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다음 제시문을 읽고 논제에 답하시오.

[ 제시문 ]

이른바 천하를 평정함이 그 나라를 다스림에 있다는 것은, 윗사람이 늙은이를 늙은이로 제대로 대접하면 백성에게 효의 기풍이 일어나며, 윗사람이 어른을 어른으로 제대로 대접하면 백성에게 공경의 기풍이 일어나며, 윗사람이 외로운 아이들을 불쌍히 여기면 백성이 배반하지 않는다는 것을 뜻한다. 그러므로 군자는 자기의 마음으로 다른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는 혈구의 도가 있는 것이다.

윗사람에게 느꼈던 싫어하는 것으로써 아랫사람을 부리지 말며, 아랫사람에게 느꼈던 싫어하는 것으로써 윗사람을 섬기지 말며, 앞의 사람에게 느꼈던 싫어하는 것으로써 뒤의 사람에게 먼저 행하지 말며, 오른 편에서 느꼈던 싫어하는 것으로써 왼편 사람을 사귀지 말며, 왼편에서 느꼈던 싫어하는 것으로써 오른편 사람과 사귀지 않음을 일컬어 혈구의 도라고 한다.

만일 윗사람이 나에게 무례함을 원하지 않는다면, 반드시 이로써 아랫사람의 마음을 헤아려서 또한 감히 이 같은 무례한 일로써 그들을 부리지 말 것이며, 아랫사람이 나에게 충성하지 않음을 원하지 않는다면, 반드시 이로써 윗사람의 마음을 헤아려 또한 이같이 충성하지 않음으로써 그를 섬겨서는 안 된다. 전후좌우(前後左右)에 이르러서도 모두 그와 같이 하면 나의 몸이 처해있는 상하사방(上下四方)과 장단광협(長短廣狹)이 피차 하나같이 되어 반듯하지 않은 것이 없을 것이다.

주희(朱熹)『대학장구(大學章句)』전(傳) 10장(章).


우리는 눈을 뜨자마자 신문이나 텔레비전을 통해 새로운 소식을 접하며, 일터에 나가서도 하루의 많은 시간을 컴퓨터와 함께 보낸다. 이는 이미 다양한 매체가 우리의 일상적인 삶 속에 깊이 파고들었음을 말해준다.

특히 다양한 매체 가운데서도 컴퓨터는 완전히 우리 일상의 한 부분으로 자리를 잡은 상태이다. 여타의 다른 매체가 지식과 정보를 전달해주는 소극적인 역할을 수행한다면, 컴퓨터는 이러한 역할은 물론이고 자신의 의사를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는 동시에 다른 사람의 의사를 전달받는 적극적인 상호 의사소통의 역할까지 수행한다. 의사소통이란 바로 국어 생활의 핵심이 되므로 컴퓨터 역시 훌륭한 국어 생활의 장이라고 말할 수 있다. … (중략) … 컴퓨터가 일상화하면서 컴퓨터를 통한 의사소통이 차츰 증가하고 있다. 컴퓨터 통신을 이용함으로써 여러 사회 현실에 주체적으로 참여하여 발언하는 일이 가능하게 되었고, 여러 분야에서 아주 요긴하게 이용되고 있다. … (중략) …

홈페이지는 인터넷 상에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가장 적극적인 방법이다. 자신의 관심 분야와 취미, 이력서, 게시판, 전자우편함 등 다양한 내용으로 구성된 개인 홈페이지는 인터넷 가상 공동체로 만들어 주기도 한다. … (중략) … 이처럼 홈페이지를 통해서 여론을 환기하고 환경오염, 부정부패와 같은 사회문제들을 비판하고 감시하거나 인터넷 사용자들에게 즉석에서 여론조사를 할 수도 있다. 또한 홈페이지의 게시판을 통해서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들어보기도 하고, 자신의 의견을 올릴 수도 있다. 이처럼 양방향으로 의사소통이 가능한 것이 바로 컴퓨터라는 매체가 주는 편리함이다. 이를 적절히 활용하면 효과적인 국어생활을 할 수 있는 것이다. … (중략) …

이렇게 볼 때, 컴퓨터나 인터넷과 같은 멀티미디어의 매체적 특성을 이해하고 그 기능을 적절히 활용하는 일은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효과적인 의사소통의 수행을 위해 대단히 중요하다. 만일 컴퓨터에 관련된 지식과 기술을 익히지 못한다면, 지식과 정보를 수용하고 전달하는 과정에서 밀려나 주변의 주도적인 사회, 문화적 흐름에서 낙오할 가능성이 있음을 배제할 수 없다.

