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 해도 마지막 달력 한 장을 남겨두고 있다. 해마다 이맘 때면 중견 가수들이 송년 디너쇼를 앞 다퉈 준비한다. 그 중에는 뭐니뭐니해도 '엘레지의 여왕' 이미자를 빼놓을 수 없다. 그는 1959년 19세 나이에 '열아홉 순정'을 발표하며 데뷔,50여년간 노래 인생 외길을 걸으며 대중과 애환을 나눠온 국민가수다. 1941년생이니까 올해 우리 나이로 66세다. 동백아가씨,섬마을선생님,흑산도아가씨,울어라 열풍아,황혼의 부르스,여자의 일생 등 대중의 심금을 울리는 주옥같은 노래들을 불러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가수다. 그래서 그에게는 항상 '트로트의 여왕''엘레지의 여왕'이란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트로트는 구성지면서도 애절한 느낌을 주는 우리나라 대중가요 장르의 하나다. 트로트란 말 자체는 일본 엔카(演歌)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미국 폭스트롯(foxtrot)에서 따온 말이다. 외래어 표기법에 따르면 '단모음 뒤의 t는 받침으로 적는다'는 규정(피켓,티켓,로봇 따위)에 따라 '트롯'이라 해야 하지만 관용어로 인정해 '트로트'라 쓴다. 이를 '뽕짝'이라고도 하는데 이는 '트로트'를 속되게 이르는 말이다.
엘레지(elegy)는 슬픔을 노래한 악곡이나 가곡을 말한다. 원래는 '슬픔의 시''죽은 이에 대한 애도의 시'를 뜻하는 말인데,18세기께부터 슬픔을 나타내는 악곡의 표제로 많이 쓰이기 시작했다. 우리말로 하면 비가(悲歌)다.
그런데 순우리말에도 이 엘레지가 있다. 그 말뜻은 영어의 엘레지와는 너무나 동떨어진 '개의 ××(거시기)'이다. 한자어로는 구신(狗腎)이라 한다. 한방에서는 이를 음위증과 대하증 치료에 쓴다고 한다. 구신 중에는 우리가 익히 아는 해구신(海狗腎)이 유명하다. 보신강정제로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는 이 물건은 바로 물개의 음경과 고환을 가리키는 것이다. 그나저나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는 '엘레지의 여왕' 속에서 '개의 거시기'를 떠올린다는 것은 너무 불경스러운 일인 것 같다.
"뭘 그렇게 미주알고주알 캐물어?"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쓰는 이 '미주알고주알'도 알고 보면 음지(?)에서 양지로 나온 말이다. '시시콜콜,아주 사소한 일까지 속속들이'란 뜻으로 쓰이는 이 말은 '미주알'과 '고주알'의 결합으로 만들어졌다. 앞뒤를 바꿔 '고주알미주알'이라고도 한다. 이 말의 중심어는 '미주알'이다. 이는 순우리말 명사로서 '항문(똥구멍)에 이르는 창자의 끝 부분'을 가리킨다. '밑살'이라고도 한다.
'미주알'은 사람이 살아가면서 남에게 잘 보이고 싶지 않고 감추려는 곳이다. 그래서 '미주알고주알 캔다'라고 하면 '일의 속사정을 속속들이 자세히 알아보는 경우'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꼬치꼬치'나 '옴니암니'하고도 비슷한 말이다. '고주알'은 사전에 오른 말은 아니다. 어원이나 뜻이 규명되지도 않았으며 '울긋불긋'의 '울긋'처럼 단지 단어를 만들기 위해(또는 운을 맞추기 위해) 덧붙은 것으로 해석하는 게 일반적이다.
가령 '눈치코치,세월아 네월아,울퉁불퉁,생게망게,티격태격,올망졸망,옹기종기,곤드레만드레' 등에서처럼 뒤에 붙어 말에 운을 주는 형태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옴니암니'는 다 같은 이인데 자질구레하게 어금니 앞니 따진다는 뜻으로,아주 자질구레한 것을 이르는 말이다.
