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겸 프로듀서인 박진영씨(35)의 한류(韓流) 및 민족주의 관련 발언으로 최근 문화계 안팎이 시끌벅적하다. 그는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통해 "한류에서 민족주의 성향을 제거해야 한다"는 도발적인 주장을 제기했다.
박씨는 이어 "정치권과 언론이 한류를 문화적 소통으로 이해하지 않고 민족주의의 틀 안에 끼워넣고 있다"며 "한국엔 민족주의로 먹고 사는 사람이 너무 많아 한류가 대중문화인들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한국 만세'가 됐고 이에 따라 해외에서는 반(反)한류 흐름도 감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 사회는 아직도 다양성이 적고 획일성은 강하다. 한국적인 주제에서 벗어나 앞으론 한국적인 성향을 띠지 않은 다양한 주제를 담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런 박씨의 주장에 대해 네티즌들은 찬·반 양론으로 나뉘어 수천건의 댓글을 올리며 뜨거운 관심을 나타냈다. 네이버에서 'gkrfla2'란 아이디를 쓰는 네티즌은 "문화는 다른 나라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야지 정치권과 언론에서 '중국 정벌'이니 하면서 떠들면 역효과만 난다"며 "정치권과 언론은 이제 이들을 지켜보는 것이 도와주는 것"이라며 박씨의 손을 들어줬다. 'playermini'도 "우리는 해외에서 한국 연예인들이 성공하는 것을 개인의 영광이나 팬으로서의 기쁨이 아닌 외국 정복쯤으로 여기고 열광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물론 이들을 응원해야겠지만 한류라는 틀 속에 집어넣을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반론도 없지 않다. 'lsj2009'는 "외국에 한류를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숨기고 연예인으로 성공할 수 있겠느냐"며 "예술에는 국적이 없지만 예술가에게는 국적이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hrmaster'는 한류가 국익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다. 한류 덕에 동남아에서 한국 제품이 이전보다 훨씬 많이 팔리며 외화획득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는 것.
전문가 집단인 평단에서도 박씨의 주장에 대해 찬·반이 엇갈린다.
영화평론가 오동진씨는 "한류는 애초에 민족주의적 내용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한류를 국위 선양과 민족적 자긍심의 차원에서 보는 것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문화평론가 김종휘씨도 "한류는 아시아 시장에서 촉발된 한국발 대중문화의 글로벌화 현상이다. 그것은 철저하게 무국적이자 탈민족적인 연예산업의 자본논리에 충실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반해 대중음악 평론가 송기철씨는 "좁은 의미의 민족주의와 문화 콘텐츠로서의 민족성은 구분해야 한다"며 "민족 고유의 색깔 없이는 세계 시장에서 경쟁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저마다 귀기울일 만한 대목이 있는 의견들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우리 사회에서 민족이란 말이 갖는 의미는 무엇인지, 또 어느 정도의 중량감을 차지하고 있는지 찬찬히 둘러보는 일이다. 아울러 박씨의 주장이 어떤 배경에서 나왔는지 발언의 이면을 짚어보는 일도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민족주의는 잦은 외침(外侵)과 식민지화,분단,전쟁 등을 겪으며 견고한 방어 기제로 작동,발전해 왔다. 열강에 휘둘려온 불운한 근현대사는 방어적 민족주의를 더욱 배타적인 성벽으로 공고화했다. '우리'가 아닌 '남'은 가차없이 성 밖으로 던져 버렸다. 외국인들이 한복을 입고 나오면 좋아라 하면서도 가수 비가 중국 공연에서 중국 고유의상을 입었다고 시비를 거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하지만 폐쇄된 민족주의로 오늘날을 살아갈 수 없음은 불문가지. 오히려 과도하게 민족을 강조하다 보면 타민족의 반발을 사 국제사회에서 고립될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한민족의 정체성까지 부인하자는 것은 아니다. '넘치는' 민족주의를 덜어내자는 것이다.
박씨의 발언은 바로 이 대목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류를 국경을 넘어선 자연스런 문화소통 현상으로 보지 않고 '우리 민족 최고'라는 편협한 국수주의적 시각을 첨가함으로써 쓸데 없는 부스럼을 만들 필요가 없다고 박씨는 지적한 것이다.
법무법인 세종의 김두식 대표 변호사는 이와 관련,"사실 중국이나 일본 동남아 아시아 사람들이 한국의 드라마나 대중음악,영화를 좋아하는 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차원의 일이다.
