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교육대학교의 논술은 교대 논술의 가장 대표적인 유형을 포함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호에서는 경인교대의 2007학년도 정시논술을 분석해 본다.

논술은 기본적으로 제시문에 대한 독해가 관건이다.

이 점을 염두에 두되,교대·사대에서 특히 강조하는 교육적 견지에서의 분석을 중점적으로 살펴보길 바란다.

⊙ 경인교대 2007학년도 정시논술

[논제] (가)와 (나)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현대 사회의 특성 및 인간의 세계 인식 방식을 설명하고,이러한 특성과 인식 방식이 교육에서 나타나는 양상과 그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논술하시오.

(가) 컴퓨터를 생각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일상생활의 기술이 발전하면 세상을 보는 우리의 눈도 달라진다.

그림이나 사진도 따지고 보면 자연을 나름대로 그려 보이는 것이다.

여기 해바라기와 백합이 있다.

때로는 우리의 눈으로,때로는 반 고흐나 모네의 작품을 통해 이 꽃을 바라본다.

결혼식 장면은 사진이나 비디오테이프에 담겨 기억 속에 남는다.

컴퓨터 역시 사물을 재구성할 새로운 방법을 제공한다.

컴퓨터를 통해 우리는 자연을 재현해 낸다.

원래의 자연을 토대로 상상력과 유추를 더해 제2의 자연을 만들기도 한다.

스크린 위의 대상들은 물리적인 실체가 없다.

이런 의미에서 스크린 위의 삶이란 기원도 근거도 없다.

실제 세계를 본떠서 만든 기호들이 실제 세계를 대신하고 있다.

이 미학은 조작이나 재조합과 관련이 깊다.

(중략)

디즈니랜드의 로봇 악어와 실제 악어 중 어느 쪽이 더 실감이 날까?

생생하기로는 디즈니랜드 쪽이 나을 것이다.

이리저리 눈을 굴리거나 옮겨 다니고 능숙한 솜씨로 잠수했다가 다시 떠오르기도 한다.

애초부터 흥미를 자극하기 위해 만들어진 만큼 단숨에 시선을 사로잡는다.

반면 늘 잠이나 자는 동물원 악어한테서는 이런 재주를 기대하기 어렵다.

식물원에 간 아이가 안내원에게 꽃이 피는 모습을 보여 달라고 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처럼 저속 촬영한 연속 화면을 보고 싶었던 것이다.

(나) 말보로는 원래 여성용 담배였으나 판매가 부진하자 남성용 담배로 변신을 시도하였다.

회사는 광고를 통해 남성적인 이미지를 담배에 연결하고자 하였다.

남성적 이미지가 강한 '말보로 맨'을 광고 전면에 등장시켰다.

이들은 하나같이 문신을 하고 있는 여러 계층의 남자들로 표현되었는데,그 중에서도 카우보이가 다른 계층의 모델에 비해 효과적이었다.

또 이들의 남성적인 면을 더욱 강조하기 위해 실제 말을 타거나 소를 모는 카우보이들을 등장시키고 그들의 소품을 활용하였다.

결국 말보로 맨은 강한 남자의 상징이 되었고,이 광고가 시작되면서 말보로의 시장 점유율은 급속히 증가하였다.

사람들은 이 광고를 보면서 또는 이 담배를 피우면서 마치 자신이 서부의 사나이가 된 듯한 착각을 할 수 있다.

사실 서부의 사나이란 미국인들에게 노스탤지어적 이상형이다.

이 서부의 사나이를 보면서 대부분의 미국인은 잠시나마 정서적 일체감을 맛볼 수 있는데,이것이 도시 생활에 찌든 샐러리맨들의 해방구,즉 이상향은 '말보로 컨트리'로 진입하는 길이다.

