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미국 프로야구에서 4할대 타자가 사라졌는가?
"맛의 본고장인 전라도의 김치가 건강을 생각해 싱겁게 먹으려는 웰빙 추세 때문에 서울 김치에 밀렸다."(중앙일보 2007년 10월8일자)
김치의 절대 판매량은 늘었지만 전라도 김치에 비해 중부권의 김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은 덜 짠 김치로 젓가락이 가고 있다는 말이다.
기사는 이 현상을 웰빙으로 해석했다.
통계는 복잡한 세상을 들여다보게 해주는 거의 유일한 통로다.
하지만 통계 수치를 해석하는 작업은 편견과 무지에 완전히 노출되어 있다.
통계를 다루는 기사를 볼 때는 통계 수치 자체와 그 수치에 대한 해석을 구별해서 읽는 습관을 키워야 한다.
논술시험에서 통계나 도표가 제시되었을 때 일반적인 방식(직관적)으로만 읽으면 출제자가 놓은 덫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
김치를 사먹는 사람들은 고향을 멀리 두고 온 사람들일 가능성이 높다.
아무래도 근거지가 수도권이라면 친지들에게 김치를 조달받기도 더 쉬울 것이다.
김치 판매의 절대량이 늘어나면서 중부권 스타일의 김치 판매량이 더 빠르게 증가했다면 시간이 갈수록 중부권에 근거지를 둔 이들도 김치를 담가 먹지 않고 사먹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전혀 다른 해석도 가능하다.
김치가 짤 수 있는 데 대해 어떤 한계가 있다면? 사람들이 점점 싱거운 김치를 찾는다기보다는 더 짠 김치는 가능하지 않기에 새로 판매되는 김치는 확률적으로 전 보다 덜 짠 김치라는 말이다.
1차원적인 선을 생각해 보자.술집은 오른쪽 끝에 있다.
그리고 이 선분의 왼쪽 끝에는 수렁이 있다.
술집에서 나온 술주정뱅이는 다시 술집에 들어갈 수도 없고 제자리에 누울 수도 없다.
어딘가로 계속 움직인다면 이 주정뱅이가 수렁에 빠질 확률은 얼마나 될까? 다만 시간의 문제일 뿐이다.
오른쪽은 술집으로 막혀 있기 때문이다.
술주정뱅이는 매 순간 무작위적인 걸음을 내 딛지만 관찰하는 사람 입장에서 보면 왼쪽 수렁을 향해 조금씩 전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술주정뱅이의 걸음에 어떤 방향성을 부여할 수는 없다.
전라도 김치가 현재 한국 사람들이 수용할 수 있는 염도의 한계치에 도달했다면 새로운 상품은 덜 짠 김치일 가능성이 높다.
웰빙경향은 사람들 사이에 통용되는 상식에 의지한 무리 없는 해석이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 흐름 없는 '흐름읽기'일 수도 있다.
'술주정뱅이 모델'이라 불리는 이 간단한 개념 하나만으로 쓰인 책이 한 권 있다.
재미있고 유익하지만 결코 녹록지 않은 진지한 의미를 다량 함유하고 있다.
무엇보다 논술시험에 대한 중요한 힌트를 주는 책이라 논술을 가르치고 배우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한번 읽을 것을 권한다.
⊙원문읽기
많은 사람들이 여성의 기록은 남성의 기록보다 더 빠르게 단축되고 있으며 아직 안정화되지 않고 일직선적인 향상 속도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한다.
(중략) 이러한 사실들은 온갖 종류의 어리석은 설명들이 쏟아져 나오게 했다.
예를 들면 휩과 워드는 그들의 곡선을 단순하게 연장하여 여성들은 언젠가,경우에 따라서는 조만간 거의 모든 경주에서 남성들을 따라잡을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예를 들어 마라톤의 경우,이 주장에 따른 연장 곡선은 1998년에는 남성 곡선을 가로질러 여성이 이기는 것으로 나타난다.
남성마라톤의 기록단축 속도는 둔화되고 있지만 여성마라톤은 반대다
▶해설=이 책은 왜 미국 프로 야구에서 4할대의 타자가 사라졌는가 하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여정이다.
1940년대 테드 윌리암스가 기록한 4할6리(0.406)를 끝으로 아직까지 4할대의 타자는 없다.
