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는 살아있는가?

◆제임스 러브록(James Lovelock,1919~)

[고전속 제시문 100선] (36) 제임스 러브룩 '가이아:살아있는 생명체로서의 지구'
영국의 과학자이자 발명가, 저술가로서 1994년 이후 옥스퍼드대 그린칼리지의 명예 객원교수를 맡고 있다.

가이아 이론은 1979년 『Gaia: A New Look at Life on Earth』 이란 책을 통해 주장한 새로운 가설이다.

국내에선 『가이아:살아있는 생명체로서의 지구』로 번역되어 나왔다.

가이아(Gaia)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대지의 여신’으로, 지구를 상징적으로 나타내기 위하여 사용된 말이다.

러브록이 말하는 가이아란 지구와 지구에 살고 있는 생물, 대기권, 토양, 대양까지를 포함하는 하나의 범지구적 실체이다.

가이아 이론은 지구를 생물과 무생물이 상호 작용하는 생물체로 바라보면서 지구가 생물에 의해 조절되는 하나의 유기체임을 강조한다.

이 이론은 하나의 가설에 지나지 않지만, 지구 온난화 현상 등 오늘날 지구 환경 문제와 관련되어 새롭게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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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속 제시문 100선] (36) 제임스 러브룩 '가이아:살아있는 생명체로서의 지구'
봄비가 그치고 쏟아지는 햇살이 눈부시다. 가볍게 부딪히는 산들바람이 상쾌하다. 일 년 내내 이런 날씨가 계속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굳이 이런 이상적인 날씨가 아니라도 지구는 생물이 존재하기에 적합한 곳임은 분명하다. 수많은 별들 중에 유독 지구에서만 파랑과 녹색이 공존하는 복잡한 생명체의 장이 펼쳐진 신비한 현상에 대해 근대과학의 주류적 시각은 태양복사열 증가, 화산 폭발, 운석의 충돌, 대륙 이동 등 여러 지질학적 원인들에 의해 세월의 흐름과 함께 대기와 해양의 조성이 변화하고 또 기후가 바뀌었으며, 생물들은 그러한 주위 환경의 변화에 수동적으로 대처하면서 점진적으로 적응하는 과정을 밟아 왔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1970년대 초 영국의 대기화학자 제임스 러브록이 주장한 '가이아 이론'은 지구의 역사와 생물의 진화에 대해 지금까지의 견해들과는 전혀 다르다. 그에 따르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지구가 살아있는 거대한 유기체라는 것이다. 그리고 지구의 생물권은 단순히 주위환경에 적응하기만 하는 소극적인 존재가 아니라 오히려 지구의 물리화학적 환경을 활발하게 변화시키는 능동적인 존재라는 것이다.

◆원문 읽기

지구 대기권의 화학적 조성은 정상 상태의 화학평형에서 기대되는 값들과는 아무런 관련도 없다. 현재의 산화성 대기 중에 존재하는 메탄가스와 아산화질소, 심지어 질소까지도 10배 이상 화학평형의 법칙을 거역하고 있다. 이런 엄청난 규모의 비평형 상태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그것은 대기권이 단순히 생물체들이 만들어낸 산물일 뿐만 아니라, 필경 생물학적 구조물에 더욱 밀접하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해설]=지구의 대기조성은 결코 자연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가이아 이론은 지구 대기의 변화를 가설의 가장 큰 증거로 들고 있다. 지구의 대기는 다른 행성들의 대기와는 달리 엔트로피가 무척 낮다. 지구 외부의 엔트로피를 인위적으로 증가시키면서 지구 내부의 엔트로피를 늘리거나,적어도 주변에 비해 낮은 엔트로피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엔트로피가 낮다는 말은 에너지가 나올 여지가 있다는 말이다. 현재 추정되고 있는 원시 지구의 대기는 현재의 금성이나 화성과 거의 비슷하다. 이처럼 낮은 에너지의 암모니아, 메탄가스, 이산화탄소 등의 원시 지구 대기가 질소,산소가 주가 되는 현재의 대기로 바뀌는 것은 자연적인 평형 상태에서는 불가능하며 결국 가이아가 그러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가이아의 역할은 사이버네틱 시스템을 통해 설명될 수 있다.

