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열정에 불 질렀던 '공산혁명'의 교과서

■ 칼 마르크스
[고전 속 제시문 100선] (33) 칼 마르크스 '공산당 선언'


인류사에 큰 영향 끼친 철학자

인류 역사에 가장 강력한 영향을 끼쳤던 철학자를 꼽으라고 한다면,아마 오늘의 주인공인 칼 마르크스도 빠지지 않을 것이다.

그는 철학자인 동시에 정치·경제학자이며 혁명가였기 때문에 그에 대한 평가는 결코 단선적이지 않다.

극단적인 숭배자들로부터 그를 사이비 교주로 폄훼하는 사람까지 다양하다.

혁명의 피비린내가 그의 이름 아래 자행되고 있고 지금도 그의 사상을 추종하는 정치운동가들이 사회 곳곳에서 활동하고 있다.

공산국가들은 거의 간판을 내렸지만 아직도 마르크스 사상의 횃불은 완전히 꺼지지 않은 채 희미한 빛을 발하고 있는 듯하다.

유물론과 역사주의 등 근대 사상의 다양한 조류를 결합하여 이른바 ‘과학적 공산주의’ 이론을 창조한 그가 바로 칼 마르크스였다.

그는 19세기의 지배적인 사상적 흐름인 합리주의와 낭만주의에 큰 영향을 받았다.

근대정신의 시조인 프랜시스 베이컨은 『새로운 아틸란티스』라는 과학적 유토피아를 그린 소설을 썼는데,이 책은 이성과 과학에 의해 만들어진 천국같은 미래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제레미 벤덤의 ‘판옵티콘’은 효율적인 사회 시스템만 있으면 세상은 끊임없이 진보할 수 있다는 생각을 보여준다.

이러한 19세기의 과학과 사회시스템에 대한 맹신적 태도의 결합은 마르크스의 공산주의 사상을 탄생시키는 데 큰 기여를 했다.

마르크스는 자신의 철학을 ‘과학적 공산주의’라고 규정하며 기존의 낭만적 공산주의와 차별화했다.

그는 겨울이 지나면 꽃피는 봄이 오듯 자본주의 이후엔 공산주의 사회가 필연적으로 나타나게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20세기 이후 공산주의 국가들의 실패는 인류사에 커다란 오점을 남기기도 했다.

그의 사상은 야스퍼스와 니체 등 실존철학자들로부터 사이비 과학이라는 비난을 받았으며,20세기 이후엔 칼 포퍼에 의해 신랄한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한 시대를 풍미했고 지금도 적지 않은 추종자를 갖고 있는 공산주의에 대해 우리가 전혀 모르고 지나갈 수 없지 않은가.

『공산당 선언』은 마르크스 사상의 응집판이다.

지금부터 『공산당 선언』을 읽어보자.



◆원문읽기: 폭력과 착취의 역사

지금까지 존재한 모든 사회의 역사는 계급투쟁의 역사이다.
[고전 속 제시문 100선] (33) 칼 마르크스 '공산당 선언'


봉건사회의 폐허로부터 싹튼 현대 부르주아사회는 계급 적대를 없애지 못했다.

단지 낡은 것들 대신 새로운 계급,새로운 억압의 조건,새로운 투쟁형태를 만들어냈을 뿐이다.

[해설]= 공산주의의 목적은 모두가 평등하고 행복한 이상사회의 실현이다.

그러나 마르크스는 공산주의가 아닌 어떠한 사회에서도 착취와 투쟁이 사라지지 않았다고 보았다.

그런데 마르크스는 이런 착취의 근본원인을 계급사회에 있다고 본다.

그는 '계급'을 철폐해야만 착취가 사라질 수 있다고 선언하고 있다.

유산자 계급을 타도해야만 평등사회가 도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결과는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생산 자체가 서서히 멈추어 버린 그런 사회였다.

◆원문읽기: 부르주아 혁명의 의의

부르주아는 인간을 '타고난 신분질서'에 묶어 놓는 봉건적 끈을 가차없이 끊어버렸으며,그 외의 모든 인간의 관계를 적나라한 이기심,냉혹한 '현금 지불 관계'로만 만들어 놓았다.

또한 가장 신성한 종교적 정열의 환희,기사도적 열정의 환희,세속적 감상주의의 환희를 자기중심적 타산이라는 얼음같이 차디찬 물속에 빠뜨려버렸다.

또 개인의 존엄성을 상품가치로 용해시켜 버렸으며,결코 무효화될 수 없이 공인된 무수한 자유 대신 저 자유무역이라는 단 하나의 파렴치한 자유를 세워 놓았다.

한마디로 부르주아는 종교적,정치적 환상으로 가려진 착취를 적나라하고 후안무치하고 노골적이고 야수 같은 착취로 대체한 것이다.

[해설]= 부르주아(자본가 계급)가 등장하기 전까진 타고난 신분에 의해 결정되는 계급사회였다.

그러나 부르주아가 등장한 후 신분은 '돈'을 가진 정도에 의해 결정되고 있다고 마르크스는 규탄한다.