이 흥미 있는 현상에 대한 해석은 여러 가지다.
생물학자인 굴드는 인간이 '이야기를 지어내는 동물'이기 때문에 뭔가 해석하기를 좋아한다고 말한다.
굴드의 결론에 의하면 여기에는 아무런 이야기도 없다.
타자의 실력 저하나 걸출한 영웅들의 퇴조는 더욱이 아니다.
다만 야구경기의 전반적인 실력향상이 원인이란다.
스포츠의 기록 향상에는 한계가 있다.
인간의 생체구조가 물리법칙을 넘어설 수 없기 때문이다.
명백한 오른쪽 벽이 존재한다.
마라톤에서의 기록단축은 확실히 둔화되고 있다.
일류선수들의 기록이 인간의 생체 한계인 오른쪽 벽에 거의 근접했다면 기록 수립 속도는 둔화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여성 마라톤의 기록단축은 매우 왕성하다.
이 속도로 가면 수십년 내에 남성기록을 주파할 수 있을 것이란 예상이었다.
여성 마라톤의 기록이 왕성한 것은 여성 마라톤 대회가 각광을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아서이다.
아직 오른쪽 벽에 가깝지 않은 것이고 개선의 여지가 많이 남았다는 뜻이다.
모든 기록경기는 초창기에는 신기록이 왕성하게 쏟아져 나오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그 빈도가 크게 줄어든다.
완전히 오른쪽 벽에 도달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아주 천천히 그것도 미세한 신기록이 탄생하지만 초창기에 비할 바가 아니다.
이미 100년도 넘은 남자 마라톤은 거의 오른쪽 벽에 도달한 반면 여자 마라톤의 경우는 아직 갈 길이 남아 있다는 것.조만간 여자 마라톤도 기록단축 빈도가 눈에 띄게 줄어들게 될 것이고 그 오른쪽 벽은 아무래도 남자들의 그것보다는 왼쪽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
잠깐만! 느려지긴 해도 기록은 계속 단축되지 않는가? 저자가 고민하고 있는 야구에서의 타율은 기록이 느려진 게 아니라 퇴보한 게 아닌가?
⊙원문읽기
평균타율 4할은 그 자체가 하나의 항목이나 실체가 아니다.
정규선수들 각자의 개인적인 타율을 집계해서 그래프로 그리면 이들의 평균은 전형적인 빈도 분포 또는 종 모양 곡선을 그린다.
이 분포는 최고와 최저 타율의 꼬리를 양쪽에 갖는다.
이 꼬리들은 풀하우스가 가지는 근본적인 성질의 일부이지 그 자체가 개체성을 갖는 분리할 수 있는 항목이 아니다.
이렇게 확장된 시각에서 보면,평균 타율 4할은 모든 선수들의 타율을 표시한 전체 분포의 오른쪽 꼬리일 뿐이지 그 자체가 따로 정의될 수 있고 분리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중략)
종 모양은 변이의 양이 늘거나 줄면서 퍼지거나 오므라든다.
빈도 분포가 평균값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지만 변이가 양쪽에서 대칭적으로 감소해 평균 근처의 개체수는 늘어나고 양쪽 꼬리에서는 줄어든다고 해보자.이러한 경우 평균 타율의 변동이 없어도 타율 4할은 완전히 사라져버릴 수도 있다.
▶해설=굴드는 4할을 평균타율의 변이로 볼 것으로 제안한다.
언제나 평균보다 나은 선수가 있기 마련이다.
평균보다 못한 선수도 있다.
평균은 이들의 중간을 가르는 값이지만 모든 선수가 평균에 가깝다는 뜻은 아니다.
4할대 타율은 평균보다 얼마나 잘 하느냐를 나타내는 값이다.
1940년대의 4할 타자가 전성기 시절 실력을 유지한 채 2000년대 야구에서도 그만한 기록을 세우기 힘들 것이다.
테드 윌리엄스는 매우 훌륭한 선수임이 분명하지만 오늘날의 야구에서 그만큼 평균값을 따돌리고 홀로서기가 가능할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마라톤이나 100m 경주 같은 기록경기에서 서서히 오른쪽 벽으로 다가가는 그래서 기록단축의 빈도가 크게 둔화되는 현상이 야구와 같이 상대가 있는 경기에서는 어떻게 나타날까? 모든 선수가 4할대 타자가 되는 방향은 아니다.