⊙ 출제 의도

경인교대를 비롯해 논술고사를 치르는 교육대학들은 대개 교육적인 함의를 담고 있는 사건이나 이론을 소개한 뒤,이에 대한 논의를 발전시키거나 대안 제시를 요구해 왔다.

서울교대의 몇몇 기출 논술고사를 제외하고는 이러한 형태의 논제 부과가 정형화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번 2007학년도 논술고사는 기존의 기출 논술고사와 미세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바로 바람직한 교육적인 해결방안이나 올바른 교사의 역할을 묻던 것에서 '자신의 의견 논술'이라는 다소 추상화된 범주로의 이동이다.

이를 긍정적으로 해석한다면 글의 방향을 설정하는 데 학생 자신이 개입할 여지가 보다 커졌음을 의미한다.

기존의 출제 유형대로 교육이 나아가야 할 이상향을 제시할 수도 있고,바람직한 교사상을 전개해 나갈 수도 있다.

혹은 원론적인 수준에서 그것의 이론적 타당성을 검토하거나 찬성·반대의 의견을 개진하는 방법도 있다.

그러나 이를 부정적으로 해석한다면 지시문이 예전만큼 '친절한 안내자'의 역할을 수행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논의의 범위를 한정적으로 제시하지 않고 느슨하게 하는 것은 글쓰기에 미숙한 많은 학생들을 '논제 이탈'로 내몰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교대 논술고사는 자신들만의 특수성을 포기할 수는 없을 것이다.

여전히 논제가 다룰 것으로 부과하는 대상은 '교육'이다.

교육대가 교사를 전문적으로 양성하는 고등교육기관이라는 점에서,또 자신들이 표방하는 이념에 부합하고자 한다는 점에서 이는 쉽사리 바뀌지 않을 것이다.

우선 학생은 효과적인 논술문을 작성하기 위해서 제시문이 내포하고 있는 의미를 완전히 파악해야 한다.

제시문을 활용해 학생의 독해력과 논술문 작성능력을 평가하려는 논제는 빠지지 않는 사항이다.

그런 후 사안에 대해 논리적으로 정당한 것으로 승인된 '자신의 의견'을 기술해야 한다.

독해와 글쓰기 과정 모두 '교육'과의 연관성을 끊임없이 되뇌면서 이루어져야 출제 의도에 부합하는 무난한 글을 써낼 수 있을 것이다.

⊙ 논제 분석

논술문을 제대로 쓰기 위해서는 논제의 요구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가장 중요하다.

출제자의 요구 사항은 지시문에 서술되고 있지만 유의 사항에도 들어 있기 때문에 그곳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무엇보다 지시문을 통해 논술문의 문제 상황이 주어지므로 꼼꼼하게 읽을 필요가 있다.

짧은 문장에 들어 있는 논제의 요구는 논술문의 단락 구성과 서술 방향을 암시하는 바,아무리 신중을 기해 논제를 파악한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먼저 지시문을 보면,

① (가)와 (나)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현대 사회의 특성 및 인간의 세계 인식 방식을 설명하고, ②이러한 특성과 인식 방식이 교육에서 나타나는 양상과 ③그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논술하시오.

위와 같이 세 부분으로 논제의 요구 사항을 파악할 수 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이들 요구에 충실히 응하는 논술문을 작성하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①은 제시문 독해를 통해 그 중심내용을 올바르게 이해했는지를 평가하고자 하는 의도를 담고 있다.

친절히도 출제자는 독해의 구체적인 방향까지 가르쳐주었다.

출제자에 따르면 제시문 (가)와 (나)는 공통점을 지니는데,그 공통점이란 '현대 사회의 특성 및 인간의 세계 인식 방식'에 관한 것이다.

따라서 학생은 그 특성과 방식의 '내용'이 무엇인지를 파악해 설명해주면 된다.

더불어 그것을 다음의 요구 사항을 충족시키는 과정에서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또한 고민해 봐야 한다.

②는 교육대 논술고사의 특수성이 본격적으로 드러나는 지점이다.