심재기 외 3인 <고등학교 국어생활>(지학사)


세계적 대변혁의 물결은 지구상의 모든 사람에게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 물결은 우리에게 개인적·국가적으로 큰 도전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이러한 환경은 적응과 대응을 요구한다. 이러한 대응에는 국가적 차원의 접근도 중요하지만 개인이나 집단 차원의 접근도 중요하다. 개개인이 도전에 대한 의식과 자질을 갖추어야 국가적 차원에서 접근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 과정에는 과거와 현재에 대한 비판적 분석이 선행되어야 한다. 즉 과거와 현재의 연장선에서 미래의 모습을 바라보고 이해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 또 사회 변동 추세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중요하다. 이와 함께 새로운 변화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뒤처지지 않으려는 강한 의지가 있어야 한다. 다른 사람과 다른 집단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개방적 사고를 바탕으로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또한, 우리의 세계관과 사고의 폭을 넓히는 진취적 사고가 필요하며, 변혁을 적극적으로 주도하려는 의지와 주체적 태도도 필요하다. 변혁의 물결이 던지는 도전을 기회로 삼아 선두에 서서 변혁을 주도해 나가려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이러한 주체적 의지가 확고해야 치밀한 전략을 세울 수 있다.

변혁을 주도하기 위해서는 의지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강한 의지의 기반 위에, 변혁을 주도할 수 있는 창의적 능력이 더해져야 한다. 다가오는 시대에는 지식·정보 차원의 능력이 중요하므로 지적 능력과 지성적 사고, 행동을 통하여 세계화 시대에 참여해야 한다.

김재한 외 9인 <고등학교 사회>(법문사)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함께 기업 이윤의 사회 환원도 소홀히 할 수 없다. 물론 기업 이윤의 사회 환원은 어디까지나 기업 형편에 따라 기업의 자발적인 의사결정에 속한 문제이지만, 기업의 사회적 책임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기업은 한 경제 사회 안의 소비자, 근로자, 다른 기업, 정부 등과 밀접하나 상호 의존관계를 맺으면서 경제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경제적 성과를 사회와 공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기업 이윤의 사회 환원은 육영 사업을 통한 인재육성, 의료 사업을 통한 국민 건강 증진, 문화 사업을 통한 문화 발전, 사회 복지 사업을 통한 사회 보장의 증진, 장학 사업을 통한 교육 혜택 제공, 체육·레저 사업을 통한 여가 선용의 기회와 확대 등 다양한 분야를 대상으로 한다.

그런데 이와 같은 기업 이윤의 사회 환원이 기업 홍보 성격의 행사나 일회성 사업으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기업 스스로 이윤의 사회 환원이 장기적 차원에서 이익이 된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활동을 통한 신뢰성 획득은 기업의 장기적인 이윤창출에도 보탬이 되기 때문이다. 결국 기업 이윤의 사회 환원은 기업이 생산 활동을 통해 얻은 이익을 그 기업을 키워 준 사회에 다시 돌려주는 것으로, 기업의 사회에 대한 책임의 표현이자 이의 실현이라 할 수 있다.

조도근 외 6인 <고등학교 경제>(두산)


대학의 임무는, 합리적인 사고와 문명화된 평가의 양태들이 결실을 낳을 수 있는 것들인 한, 미래를 창조해 내는 데 있다. 미래는 성취와 비극의 온갖 가능성들로 가득 차 있다.

이와 같은 창조적인 행위의 장(場) 한가운데서 철학이 갖는 특수한 기능은 무엇인가?

이 문제에 답하려면 우리는 먼저 어떤 학설의 철학적인 성격을 구성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무엇이 한 학설을 철학적인 것이게끔 하는가? 그 모든 무수한 방향에서 철저하게 이해된 그런 어떤 진리가 다른 어떤 진리보다 더 철학적인 것은 결코 아니다. 철학의 추구는 전지(全知)가 인정되지 않는 하나의 여기(餘技)(avocation)이다.

