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한 장면 한 장면이 모두 다 예술작품이죠
얼마 전 제12회 부산국제영화제(PIFF)가 성황리에 열렸다.
며칠 동안 주야로 영화에 흠뻑 빠져드는 마니아들로 가득했다.
해마다 영화관객 수가 해마다 20% 가까이 급증세를 보이면서 한때 TV에 밀렸던 영화가 이제는 현대 대중예술과 오락문화의 총아로 각광받고 있다.
이 때문에 영화인을 지망하는 청소년들도 크게 늘었고,진출·활동 분야도 다양해지고 있다.
영화하면 감독과 배우만 생각했는데 촬영감독,미술감독,음악감독 등으로 세분화되면서 전문적인 지식과 기술을 요하는 시대다.
일전에 한 고등학생이 "지금 미술을 배우고 있는 고1 학생입니다.
영화 미술감독이 되는 것이 제 꿈인데 자세히 알고 싶습니다"고 문의해왔다.
고교생들의 관심이 이렇게 구체화되고 있는데 새삼 놀랐다.
이번 주에는 영화와 관련해서 영화의 디자이너인 미술감독에 대해 알아보자.
⊙영화는 보여주는 예술
영화는 시각의 예술이다.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것,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영상이란 매개체를 통해 전달한다.
아무리 시나리오가 탄탄하고 배우들의 연기가 뛰어나도 시각적인 측면에서 뒷받침되지 못하면 영화의 완성도를 높이기 어렵다.
현대의 영화는 다양한 시대와 장르,색다른 소재로 범위를 넓혀가면서 영화의 시각적 표현을 위한 난이도 높은 기술과 전문성까지 요구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런 영상의 시각적 측면을 영화미술,혹은 프로덕션 디자인이라고 부른다.
이는 영화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데,최근에는 TV 드라마들까지 이런 미적인 부분을 중시하고 있다.
TV 드라마에서 미적인 요소가 중시되면서 영화에서 활동하던 미술감독들이 TV 드라마로 그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방영 전부터 웅장하고 화려한 세트,컴퓨터그래픽(CG),의상 등으로 주목 받았던 MBC 드라마 '태왕사신기'의 주병도 미술감독은 영화 '천년학','소년 천국에 가다','취화선' 등에 참여했던 미술감독이다.
MBC 드라마 '궁'으로 제1회 드라마 어워드에서 미술상을 수상한 민언옥 미술감독 역시 영화 '춘향뎐','혈의 누','내 마음에 풍금' 등에서 미술감독으로 활약했다.
수채화와 영상의 만남이라고 했을 만큼 아름다운 영상미로 주목받았던 KBS 드라마 '눈의 여왕'은 영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싱글즈','야수','와니와 준하' 등에 참여한 이진호 미술감독의 감각에서 탄생한 작품이다.
⊙미술감독,영화를 디자인한다
미술감독의 역할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무(無)의 공간을 유(有)의 공간으로 탄생시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미술감독은 시나리오 속에서만 존재하는 가상의 공간을 스크린 속에서 실제 존재하는 것으로 만들어 낸다.
정우성,김태희가 주연한 영화 '중천'(中天)에서 김기철 미술감독은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중천이라는 가상의 공간을 자연미를 살리면서 신기루의 느낌을 더해 환상적인 공간으로 탄생시켰다.
기획 단계만 2년이 걸린 '중천'은 초대형 세트 제작,후반 CG 작업 등을 통해 실재(實在)하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킬 만한 높은 완성도를 보여줌으로써 올해 제44회 대종상 영화제에서 미술상을 거머쥐기도 했다.
아직 조금은 낯설게 느껴지는 미술감독이라는 직업은 우리가 스크린에서 볼 수 있는 모든 부분에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즉,세트 디자인에서부터 의상,소품,분장,특수효과,CG,자막용 서체에 이르기까지 모두 관여하고 총괄하는 것이 바로 미술감독이다.