그런데도 아시아 연예시장에서 한국 연예인들이 거둔 개인적인 성공을 마치 국가대표 운동선수가 승리한 것처럼 의미를 부여하고 언론까지 가세해 한국 대중문화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렸다느니 운운하는 것은 지나친 면이 없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태도는 한류의 문화적 순수성을 훼손하고 나아가 한류의 확산동력 자체를 소진시킬 우려가 높다고 그는 덧붙였다.
김재창 한국경제신문 문화부 기자 char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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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딴따라'라 부르는 '미다스의 손'
■박진영은 누구
명문대 출신 가수,빌보드차트에 이름을 올린 한국 최초 작곡가,'비'(Rain)를 만든 스승,'비' 하나만으로 한 해 매출액 350억원을 올리는 JYP엔터테인먼트의 설립자.' 가요계 미다스의 손'으로 통하는 박진영에게 따라붙는 수식어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1994년 '날 떠나지 마'가 수록된 앨범으로 데뷔한 그는 기존 가수들과 너무나도 다른 행보를 보였다.
선정적 가사에 웃통을 벗은 댄스를 선보여 여론의 중심에 섰고 1999년엔 JYP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해 사업가로 변신했다.
이어 2003년엔 홀로 미국으로 건너가 윌 스미스,메이스 등 세계적 스타들의 노래를 작곡해 빌보드 차트 5위권에 진입시킨 뒤 지난해 자신의 소속사 가수 '비'를 데리고 미국 시장에 성공적으로 입성시켰다.
그는 언제나 "평생 공연하다 죽는 게 꿈이다.
70~80대가 돼서도,관객이 100여명밖에 없어도 무대에서 공연할 것"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그리고 스스로를 '딴따라'라는 말로 표현한다.
그의 표현을 빌리면 '딴따라'는 '머리보다 가슴을,이성보다 감성을,논리보다 본능을,돈보다 사람을,명예보다 무대를 좋아하는 사람'이다.
■ 교과서 읽기
◆문화 민족주의 관련
▷'고1 사회'(대한교과서) 270쪽:지구촌시대 민족문화
▷'고1 사회'(도서출판 디딤돌) 269쪽:세계화와 문화적 대응
(탐구과제)'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다'라는 명제와 박진영 씨의 발언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발표해 보자.
*도움말 주신분=문명희 선생님(광주 상무고),최종문 선생님(부산 동래고)
박씨는 이어 "정치권과 언론이 한류를 문화적 소통으로 이해하지 않고 민족주의의 틀 안에 끼워넣고 있다"며 "한국엔 민족주의로 먹고 사는 사람이 너무 많아 한류가 대중문화인들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한국 만세'가 됐고 이에 따라 해외에서는 반(反)한류 흐름도 감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 사회는 아직도 다양성이 적고 획일성은 강하다. 한국적인 주제에서 벗어나 앞으론 한국적인 성향을 띠지 않은 다양한 주제를 담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런 박씨의 주장에 대해 네티즌들은 찬·반 양론으로 나뉘어 수천건의 댓글을 올리며 뜨거운 관심을 나타냈다. 네이버에서 'gkrfla2'란 아이디를 쓰는 네티즌은 "문화는 다른 나라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야지 정치권과 언론에서 '중국 정벌'이니 하면서 떠들면 역효과만 난다"며 "정치권과 언론은 이제 이들을 지켜보는 것이 도와주는 것"이라며 박씨의 손을 들어줬다. 'playermini'도 "우리는 해외에서 한국 연예인들이 성공하는 것을 개인의 영광이나 팬으로서의 기쁨이 아닌 외국 정복쯤으로 여기고 열광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물론 이들을 응원해야겠지만 한류라는 틀 속에 집어넣을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반론도 없지 않다. 'lsj2009'는 "외국에 한류를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숨기고 연예인으로 성공할 수 있겠느냐"며 "예술에는 국적이 없지만 예술가에게는 국적이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hrmaster'는 한류가 국익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다. 한류 덕에 동남아에서 한국 제품이 이전보다 훨씬 많이 팔리며 외화획득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는 것.
전문가 집단인 평단에서도 박씨의 주장에 대해 찬·반이 엇갈린다.