실제로 야구의 평균타율은 개선되지도 않았다.
이는 재미있는 야구경기를 만들기 위해 타율이 적정선에서 유지되도록 마운드의 높이와 스트라이크 존을 인위적으로 조정해왔기 때문이다.
답은 평균으로의 수렴이다.
즉,변이가 줄어든다.
잘하는 선수와 못하는 선수의 차이가 줄어든다.
평균 자체가 오른쪽 벽에 가깝다면 평균보다 잘하는 것이 극도로 어려워진다.
혼자 펄펄 나는 선수를 구경하기 힘들다.
실제로 타율 표준편차의 폭은 야구 초기에는 급격히 줄어들다가 40년대 이후 속도가 둔화된다.
바로 4할대 타자가 사라진 시기와 일치한다.
⊙논술시험의 의미
굴드의 '오른쪽 벽'은 매우 유용한 개념이다.
스포츠를 포함해 시스템은 엉성할 때는 개선의 여지가 많다.
시스템이 조밀해지면 개선의 속도는 둔화된다.
더 이상 전진할 수 없는 한계 즉,오른쪽 벽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논술시험이 10년 되었다.
그러나 논술교육에 대한 변이 즉,편차는 아직도 크다.
사람마다 논술을 보는 방식이 제각각이다.
그러나 논술이 당락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올해 입시부터는 다른 양상을 관찰할 수 있을 것이다.
성공하는 방식과 실패하는 방식이 드러남에 따라 평균보다 뛰어난 교육방법도 평균에 미치지 못하는 강사도 빠르게 사라질 것이다.
공부하는 처지에서도 마찬가지다.
논술로 역전할 수 있는 기회는 초창기에 많다.
머리도 좋고 성실하지만 전략이 잘못되어 헛짚는 학생들이 많기 때문이다.
시스템이 엉성할 때는 전략만 잘 세우면 놀라운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시간이 가면? 머리 좋고 노력하는 학생들이 실패할 확률이 줄어든다.
그만큼 길 위에 떨어진 돈을 주울 기회가 적어진다는 말이다.
오태민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slowforest@eduhankyung.com
"맛의 본고장인 전라도의 김치가 건강을 생각해 싱겁게 먹으려는 웰빙 추세 때문에 서울 김치에 밀렸다."(중앙일보 2007년 10월8일자)
김치의 절대 판매량은 늘었지만 전라도 김치에 비해 중부권의 김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은 덜 짠 김치로 젓가락이 가고 있다는 말이다.
기사는 이 현상을 웰빙으로 해석했다.
통계는 복잡한 세상을 들여다보게 해주는 거의 유일한 통로다.
하지만 통계 수치를 해석하는 작업은 편견과 무지에 완전히 노출되어 있다.
통계를 다루는 기사를 볼 때는 통계 수치 자체와 그 수치에 대한 해석을 구별해서 읽는 습관을 키워야 한다.
논술시험에서 통계나 도표가 제시되었을 때 일반적인 방식(직관적)으로만 읽으면 출제자가 놓은 덫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
김치를 사먹는 사람들은 고향을 멀리 두고 온 사람들일 가능성이 높다.
아무래도 근거지가 수도권이라면 친지들에게 김치를 조달받기도 더 쉬울 것이다.
김치 판매의 절대량이 늘어나면서 중부권 스타일의 김치 판매량이 더 빠르게 증가했다면 시간이 갈수록 중부권에 근거지를 둔 이들도 김치를 담가 먹지 않고 사먹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전혀 다른 해석도 가능하다.
김치가 짤 수 있는 데 대해 어떤 한계가 있다면? 사람들이 점점 싱거운 김치를 찾는다기보다는 더 짠 김치는 가능하지 않기에 새로 판매되는 김치는 확률적으로 전 보다 덜 짠 김치라는 말이다.
1차원적인 선을 생각해 보자.술집은 오른쪽 끝에 있다.
그리고 이 선분의 왼쪽 끝에는 수렁이 있다.
술집에서 나온 술주정뱅이는 다시 술집에 들어갈 수도 없고 제자리에 누울 수도 없다.
어딘가로 계속 움직인다면 이 주정뱅이가 수렁에 빠질 확률은 얼마나 될까? 다만 시간의 문제일 뿐이다.
