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1500명 발표하자 대학들, 변호사 밥그릇 보호 반발
"우리는 법대를 가야하나, 어떻게 해야되지?" 로스쿨 정원을 둘러싸고 온 나라가 시끌벅적하다.
총 정원이 1500명이면 된다는 의견에서 4000명 이상은 되어야 한다는 의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장이 나오고 있다.
또 로스쿨을 선정할 때 지역 균형을 고려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청와대와 정부, 학계 법조계 정계 시민단체가 제각각 목소리를 높이고 있어 로스쿨을 둘러싼 논란이 점입가경이다.
이처럼 갈등이 커지자 일부에서는 로스쿨이 당초 예정대로 2009년 3월 개원할 수 있을지 걱정하기도 한다.
⊙1500명 고집하는 정부
로스쿨 정원 논란은 교육인적자원부가 로스쿨이 열리는 2009년 정원을 1500명으로 하고 2013년까지 점차 2000명으로 늘리겠다며 지난 17일 국회에 보고한 뒤 본격화됐다.
교육부는 다른 OECD 회원국에 견줘 한국의 변호사 숫자가 부족한 것은 사실이지만 교육부 계획대로 변호사를 배출할 경우 오는 2020년에는 OECD 평균 수준에 도달할 수 있다고 밝혔다.
교육부의 이 같은 의견은 변호사 선발인원을 대폭 늘리는 것에 반대해 온 대한변협 등 법조계의 의견을 사실상 그대로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교육부의 주장대로 총 정원을 1500명으로 할 경우 이들 중 변호사 시험에 합격하는 사람은 약 1100명(로스쿨 중도 탈락률 10%, 변호사시험 합격률 80%을 적용했을 경우) 정도로 현재 연간 약 1000명에 달하는 사법고시 합격자 수와 큰 차이가 없다.
청와대는 교육부의 방침을 지지하고 있다. 로스쿨 정원 발표 후 대학 국회에서 반발이 거세자 청와대는 교육부의 방침을 지지한다는 뜻을 밝혀 사실상 정원을 조정할 생각이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대학과 정치권 모두 반대
교육부의 1500명 정원 방침에 가장 크게 반발하고 있는 곳은 대학들이다.
로스쿨 준비를 위해 수천억원을 투자해온 전국의 47개 대학들은 교육부 안대로 정원이 결정될 경우 불과 15개 안팎의 대학에만 로스쿨 인가가 날 것으로 보고 정부가 정원을 늘리지 않을 경우 로스쿨 인가 신청 자체를 거부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공립대총장협의회와 사립대총장협의회는 로스쿨의 총정원을 3200명으로 늘려야 한다고 요구하면서 이러한 요구가 관철되지 않으면 국회 시민단체 등과 공동으로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전국 법과대학장협의회도 36개 대학이 로스쿨 인가 신청을 거부키로 서약했다며 교육부가 기존 방침을 고수할 경우 강력한 투쟁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대학들은 1500명은 변협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인 것으로 부족한 변호사 숫자를 늘리고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성을 가진 법조인을 양성한다는 로스쿨 취지에도 위배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자유주의교육운동연합은 한술 더 떠 아예 로스쿨 총정원은 물론 학교별 정원도 없애자고 주장하고 나섰다.
정치권도 한 목소리로 교육부 안에 반대하고 있다.
대통합민주신당 한나라당 민주노동당 등 주요 정당들은 교육부의 1500명 정원은 국민에 대한 법률서비스 만족도를 높이겠다는 본래 취지를 살리기 어렵다며 정원을 2000~4000명까지 상향조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여야는 교육부가 태도를 바꾸지 않으면 로스쿨 법을 개정해서라도 정원을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로스쿨 지역 안배 문제도 혼선
김정기 교육부 차관보는 10월 초 로스쿨은 지역균형 발전을 감안해 광역시·도에 최소한 한개 이상 인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수도권 일부 대학들은 "대학의 수준보다는 지역균형을 감안한 나눠먹기식 발상으로 로스쿨 도입 취지에 어긋난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이런 와중에 로스쿨 설치 인가 등 로스쿨 관련 주요 정책 심의 기구인 법학교육위원회는 최근 로스쿨을 선정할 때 지역 할당을 하지 않겠다고 밝혀 교육부와 다른 의견을 내놓았다.
법학교육위원들은 "지역 할당이 다양한 전문 분야 변호사를 양성한다는 로스쿨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해 도입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24일 "로스쿨 선정 시 지역균형발전을 우선적으로 고려할 것"이라며 다시 법학교육위원회의 방침을 번복시켰다.
로스쿨 정원을 둘러싼 갈등이 커져가고 있는 와중에 지역 안배 문제까지 복잡하게 얽혀가고 있는 상황이다.