철학은 부지불식간에 받아들여지고 있는 학설들에 대한 정신의 태도이다. 여기서 '부지불식간에 받아들여지고 있는(ignorantly entertained)'이라는 말은 한 학설의 의미가, 그 학설이 적용되는 무수한 환경 조건들과 관련하여 충분히 이해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철학적 태도는 현재의 우리 사고 속에 들어오는 모든 관념의 적용 영역에 대한 이해를 확대하려는 결연한 시도를 나타내 보인다. 철학적인 시도는 사고의 언어적 표현에 들어 있는 모든 낱말과 구절을 취하여,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라고 묻는다. 그것은 양식(良識)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 답을 알고 있으리라는 일상적인 전제에 만족하지 않는다. 우리가 시원적인(primitive) 관념들이나 시원적인 명제들에 만족하고 있는 한, 우리는 이미 철학자가 아닌 것이다. … (중략) …

철학의 용도는 사회 조직을 조명하는 근본적인 관념들의 활기찬 참신성을 유지시키는 데 있다. 그것은 기존의 사상이 무기력한 일상사로 서서히 퇴락해가는 과정을 역류시킨다. 철학은 신비적인 것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신비주의는 아직껏 말로 표현되지 않고 있는 심오한 지평에 대한 직접적인 통찰을 시도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철학의 목적은 변명을 늘어놓음으로써가 아니라 합리적으로 조정된 새로운 언어적 규정을 끌어들임으로써 신비주의를 합리화하는 데 있다.

화이트 헤드(오영환 외 옮김) 『열린 사고와 철학』(고려원, 1992)


논제 1.

제시문 가), 나), 다), 라), 마)는 각기 우리 사회에 필요한 덕목이나 요소를 담고 있다. 각 제시문의 핵심 내용별로 한국 사회에서 부정적으로 드러난 사례를 지적하고, 그에 대한 전반적인 해결책을 논술하시오.(40점, 띄어쓰기 포함하여 901자 이상 1,000자 이내)


Ⅱ. 다음 제시문 가)에서 제시문 바)까지를 읽고 논제에 대하여 답하시오.

제시문 가)는 우리나라의 경제지표 및 의약품 생산에 대한 현황을 나타내고 있으며, 제시문 나), 다), 라), 마)는 제시문 가)에 직접 또는 간접으로 관련된 설명이다
.

[ 제시문 ]

[논술 길잡이] 경희대학교 2008학년도 모의논술고사(인문계)
우리나라는 1997년 말, 외화 부족으로 인해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지원을 받게 되었고 경기는 극도로 침체되었다. 정부의 외환관리 실패와 관치금융, 기업들의 방만한 차입 경영, 경제 전반에 걸친 고비용-저효율 구조 등이 그 원인이었다. 최근 우리 경제는 높은 경제성장을 이룩하기는 하였으나, 해외수출 환경, 국제 유가 등과 같은 대외 경제 여건의 변화에 따라 여전히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는 우리 경제의 체질이 근본적으로 개선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고등학교 사회교과서)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은 2002년 현재 약 1만31달러이다. 그러나 소득이 미화 100달러인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 사람의 키를 1cm로 하고 소득이 500달러인 사람은 5cm, 1000달러인 사람은 10cm, 1만 달러인 사람은 1m 등으로 나타내 보자. 그러면 키가 불과 몇 cm인 사람도 있고 무려 몇 십 m, 심지어 몇 km인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들을 키 순서대로 일렬로 세웠을 때, 키가 작은 난장이들의 행렬이 길수록 그 나라의 소득 분배 상태는 불평등할 것이다. 경제 성장은 전체 국민들의 키가 커진 것만을 보여줄 뿐, 키가 작은 난장이들의 행렬이 길어졌는지, 짧아졌는지는 보여 주지 못한다. 우리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국민생활 수준의 전반적인 향상을 통해 국민 모두가 더욱 잘사는 사회, 즉 난장이들의 행렬이 짧은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고등학교 사회교과서)