◆원문 읽기

가장 미소한 종류에서부터 가장 거대한 종류에 이르기까지 모든 생물들이 갖는 매우 특별한 속성 가운데 하나는 그들이 어떤 목표를 설정하고 도달하기 위해 시행착오라는 사이버네틱 과정을 통해 이에 합당한 시스템을 개발하고, 가동시키고, 또 유지하는 능력을 갖는다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전 지구적 규모에서 가동되고,또 그것의 목적이 생물체가 잘 번성하도록 적절하게 물리·화학적 조건을 확립하고 유지시킬 수 있는 시스템을 발견할 수만 있다면 그것은 곧 우리로 하여금 가이아의 존재를 명백히 인정할 수 있도록 하는 증거가 되고도 남을 것이다

[해설]=지구상의 모든 존재는 지구의 환경 조성에 참여하고 있다.

사이버네틱 시스템의 가장 대표적인 예로 온도 조절계를 들 수 있다. 온도 조절계는 감지기가 전달한 정보를 기입력된 정보와 비교해 방안의 온도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낮아지면 발열 장치의 스위치를 켜고 또 실내 온도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높아지면 스위치를 끄는 기능을 수행한다.

러브록은 지구의 생물과 무생물이 한데 어울려서 하나의 거대한 사이버네틱 시스템, 즉 가이아라는 복합적 실체(complex entity)를 구성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가이아는 스스로의 존재를 위해 능동적으로 주위환경을 조절한다고 제안한다.

◆원문 읽기

지구 생물계의 가장 필수적인 구성원은 대륙붕의 바닥과 지표면 바로 밑 토양 속에서 생활하는 생물들이다. 우리가 볼 수 있는 대형 동식물들은 사실상 그리 중요하지 않다. 이것들은 마치 자본주의 사회에서 상품을 광고하는 데 이용되는 세련된 세일즈맨과 우아한 모델들처럼 겉보기에는 좋을지 모르나 꼭 필수적인 존재는 아닌 셈이다. 진실로 강인하고 신뢰할 만한 지구의 일꾼은 바로 토양 속과 바다 밑바닥에서 생활하는 미생물들인데,그들 주위의 환경이 불투명하기 때문에 상당한 양의 자외선 복사에서도 자신을 보호할 수 있다.

[해설]=생물계의 필수적인 구성원은 미생물이다.

우리는 흔히 핵무기나 대기권의 오존층 파괴로 지구가 멸망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원시 지구에서 탄생한 최초의 생명체는 강력한 방사능과 자외선 속에서 살아남았고 지금도 토양 속 바다 밑바닥에 존재한다. 즉 지구가 멸망한다는 것은 너무나 인간중심적인 생각이며 가이아는 치명적인 변화를 견뎌낼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환경오염이라는 개념도 마찬가지다. 가이아의 입장에서 본다면 단순한 오염물질의 배출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대부분의 오염물질은 자연 상태에서도 만들어지고 있으며 시간이 가면 자정작용을 통해 해결될 수도 있다. 가장 치명적인 환경문제는 바로 열대우림과 같은 가이아의 핵심부분을 파괴하는 것이다.

◆원문 읽기

가이아의 관점에서 본다면 인간이 생물권을 책임지고 보살펴야 한다는 논리를 정당화하려는 그 어떤 시도도 시혜적 식민지주의와 마찬가지로 설득력을 잃고 있음이 분명하다. 그런 시도들은 모두 인간이 이 지구의 지배자라거나,또는 비록 소유자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집주인 정도는 된다는 생각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이와 달리 가이아 이론이 암시하는 바는,인류는 바로 가이아의 파트너이자 그의 한 부분이며 우리는 가이아의 일원으로서 매우 민주주의적인 실체 속에서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해설]=인간 지상주의에서 벗어나라.

우주에서 본 지구의 모습 속에서 인간의 존재는 너무나 미미할 것이다. 우리는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마치 인간이 지구의 주인인양 행세하지만 가이아의 관점에 따르면 단지 그 구성요소에 불과하다. 인류의 멸망이 곧 지구의 멸망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진정한 자연과의 공존은 불가능할 것이다. 수많은 생물종들이 멸망과 탄생을 거듭했지만 생태계 자체는 지속적으로 유지돼 왔고, 그것만이 진정 유의미한 것일 수 있다.

가이아 가설은 왜 지구만이 가이아가 되었는가 하는 것을 잘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 그 한계가 있다. 화성과 금성도 지구에 가까이 있는데 왜 그 행성들에서는 지구에서 일어난 것과 같은 긍정적인 피드백이 일어나지 않고 반대 방향의 피드백이 일어났는가에 대한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환경을 의식이 없는 무생물에서 자기 조절 기능을 가지는 하나의 초유기체로 끌어올림으로서 종전의 환경에 대한 유물론적 시각과는 달리 생물학적 측면에서의 새로운 접근을 가능하게 했다는 점에서 충분한 의의를 가진다 하겠다.

박상철 S·논술 선임연구원 ace@nons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