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총회 시즌이 다가왔다.

이미 지난 12일 유가증권시장의 넥센타이어와 인지콘트롤스,코스닥시장의 인지디스플레이가 올해 정기 주주총회의 개막 테이프를 끊었다.

농촌에서는 한해 농사를 마치면 수확하듯이 기업도 마찬가지다.

농가의 가을걷이에 해당하는 게 지난 한 해의 영업활동을 결산하는 자리가 주주총회다.

지난해 실적이 좋은 기업은 주주총회를 잔치처럼 열고 싶어한다.

하지만 실적이 부진한 기업은 조용히 주주총회를 마치고 싶어하는 게 사실이다.

올해는 주주총회에서 다채로운 일들이 벌어질 것으로 보여 벌써부터 관심을 끌고 있다.

그동안 거수기 역할을 해오던 자산운용회사 같은 기관투자가들이 제 목소리를 내겠다고 밝히고 있다.

시민단체와 소액주주들도 기업 경영과 관련해 적극적인 의사 표명에 나서겠다는 각오다.

◆정기 주주총회 시즌 개막

다음 달 말까지 12월 결산법인 상장 기업들의 주주총회(줄여서 주총)가 잇따라 예정돼 있다.

기업들은 주주총회를 잘 마무리짓기 위해 2∼3월이면 어느 때보다 분주하다.

주식회사의 주인인 주주가 회사의 주요 안건을 처리하기 위해 여는 게 주주총회(General Meeting of Stockholders)다.

이사회의 결정으로 대표이사가 그 소집을 공고한다.

주총은 정기 주주총회와 임시 주주총회로 나뉜다.

정기 주총은 결산기를 마감한 뒤 석 달 이내에 개최한다.

예컨대 12월 결산법인의 경우 그 이듬해 3월 말까지 정기 주총을 마쳐야 한다.

정기 주총에서는 한 해 매출 영업이익 순이익 등 재무적인 실적을 알리는 재무제표 승인,정관 변경,이사나 감사의 임명 및 보수 조정 등이 주요 안건이다.

회사에 중요한 일이 생길 때 언제든지 임시 주총을 열 수 있다.

발행 주식 수의 5% 이상을 소유한 주주도 이사회에 임시 주총 소집을 요구할 수 있다.

주주총회를 소집할 때에는 2주 전에 회의 목적 등을 기재한 통지서를 주주들에게 발송해야 하며 회사 정관 변경 등 일부 사항에 대해서는 그 내용도 같이 밝혀야 한다.

주주는 1주당 1표의 의결권을 가지며 의결권 행사는 직접 참석은 물론 위임장을 작성해 대리인을 통해서도 가능하다.

연기금,투신 등 기관투자가들은 주총 15일 전에 안건에 대한 찬반 의사를 공시를 통해 밝힌다.

주총은 대부분 '전체 주식 수의 과반수 출석과 출석 주식 수의 과반수 찬성'으로 안건을 통과하는 '보통결의'로 일을 처리한다.

하지만 정관 변경,자본 감소(감자),영업 양도,이사 해임 등 회사 경영과 관련한 주요 안건은 '과반수 출석과 출석 주식 수의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한 '특별결의'를 거친다.

주총 장소는 정관에 규정이 없으면 본사 소재지 또는 이에 인접한 곳으로 정한다.

◆올해 주주총회의 관심사

과거 주총은 요식행위에 그쳤다.

기업의 대표이사를 비롯한 주요 임직원들이 주총장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관련 안건을 일사천리로 통과시키기에 바빴다.

길어야 30분을 넘기지 않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회사의 주인인 주주의 권리가 부각되고 있다.

경영진의 능력과 기업의 실적을 주총에서 평가하는 것이다.

경영권 다툼이 벌어지는 것도 최근 몇 년 새 주총 행사장에서 자주 눈에 띈다.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연임 포기를 선언한 강신호 회장과 아들 간에 벌어진 동아제약 경영권 다툼이 대표적이다.

이 밖에 일부 기업들이 기존 주주와 새롭게 인수·합병(M&A)에 나서려는 세력 간 주도권 경쟁도 주총의 관심사다.

기관들도 주주총회에 더 이상 팔짱을 끼고만 있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기업의 장기적인 성장을 통한 지속적인 주가 상승을 위해 적극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하겠다"며 공세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미래에셋이 지분 5% 이상을 보유한 상장사는 34곳에 달한다.

일부 기업의 소액주주들은 소액주주협의회를 구성하고 배당 현실화 등 주주권리 찾기에 나서고 있다.

실적이 부진하고 재무상태가 악화한 기업들은 좌불안석이다.

주주들의 질타가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일부 기업은 재무구조 개선이 발등의 불이다.

따라서 이번 주총에서 감자 승인을 받아야 한다.

감자는 대부분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주주들이 반발하게 마련이기 때문에 한바탕 홍역이 불가피하다.

김진수 한국경제신문 증권부 기자 tru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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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행 방해… 억지 요구… 주총 불청객 총회꾼 '골치'


주주총회가 열릴 때마다 기업들은 고민에 빠진다.

바로 총회꾼 때문이다.

총회꾼도 해당 기업 주식을 보유한 엄연한 주주이다.

하지만 이들은 불과 주식 수십 주만 가지고 주총에 참여해,주총 의사 진행을 방해하거나 억지 요구를 하기도 한다.

주총이라는 행사를 빌미로 기업으로부터 '반대 급부(?)'를 받아내기 위해서다.

주주로서 기업의 성장과 발전은 이들에게는 관심 밖이다.

대기업이나 실적이 좋은 기업은 상대적으로 총회꾼으로부터 자유롭다.

문제는 실적이 부진한 기업들이 이들의 집중 타깃이 된다는 점이다.

총회꾼의 훼방이 두려워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금품을 줘서 돌려보내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물론 이는 불법이다.

한국상장사협의회에 따르면 회사마다 주총장에 평균 7명 정도의 총회꾼이 등장하고 있다.

이 때문에 상장회사 절반가량이 주총 개최 전에 총회꾼 움직임을 미리 살펴볼 정도다.

일부 상장사들은 총회꾼 블랙 리스트를 만들어 담당자끼리 돌려보고 있는 실정이다.

올해는 주총꾼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이 주총꾼 근절에 나선 데다 다양한 해결책도 제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상장사협의회도 거들고 나섰다.

상장사협의회는 총회꾼에 대처하기 위한 전담 조직을 지난 12일부터 운영하고 있다.

총회꾼 근절 상담·지원센터는 총회꾼들의 부당한 요구나 불법적인 행위로 상장 기업들의 고충과 애로사항을 접수해 합리적인 대응방안을 지원한다.

지원센터는 이와 함께 총회꾼에 의한 주총 의사 진행 방해를 피할 수 있는 방안을 담은 '주총 의장의 의사 진행요령','시범 주총 시나리오','총회꾼 모범대응 사례' 등을 회원사에 제작·배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