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학교 최고!!!] 서울 상계고ㆍ천안 북일여고 탐방‥평준화 속에서도 비범한 학교…비결이 뭔가요?
지난달 28일 저녁 10시 서울 노원구 상계고의 '반딧불이 공부방'. 무더운 바깥 날씨를 깨끗이 잊어버릴 만큼 시원한 바람이 뿜어져 나왔다.

214석의 책상이 마련된 이 공간에는 올해 입시를 앞둔 고3 학생들이 숨을 죽인 채 공부에 몰두하고 있었다.

자리를 잡은 아이들은 누가 지나가는지도 모른 채 집중했다.

이 '반딧불이 공부방'은 상계고의 명물로 지난해 3월 취임한 김재환 교장(57)의 야심작이다.

김 교장은 취임 직후 '학원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그는 "우리 아이들을 더 이상 학원에 보내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 일환으로 처음 착수한 것이 아이들이 마음껏 공부할 수 있는 공부방을 만들어 주는 것.김 교장은 안면이 있는 국회의원 등 개인적 인맥을 총동원해 거금 2억원을 끌어모았다.

전교생이 시끄러운 교실이 아닌 칸막이가 있는 책상에서 공부에 몰두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상계고 공부방의 또 다른 특징은 학년별로 별도의 공부방이 있다는 것이다.

3학년 공부방인 '반딧불이'는 김 교장이 대학으로 진학할 학생들에게 사회의 반딧불이가 되라며 특별히 지어준 애칭이다.

김 교장 취임 이후 상계고는 강북의 명문이 아닌 서울의 명문고로 발돋움하고 있다.

고교 평준화 속에서도 특색있는 좋은 학교 만들기를 목표로 하는 '자유주의교육운동연합'은 이날 오전 소속 어머니들과 함께 직접 상계고 탐방에 나섰다.

학부모들이 직접 우수학교를 견학하고 자녀가 다니는 학교의 교육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주려는 취지에서다.

김 교장은 이날 상계고를 찾은 30여명의 어머니들을 반갑게 맞았다.

그는 자신의 별명을 '쓰레기 교장'이라고 소개했다.

"제 별명이 왜 쓰레기 교장 선생님인지 아십니까?" 어머니들은 궁금하다는 듯 대답을 기다렸다.

"쓰레기로 인성교육을 시키기 때문이죠." 그는 취임하자마자 쓰레기 줍기 캠페인부터 벌였다.

김 교장은 "보이는 쓰레기를 줍는 것은 보이지 않게 남을 배려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그는 다시 목소리를 높였다.

"제가 지난해 3월 취임 후 선생님들이 인사하도록 만드는데 얼마나 걸린 줄 아십니까? 자그마치 6개월이 걸렸습니다." 보이는 쓰레기도 줍지 않고,서로 간에 인사가 없는데 공부는 잘해서 무엇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이날 김 교장의 설명을 들은 서울 영파여고 2학년 이송이 학생의 어머니는 "교장의 리더십 하나로 학교가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지 놀랐다"며 "공립학교에도 희망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우수 학교 탐방에 나선 어머니들이 이날 오후 두번째로 방문한 학교는 한화그룹이 1997년 설립한 천안 북일여고다.

이 학교는 대기업이라는 든든한 지원자가 있다는 면에서 어머니들의 부러움을 샀다.

북일여고의 특징은 독서교육과 논술교육이다.

4년 전부터 일주일에 3시간씩 독서토론 시간을 마련해 지도하고 있다.

2006학년도 서울대 입학생의 고교별 논술성적 자료에 따르면 이 학교는 합격자 기준으로 논술 평균에서 전국 1위를 차지했다.

천안 북일여고는 월·수·금요일 7교시가 되면 3학년을 제외한 전교생이 각자 자신이 준비해 온 책을 꺼내들고 독서삼매경에 빠진다.

지도 교사는 없고 2학년 선배 두 명이 독서 도우미로 들어와 감독을 맡고 있는 1학년 교실에는 책장 넘기는 소리만 들릴 만큼 고요하다.

학생들은 독서시간이 되면 준비해온 책 한 권과 독서일기 노트를 펼친다.

전체시간 50분 가운데 40분은 책을 읽고 나머지 10분은 독서일기를 쓰는 것으로 시간을 배분한다.

학생들은 그때그때 읽은 부분을 독서일기로 기록하고 책 한 권을 다 읽고 나면 독서 감상문을 쓴다.

학교에서는 지속적인 동기 유발을 위해 두 달에 한 번씩 시상을 하고 생활기록부에 기록도 한다.

학생들은 또 연초에 미리 독서 계획을 세운다.

교내 독서 지도부에서 제공하는 자료를 참고로 자발적으로 50권의 책을 고르는데,책 목록은 주로 교과서에서 제시하는 필독도서와 청소년 권장도서 등으로 구성된다.

그렇게 읽은 책은 독서노트에 감상문으로 남겨지고 일 년에 한 권 혹은 두 권의 노트가 채워진다.

이 과정을 거쳐 1년여간 독서기록이 쌓여가면서 실력이 몰라볼 정도로 향상되어 있다는 것이 학생들의 솔직한 고백이다.

2004년부터 교사들로 구성된 독서협의회를 구성했다는 이 학교 김승만 교사(국어)는 "독서는 배경지식을 쌓을 수 있는 좋은 도구"라며 "결국은 독서가 논술의 글감이 된다"고 강조했다.

오늘날 천안 북일여고는 선생님과 학생들이 함께 노력해 만들었다.

선생님들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기꺼이 밤새워 학생들과 토론했고 교사들끼리도 연구하고 토론했다.

그 결과를 다시 학생들에게 적용하고 계속 내용을 보강해 나가면서 성과를 만들었다.

그것이 동기가 되어 학생들을 고무시키고 이런 선선환 과정을 통해 교사와 학생 간에 긍정적인 교류가 지속되면서 '논술 명문 천안 북일여고'가 탄생했다.

학생들이 직접 선생님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한 것도 특징 중 하나다.

신현주 북일여고 교장은 "학생이 수업을 선택하니 선생님들끼리 선의의 경쟁이 치열하다"며 "제도 도입 2년 만에 수업 수준이 전반적으로 상향 평준화됐다"고 말했다.

이날 긴 투어를 마친 어머니들은 아이가 만약 다시 고교에 진학할 수만 있다면 꼭 이들 학교에 보내고 싶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또 자녀들이 다니는 학교에도 변화의 바람을 불어 넣고 싶다는 소망도 피력했다.

어머니들은 앞으로 7차례 정도 더 각 부문별 우수 학교들을 견학할 예정이다.

성선화 한국경제신문 기자 d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