표상의 숫자만 볼 것이 아니라 도표의 하단에 위치한 제목을 눈여겨 보아야 한다.

제목은 해석의 단서를 제공해 주는 것이자,논제에서 말하지 못한 또 다른 조건의 단서를 제시해 주기 때문이다.

연세대 논술 문제에 나온 티치아노의 '인생의 세 시기'를 보자.
[닻별 황샘의 사통팔달 실전논술] 8. 으악하고 울면 으악새(?)
이 그림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 것이며,어디에 초점을 두고 감상해야 하는 것인가?

그러나 제목을 보자.

'인생의 세 시기'라는 제목을 보면 세 군데의 감상 초점이 보인다.

건장한 청년 그리고 천사와 함께 있는 아이들 저 구석에서 해골을 보며 회한에 젖어 있는 노인.

제목을 보기 전까지는 노인의 존재는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러나 제목을 통해 우리는 이 그림의 인간의 삶의 과정을 표현하고 있으며,잘 인식하지 못했던 해골 든 노인의 존재를 보게 된다.

왜 논술 문제에서 논제는 짙은 글씨로 되어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자.

그리고 필자나 작가가 최종적으로 고심해서 붙이는 제목에 주목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