⊙국내 미술감독 20년도 채 안돼
이런 미술감독이 우리나라에 등장한 지는 그리 오래된 것이 아니다.
약 20년 전부터 미술감독이란 직업이 처음 언급되기 시작했고,1990년대 초 이현승 감독을 시작으로 미술감독이라는 새로운 직업이 탄생하게 되었다.
직업의 역사는 비교적 짧지만 미술감독이 영화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
이는 앞서 언급했듯이 갈수록 영화에서 시각적 측면의 역할과 범위가 커지면서 영화미술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미술감독 양성 과정을 보면 체계적인 사전교육이나 준비 없이 무작정 영화판에 뛰어들어 이른바 '막내 생활'부터 시작했던 게 현실이다.
영화 촬영스태프 가운데 의상,소품,분장 등을 담당하는 미술팀의 일원으로 경력을 쌓은 뒤 팀장을 거쳐 프로덕션 디자이너가 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영화 현장의 빠른 변화 속도를 따라가기 어려웠던 것도 사실이다.
⊙미술감독이 되려면
이런 현실을 해결하기 위해 전문적인 미술감독을 양성하는 다양한 교육기관들이 생겨나고 있다.
중앙대 공연영상미술 전공,상명대 무대미술 전공,백제예술대학 영화세트과가 그 예이다.
이외에도 대학 내에 영화미술과 관련된 강좌가 개설되고,전문 프로덕션디자인 회사인 레이크사이드에서 '영화미술 전문학교'라는 교육과정을 운영하기도 한다.
이들은 모두 높아진 영화미술에 대한 수요에 맞춰 전문적이고 수준 높은 미술감독을 양성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미술감독이 되기 위해서 기본적인 디자인 능력을 갖추는 것은 필수이며 스케치 기술도 필요하다.
이 밖에도 시나리오를 분석하는 기법에서부터 공간을 이해하는 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능력을 키우도록 노력해야 한다.
또한 영화 제작 전반에 대한 지식을 갖춰야 하고 소품,의상,분장 등 여러 팀을 통솔해야 하는 자리이니 만큼 리더십과 원만한 대인관계가 필요하다.
미술 작업의 상당부분이 컴퓨터로 대체되고 있는 추세여서 관련 소프트웨어를 다룰 수 있는 사람이 더욱 선호되는 추세다.
영화미술 관련 소프트웨어로는 포토샵,일러스트레이터,오토캐드,2D,3D,MAX 등이 있다.
⊙할리우드에선 영화감독 수준의 대우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미술감독은 돈을 많이 벌지 못하는 직업에 속했다.
하지만 영화제작에서 미술감독의 중요도가 높아지면서 능력에 따른 보상을 받을 수 있게 돼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
실제로 영화 스태프 가운데 미술감독의 급여가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최근 영화인노조가 결성돼 임금 협상이 가능해졌고 최저임금제나 기본 노동시간도 보장되고 있다.
초창기라 아직은 과도기적 문제점을 가지고 있지만,예전에 프리랜서로서 수입을 보장받기 어렵던 영화미술계의 직업 전망은 한층 밝아진 셈이다.
앞으로도 영화를 보는 관객의 눈높이는 지속적으로 높아질 것이기 때문에 미술과 세트,소품,의상,분장을 혼연일체시켜 영화의 흐름을 만들어 내고,인물의 정서를 표현해 낼 수 있는 미술감독은 영화제작에서 더욱 중요한 위치로 자리 잡을 것이다.
실제로 할리우드에서 미술감독은 영화감독 수준의 대우를 받는다.
이는 미술감독의 위치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며 우리나라도 곧 그런 시대가 올 것이다.
미래 전망이 밝은 직업이니 만큼 사교적 성격과 창의적 생각을 가진 청소년들이라면 적극 도전해 보길 기대한다.
