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ke Money] 증시의 독버섯, 불공정거래
주식시장에도 '작전'과 '선수'라는 말이 있다.

군사용어인 작전이 증권가에서는 불공정 거래를 속칭하는 말로 쓰인다.

선수 역시 주가를 조작하는 일당을 일컫는다.

지난 17일자 한국경제신문 1면에는 L사의 주가 조작(시세 조종)에 관한 기사가 올라왔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과 금융감독원이 코스닥 상장사인 자동차 부품업체 L사를 대상으로 728개 증권 계좌(동원 자금 1500억원)를 동원한 시세 조종 행위가 이뤄지고 있다는 단서를 포착했다는 내용이었다.

이례적으로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주요 계좌 9개를 추징 보전하는 조치도 취해졌다.

추징 보전이란 범죄행위로 얻은 재산을 재판 도중에 숨기거나 처분하는 것을 막기 위해 법원의 확정 판결이 날 때까지 묶어두는 것이다.

주식시장에서 불공정 거래는 날로 지능화하고 있다.

이번 L사의 작전에서도 감독 당국의 감시망을 피해가기 위한 고도의 수법이 동원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우리 사회에 도둑을 잡는 경찰이 있듯이 주식시장에는 시장감시위원회라는 조직이 있다.

불공정 거래는 무엇이고 이를 막기 위한 시장 감시는 어떻게 이뤄지는 걸까.

◆ 불공정 거래란

불공정 거래는 중요 내용의 공시 등 증권거래법이 요구하는 각종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주식을 거래하는 행위를 말한다.

또 상대방을 속여 그와 거래하면서 부당한 이익을 취하는 일체의 증권 거래 행위를 총칭한다.

구체적으로는 내부자 거래나 시세 조종, 사기적 부정 거래 등이 포함된다.

내부자 거래는 주요 정보를 접한 회사 내의 임직원이나 지인이 공개되지 않은 중요한 정보를 이용해 부당 이득을 얻거나 손실을 회피하는 것을 말한다.

시장 참여자가 똑같은 조건에서 거래에 참여할 수 있도록 회사 내부자가 독점적으로 정보를 이용하는 것을 금지한 것이다.

시세 조종은 불공정 거래의 가장 대표적인 행위다.

원래 시장에서 수요 공급에 따라 자연스럽게 정해져야 할 주가를 특정 세력이 인위적으로 만들어가는 것이다.

사기적 부정 거래는 부당 이득을 얻기 위해 허위 사실이나 소문을 유포하는 행위를 칭한다.

주가를 띄우기 위해 '대규모 공급 계약을 체결할 것'이라든지 'M&A(기업 인수·합병) 계약을 체결할 것'이란 거짓 정보를 일부러 퍼트리는 것이다.

◆ 불공정 거래를 잡아라

[Make Money] 증시의 독버섯, 불공정거래
증권선물거래소에는 시장감시위원회가 있다.

이곳에서는 주식의 거래 내역을 시스템을 통해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해 이상 거래 등을 적발한다.

관련 공시나 뉴스, 매매 거래 특이점 등을 분석해 불공정 거래 혐의가 있는 종목을 선정한 후 추적·조사하는 일을 한다.

거래소는 불공정 거래가 의심될 경우 세 가지 단계를 밟는다.

먼저 시장감시부에서 주가나 거래량을 기준으로 비정상적인 종목을 추려내 일정기간 주시한 후 의심의 여지가 보이면 감리부로 넘긴다.

감리부는 시세 조종 연계 계좌를 조사하거나 미공개 정보 이용 혐의 등을 파악한다.

그 결과 거래소 규정을 위반한 경우에는 그 규정에 따라 조치를 취하고 관계법을 위반한 경우 금감원에 보고한다.

금감원은 이를 다시 검찰에 통보해 수사를 의뢰한다.

시장감시위원회는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불공정 거래 혐의에 대한 제보를 받아 조사에 착수하기도 한다.

인터넷도 시장감시위원회의 조사 대상이다.

인터넷 풍문 검색 전용 시스템을 통해 증권정보 사이트에 오르는 소문을 체계적으로 수집·검색해 시장감시의 분석자료로 쓴다.

◆ 불공정 거래 관련 제재는

불공정 거래를 하게 되면 이와 관련해 투자자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진다.

형사 처벌도 뒤따른다.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 한다.

이익이나 회피한 손실액이 커지면 징역과 벌금도 높아진다.

이익이 50억원 이상일 때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진다.

내부자가 6개월 이내에 매매를 통해 이익을 얻으면 '단기매매 차익 반환의무'라고 해 회사에다 이익을 토해내야 한다.

임직원이 자기 회사의 내부 정보를 이용해 재미를 보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한 셈이다.

단 6개월이 넘으면 문제가 없다.

상장 기업들도 불공정 거래를 막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면 처벌을 받는다.

중요한 경영상 내용을 적시에 '공시'라는 제도를 통해 밝히도록 하고 있다.

또 임원이나 주요 주주의 주식 소유 상황이나 주식의 대량 보유 상황을 거래일 후 일정기간 안에 밝혀야 한다.

이를 위반할 경우에도 징역이나 벌금형에 처해진다.

서정환 한국경제신문 증권부 기자 ceose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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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익 미끼로 투자금 유치…L사 주가조작이 기가막혀

최근 문제가 불거진 L사의 불공정 거래에는 시장감시위원회나 검찰조차 깜짝 놀랄 정도의 고도 수법이 동원됐다.

게다가 이번 주가 조작은 '큰손' 몇 명이 모여 주가를 조작하던 과거 사례와 달리 다수의 일반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끌어모으는 신종 기법을 썼다.

시세 조종 세력들이 공모해 고수익 보장을 미끼로 다수의 투자자로부터 단기간에 대규모 자금을 유치한 후 자본금 규모가 비교적 작은 L사 주식을 주가 조작의 대상으로 삼은 것이다.

또 일부 증권사가 편의를 제공하고 상호저축은행과 대출 모집 업체는 주택담보 대출을 알선하는 등 주가 조작 세력에 자금까지 대줬다.

특히 이들 세력은 유동 IP를 이용한 인터넷 매매 시스템을 이용했다.

감시위원회가 IP 추적과 연관 계좌를 비교한다는 사실을 알고 이를 피하기 위한 수단을 쓴 것이다.

주가 조작도 기가 막혔다.

주가가 단기간에 급등하면 이상 급등 종목으로 지정돼 감시권 안에 들어가는 데다 감리종목으로 지정받기 때문에 이상 급등 종목으로 지정되기 직전 쉬어가는 여유도 부렸다.

6개월 새 주가는 50배나 급등했지만 상한가를 기록한 것은 6차례에 불과했다.

'최대한 티나지 않게 해 먹겠다'는 심산이었다.

또 주가 조작 사상 최대인 728개의 계좌를 동원한 덕에 수십개 계좌에서 수없이 매매를 반복하는 고전적 방법을 피해 감시망을 빠져 나가려 했다.

한 번 사용한 계좌는 반복해 사용하지 않는 치밀함도 보였다.

감시위원회는 불특정 다수의 계좌가 동원돼 계좌 간 연관성을 파악하는 것도 쉽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기존 허위 공시 유포를 이용한 시세 조종은 명함도 못 내밀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