-----------------------------------------------------
로스쿨 정원 왜 중요한가…집단간 이해관계 '제각각'
로스쿨 정원을 둘러싸고 치열한 공방이 계속되는 것은 집단 간 이해 관계가 첨예하게 얽혀 있는 데다 대선을 앞둔 정치권이 이 문제를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이용하려 들고 있기 때문이다.
로스쿨 제도를 도입하는 취지는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성을 지닌 사람들을 법조인으로 양성함으로써 국민들이 질 높은 법률 서비스를 받도록 하자는 것이다.
또 부족한 변호사의 숫자를 선진국 수준으로 늘려 국민들이 저렴하게 법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뜻도 담겨있다.
이러한 취지를 살리려면 우선 매년 배출되는 법조인의 숫자를 크게 늘려야 한다.
그러나 변호사 숫자가 늘어나면 기존 변호사들은 경쟁이 치열해지고 일감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대한변협이 로스쿨 정원을 1000~1200명으로 주장해 온 것도 바로 이런 까닭에서다.
반면 대학들은 로스쿨을 유치해 가능한 많은 수의 졸업생을 배출하려는 생각이다.
학생 수 증가는 곧 대학의 수입 증가를 의미하기도 한다.
학계가 이구동성으로 로스쿨 정원 확대를 주장하는 데는 이런 배경을 무시할 수 없다.
정치권은 여야할 것 없이 정원을 늘리라고 요구하고 있다. 대선을 앞두고 표를 의식한 선심 공세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소수 특권층으로 간주되어 온 법조인의 수를 대폭 늘려 많은 국민들이 저렴한 법률서비스를 받도록 하자는 공약에 대다수의 국민들이 솔깃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로스쿨 선정에서 지역안배 원칙을 밝힌 것 역시 다분히 정치적인 계산에서 나온 것이라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그러나 각 집단의 이해관계가 어떻게 됐든 로스쿨이 취지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현재 8000여명에 불과한 변호사 숫자를 대폭 늘려야 한다.
한국의 변호사 1인당 인구 수가 미국의 21배에 달하는 5758명(2006년 기준)이고 변호사가 단 한 명도 없는 시·군·구가 53%에 이른다는 점만으로도 정원 확대는 피할 수 없는 선택이다.
다만 무분별한 로스쿨 인가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일본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는 적정선에서 로스쿨 정원을 조정해야 할 것이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kst@hankyung.com
"우리는 법대를 가야하나, 어떻게 해야되지?" 로스쿨 정원을 둘러싸고 온 나라가 시끌벅적하다.
총 정원이 1500명이면 된다는 의견에서 4000명 이상은 되어야 한다는 의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장이 나오고 있다.
또 로스쿨을 선정할 때 지역 균형을 고려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청와대와 정부, 학계 법조계 정계 시민단체가 제각각 목소리를 높이고 있어 로스쿨을 둘러싼 논란이 점입가경이다.
이처럼 갈등이 커지자 일부에서는 로스쿨이 당초 예정대로 2009년 3월 개원할 수 있을지 걱정하기도 한다.
⊙1500명 고집하는 정부
로스쿨 정원 논란은 교육인적자원부가 로스쿨이 열리는 2009년 정원을 1500명으로 하고 2013년까지 점차 2000명으로 늘리겠다며 지난 17일 국회에 보고한 뒤 본격화됐다.
교육부는 다른 OECD 회원국에 견줘 한국의 변호사 숫자가 부족한 것은 사실이지만 교육부 계획대로 변호사를 배출할 경우 오는 2020년에는 OECD 평균 수준에 도달할 수 있다고 밝혔다.
교육부의 이 같은 의견은 변호사 선발인원을 대폭 늘리는 것에 반대해 온 대한변협 등 법조계의 의견을 사실상 그대로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교육부의 주장대로 총 정원을 1500명으로 할 경우 이들 중 변호사 시험에 합격하는 사람은 약 1100명(로스쿨 중도 탈락률 10%, 변호사시험 합격률 80%을 적용했을 경우) 정도로 현재 연간 약 1000명에 달하는 사법고시 합격자 수와 큰 차이가 없다.
청와대는 교육부의 방침을 지지하고 있다. 로스쿨 정원 발표 후 대학 국회에서 반발이 거세자 청와대는 교육부의 방침을 지지한다는 뜻을 밝혀 사실상 정원을 조정할 생각이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대학과 정치권 모두 반대
교육부의 1500명 정원 방침에 가장 크게 반발하고 있는 곳은 대학들이다.
