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싼 일본 엔화 빌려 다른나라에 투자

엔 캐리란 용어가 국제 금융시장에서 초미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일본은행(중앙은행)이 기준 금리를 올리면서 국제 금융시장에서 '엔 캐리 트레이드(Yen Carry Trade)' 자금이 청산돼 큰 후폭풍을 불러올 것이라는 관측이 대두됐기 때문이다.

도대체 엔 캐리 트레이드가 무엇인지,왜 이렇게 큰 관심을 모으고 있는지 살펴보자.

◆엔 캐리 트레이드란

엔 캐리는 일본 화폐인 엔(yen)과 운반하다는 뜻의 캐리(carry)를 결합해 만든 말이다.

[Focus] 엔 캐리 트레이드가 뭐기에…
쉽게 설명하면 엔화가 어디론가 움직인다는 뜻이다.

일례로 일본 시중은행에서 엔화 자금을 빌려 미국이나 한국 같은 나라에 투자하면 이게 바로 엔 캐리 트레이드다.

국제 자본시장에서 어느 특정 국가의 자금을 빌려 다른 나라에 투자하는 것은 그리 특별하지 않은데 왜 유독 엔 캐리가 관심을 모을까.

이유는 일본의 금리가 매우 낮은 수준을 유지했기 때문이다.

최근 일본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렸지만,금리 수준은 연 0.5%에 불과하다.

한국의 정책금리(콜금리)가 연 4.50%이고 미국의 연방기금금리가 연 5.25%인 점을 감안하면 아직 한참 낮은 수준이다.

일본의 금리가 이처럼 낮은 가장 큰 이유는 10년이 넘는 동안 극심한 경기 불황을 겪어 금리를 계속 내려왔기 때문이다.

어쨌든 일본의 금리가 선진국 가운데서는 가장 낮은 수준을 장기간 유지해왔기 때문에 엔 캐리 트레이드는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물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지만 돈은 금리가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이동하게 돼 있다.

일본의 은행에서 1억원에 상당하는 엔화를 대출받았다고 가정해 보자.금리가 연 0.5%라면(정책금리가 0.5%이기 때문에 실제 대출이자는 이보다 높다) 1년 이자로 1억원의 0.5%인 50만원의 이자를 내면 된다.

이 돈으로 한국의 시중은행에 예금을 맡겼다고 가정하자.한국은 금리가 높다.

연 4.5%를 예금 이자로 받는다고 가정하면 1억원을 맡기면 1년 후 450만원을 받게 된다.

1년 후 한국의 은행에서 돈을 인출하면 원금 1억원과 이자 450만원을 받게 된다.

하지만 일본 은행에 갚아야 할 돈은 대출금 1억원과 이자 50만원에 불과하다.

특별히 공들이지 않고도 400만원을 벌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일본에서 워낙 저금리가 지속됐기 때문에 엔화 대출을 받아 다른 나라에 투자하는 자금 규모가 매우 커졌다.

그래서 외환시장에서도 엔화를 팔아 다른 나라 통화를 구입하려는 투자자들이 많아 엔화가 약세(가치 하락)를 보였던 것이다.

하지만 최근 상황이 달라졌다.

일본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금리가 오르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금리가 오르면 엔 캐리 트레이드의 매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

엔 캐리 트레이드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 정확하게 아는 사람은 없다.

다만 외국 기관투자가가 일본에서 빌린 대출 금액만을 놓고 보면 그 규모가 2000억달러(우리 돈으로 약 19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여기에 다른 거래까지 포함하면 1조달러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고 영국의 유명한 경제신문인 파이낸셜타임스(FT)는 보도했다.

이처럼 엔 캐리 자금의 규모가 워낙 커진 상황이어서 일본의 금리가 인상돼 더 이상 엔 캐리 트레이드를 할 매력이 떨어지면 세계 금융시장에 큰 충격파를 줄 수 있다.

엔화 자금이 수익을 좇아 전 세계로 흘러들어가 주식과 채권,부동산 등에 무차별적으로 투자돼 있었는데 한꺼번에 자금이 빠지면 가격 폭락 등 큰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최대 1조달러로 추정되는 엔 캐리 트레이드가 일시에 청산될(해외에 투자한 자산을 팔고 빌린 엔화를 갚는 것) 경우 메가톤급 충격이 올 수 있다.

실제 엔 캐리 트레이드가 한창 기승을 부리던 1998년 엔화가치가 달러당 147엔까지 떨어졌으나 러시아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선언으로 3일 만에 13%나 올랐고 두달여 만에 달러당 112엔까지 치솟았다.

세계 금융시장은 커다란 충격에 휩싸였고 그 여파로 당시 세계 최대 헤지펀드이던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가 결국 문을 닫기도 했다.

이런 사태가 언제 다시 발생할지 모른다는 것이다.

물론 현재까지는 이런 급격한 변화가 나타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BNP 파리바의 수석 통화전략가 한스 레데커는 "1997~1998년과 유사한 현상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며 "이머징 마켓 자산과 주식시장에서 버블 붕괴가 일어나면 엔 캐리 트레이드의 청산이 촉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아직까지 일본과 다른 선진국 간 금리차가 매우 커,급격한 자금이탈을 불러오진 않을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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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 캐리 트레이드가 한국의 부동산 값을 떨어뜨린다?

엔 캐리 트레이드가 한국의 부동산 값을 떨어뜨린다?

직접 연결될 것 같지 않은 일이지만 엔 캐리와 한국의 부동산 가격 사이에는 이런 가정을 해볼 수 있을 만큼 상당한 연관성이 있다.

엔 캐리 트레이드가 급격히 청산될 경우 지난해 엔화 약세를 틈 타 우리나라 부동산시장에 유입됐던 엔화자금이 빠져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은 국내 은행들의 엔화대출 자금이 일부 부동산시장으로 흘러들어갔다고 보고 엔화 대출에 대한 감시와 규제를 강화했다.

특히 엔화 대비 원화값이 하락세(원·엔환율 오름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국내 은행에서 엔화 대출을 받았던 사람들은 나중에 엔화자금을 갚을 때 가치가 올라간 엔화로 상환해야 하기 때문에 부담이 더 커진다.

따라서 엔화가 강세를 지속할 경우 엔 캐리 자금이 대거 이탈하고 이로 인해 부동산시장이 큰 타격을 받을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 것이다.

이와 관련,하나금융연구소는 신흥시장 증시 폭락이 이어지고 미국 부동산시장이 경착륙하는 등 자산가격이 급락할 경우 엔 캐리 자금이 대거 청산될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했다.

이 경우 국내 부동산시장에서의 자금 이탈이 심화되고 자산가격 하락을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엔 캐리 트레이드가 점진적으로 진행될 경우엔 우리나라 부동산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그다지 크지는 않을 것이라는 말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