어떤 사람의 경제적 지위를 알고 싶으면 우선 그 사람의 소득을 알아보아야 할 것이다. 소득이 많은 사람은 생활필수품이든 사치품이든 더 많이 구입할 수 있으므로 당연히 더 수준 높은 생활을 하게 된다. 이들은 더 좋은 집에 살면서 양질의 의료혜택을 받고 멋진 승용차를 타며 풍요로운 휴가를 즐길 수 있다. 나라 경제도 마찬가지다. 한 나라의 경제가 얼마나 잘 운영되고 있는지를 판단하려면 당연히 그 경제 모든 구성원의 총소득, 즉 국내총생산(GDP)을 살펴보아야 한다. .....(중략)..... 우리는 이 경제의 GDP를 두 가지 방법으로 계산할 수 있다. 하나는 각 가계의 지출을 모두 합하는 방법이고, 또 하나는 기업이 지불하는 총소득(임금, 지대, 이윤)을 모두 합하는 방법이다. 그런데 경제의 모든 지출은 결국 누군가의 소득이 되기 때문에 어떤 방식으로 계산하든 GDP는 같다. (맨큐의 핵심 경제학)


의약분업제도를 도입한 지 5년이 지났다. 2000년 7월1일부터 시작된 의약분업제는 우리나라 보건의료 문화의 틀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 당시 전국적으로 의원과 병원이 문을 닫고 폐업을 선택했을 때는 '환자들의 목숨을 담보로 제 밥그릇만 챙기려 한다'는 곱지 않은 눈길을 보냈고 대학병원 교수까지 가운을 벗어던졌을 때는 대한민국 지식인의 '정체성 없음'에 대한 자조의 푸념을 쏟아냈다. 그때 국민들은 정부를 믿었다. 비용을 더 들이지 않고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받게 될 것이라는 당국의 말을 영원히 변하지 않는 철학처럼 신뢰했다. 의료계의 반발에 대한 국민들의 시각이 비판의 강도를 더했던 것도 정부 정책에 대한 믿음이 더 컸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5년이 지난 현실은 어떤가. 제도 도입 전보다 더 나은 환경에서 의료서비스를 받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연간 수조원에 달하는 직접적인 보험진료비 증가에도 불구하고 정책 목적에 근접하는 결과를 느끼기에는 역부족이다. 다만 항생제ㆍ주사제 처방 건수가 줄었다는 정도가 의약분업의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서울 경제신문)


1990년에 미국 의회는 요트, 자가용비행기, 모피, 보석, 고급 승용차 등에 대해 부과하는 사치세를 채택하였다. 이 세금의 목적은 부담 능력이 가장 높은 사람들에게서 세금을 징수하자는 데 있었다. 앞에 열거한 사치품은 부자들만이 살 수 있으므로 이들 품목에 대한 과세는 부유층에 대해 과세하는 논리적인 방안으로 생각되었다. 그러나 수요·공급의 원리가 작동하여 나타난 결과는 의회의 의도와는 판이한 것이었다. 예를 들어 고급차 시장을 생각해 보자. 고급 승용차에 대한 수요는 매우 탄력적이다. 부자들은 고급 승용차를 사는 대신 그 돈으로 더 큰 집을 사거나, 유럽여행을 하거나, 자손들에게 더 많은 유산을 남겨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고급 자동차에 대한 수요는 감소하게 되고, 고급 승용차 공장들은 다른 재화의 생산 공장으로 쉽게 전환할 수 있으며, 반면 공장의 근로자들은 시장 여건의 변화에 대응하여 직업을 바꾼다는 것은 쉽지 않다. (맨큐의 핵심경제학)


논제 2.

제시문 가)의 연도별 지표추이를 이용하여 제시문 나)에서 설명하고 있는 내용을 구체적 수치를 가지고 논리적으로 설명하시오. 또한 제시문 가)의 특정연도에서는 국내총생산과 의약품 생산량의 증감 추이가 비슷한 경향을 보이지 않고 있다. 그 이유를 설명하고 있는 제시문을 예로 들어 제시문 가)의 지표상의 추이를 분석하고 논리적 당위성을 설명하시오.(30점, 띄어쓰기 포함 701자 이상 800자 이내)


논제 3.

