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1962)은 과학 지식과 은유적인 수사,평범한 사람들의 목소리로 전한 일화를 통해 자연의 재앙이 사람들 곁에 다가와 있음을 알린 환경학과 생태학의 고전이다.
카슨은 원래 시인을 꿈꾸었던 문학도였다.
펜실베이니아주 스프링데일이라는 목가적인 고장에서 태어난 그녀는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에서 영문학을 공부하던 중 생물학에 관심을 갖게 되어 존스홉킨스 대학에서 생물학 석사과정을 마치게 된다.
카슨은 1930년대에 미국 전역을 휩쓴 경제공황과 여성과학자에 대한 과학계의 편견으로 박사과정을 중단한 뒤 대가족의 생계를 꾸리기 위해 해양과학에 관한 대중적인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새소리가 사라진 자신의 정원에 관한 한 여성의 편지를 받고,마침내 오랫동안 관심을 가져왔던 합성화학 살충제의 폐해를 파헤치게 되었다.
오랜 조사과정을 거쳐 4년 만에 완성된 [침묵의 봄]은 발간 즉시 높은 대중적인 호응을 얻음으로써 무차별적인 살충제 사용에 관한 반성과 화학산업계의 거센 반발을 동시에 불러일으켰다.
과학적인 자료조사와 서정적인 문체로 DDT를 비롯한 화학살충제의 생태계 파괴현장을 생생하게 그려냄으로써 4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현대의 고전으로 널리 읽히고 있다.
[침묵의 봄]은 자연계가 파괴된 세상을 인상 깊게 묘사한 '내일을 위한 우화'로 첫머리를 장식한다.
그녀는 인류가 택한 길이 결국은 자기들이 사는 땅을 오염시키고,나무들을 시들게 하고,지저귀던 새들마저 떠나게 함으로써 마침내 '침묵의 봄'을 불러올 것임을 예언하였다.
나비가 없으니 꽃도 피지 않고,새들이 없으니 봄도 오지 않는 그런 죽음의 적막만이 가득한 인류의 미래를 말이다.
◆원문 읽기
아메리카 한가운데에 모든 생물이 환경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는 마을이 하나 있었다.
이 마을은 바둑판무늬처럼 뻗어 있는 풍요로운 농장들 사이에 자리잡고 있는데,농장에서는 곡식이 자라는 논밭과 과일나무가 자라는 언덕이 있었고,봄이 되면 흰 뭉게구름이 푸른 논밭 위로 두둥실 흘러갔다.
가을이 되면 단풍이 든 참나무,단풍나무,자작나무가 소나무를 배경으로 불타듯 너울거렸다.
멀리 산에서 여우 우는 소리가 들려오고 가을 아침의 안개 속에서 소리 없이 논밭을 가로질러가는 사슴의 모습도 희미하게 보였다.
(중략)
그러다가 언제부터인가 이상한 재앙이 이곳을 휩쓸면서 모든 것이 변하기 시작했다.
어떤 사악한 저주가 마을을 덮친 듯했다.
닭 사이에 이상한 질병이 퍼져나갔다.
소와 양도 시름시름 앓다가 죽어갔다.
모든 곳에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농부들도 가족의 병에 대해 이야기했다.
의사들은 환자들에게 나타난 새로운 질병의 정체를 알 수 없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갑작스러운 죽음이 자주 발생했다.
어른뿐만 아니라 어린아이도 죽어갔는데,잘 놀던 아이가 갑자기 몸이 아프다고 하더니 몇 시간 만에 죽기도 했다.
마을에는 기묘한 정적이 감돌았다.
새들은 어디로 가버린 것일까? 많은 사람들이 머리를 갸우뚱거리고 불안해하면서 사라진 새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뒷마당에 새 모이를 놓아둔 곳도 텅 비어 있었다.
가끔 발견되는 새도 죽기 직전의 상태에 있었다.
몸을 심하게 떨었고,날지도 못했다.
봄이 와도 새 우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전에는 아침이면 울새,검정지빠귀,비둘기,어치,굴뚝새를 비롯해 많은 새들의 합창이 울려 퍼지곤 했는데 지금은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들판과 숲의 습지 위에는 오직 침묵만이 감돌았다.
(중략)
처마 밑으로 흐르는 도랑과 지붕 널 사이에 아직 흰색 가루가 군데군데 남아 있었다.
그것은 몇 주일 전 지붕과 잔디와 논밭과 개울 위로 눈처럼 뿌려진 가루였다.
재앙에 휩싸인 이 땅에 새 생명의 탄생을 막은 것은 사악한 주술도 적의 공격도 아니었다.
그것은 바로 사람들 자신이 저지른 일이었다.