오른쪽은 술집으로 막혀 있기 때문이다.
술주정뱅이는 매 순간 무작위적인 걸음을 내 딛지만 관찰하는 사람 입장에서 보면 왼쪽 수렁을 향해 조금씩 전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술주정뱅이의 걸음에 어떤 방향성을 부여할 수는 없다.
전라도 김치가 현재 한국 사람들이 수용할 수 있는 염도의 한계치에 도달했다면 새로운 상품은 덜 짠 김치일 가능성이 높다.
웰빙경향은 사람들 사이에 통용되는 상식에 의지한 무리 없는 해석이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 흐름 없는 '흐름읽기'일 수도 있다.
'술주정뱅이 모델'이라 불리는 이 간단한 개념 하나만으로 쓰인 책이 한 권 있다.
재미있고 유익하지만 결코 녹록지 않은 진지한 의미를 다량 함유하고 있다.
무엇보다 논술시험에 대한 중요한 힌트를 주는 책이라 논술을 가르치고 배우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한번 읽을 것을 권한다.
⊙원문읽기
많은 사람들이 여성의 기록은 남성의 기록보다 더 빠르게 단축되고 있으며 아직 안정화되지 않고 일직선적인 향상 속도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한다.
(중략) 이러한 사실들은 온갖 종류의 어리석은 설명들이 쏟아져 나오게 했다.
예를 들면 휩과 워드는 그들의 곡선을 단순하게 연장하여 여성들은 언젠가,경우에 따라서는 조만간 거의 모든 경주에서 남성들을 따라잡을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예를 들어 마라톤의 경우,이 주장에 따른 연장 곡선은 1998년에는 남성 곡선을 가로질러 여성이 이기는 것으로 나타난다.
남성마라톤의 기록단축 속도는 둔화되고 있지만 여성마라톤은 반대다
▶해설=이 책은 왜 미국 프로 야구에서 4할대의 타자가 사라졌는가 하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여정이다.
1940년대 테드 윌리암스가 기록한 4할6리(0.406)를 끝으로 아직까지 4할대의 타자는 없다.
이 흥미 있는 현상에 대한 해석은 여러 가지다.
생물학자인 굴드는 인간이 '이야기를 지어내는 동물'이기 때문에 뭔가 해석하기를 좋아한다고 말한다.
굴드의 결론에 의하면 여기에는 아무런 이야기도 없다.
타자의 실력 저하나 걸출한 영웅들의 퇴조는 더욱이 아니다.
다만 야구경기의 전반적인 실력향상이 원인이란다.
스포츠의 기록 향상에는 한계가 있다.
인간의 생체구조가 물리법칙을 넘어설 수 없기 때문이다.
명백한 오른쪽 벽이 존재한다.
마라톤에서의 기록단축은 확실히 둔화되고 있다.
일류선수들의 기록이 인간의 생체 한계인 오른쪽 벽에 거의 근접했다면 기록 수립 속도는 둔화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여성 마라톤의 기록단축은 매우 왕성하다.
이 속도로 가면 수십년 내에 남성기록을 주파할 수 있을 것이란 예상이었다.
여성 마라톤의 기록이 왕성한 것은 여성 마라톤 대회가 각광을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아서이다.
아직 오른쪽 벽에 가깝지 않은 것이고 개선의 여지가 많이 남았다는 뜻이다.
모든 기록경기는 초창기에는 신기록이 왕성하게 쏟아져 나오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그 빈도가 크게 줄어든다.
완전히 오른쪽 벽에 도달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아주 천천히 그것도 미세한 신기록이 탄생하지만 초창기에 비할 바가 아니다.
이미 100년도 넘은 남자 마라톤은 거의 오른쪽 벽에 도달한 반면 여자 마라톤의 경우는 아직 갈 길이 남아 있다는 것.조만간 여자 마라톤도 기록단축 빈도가 눈에 띄게 줄어들게 될 것이고 그 오른쪽 벽은 아무래도 남자들의 그것보다는 왼쪽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
잠깐만! 느려지긴 해도 기록은 계속 단축되지 않는가? 저자가 고민하고 있는 야구에서의 타율은 기록이 느려진 게 아니라 퇴보한 게 아닌가?
⊙원문읽기
평균타율 4할은 그 자체가 하나의 항목이나 실체가 아니다.
