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욕구를 5단계로 나눠 설명… 인본주의 심리학 효시

◆에이브러엄 H. 매슬로(Abraham Harold Maslow,1908~1970)

1908년 미국 뉴욕에서 러시아 출신의 유대인 부모 사이에서 7형제 중 맏이로 태어났다.

인본주의 심리학의 창시자로서,이른바 ‘욕구 위계설’(욕구 5단계설)로 유명하다.

그의 욕구 이론은 지난 반세기 동안 인문학,사회학,경영이론 등에서 널리 응용되고 있다.

주요 저서로 『존재의 심리학』을 비롯,『심리적으로 건강한 경영』,『과학에 관한 심리학』,『종교,가치,절정경험』,『인간 본성에 대한 심층적 연구』 등이 있고 100여 편이 넘는 논문도 썼다.

매슬로의 심리학은 스키너를 위시한 행동주의적 접근과 프로이트에 의해 뿌리 내린 정신분석학적 접근으로부터 구별된다는 점에서 제3의 심리학으로 불린다.

행동주의 심리학은 환경의 자극에 의한 인간의 수동적 행위에 주목한다.

이에 반해 매슬로는 주체적이며 능동적인 ‘자기실현 욕구’를 인간에 고유한 자연적 욕구로 강조하였다.

매슬로의 심리학이 인간의 존엄성을 강조하는 인본주의 심리학으로 불리는 것은 이러한 이유에서이다.

『존재의 심리학』에서 매슬로는 자기실현 욕구가 인간의 삶에서 지니는 의미를 해부하고 있다.

따라서 이 책은 심리학 저술이면서 동시에 인간 본성과 그 존재론적 지위를 탐구한 철학적 저술로도 읽힌다


[고전 속 제시문 100선] (34) 에이브러엄 H. 매슬로 '존재의 심리학'
매슬로의 이론적 독창성은 그의 욕구 위계설에서 드러난다.

그림에서 보듯 매슬로는 인간에게 몇 가지 자연적인 욕구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들 욕구 중에서 더 본능적이며 강력한 욕구일수록 피라미드의 아래쪽에 위치한다.

그 중 결핍 욕구(Deficit Needs, D-Needs, 혹은 기본 욕구)에 해당하는 네 가지 욕구의 의미는 다음과 같다.

1. 생리적 욕구=생물학적 존재로서의 인간이 지니는 욕구다.

산소, 물, 영양분을 섭취하려는 욕구를 예로 들 수 있다.

쉬고, 배설하고, 고통을 느끼지 않으려 하며, 성적 관계를 가지려는 욕구도 마찬가지다.

2. 안전과 안정 욕구=안전함, 안정과 보호에 대한 욕구다.

이 욕구가 적절히 충족되지 못할 때 인간은 불안과 두려움을 느낀다.

3. 사랑과 소속감에 대한 욕구=친구나 연인을 사귀려 하고 아이를 갖으려 하며 집단에 소속되려는 욕구다.

따뜻한 인간관계에 대한 욕구이기도 하다.

이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하면 외로움으로 인한 두려움과 불안을 느낀다.

4. 존경 욕구=먼저 타인의 인정과 사회적 지위에 대한 욕구다.

여기에 매슬로는 자신을 존중하고자 하는(self-esteem) 욕구를 더 고급스런 형태의 존경 욕구로 다룬다.

자신감을 느끼고,자신이 자유롭고 독립적인 존재라고 느끼려는 욕구가 이에 해당한다.

이 욕구들이 충족되지 못하면 인간은 콤플렉스를 갖고 열등감을 느낀다.

결핍 욕구들의 경우 낮은 욕구가 충분히 충족되면 그 욕구가 사라지고 높은 욕구가 생겨난다.

배가 고프면 우리는 무언가 먹고 싶어진다.

하지만 충분히 먹고 난 다음에는 더 이상 아무 것도 먹고 싶지 않다.

다른 생리학적 욕구까지 충족된 상태라면, 이제 안전과 안정에 대한 욕구가 생겨난다.

이러한 주장은 또한 하위 욕구가 충분히 충족되지 않으면 상위 욕구가 생겨나지 않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화장실에 가고 싶어 죽을 지경일 때 우리는 외로움,사랑,존경 따위를 생각하지 못한다.

안전 욕구에서부터 존경 욕구까지 모두 그러한 식이어서, 그 모두가 있는 그대로 자연스럽게 수용되어야 한다는 것이 매슬로의 생각이다.

◆원문읽기

유기체의 1차적 목적이 불쾌한 욕구를 제거해 긴장 해소, 평형 상태, 항상성, 정지, 휴지 상태, 고통의 부재에 이르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데는 일반적으로 욕구에 대한 부정적 태도가 들어 있다.

추동(drive)이나 욕구는 유기체로 하여금 그러한 추동과 욕구를 해소하도록 압박한다.

욕구가 유일하게 추구하는 것은 긴장 해소, 욕구 그 자체의 제거, 그리고 결핍 없는 상태다.

욕구에 대한 이러한 논리를 극단적으로 끌고 가면 우리는 결국 프로이트의 죽음의 본능으로 끝을 맺게 된다.

[해설]=매슬로의 심리학은 프로이트 심리학을 비판적으로 수용함으로써 형성된 것이기도 하다.