경제활동에 관한 사회의 형평성을 증가시키기 위해 정부가 시장에 개입할 경우,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는 제시문을 선택하여 그 논리성을 설명하고, 수험생의 설명 내용과 함께 다른 제시문을 이용하여 형평성과 국내 총생산, 지니계수 모두를 개선시킬 수 있는 합리적인 방안을 제시하시오.(30점, 띄어쓰기 포함 601자 이상 700자 이내)



▼모의논술 해설

경희대는 올해부터 실시하는 논술시험의 문제유형에 기존의 출제형태에서 벗어나 큰 변화를 주고 있다. 그 배경에 대해 논술반영비율의 상승으로 인한 변별력의 확보와 통합교과능력 평가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라고 밝히고 있다. 구체적으로 변화 양상을 살펴보면 기존의 글자수가 1100~1200자에 불과했는데 무려 2200~2500자로 대폭 늘어났으며 주제도 인문·철학적 분야에서 벗어나 사회적·현실적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더구나 도표를 분석하는 문항이 새롭게 추가되었을 뿐만 아니라 큰 비중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이를 분석하는 능력의 함양이 주요한 변별 요인이 될 수 있다. 기존의 1200자 분량의 글이 90분의 시간이 배정된 것과 견주어 2500자 분량의 시험시간이 150분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도 실전에서 큰 부담요인이 될 수 있으므로 적절한 시간안배에 신경써야 하겠다. 다만 문항 수가 1개에서 3개로 늘어남으로써 보다 압축적이고 짧은 호흡으로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 수 있다.

다른 대학과 달리 모의논술고사의 채점결과를 발표하면서 논술과 내신성적과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자료를 포함시켰는데 모든 과목들의 성적이 논술총점과 의미있는 상관관계를 가졌다는 내용이 눈에 띈다. 과거 대학 측의 논술채점방식이나 평가기준, 논술고사의 유의미성에 대해서 지나치게 막연한 추측에 의존해야 했는데 최근 각 대학들이 적극적으로 이에 대한 자료를 발표함으로써 구체적인 대비를 할 수 있게 된 것은 매우 환영할 일이다.


<논제1>은 다양한 인문학적 제시문을 통해서 구체적인 문제의 해결책을 모색하게 하는 기존의 경희대 논술고사 출제방식의 특징을 그대로 가지고 있는 문제라고 볼 수 있다. 다만 제시문의 절반이상을 교과서에서 발췌함으로써 통합교과의 성격이 강해졌다는 것이 차이점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다수 제시문의 내용을 정확히 파악하고 이를 현실의 문제와 적절히 연결시킬 수 있는 능력과 창의적이고 깊이있는 해결방안을 도출해내는 능력이 요구된다.

각 제시문의 내용을 간략히 살펴보면 먼저 (가)제시문은 자기 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 다른 사람의 입장을 생각해야 한다는 요지를 담고 있다. (나)는 매체 특히 컴퓨터가 주는 다양한 소통의 가능성에 대한 내용이고, (다)는 세계화 추세와 관련하여 개방적·주체적 사고 등의 변화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 함양이 중요함을 강조하고 있다. (라)는 기업이 사회와 관계를 맺어 이윤을 창출하므로 당연히 사회환원의 책임이 있으며 이것이 장기적으로도 기업에 이익이 된다는 주장을 담고 있다. (마)는 철학이란 통념이나 고정관념에 대한 끊임없는 의문을 제기함으로써 다른 학문의 연구에 생기를 불어넣어주는 학문이라는 내용이다. 상당한 양의 제시문임에도 불구하고 질문이 개별적인 제시문 모두를 활용하기를 요구하므로 각 제시문의 핵심적인 내용을 압축적으로 정리할 수 있어야 한다. 세부적인 내용에 집착하여 내용을 중언부언 언급하는 경우 분량을 초과하거나 산만한 인상을 줄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다음으로 '사례를 지적하라'는 요구를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상투적이거나 지나치게 널리 알려진 사례는 되도록 피하는 것이 좋다. 경희대 측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논리성이나 이해력은 뛰어난 반면 창의성이 떨어진다는 채점 결과가 나왔는데 이는 다른 답안과 차별화되는 내용이 부족했다는 반증이다. (가)와 관련해서는 노인공경이라는 예시보다는 영화관에서 남을 배려하지 않는 관람태도를 예로 드는 것이 보다 참신해 보일 수 있다. 물론 참신함보다는 적절한 예인지가 더욱 우선되는 평가기준이라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전반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라는 것은 다의적인 해석이 가능한 부분인데 구체적 사례에 특정된 해결책이 아닌 문제 전체를 해결할 수 있는 포괄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라는 의미로 해석하는 것이 출제의도에 가장 적합한 이해일 것이다. 해결책 제시형의 문제에서 가장 주의할 부분은 구체적이고 실현가능한 해결책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막연하거나 일반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창의성평가에서도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없다.