▶해설=[침묵의 봄]은 16개 장에 걸쳐 "우리 시대의 가장 큰 문제는 (중략) 해를 끼칠 엄청난 잠재력을 지닌 물질들로 우리가 사는 환경을 오염시키는 것"임을 분명히 보여준다.
두 번째 장에서는 살충제와 방사선 낙진의 유사점을 강조하면서 자신의 입장을 피력한다.
"화학살충제를 절대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특히 자신의 집에서 "시민은 치명적인 독성물질로부터 안전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세 번째 장인 '죽음의 비술'은 지금까지도 영문학에서 살충제의 작용방식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한 보기 드문 글로 남아 있다.
그 뒤에 이어지는 일곱 장은 물과 토양 그리고 '하늘에서 무차별적으로 쏟아지는' 다양한 환경문제를 다룬다.
여기서 독자들은 살충제가 어떻게 수많은 연어와 새와 갑각류,심지어 말까지도 죽이는지 이해하게 된다.
[침묵의 봄]에는 많은 저명한 과학자들(대부분 남성)이 제시한,미국 전역에서 주류 개체군이 사라져가고 있다는 증거를 살펴본다.
[침묵의 봄]에 나오는 과학 지식은 복잡하지만,카슨은 명쾌하고 이해하기 쉬울 뿐만 아니라 아주 적절한 방식으로 설명한다.
그리고 카슨은 평범한 주부들이 직접 목격하고 들려준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그녀는 거대하면서도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은 이 집단의 생생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 최초의 환경과학자이자 작가였다.
그들은 환경의식이 강했고 종종 지역 신문의 독자 투고란에 의견을 적극적으로 내비치곤 했다.
한 여성은 이와 같은 글을 보냈다.
"머지않아 집 뒤뜰의 아름다운 새들이 모두 죽는 날이 올까봐 두렵습니다.
슬프고도 가슴이 미어지는 일입니다."
카슨은 살충제 공중살포를 즉각적으로 또는 전면적으로 폐지하라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녀는 "발암물질의 바다 속에서 살아가는 것은 물론 낙담스러운 일이고,절망이나 패배주의적인 반응을 낳기 쉽다"는 사실을 인식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현대세계에서 모든 화학적 발암물질을 제거할 수 있다거나 제거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그러나 그 중 상당 비율의 물질들은 생명이 살아가는 데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 아니다." 그녀는 대체나 감축뿐만 아니라 대안을 찾는 데 더 많은 연구를 쏟을 것을 촉구했다.
◆원문 읽기
화학적 곤충 방제를 대신할 수 있는 대안은 놀라울 정도로 많다.
어떤 방법은 이미 사용되어 큰 성과를 거두었다.
아직 실험단계에 있는 것도 있다.
실험될 날을 기다리며 상상력이 풍부한 과학자의 마음 속에 아이디어로만 자리잡고 있는 것도 있다.
이 모든 방법은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통제하고자 하는 생명체와 이들 생명체가 속한 전체 생물계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생물학적 해결책이라는 점이다.
▶해설=아마 가장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부분은 8장 '새는 더 이상 노래하지 않고'일 것이다.
새의 노랫소리가 사라진 마을의 이미지는 대중의 의식 속에 핵겨울에 버금가는 악몽으로 각인되었다.
DDT가 새에 미치는 효과를 집중적으로 부각시킨 것은 진심에서 우러난 것이었지만 전술적으로도 현명한 결정이었다.
평생 새를 관찰해온 카슨은 '새를 노래하지 않고'에서 네덜란드느릅나무병을 방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느릅나무에 살충제를 살포한 결과를 주로 다루었다.
카슨은 새들이 살충제에 직접 접촉해서 죽는 것이 아니라 간접적인 경로로 죽는다고 설명했다.
DDT로 오염된 낙엽을 먹는 지렁이의 몸 속에 DDT가 축적된다.
봄에 지렁이를 잡아먹는 새가 40여종이나 되는데,그 중에 울새도 포함된다.
◆원문 읽기
수백만 미국인에게 울새의 출현은 혹독한 겨울이 끝났음을 의미한다.
그래서 울새의 출현은 신문에 보도되고 식탁의 화젯거리가 되어왔다.
이제 미국에서 봄을 알리는 새가 돌아오는 것을 보기 힘든 지역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한때 새들의 아름다운 노랫소리가 가득 울려 퍼지던 아침은 기묘한 침묵에 잠겨 있다.
알은 차갑게 놓여있고,생명의 불꽃은 며칠 동안 깜빡거리다가 이제 꺼져버렸다.
▶해설=11장 '보르자 가문의 꿈을 넘어서'는 무대를 자연계에서 부엌으로 옮긴다.