이영대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직업진로정보센터 연구위원 careerin@naver.com
얼마 전 제12회 부산국제영화제(PIFF)가 성황리에 열렸다.
며칠 동안 주야로 영화에 흠뻑 빠져드는 마니아들로 가득했다.
해마다 영화관객 수가 해마다 20% 가까이 급증세를 보이면서 한때 TV에 밀렸던 영화가 이제는 현대 대중예술과 오락문화의 총아로 각광받고 있다.
이 때문에 영화인을 지망하는 청소년들도 크게 늘었고,진출·활동 분야도 다양해지고 있다.
영화하면 감독과 배우만 생각했는데 촬영감독,미술감독,음악감독 등으로 세분화되면서 전문적인 지식과 기술을 요하는 시대다.
일전에 한 고등학생이 "지금 미술을 배우고 있는 고1 학생입니다.
영화 미술감독이 되는 것이 제 꿈인데 자세히 알고 싶습니다"고 문의해왔다.
고교생들의 관심이 이렇게 구체화되고 있는데 새삼 놀랐다.
이번 주에는 영화와 관련해서 영화의 디자이너인 미술감독에 대해 알아보자.
⊙영화는 보여주는 예술
영화는 시각의 예술이다.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것,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영상이란 매개체를 통해 전달한다.
아무리 시나리오가 탄탄하고 배우들의 연기가 뛰어나도 시각적인 측면에서 뒷받침되지 못하면 영화의 완성도를 높이기 어렵다.
현대의 영화는 다양한 시대와 장르,색다른 소재로 범위를 넓혀가면서 영화의 시각적 표현을 위한 난이도 높은 기술과 전문성까지 요구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런 영상의 시각적 측면을 영화미술,혹은 프로덕션 디자인이라고 부른다.
이는 영화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데,최근에는 TV 드라마들까지 이런 미적인 부분을 중시하고 있다.
TV 드라마에서 미적인 요소가 중시되면서 영화에서 활동하던 미술감독들이 TV 드라마로 그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방영 전부터 웅장하고 화려한 세트,컴퓨터그래픽(CG),의상 등으로 주목 받았던 MBC 드라마 '태왕사신기'의 주병도 미술감독은 영화 '천년학','소년 천국에 가다','취화선' 등에 참여했던 미술감독이다.
MBC 드라마 '궁'으로 제1회 드라마 어워드에서 미술상을 수상한 민언옥 미술감독 역시 영화 '춘향뎐','혈의 누','내 마음에 풍금' 등에서 미술감독으로 활약했다.
수채화와 영상의 만남이라고 했을 만큼 아름다운 영상미로 주목받았던 KBS 드라마 '눈의 여왕'은 영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싱글즈','야수','와니와 준하' 등에 참여한 이진호 미술감독의 감각에서 탄생한 작품이다.
⊙미술감독,영화를 디자인한다
미술감독의 역할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무(無)의 공간을 유(有)의 공간으로 탄생시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미술감독은 시나리오 속에서만 존재하는 가상의 공간을 스크린 속에서 실제 존재하는 것으로 만들어 낸다.
정우성,김태희가 주연한 영화 '중천'(中天)에서 김기철 미술감독은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중천이라는 가상의 공간을 자연미를 살리면서 신기루의 느낌을 더해 환상적인 공간으로 탄생시켰다.
기획 단계만 2년이 걸린 '중천'은 초대형 세트 제작,후반 CG 작업 등을 통해 실재(實在)하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킬 만한 높은 완성도를 보여줌으로써 올해 제44회 대종상 영화제에서 미술상을 거머쥐기도 했다.
아직 조금은 낯설게 느껴지는 미술감독이라는 직업은 우리가 스크린에서 볼 수 있는 모든 부분에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즉,세트 디자인에서부터 의상,소품,분장,특수효과,CG,자막용 서체에 이르기까지 모두 관여하고 총괄하는 것이 바로 미술감독이다.