<논제 2>

(가)의 도표를 활용하여 (나)의 내용을 구체적 수치를 통해 설명하라는 요구가 첫번째 질문이다. 도표의 정보를 정확히 읽어내는 분석력과 이를 (나)의 내용과 연관지어 의미를 찾아낼 수 있는 해석력이 가장 중요한 평가요소이다. (나)의 내용 중 경기침체와 관련하여 국내총생산이 1998년에 감소하였다는 점을 지적해야 한다. 우리 경제의 불안정한 모습에 대해서는 국내총생산이 1998년 이후 꾸준한 증가에도 불구하고 그 증가비율은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나 지니계수가 거의 개선되지 않음으로써 부익부 빈익빈의 고질적 병폐가 여전하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어야 한다. '구체적 수치'의 조건을 만족시키기 위해 수치들을 명시적으로 언급하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되겠다.

(가)의 특정연도에 국내총생산과 의약품 생산량의 증감 추이가 비슷한 경향을 보이지 않는 이유와 관련지을 수 있는 제시문은 의약분업제도를 언급하고 있는 (마)제시문이다. 2000년 실시된 의약분업으로 인해 당해연도의 의약품 생산량이 일시적으로 줄어들었으나 그 이후에는 꾸준히 생산량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의약분업의 성과가 분명하지 않다는 것도 아울러 문제삼을 수 있겠다.

<논제 3>

정부가 사회 형평성을 증가시키기 위해 시장개입을 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내포한 제시문을 선택하지 않고 자신의 주관적 관점에 따라 논지를 전개하거나 논제의 의도가 경제적 측면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회윤리적 측면에서 검토하는 등의 실수가 많이 발생한 논제였다. 우선 (바)제시문을 통해서 정부의 지나친 시장개입이 경제활동의 형평성을 증가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감소시킬 수 있음을 찾아낼 수 있어야 한다. (바)제시문의 요지는 사치세를 통해 부자들이 사회적 부담을 더 지도록 하려는 정책이 상품구매욕구를 떨어뜨려 실제로는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줄어들게 하는 상반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이를 통해서 형평성만을 고려하는 것은 의도한 목적을 달성할 수 없고 사회적 효율성에 대한 고려도 수반되어야 함을 끌어낼 수 있다면 좋은 구성이 될 것이다. 자유경제체제 아래에서는 이윤의 극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으나 부익부 빈익빈의 부정적 사회현상이 필연적으로 초래될 수밖에 없다. 지나치게 강조된 효율성은 소외된 자들의 반발을 일으켜 사회혼란이 발생하고 결국 경제성장도 둔화된다. 반대로 형평성만을 강조하면 경제활동욕구가 감퇴하고 복지병의 발생으로 전체 생산량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효율성과 형평성의 양자를 적절히 조화하는 것은 두 마리의 토끼를 동시에 쫓는 것과 같은 어려움이 존재하는 것이어서 학생들이 쉽게 답안을 작성하기 힘들 것이다. 그러나 (라)제시문의 핵심요지인 '누군가의 지출은 누군가의 소득'이라는 점을 통해 고소득층의 활발한 소비활동이 저소득층의 소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해결방향을 착안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어느 정도의 불평등을 감소하더라도 전체적인 몫을 키울 수 있다면 모든 사람들에게 궁극적인 이득이 될 수 있다는 착안도 바람직한 방향이 될 수 있다.

통합형 논술은 지식을 암기하고 있느냐 보다는 이를 현실에 활용할 수 있는지 지식간의 통합적 사고가 가능한지를 묻는 시험이다. 따라서 평소 주변에서 발생하는 일들에 관심을 갖고 다양한 측면에서 고찰해보려는 태도를 갖도록 하자.

박상철 s.논술 선임연구원 ace@nons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