바로 논의를 교육적인 차원과 접합시키는 과정이다.

앞선 요구 사항을 충족시키는 과정에서 포착했던 '특성'과 '방식'의 '내용'이 교육에서 어떠한 양상으로 나타나는지를 기술해야 한다.

논제의 요구 사항에 대한 응답은 별개의 과정처럼 이루어지지 않는다.

앞의 과정에서 제시문의 핵심 내용을 잘못 이해하는 우를 범했다면,'교육에서 나타나는 양상'에 대한 기술은 논제와의 연관성에서 더욱 멀어지게 될 것이다.

따라서 학생은 제시문에 대한 올바른 독해를 바탕으로 그 내용에 걸맞은 적확한 사례나 현상을 찾아낼 수 있어야 한다.

③은 앞서 기술한 양상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논술'하라는 요구이다.

여기에는 크게 두 가지의 가능한 선택항이 존재한다.

그것은 긍정과 부정의 두 갈래 길이다.

첫 번째는 제시문의 내용과 그와 관련된 교육적인 양상을 긍정하면서 논의를 발전시키는 것이다.

여기에 그러한 논의를 실현하게 할 수 있는 교육의 방향이나 교사의 역할을 덧붙일 수도 있다.

단 주의할 점은 교육과 교사에 대한 진술에 많은 분량을 할애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교육에서 나타나는 양상'에 대한 검토와 학생 자신의 입장 표명이 있은 뒤에야 그러한 진술이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제시문의 내용과 그와 관련된 교육적인 양상의 부정적인 측면을 언급하면서 비판적으로 접근하는 방법이다.

타당한 근거에 입각해 비판을 행하되,여기에는 그것의 극복을 위한 방안이나 대안 제시가 필수적이다.

⊙ 제시문 분석과 답안 작성의 방향

일찍이 플라톤은 현실을 모방한 예술을 열등한 것이라고 여겨 폴리스로부터 추방을 선언하였다.

플라톤에 의하면 사람이 살고 있는 이 세계는 원형인 이데아,그것의 복제물인 현실,복제의 복제물인 시뮬라크르(simulacre; 허상)로 이루어져 있다.

즉 이데아-현실-시뮬라크르로 위계질서를 설정하고,진리의 세계인 이데아로부터 멀어질수록 열등한 것으로 간주했던 것이다.

같은 이유로 플라톤은 목소리를 진리가 '현전'하는 장소라고 하여 중시했지만,문자는 배척하는 태도를 취했다.

만약 지금 플라톤이 환생하면 그는 심한 정신적 충격과 좌절감을 맛볼지도 모르겠다.

현대는 시뮬라크르들이 범람하는 세계다.

실재가 무엇인지 구별 불가능한 '기의 없는 기표'들이 우리의 삶을 구성하고,또 변혁시키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자본주의 내부의 변화도 초래되었다.

인간들은 이제 상품을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지를 소비하며 살아간다.

예컨대 우리는 상품이 얼마나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느냐보다 그것이 자기과시와 자신의 계급을 드러내는 데 얼마나 상징적인지를 고려한다.

소위 명품과 고급 브랜드의 아파트를 선호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또 우리의 삶이 가상과 현실,어느 층위에서 일어나는지 판별하는 것이 모호하게 됐다.

사람들은 휴대폰의 액정이 구현해내는 이미지를 통해 타인과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소통하고,인터넷 블로그를 통해 서로의 안부를 묻는다.

직접 시장에 나가 상품을 구입하지도 않고,동영상을 통해 사제관계를 맺기도 한다.

실체적인 것만이 실재한다고 말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다.

제시문 (가)가 말하는 바는 이러한 현상과 관계가 깊다.

(가)는 대상을 인식하는 우리의 사고가 더 이상 물리적인 실체에 근거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컴퓨터를 통해 해바라기와 백합을 재현해낸다고 해도,그것이 실제의 해바라기와 똑같을 필요는 없다.

