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Issue] 2030년 '메가시티'의 시대, 도시 슬럼화가 인류의 시한폭탄 될까
1798년 영국의 경제학자 토머스 맬서스는 인류의 미래에 대해 유명하고도 암울한 전망을 펼쳤다. 산업화와 함께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대기근 같은 큰 문제가 닥칠 것이란 이론이다. 그런데 너무 비관적이라서 비현실적으로 여겨지던 이 예측이 200년이 지난 지금 새로이 조명받고 있다.

시나리오의 시작은 '메가시티'(인구 1000만명 이상이 사는 대도시)다. 최근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미래의 모습이 개도국 대도시의 방대한 '슬럼화'로 특징지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인구가 대도시로 집중되면서 빈곤과 오염 등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도시로 집중되는 인구…2030년 인구 60%가 도시로

포브스에 따르면 올해는 인구통계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해다. 처음으로 도시 인구가 비도시(시골) 인구를 넘어서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2030년 전 세계 인구 81억명 중 60% 이상인 50억명이 도시에 살게 될 것으로 예측했다.

1900년께 세계 최대 도시였던 런던이 인구 650만명이었다면 오늘날 세계 최대 도시인 도쿄의 인구는 1258만명(인근 3개 현을 합치면 3520만명)에 달한다. 이들 도시의 인구 성장세가 주춤해지는 2015년쯤에는 아시아와 중남미 등 개도국에서 메가시티의 탄생이 이어질 전망이다. 이미 메가시티의 반열에 오른 뭄바이,멕시코시티,상파울루,뉴욕,델리,상하이 등도 계속해서 인구가 증가할 것이란 분석이다.

문제는 이들 도시 인구의 상당수를 농촌 빈민 출신이 차지한다는 점. 도시의 일자리와 자원이 한정돼 있다 보니 이들 대부분이 빈민의 처지를 벗어나기 어렵다. 2030년 도시 인구의 40%인 20억명이 빈민가에 밀집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도시 슬럼화가 질병ㆍ범죄ㆍ환경오염 불러

이렇게 형성되는 도시 빈민가는 여러가지 문제를 일으킬 우려가 높다. 생활용수가 오염되고 쓰레기들이 넘쳐나면서 각종 질병이 발생할 수 있다. 범죄와 도시 기반 파괴,주택 부족 등도 대도시의 시한폭탄이다.

이미 일부 도시에선 이 같은 현상이 진행되고 있다. 맬서스가 예견한 식량 부족보다는 환경 오염과 삶의 질 저하가 주된 문제다. 특히 아프리카와 아시아 같은 제3세계 지역에선 식수 부족과 환경 오염이 더욱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유엔에 따르면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에서는 시골보다 도시의 어린이들이 식수 부족과 질병으로 생명을 잃을 가능성이 높다. 도시 슬럼가에 사는 여성들은 에이즈에 감염될 가능성이 농촌보다 훨씬 크다. '슬럼의 행성(Planet of Slums)'이란 책을 펴낸 마이크 데이비스에 따르면 나이지리아 도시 인구의 80%인 4160만명이 슬럼가에서 살아가고 있다. 인도 역시 전체 도시 인구의 56%인 1억5800만명이 제대로 된 집 하나 갖추지 못한 채 생활한다.

◆인류의 성장통 어떻게 극복할까

경제 성장을 통해 도시 집중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낙관론도 없진 않다. 산업 혁명기 인구 급증을 겪은 런던은 맬서스의 예견과 달리 꾸준히 도시 환경을 개선해왔다. 제3세계라고 해서 산업화와 도시 발전이 반드시 종말론적인 결말로 치달을 이유는 없다는 게 희망론자들의 역설이다.

도시 슬럼가의 빈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계의 대응도 이뤄지고 있다. 쓰레기 재활용, 세탁 서비스 등 도시 빈민의 생활 수준을 높이는 산업이 떠오르고,정부도 다양한 구제 프로그램을 내놓고 있다. 터키 정부는 슬럼가의 무단 주거자들에게 법적인 허가와 정치적 권리를 내줌으로서 자활 의지를 북돋우고 있다. 단순한 경제 성장뿐만 아니라 정치적 민주주의 발전도 도시 빈곤 타파에 필수적인 셈이다.

인구 폭발과 도시 팽창을 겪은 것은 우리나라 역시 마찬가지다. 수도권 인구 집중 문제는 현재진행형이고 이로 인한 교통 문제와 주택 부족 등의 문제도 여전하다. 빠른 경제 성장을 추구하는 개도국에서 이 같은 문제는 정도의 차이일 뿐 반드시 겪어야 할 '성장통'일지도 모른다. 이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는 앞으로도 오랫동안 인류의 숙제가 될 전망이다.

김유미 한국경제신문 기자 warmfron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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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흥망은 진행형…

美 디트로이트 50년만에 인구 1/3 줄어, 日 소도시도 감소中

[Global Issue] 2030년 '메가시티'의 시대, 도시 슬럼화가 인류의 시한폭탄 될까
메가시티로 성장하는 도시가 있다면,몰락하는 도시도 있다. 포브스는 최근 도시의 미래를 전망하면서 '유령도시'로 남을 수 있는 도시들을 소개했다.

대표적인 경우가 미국 최대 산업도시로 불렸던 디트로이트다. 1950년부터 지금까지 인구 3분의 1이 줄어들었다. 감소세는 2030년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디트로이트의 몰락에는 10%에 달하는 높은 실업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도시를 먹여살려온 자동차산업이 중국 등 노동비용이 저렴한 곳으로 자리를 옮긴 탓이다. 세계화에 따른 경제의 명암이 도시의 미래까지 좌우하는 셈이다.

돈이 떠나면 사람이 떠난다. 일본에서는 젊은층이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떠난 데다 고령화까지 진행되면서 소도시마다 인구가 줄어들고 있다. 언제부턴가 아이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는 한국의 농촌도 사정은 비슷하다. 미국의 캔자스주와 다코타주에서도 젊은층의 유출이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1989년 통일 이후 독일에서는 수백만명의 동독인들이 일자리와 보다 나은 삶을 찾아 서독으로 몰렸고,일부 동독 도시는 공동화를 겪어야 했다.

지구 온난화에 따라 해수면이 높아지면서 아예 사라질 위험에 처한 도시도 있다. 독일은 국토의 3분의 2가 바다 밑에 잠길지도 모르지만 뛰어난 과학기술로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프리카 감비아의 수도 반줄은 별다른 해결책이 없는 한 수면 아래로 사라질지도 모른다고 2002년 세계은행 보고서에서 지적됐다. 지구 온난화 영향에 대한 이 보고서에 따르면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중국 톈진,인도네시아 자카르타,태국 방콕 등도 비슷한 운명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 샌프란시스코는 2086년까지 진도7 이상의 대지진을 겪을 가능성이 75%에 이른다는 게 캘리포니아대 데이비스캠퍼스(UC Davis)의 연구 결과다. 2년 전 뉴올리언스를 파괴한 허리케인 카트리나처럼 자연재해는 도시의 급격한 몰락을 낳는다. 하지만 빠르게 재건에 나서고 있는 뉴올리언스에서 보듯이 도시를 부활시키는 사람의 힘도 만만치는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