정규선수들 각자의 개인적인 타율을 집계해서 그래프로 그리면 이들의 평균은 전형적인 빈도 분포 또는 종 모양 곡선을 그린다.
이 분포는 최고와 최저 타율의 꼬리를 양쪽에 갖는다.
이 꼬리들은 풀하우스가 가지는 근본적인 성질의 일부이지 그 자체가 개체성을 갖는 분리할 수 있는 항목이 아니다.
이렇게 확장된 시각에서 보면,평균 타율 4할은 모든 선수들의 타율을 표시한 전체 분포의 오른쪽 꼬리일 뿐이지 그 자체가 따로 정의될 수 있고 분리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중략)
종 모양은 변이의 양이 늘거나 줄면서 퍼지거나 오므라든다.
빈도 분포가 평균값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지만 변이가 양쪽에서 대칭적으로 감소해 평균 근처의 개체수는 늘어나고 양쪽 꼬리에서는 줄어든다고 해보자.이러한 경우 평균 타율의 변동이 없어도 타율 4할은 완전히 사라져버릴 수도 있다.
▶해설=굴드는 4할을 평균타율의 변이로 볼 것으로 제안한다.
언제나 평균보다 나은 선수가 있기 마련이다.
평균보다 못한 선수도 있다.
평균은 이들의 중간을 가르는 값이지만 모든 선수가 평균에 가깝다는 뜻은 아니다.
4할대 타율은 평균보다 얼마나 잘 하느냐를 나타내는 값이다.
1940년대의 4할 타자가 전성기 시절 실력을 유지한 채 2000년대 야구에서도 그만한 기록을 세우기 힘들 것이다.
테드 윌리엄스는 매우 훌륭한 선수임이 분명하지만 오늘날의 야구에서 그만큼 평균값을 따돌리고 홀로서기가 가능할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마라톤이나 100m 경주 같은 기록경기에서 서서히 오른쪽 벽으로 다가가는 그래서 기록단축의 빈도가 크게 둔화되는 현상이 야구와 같이 상대가 있는 경기에서는 어떻게 나타날까? 모든 선수가 4할대 타자가 되는 방향은 아니다.
실제로 야구의 평균타율은 개선되지도 않았다.
이는 재미있는 야구경기를 만들기 위해 타율이 적정선에서 유지되도록 마운드의 높이와 스트라이크 존을 인위적으로 조정해왔기 때문이다.
답은 평균으로의 수렴이다.
즉,변이가 줄어든다.
잘하는 선수와 못하는 선수의 차이가 줄어든다.
평균 자체가 오른쪽 벽에 가깝다면 평균보다 잘하는 것이 극도로 어려워진다.
혼자 펄펄 나는 선수를 구경하기 힘들다.
실제로 타율 표준편차의 폭은 야구 초기에는 급격히 줄어들다가 40년대 이후 속도가 둔화된다.
바로 4할대 타자가 사라진 시기와 일치한다.
⊙논술시험의 의미
굴드의 '오른쪽 벽'은 매우 유용한 개념이다.
스포츠를 포함해 시스템은 엉성할 때는 개선의 여지가 많다.
시스템이 조밀해지면 개선의 속도는 둔화된다.
더 이상 전진할 수 없는 한계 즉,오른쪽 벽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논술시험이 10년 되었다.
그러나 논술교육에 대한 변이 즉,편차는 아직도 크다.
사람마다 논술을 보는 방식이 제각각이다.
그러나 논술이 당락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올해 입시부터는 다른 양상을 관찰할 수 있을 것이다.
성공하는 방식과 실패하는 방식이 드러남에 따라 평균보다 뛰어난 교육방법도 평균에 미치지 못하는 강사도 빠르게 사라질 것이다.
공부하는 처지에서도 마찬가지다.
논술로 역전할 수 있는 기회는 초창기에 많다.
머리도 좋고 성실하지만 전략이 잘못되어 헛짚는 학생들이 많기 때문이다.
시스템이 엉성할 때는 전략만 잘 세우면 놀라운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시간이 가면? 머리 좋고 노력하는 학생들이 실패할 확률이 줄어든다.
그만큼 길 위에 떨어진 돈을 주울 기회가 적어진다는 말이다.
오태민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slowforest@ed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