지역에 따라서는 '미주알고주알'을 '미주리고주리'라고 하는 사람도 있는데 '표준 국어대사전'에서는 이를 '미주알고주알'의 잘못이라고 못 박았다. 물론 고유어로서의 '미주리''고주리'란 말도 없다. 특히 한자어로 '고주리'라고 하면 '이질의 하나,즉 설사가 오랫동안 낫지 않아 거무스름한 피고름이 섞인 대변을 보게 되는 병'을 뜻하므로 함부로 한글로 '고주리'란 말을 쓸 일이 아니다.
한국경제신문 오피니언부 기자 hymt4@hankyung.com
트로트는 구성지면서도 애절한 느낌을 주는 우리나라 대중가요 장르의 하나다. 트로트란 말 자체는 일본 엔카(演歌)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미국 폭스트롯(foxtrot)에서 따온 말이다. 외래어 표기법에 따르면 '단모음 뒤의 t는 받침으로 적는다'는 규정(피켓,티켓,로봇 따위)에 따라 '트롯'이라 해야 하지만 관용어로 인정해 '트로트'라 쓴다. 이를 '뽕짝'이라고도 하는데 이는 '트로트'를 속되게 이르는 말이다.
엘레지(elegy)는 슬픔을 노래한 악곡이나 가곡을 말한다. 원래는 '슬픔의 시''죽은 이에 대한 애도의 시'를 뜻하는 말인데,18세기께부터 슬픔을 나타내는 악곡의 표제로 많이 쓰이기 시작했다. 우리말로 하면 비가(悲歌)다.
그런데 순우리말에도 이 엘레지가 있다. 그 말뜻은 영어의 엘레지와는 너무나 동떨어진 '개의 ××(거시기)'이다. 한자어로는 구신(狗腎)이라 한다. 한방에서는 이를 음위증과 대하증 치료에 쓴다고 한다. 구신 중에는 우리가 익히 아는 해구신(海狗腎)이 유명하다. 보신강정제로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는 이 물건은 바로 물개의 음경과 고환을 가리키는 것이다. 그나저나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는 '엘레지의 여왕' 속에서 '개의 거시기'를 떠올린다는 것은 너무 불경스러운 일인 것 같다.
"뭘 그렇게 미주알고주알 캐물어?"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쓰는 이 '미주알고주알'도 알고 보면 음지(?)에서 양지로 나온 말이다. '시시콜콜,아주 사소한 일까지 속속들이'란 뜻으로 쓰이는 이 말은 '미주알'과 '고주알'의 결합으로 만들어졌다. 앞뒤를 바꿔 '고주알미주알'이라고도 한다. 이 말의 중심어는 '미주알'이다. 이는 순우리말 명사로서 '항문(똥구멍)에 이르는 창자의 끝 부분'을 가리킨다. '밑살'이라고도 한다.
'미주알'은 사람이 살아가면서 남에게 잘 보이고 싶지 않고 감추려는 곳이다. 그래서 '미주알고주알 캔다'라고 하면 '일의 속사정을 속속들이 자세히 알아보는 경우'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꼬치꼬치'나 '옴니암니'하고도 비슷한 말이다. '고주알'은 사전에 오른 말은 아니다. 어원이나 뜻이 규명되지도 않았으며 '울긋불긋'의 '울긋'처럼 단지 단어를 만들기 위해(또는 운을 맞추기 위해) 덧붙은 것으로 해석하는 게 일반적이다.
가령 '눈치코치,세월아 네월아,울퉁불퉁,생게망게,티격태격,올망졸망,옹기종기,곤드레만드레' 등에서처럼 뒤에 붙어 말에 운을 주는 형태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옴니암니'는 다 같은 이인데 자질구레하게 어금니 앞니 따진다는 뜻으로,아주 자질구레한 것을 이르는 말이다.
지역에 따라서는 '미주알고주알'을 '미주리고주리'라고 하는 사람도 있는데 '표준 국어대사전'에서는 이를 '미주알고주알'의 잘못이라고 못 박았다. 물론 고유어로서의 '미주리''고주리'란 말도 없다. 특히 한자어로 '고주리'라고 하면 '이질의 하나,즉 설사가 오랫동안 낫지 않아 거무스름한 피고름이 섞인 대변을 보게 되는 병'을 뜻하므로 함부로 한글로 '고주리'란 말을 쓸 일이 아니다.
한국경제신문 오피니언부 기자 hymt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