프로이트는 충족되지 못한 욕구로 인한 긴장 상태를 해소하는 것이 인간 행위의 근본적인 동기라고 보았다.

욕구의 충족 혹은 제거가 인간 행위의 목적이라는 것이다.

평형 상태, 항상성, 정지, 휴지 상태, 고통의 부재 등 표현은 모두 욕구가 충족되거나 제거된 상태를 말한다.

프로이트는 그래서 인간이 죽음―모든 욕구 제거의 본능을 지니고 있다고 말한다.

반면 매슬로는 결핍된 것에 대한 욕구의 충족이나 제거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인간 고유의 욕구가 있다고 본다.

자기실현 동기(성장 동기)가 그것이다.

◆원문읽기

강력한 성장 동기를 가진 사람들을 연구할 때 동기가 휴지 상태에 도달한다는 생각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이러한 사람들의 경우 만족은 동기를 감소시키기보다는 오히려 증가시키고, 흥분을 완화시키기보다는 오히려 강화한다.

욕구는 강화되고 고조된다.

예를 들어 배우면 배울수록 점점 더 많은 것을 배우고자 하는 사람처럼 욕구는 점점 더 감소하는 것이 아니라 점점 더 강해진다.

그런 사람은 휴지 상태에 도달하기보다는 오히려 더 활동적으로 된다.

충족은 성장욕구를 완화하기보다는 자극한다.

가령 훌륭한 의사가 되고 싶다는 등의 소망과 야심의 실현, 바이올린 연주자나 훌륭한 목수와 같은 멋진 기술 습득, 사람이나 삼라만상 혹은 자신에 대한 이해의 지속적 증가, 분야에 상관없는 창조성 발달,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으로 훌륭한 인간이 되고자 하는 일반적인 포부처럼 성장은 본질적으로 보람 있고 흥미로운 과정이다.

[해설]=자신의 잠재력을 최대한 실현하려는 '자기실현 욕구(성장 동기)'는 결핍 동기가 아닌 존재 욕구에 해당한다.

낮은 욕구가 충족된 후에야 생기는 욕구라는 점은 존재 욕구도 결핍 욕구와 마찬가지다.

하지만 존재 욕구는 결핍 욕구와 달리 충족하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커진다.

자기실현하는 사람은 만족하지 않고 자신의 잠재력을 더 실현하려고 한다.

쉽게 말해 능력을 더 키워 발휘하려고 한다.

야구선수 이승엽은 지금껏 잘해왔지만 그래도 더 잘하려고 한다.

결핍 욕구는 이미 충분히 충족되었으므로 이는 결핍 욕구 때문이 아니다.

매슬로라면 그렇게 설명할 것이다.

이승엽은 자신의 잠재력 실현을 다른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삼지 않는다.

자기실현하는 사람에게는 능력의 신장과 발휘 자체가 목적이다.

그는 그것을 즐긴다.

훌륭한 인간으로 사는 능력의 신장과 발휘에 대해서도 그렇다.

◆원문 읽기

결핍 동기화된 사람은 환경을 더 두려워해야 하는데, 왜냐하면 환경은 그런 사람을 저버리거나 실망시킬 가능성을 항상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는 이런 유의 불안한 의존이 적대감도 조성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개인의 행·불행에 따라 조금 다를 수 있지만, 결국 이러한 모든 것은 자유의 부재를 의미한다.

이와 반대로 자신의 기본 욕구를 충족시킨, 자기실현하는 사람은 훨씬 덜 의존적이고, 훨씬 덜 종속적이며, 훨씬 더 자율적이고 자기 지향적이다.

(중략) 이제 그들을 지배하는 결정 요인들은 사회적이거나 환경적인 것이라기보다는 주로 내적인 것이다.

자신의 내적 본질의 법칙, 잠재성과 능력, 재능, 잠재적 소질, 창조 욕구, 자신을 알고자 하는 욕구, 더 완성되고 통합되고자 하는 욕구, 진정한 나,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 그리고 나의 소명이나 천직 또는 운명을 알고자 하는 욕구가 그러한 결정 요인들이다.

[해설]=결핍 동기에 의해 행위하는 사람은 타인과 환경에 대해 불안해하고, 두려워하고, 적대시한다.

그런 점에서 환경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반면에 결핍 욕구를 충분히 충족하고 자기실현하는 사람은 환경이 아닌 자유의지에 입각해 자신의 완성을 추구한다.

자기실현하는 사람은 신적인 존재를 향해 한 발 더 나아가 있는 인간이다.

매슬로가 주장한 욕구들의 구조와 관계는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았다.

이 점은 욕구 위계설의 약점으로 지목된다.

결핍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하고도 빛나는 예술적 성취를 통해 자기실현에 이른 많은 예술가들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 발달의 원리를 제시하고자 한 그의 기획에는 인간의 존엄한 본성에 대한 무시 못할 통찰들이 담겨 있다.

이는 이 시대에 그저 생존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진정한 인간으로 살기 위해 지켜내야 할 진정한 본성이기도 하다.

매슬로가 선도한 인본주의 심리학은 이제 경영조직 이론가들에 의해 유력하게 활용됨으로써 그 도구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매슬로의 통찰은 앞으로도 그 도구적 가치를 넘어 진정한 삶의 척도로서 우리를 끊임없이 반성케 할 것이다.

이석연 S·논술 수원학원 원장 blachand@nons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