영화평론가 오동진씨는 "한류는 애초에 민족주의적 내용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한류를 국위 선양과 민족적 자긍심의 차원에서 보는 것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문화평론가 김종휘씨도 "한류는 아시아 시장에서 촉발된 한국발 대중문화의 글로벌화 현상이다. 그것은 철저하게 무국적이자 탈민족적인 연예산업의 자본논리에 충실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반해 대중음악 평론가 송기철씨는 "좁은 의미의 민족주의와 문화 콘텐츠로서의 민족성은 구분해야 한다"며 "민족 고유의 색깔 없이는 세계 시장에서 경쟁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저마다 귀기울일 만한 대목이 있는 의견들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우리 사회에서 민족이란 말이 갖는 의미는 무엇인지, 또 어느 정도의 중량감을 차지하고 있는지 찬찬히 둘러보는 일이다. 아울러 박씨의 주장이 어떤 배경에서 나왔는지 발언의 이면을 짚어보는 일도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민족주의는 잦은 외침(外侵)과 식민지화,분단,전쟁 등을 겪으며 견고한 방어 기제로 작동,발전해 왔다. 열강에 휘둘려온 불운한 근현대사는 방어적 민족주의를 더욱 배타적인 성벽으로 공고화했다. '우리'가 아닌 '남'은 가차없이 성 밖으로 던져 버렸다. 외국인들이 한복을 입고 나오면 좋아라 하면서도 가수 비가 중국 공연에서 중국 고유의상을 입었다고 시비를 거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하지만 폐쇄된 민족주의로 오늘날을 살아갈 수 없음은 불문가지. 오히려 과도하게 민족을 강조하다 보면 타민족의 반발을 사 국제사회에서 고립될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한민족의 정체성까지 부인하자는 것은 아니다. '넘치는' 민족주의를 덜어내자는 것이다.
박씨의 발언은 바로 이 대목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류를 국경을 넘어선 자연스런 문화소통 현상으로 보지 않고 '우리 민족 최고'라는 편협한 국수주의적 시각을 첨가함으로써 쓸데 없는 부스럼을 만들 필요가 없다고 박씨는 지적한 것이다.
법무법인 세종의 김두식 대표 변호사는 이와 관련,"사실 중국이나 일본 동남아 아시아 사람들이 한국의 드라마나 대중음악,영화를 좋아하는 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차원의 일이다.
그런데도 아시아 연예시장에서 한국 연예인들이 거둔 개인적인 성공을 마치 국가대표 운동선수가 승리한 것처럼 의미를 부여하고 언론까지 가세해 한국 대중문화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렸다느니 운운하는 것은 지나친 면이 없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태도는 한류의 문화적 순수성을 훼손하고 나아가 한류의 확산동력 자체를 소진시킬 우려가 높다고 그는 덧붙였다.
김재창 한국경제신문 문화부 기자 char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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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딴따라'라 부르는 '미다스의 손'
■박진영은 누구
명문대 출신 가수,빌보드차트에 이름을 올린 한국 최초 작곡가,'비'(Rain)를 만든 스승,'비' 하나만으로 한 해 매출액 350억원을 올리는 JYP엔터테인먼트의 설립자.' 가요계 미다스의 손'으로 통하는 박진영에게 따라붙는 수식어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1994년 '날 떠나지 마'가 수록된 앨범으로 데뷔한 그는 기존 가수들과 너무나도 다른 행보를 보였다.
선정적 가사에 웃통을 벗은 댄스를 선보여 여론의 중심에 섰고 1999년엔 JYP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해 사업가로 변신했다.
이어 2003년엔 홀로 미국으로 건너가 윌 스미스,메이스 등 세계적 스타들의 노래를 작곡해 빌보드 차트 5위권에 진입시킨 뒤 지난해 자신의 소속사 가수 '비'를 데리고 미국 시장에 성공적으로 입성시켰다.
그는 언제나 "평생 공연하다 죽는 게 꿈이다.
70~80대가 돼서도,관객이 100여명밖에 없어도 무대에서 공연할 것"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그리고 스스로를 '딴따라'라는 말로 표현한다.
그의 표현을 빌리면 '딴따라'는 '머리보다 가슴을,이성보다 감성을,논리보다 본능을,돈보다 사람을,명예보다 무대를 좋아하는 사람'이다.
■ 교과서 읽기
◆문화 민족주의 관련
▷'고1 사회'(대한교과서) 270쪽:지구촌시대 민족문화
▷'고1 사회'(도서출판 디딤돌) 269쪽:세계화와 문화적 대응
(탐구과제)'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다'라는 명제와 박진영 씨의 발언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발표해 보자.
*도움말 주신분=문명희 선생님(광주 상무고),최종문 선생님(부산 동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