마찬가지로 악어를 재현해낸 로봇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아마존 강에 서식하는 악어와 똑같을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그것이 원본과 얼마나 닮아있느냐가 아니라 우리가 그것을 해바라기나 악어로 인정할 것이냐 하지 않을 것이냐의 문제이다.

플라톤은 시뮬라크르,즉 이미지가 원본의 모습을 왜곡한다는 이유로 그것을 배척했다.

그러나 지금,우리는 오히려 이미지가 실재(원본)가 되어가고 있는 현상을 목도하고 있다.

제시문 (가)와 같은 맥락에서 (나)는 현대 사회에서 소비가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에 해당한다.

사람들은 말보로라는 상품 그 자체를 유용성에 입각해 구입하지 않는다.

예컨대 그것의 가격이나 향,농도 등의 내재적 가치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무언가가 있다는 말이다.

제시문에 의하면 사람들은 말보로가 생산해내는 '남성성'을 소비하고자 그것을 구입한다.

소비자들은 말보로를 피우게 되면 자신이 마치 진정한 남성성을 획득하고,강한 남성으로 거듭나는 것처럼 느끼게 된다.

한편 소비를 이러한 방식으로 이해하는 데는 프랑스의 철학자 장 보드리야르의 영향이 컸다.

그는 자신의 독창적인 이론인 '시뮬라시옹(Simualtion)'을 통해 포스트모던 사회의 본질을 꿰뚫고 있다.

실재가 실재 아닌 파생실재로 전환되는 작업이 시뮬라시옹이고 모든 실재의 인위적인 대체물을 '시뮬라크르(Simulacra)'라고 부른다.

그에 의하면,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곳은 다른 아닌 가상실재,즉 시뮬라크르의 미혹 속인 것이다.

현대인의 일상을 소비로 해부한 그는 현대인이 물건의 기능을 따지는 것이 아니라 상품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위세와 권위,즉 기호를 소비한다고 주장했다.

또 현대 사회는 모사된 이미지가 현실을 대체하는 복제의 시대라는 그의 이론은 철학 뿐 아니라 미디어와 예술 분야에 큰 영향을 미쳤다.

시뮬라시옹 현상이 교육에 끼치는 영향이란 적지 않을 것이다.

지시문은 "이러한 특성과 인식 방식이 교육에서 나타나는 양상"을 논하라고 했다.

사실 지시문의 요구 사항이 다소 모호한데,이러한 특성이란 '이미지의 범람',원본과 모사물의 구분이 사라져가는 양상을 말한다.

그리고 인식 방식이란 사람들이 상품 자체에 내재하는 사용가치보다 그것이 창출해내는 이미지를 소비함으로써 자기만족을 얻는 과정을 뜻한다.

소비자들은 이미지를 통해 자신을 '다르게' 혹은 '새롭게' 인식하는 것이다.

이 두 가지가 교육에서 나타나는 양상을 고찰하라고 한 것은 수험생의 입장에서 추상적이고 광범위하게 느껴질 것이고,실제로도 그렇다.

최근 학계에서 유행하는 이른바 '포스트모던' 담론을 논술고사 출제를 위해 다소 무리하게 교육적 사안과 연관지은 것이 아닌가 생각되기도 한다.

교육 현장에서도 정보화·전산화가 이루어지면서 '이미지'를 교육 수단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교과서 위주의 수업에서 영상물이나 사진,혹은 인터넷을 활용한 수업 방식이 도입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기호들의 활용은 교실 내에서 이루어지는 수업의 한계를 보완하고,아이들의 흥미 유발에 효과를 발휘하리라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체험 학습이 어려운 경우 영상물이나 사진 등을 통해 간접 체험이 가능할 수 있다.