마르크스는 자본주의가 그 전보다는 사람들에게 더 큰 자유를 가져왔다는 점에서는 분명 성공이라고 평가한다.

그러나 자본주의의 냉혹함에 대해 마르크스는 더욱 냉혹하게 비판한다.

그러나 그의 이론은 경제적 분배를 제로섬 게임으로 보는 치명적인 맹점을 갖고 있다.

자본가가 부를 많이 가져가면 노동자는 더 가난해진다는 것이다.

그는 또 생산물의 가치는 자본이 아니라 노동력에 달려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므로 자본가들은 노동자들이 생산해 낸 가치를 빼앗아가는 계급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20세기 이후 자본주의가 발전하면서 더욱 많은 노동자들이 지속적으로 중산층으로 성장해나간 것에 대해 마르크스의 이론은 해명을 하지 못한다.

지식 엘리트에 의한 경영과 지적 창조력에 의한 가치가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현대 사회에서 노동만이 가치를 생산한다는 주장은 지나치게 단순하다.

◆원문읽기: 사적 소유의 폐지

당신들(부르주아)은 우리가 사유재산을 폐지하려 하는 데 대해 경악한다.

그러나 지금 당신들이 살고 있는 사회에서 9/10의 인구에게 사유재산은 이미 제거되었다.

소수에게 사유재산이 있는 이유는 순전히 그 9/10의 수중에 그것이 없기 때문이다.

공산주의의 명백한 특질은 소유 일반의 폐기가 아니라 부르주아적 소유의 폐지이다.

그런데 현대 부르주아적 사유재산은 계급적대에 기초한,소수에 의한 다수의 착취에 기초한 생산물의 생산,전유 체제의 최종적이고 가장 완벽한 표현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공산주의자의 이론은 사유재산의 폐지라는 단 하나의 문구로 요약될 수 있을 것이다.

[해설]= 사유재산을 폐지하는 것이 공산주의의 가장 중요한 정책이다.

사적 소유가 없어져야만 계급과 인간 사이의 차별이 근본적으로 사라질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적 소유가 사라지면 정말로 계급이 사라지고 착취가 사라질까? 공산주의를 도입했던 국가들의 실제 모습을 보면 결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혁명을 통해 공산주의 사회를 이룩했던 스탈린 모택동 등 정치가들은 물론이고 그런 국가들도 그 어떤 체제보다 더욱 인민들을 억압하는 심각한 폐해를 드러냈다.

사회혁명 이론의 전제는 인간은 사회적 경제적 제도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그리고 사회제도의 변혁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너무도 많은 억압과 부자유가 바로 그런 사회변혁 이념에 의해 자행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공산주의의 기본 목표인 평등주의는 과연 타당한 것일까.

자유민주 사회도 인간의 정치적 평등을 인정하므로 평등의 가치 자체에 대해 의문을 삼는 사람은 많지 않다.

평등을 부정하는 사회는 군주제 봉건제 등으로 이들은 이미 역사의 박물관으로 들어가버린지 오래다.

민주주의는 능력의 차이를 은폐하는 하나의 방법으로 평등을 더욱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지도 모른다.

존 롤스는 '기회의 평등,정당한 차별'이라는 말을 쓰고 있지만 우리들의 정치적 의사결정 과정에서 평등과 자유라는 개념은 언제나 갈등과 마찰을 일으키기 일쑤다.

사회 발전 역시 합리적 경쟁에 의해서만 가능하다는 것을 진화론은 잘 말해주고 있다.

◆원문읽기

공산주의자는 자신의 견해와 목적을 감추는 것을 경멸한다.

공산주의자는 자신의 목적이 오직 기존의 모든 사회적 조건을 힘으로 타도함으로써만 달성될 수 있다는 것을 공공연히 선포한다.

모든 지배계급을 공산주의 혁명 앞에 떨게 하라.프롤레타리아가 잃을 것은 쇠사슬밖에 없으며 얻을 것은 온세상이다.

전세계 노동자들이여,단결하라!

[해설]= 사상의 단순성과 편협성에도 불구하고 마르크스주의가 그토록 순식간에 수많은 사람을 매료시킨 이유는 무엇일까.

『공산당 선언』의 아름답고 강렬한 문장은 도덕심으로 가득찬 수많은 젊은이들을 열광시켰다.

오늘날에도 『공산당 선언』에 동감하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정의로움과 사상적 우월함을 내세우며 큰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 철학자 니체가 공산주의자들에게 했던 말을 되새겨 들을 필요가 있다.

'당장의 악보다는 편협한 이념이 장차 더 큰 악을 저지른다','손안에 쥔 한 줌의 정의를 가지고 자부심을 느끼며,그로 인해 도처에서 수많은 악행을 저지르는 자들이 너무나 많다'고 니체는 말했다.

'과연 혁명이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대해 공산혁명을 직접 체험한 러시아 작가 보리스 파스테르나크는 그의 소설 『닥터 지바고』를 통해 이렇게 말한다.

"사랑만이 진정으로 가치있는 것이며 또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것이다."

이중한 에듀한경 연구원 doodut@ed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