⊙국내 미술감독 20년도 채 안돼
이런 미술감독이 우리나라에 등장한 지는 그리 오래된 것이 아니다.
약 20년 전부터 미술감독이란 직업이 처음 언급되기 시작했고,1990년대 초 이현승 감독을 시작으로 미술감독이라는 새로운 직업이 탄생하게 되었다.
직업의 역사는 비교적 짧지만 미술감독이 영화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
이는 앞서 언급했듯이 갈수록 영화에서 시각적 측면의 역할과 범위가 커지면서 영화미술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미술감독 양성 과정을 보면 체계적인 사전교육이나 준비 없이 무작정 영화판에 뛰어들어 이른바 '막내 생활'부터 시작했던 게 현실이다.
영화 촬영스태프 가운데 의상,소품,분장 등을 담당하는 미술팀의 일원으로 경력을 쌓은 뒤 팀장을 거쳐 프로덕션 디자이너가 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영화 현장의 빠른 변화 속도를 따라가기 어려웠던 것도 사실이다.
⊙미술감독이 되려면
이런 현실을 해결하기 위해 전문적인 미술감독을 양성하는 다양한 교육기관들이 생겨나고 있다.
중앙대 공연영상미술 전공,상명대 무대미술 전공,백제예술대학 영화세트과가 그 예이다.
이외에도 대학 내에 영화미술과 관련된 강좌가 개설되고,전문 프로덕션디자인 회사인 레이크사이드에서 '영화미술 전문학교'라는 교육과정을 운영하기도 한다.
이들은 모두 높아진 영화미술에 대한 수요에 맞춰 전문적이고 수준 높은 미술감독을 양성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미술감독이 되기 위해서 기본적인 디자인 능력을 갖추는 것은 필수이며 스케치 기술도 필요하다.
이 밖에도 시나리오를 분석하는 기법에서부터 공간을 이해하는 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능력을 키우도록 노력해야 한다.
또한 영화 제작 전반에 대한 지식을 갖춰야 하고 소품,의상,분장 등 여러 팀을 통솔해야 하는 자리이니 만큼 리더십과 원만한 대인관계가 필요하다.
미술 작업의 상당부분이 컴퓨터로 대체되고 있는 추세여서 관련 소프트웨어를 다룰 수 있는 사람이 더욱 선호되는 추세다.
영화미술 관련 소프트웨어로는 포토샵,일러스트레이터,오토캐드,2D,3D,MAX 등이 있다.
⊙할리우드에선 영화감독 수준의 대우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미술감독은 돈을 많이 벌지 못하는 직업에 속했다.
하지만 영화제작에서 미술감독의 중요도가 높아지면서 능력에 따른 보상을 받을 수 있게 돼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
실제로 영화 스태프 가운데 미술감독의 급여가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최근 영화인노조가 결성돼 임금 협상이 가능해졌고 최저임금제나 기본 노동시간도 보장되고 있다.
초창기라 아직은 과도기적 문제점을 가지고 있지만,예전에 프리랜서로서 수입을 보장받기 어렵던 영화미술계의 직업 전망은 한층 밝아진 셈이다.
앞으로도 영화를 보는 관객의 눈높이는 지속적으로 높아질 것이기 때문에 미술과 세트,소품,의상,분장을 혼연일체시켜 영화의 흐름을 만들어 내고,인물의 정서를 표현해 낼 수 있는 미술감독은 영화제작에서 더욱 중요한 위치로 자리 잡을 것이다.
실제로 할리우드에서 미술감독은 영화감독 수준의 대우를 받는다.
이는 미술감독의 위치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며 우리나라도 곧 그런 시대가 올 것이다.
미래 전망이 밝은 직업이니 만큼 사교적 성격과 창의적 생각을 가진 청소년들이라면 적극 도전해 보길 기대한다.
이영대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직업진로정보센터 연구위원 careerin@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