로스쿨 준비를 위해 수천억원을 투자해온 전국의 47개 대학들은 교육부 안대로 정원이 결정될 경우 불과 15개 안팎의 대학에만 로스쿨 인가가 날 것으로 보고 정부가 정원을 늘리지 않을 경우 로스쿨 인가 신청 자체를 거부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공립대총장협의회와 사립대총장협의회는 로스쿨의 총정원을 3200명으로 늘려야 한다고 요구하면서 이러한 요구가 관철되지 않으면 국회 시민단체 등과 공동으로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전국 법과대학장협의회도 36개 대학이 로스쿨 인가 신청을 거부키로 서약했다며 교육부가 기존 방침을 고수할 경우 강력한 투쟁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대학들은 1500명은 변협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인 것으로 부족한 변호사 숫자를 늘리고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성을 가진 법조인을 양성한다는 로스쿨 취지에도 위배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자유주의교육운동연합은 한술 더 떠 아예 로스쿨 총정원은 물론 학교별 정원도 없애자고 주장하고 나섰다.
정치권도 한 목소리로 교육부 안에 반대하고 있다.
대통합민주신당 한나라당 민주노동당 등 주요 정당들은 교육부의 1500명 정원은 국민에 대한 법률서비스 만족도를 높이겠다는 본래 취지를 살리기 어렵다며 정원을 2000~4000명까지 상향조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여야는 교육부가 태도를 바꾸지 않으면 로스쿨 법을 개정해서라도 정원을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로스쿨 지역 안배 문제도 혼선
김정기 교육부 차관보는 10월 초 로스쿨은 지역균형 발전을 감안해 광역시·도에 최소한 한개 이상 인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수도권 일부 대학들은 "대학의 수준보다는 지역균형을 감안한 나눠먹기식 발상으로 로스쿨 도입 취지에 어긋난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이런 와중에 로스쿨 설치 인가 등 로스쿨 관련 주요 정책 심의 기구인 법학교육위원회는 최근 로스쿨을 선정할 때 지역 할당을 하지 않겠다고 밝혀 교육부와 다른 의견을 내놓았다.
법학교육위원들은 "지역 할당이 다양한 전문 분야 변호사를 양성한다는 로스쿨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해 도입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24일 "로스쿨 선정 시 지역균형발전을 우선적으로 고려할 것"이라며 다시 법학교육위원회의 방침을 번복시켰다.
로스쿨 정원을 둘러싼 갈등이 커져가고 있는 와중에 지역 안배 문제까지 복잡하게 얽혀가고 있는 상황이다.
-----------------------------------------------------
로스쿨 정원 왜 중요한가…집단간 이해관계 '제각각'
로스쿨 정원을 둘러싸고 치열한 공방이 계속되는 것은 집단 간 이해 관계가 첨예하게 얽혀 있는 데다 대선을 앞둔 정치권이 이 문제를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이용하려 들고 있기 때문이다.
로스쿨 제도를 도입하는 취지는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성을 지닌 사람들을 법조인으로 양성함으로써 국민들이 질 높은 법률 서비스를 받도록 하자는 것이다.
또 부족한 변호사의 숫자를 선진국 수준으로 늘려 국민들이 저렴하게 법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뜻도 담겨있다.
이러한 취지를 살리려면 우선 매년 배출되는 법조인의 숫자를 크게 늘려야 한다.
그러나 변호사 숫자가 늘어나면 기존 변호사들은 경쟁이 치열해지고 일감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대한변협이 로스쿨 정원을 1000~1200명으로 주장해 온 것도 바로 이런 까닭에서다.
반면 대학들은 로스쿨을 유치해 가능한 많은 수의 졸업생을 배출하려는 생각이다.
학생 수 증가는 곧 대학의 수입 증가를 의미하기도 한다.
학계가 이구동성으로 로스쿨 정원 확대를 주장하는 데는 이런 배경을 무시할 수 없다.
정치권은 여야할 것 없이 정원을 늘리라고 요구하고 있다. 대선을 앞두고 표를 의식한 선심 공세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소수 특권층으로 간주되어 온 법조인의 수를 대폭 늘려 많은 국민들이 저렴한 법률서비스를 받도록 하자는 공약에 대다수의 국민들이 솔깃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로스쿨 선정에서 지역안배 원칙을 밝힌 것 역시 다분히 정치적인 계산에서 나온 것이라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그러나 각 집단의 이해관계가 어떻게 됐든 로스쿨이 취지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현재 8000여명에 불과한 변호사 숫자를 대폭 늘려야 한다.
한국의 변호사 1인당 인구 수가 미국의 21배에 달하는 5758명(2006년 기준)이고 변호사가 단 한 명도 없는 시·군·구가 53%에 이른다는 점만으로도 정원 확대는 피할 수 없는 선택이다.
다만 무분별한 로스쿨 인가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일본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는 적정선에서 로스쿨 정원을 조정해야 할 것이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