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개봉한 영화로 '미스터 로빈 꼬시기'가 있었다.

M&A 회사 여사원 민준(엄정화)이 유능한 젊은 사장 로빈(다니엘 헤니)을 꼬시는 코믹한 사랑 영화이다. 로빈 꼬시기처럼 요즘 전국 고등학교에는 학생회장 후보들이 전교생 꼬시기에 여념이 없다.

'부산 서여고'는 작년까지만 해도 후보들이 1,2명씩 나오다가 올해 1명이 더 늘어 총학생회장 후보 3명,부학생회장 후보 2명이 나왔다.

고작 1명이 더 늘었지만 경쟁은 치열하다.

3학년 김윤이 후보는 천사 날개를 인터넷으로 구해 선거 당일 아침,교문에서 유세했다.

김양은 평소 소극적이고 어리버리한 모습이 너무 강해 이미지 탈피를 위해 천사 날개를 동원했다면서 학교를 위해 진정 봉사하고 싶다고 말했다.

부산 '국제외고'의 경우 이번에 무려 13명이나 총학생회장 후보로 나섰다.

학생회장 후보로 나서기를 꺼리던 예전과 달리 많은 학생이 출마해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한 학생은 텔레토비 탈 같은 거대한 인형 탈을 입고 유세하기도 했다.

'부산문현여고'에서는 한 후보가 TV 드라마 '황진이'의 주인공처럼 한복을 입고 나와 유세하기도 했다.

문현여고 1학년 전수현양은 황진이를 정말 좋아하는데 선배들이 황진이 한복과 비슷한 걸 입고 나와 독특한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학생들에선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천안북일여고 2학년 민지혜양은 선거운동도 좋지만,너무 시각적인 것에 호소하는 것 같다며 실질적이고 좀 더 진지한 홍보 방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개성 있는 유세만큼이나 연설 과정도 독특하다.

후보들이 일방적으로 연설하는 것과 달리 '천안북일여고'는 선거 토론회를 별도로 만들어 패널들이 즉석에서 후보자들에게 질문을 던지고 답변듣는 시간을 마련했다. 질문들은 대부분 학교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들로 학생회장이 처리해야 할 대상들이다.

이소니 북일여고학생 회장은 후보 입장에서 좀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그냥 얼굴 보고 뽑는,아는 사람 보고 뽑는 그런 선거가 아니라 후보들을 진정으로 가려내는 투표 제도라고 생각해 적극 응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투표에도 새로운 시도가 이어졌다. 지금까지는 종이에 도장을 찍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부산서여고에선 부산시 서구청선거관리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터치스크린 전자투표'를 했다.

장규화 교무부장 선생님은 "2008년부터 실시되는 제18대 국회의원 선거에 도입 예정인 전자 민주주의를 학생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서여고 1학년 박혜림양은 "학교가 정보화 시대에 앞장서 가는 것 같아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악마가 프라다를 입는 것처럼 임명장만 받고 진정 전교생을 위해 일하지 않는 게으른 학생회장들도 적지 않다.

이번 2007학년도 선거에 나간 전국 학생회장 후보들,이왕 당선됐으면 전교생들을 위해 열심히 해주길 바란다!

배수지 생글기자(부산 서여고 2년) mint378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