직접 선사시대로 돌아가 원시인을 만나거나 중생대로 가 스피노사우르스를 만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인터넷 커뮤니티를 활용한다면 많은 학생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대하기 어려운 교실 수업의 단점도 보완할 수 있다.

그러나 '이미지'에 의지한 교육의 부작용 또한 경계해야 한다.

명품이나 고급 브랜드에 대한 과도한 집착이 오히려 자본주의의 그늘을 더욱 짙게 만들고 인간 소외를 심화시키는 것처럼 말이다.

여기서 이미지에 의지한 교육 자체를 문제 삼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잘못된 이미지의 차용'을 경계하는 것이다.

예컨대 남성성과 여성성을 획일적으로 구분하여 성역할에 관한 고정관념을 강화시키는 영상물이라면 이를 '나쁜 이미지'라고 칭할 수 있다.

만약 이러한 '나쁜 이미지'를 통한 교육이 이루어진다면 마치 명품 선호와 말보로 컨트리 같은 그릇된 욕망을 부추기게 될 것이다.
[논술 길잡이] 2008학년도 교육대·사범대 정시전형 특집(하) -경인교대 논술 기출문제
<예시 답안>

현대 사회는 이미지가 지배하는 시대다.

사람들은 누군가와 대면할 때,그에게 고유한 성격이나 덕목보다는 그를 감싸고 있는 이미지가 어떤 종류의 것인지를 중시한다.

입고 있는 옷은 어떤 브랜드이며,살고 있는 곳은 어디인지 따위의 것들을 말이다.

또 우리는 과거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인간관계를 맺거나 자신만의 휴식처를 마련하기도 한다.

바로 이미지의 집합체인 인터넷이라는 가상공간을 통해서다.

이러한 변화의 영향은 교육에서도 예외가 아니어서 우리에게 성찰의 필요성을 제기한다.

제시문 (가)가 보여주는 현대 사회의 특성은 앞서도 언급한 '이미지에 의한 지배'이다.

"기원도 근거도 없다"는 말은 "물리적인 실체"를 갖지 않는다는 표현과 같은 뜻이다.

이는 현대 사회에서 범람하는 이미지들이 원본과 무관하거나 원본을 갖지 않음을 뜻한다.

예컨대 우리는 컴퓨터를 통해 가공된 사진이 인터넷을 떠돌고 화제가 되기도 하는 현상을 목격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것이 실제냐 아니냐가 아니라 그것이 주는 신기함에 있다.

그러한 맥락에서 그것은 실제는 아니더라도 실재의 가치를 갖는다.

제시문 (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미지가 소비에 어떤 방식으로 개입하는지를 보여준다.

사람들은 말보로라는 상품 자체가 아니라 그것이 발현하는 '남성성'이라는 이미지를 소비하고자 하는 것이다.

소비자들은 말보로를 피우게 되면 자신이 마치 진정한 남성성을 획득하고,강한 남성으로 거듭나는 것처럼 느끼게 된다.

이미지의 범람은 교육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사진이나 영상물,인터넷 등이 수업 과정에서 활용되고 있고,그러한 추세는 점점 더 가속화되는 실정이다.

이는 교과서 위주와 교사 중심의 수업에서 벗어나 학생들의 흥미를 고취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또 교실에서 이루어지는 수업의 한계를 보완하고 간접 체험을 가능케 하며,학생들의 참여를 유도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나)의 사례가 보여주듯 '고정적이고 그릇된 이미지'의 차용이 학생들에게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에 대한 염려도 동반되어야 할 것이다.

현대 사회에서 이미지란 더 이상 실제를 모방한 허상이 아니라,그 스스로가 원본이 되어 가고 있다.

교육에서 이미지의 활용은 하나의 수단이 될 수 있으므로 그 자체에 부정적인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

거기에는 긍정적인 점이 많기 때문이다.

다만 '나쁜 이미지'가 아이들의 창조적인 사고나 인성 발달에 장애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김윤환 S·논술 선임연구원 pagara@nons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