여기서 카슨은 특별히 충격적인 사실 두 가지를 보여준다.
하나는 식당의 모든 음식에 DDT가 들어 있다는 것이고,또 하나는 앵커리지에 입원한 이누이트족이 그들의 땅에서 나오는 오염되지 않은 음식 대신 병원에서 제공된 가공 음식을 먹고서 DDT에 중독되었다는 사실이다.
그 뒤에 이어지는 세 장에서는 살충제 때문에 우리가 치러야 할 대가를 말하는데,특히 암과 살충제의 연관에 대해 파헤친다.
마지막 장 '가지 않은 길'에서는 '침묵의 봄'을 불러온 주범인 '네안데르탈인'적 사고방식을 가진 살충제 산업을 통렬하게 비판하면서 끝을 맺는다.
가지 않은 길이란 이제까지 인류가 자연을 지배해온 방식을 버리는 것을 의미한다.
카슨은 인류가 자연을 지배의 대상으로 삼은 결과 모든 것이 얼마나 달라졌는지를 마치 시인처럼 읊었다.
그녀는 인류가 '성장'과 '개발'이라는 인간만을 위한 이기적인 길을 선택함으로써 자연에게 무슨 짓을 하게 되었는지 들려준다.
그리고 이러한 폐해를 막기 위해 지구상의 모든 생물이 더불어 생존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는 2차대전 후 과학기술의 발전을 통해 풍요를 구가하던 당시로서는 아주 다른 가치관이었고,여기서 카슨의 선구안이 돋보인다.
하지만 이 문제를 논술 주제로 쓸 때는 균형 감각을 가질 필요가 있다. 농약(화학살충제)이 유해하다고 무조건 없앤다면 도시민 가정의 식탁에서 저렴한 신선 야채가 사라질 수도 있다. 농약은 쓸 것이냐,말 것이냐의 문제가 아니라 적정 사용량을 지키느냐의 문제로 귀결된다.
임혜빈 S·논술 선임연구원 imhaebin@nonsul.com
카슨은 원래 시인을 꿈꾸었던 문학도였다.
펜실베이니아주 스프링데일이라는 목가적인 고장에서 태어난 그녀는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에서 영문학을 공부하던 중 생물학에 관심을 갖게 되어 존스홉킨스 대학에서 생물학 석사과정을 마치게 된다.
카슨은 1930년대에 미국 전역을 휩쓴 경제공황과 여성과학자에 대한 과학계의 편견으로 박사과정을 중단한 뒤 대가족의 생계를 꾸리기 위해 해양과학에 관한 대중적인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새소리가 사라진 자신의 정원에 관한 한 여성의 편지를 받고,마침내 오랫동안 관심을 가져왔던 합성화학 살충제의 폐해를 파헤치게 되었다.
오랜 조사과정을 거쳐 4년 만에 완성된 [침묵의 봄]은 발간 즉시 높은 대중적인 호응을 얻음으로써 무차별적인 살충제 사용에 관한 반성과 화학산업계의 거센 반발을 동시에 불러일으켰다.
과학적인 자료조사와 서정적인 문체로 DDT를 비롯한 화학살충제의 생태계 파괴현장을 생생하게 그려냄으로써 4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현대의 고전으로 널리 읽히고 있다.
[침묵의 봄]은 자연계가 파괴된 세상을 인상 깊게 묘사한 '내일을 위한 우화'로 첫머리를 장식한다.
그녀는 인류가 택한 길이 결국은 자기들이 사는 땅을 오염시키고,나무들을 시들게 하고,지저귀던 새들마저 떠나게 함으로써 마침내 '침묵의 봄'을 불러올 것임을 예언하였다.
나비가 없으니 꽃도 피지 않고,새들이 없으니 봄도 오지 않는 그런 죽음의 적막만이 가득한 인류의 미래를 말이다.
◆원문 읽기
아메리카 한가운데에 모든 생물이 환경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는 마을이 하나 있었다.
이 마을은 바둑판무늬처럼 뻗어 있는 풍요로운 농장들 사이에 자리잡고 있는데,농장에서는 곡식이 자라는 논밭과 과일나무가 자라는 언덕이 있었고,봄이 되면 흰 뭉게구름이 푸른 논밭 위로 두둥실 흘러갔다.
가을이 되면 단풍이 든 참나무,단풍나무,자작나무가 소나무를 배경으로 불타듯 너울거렸다.
멀리 산에서 여우 우는 소리가 들려오고 가을 아침의 안개 속에서 소리 없이 논밭을 가로질러가는 사슴의 모습도 희미하게 보였다.
(중략)
그러다가 언제부터인가 이상한 재앙이 이곳을 휩쓸면서 모든 것이 변하기 시작했다.
어떤 사악한 저주가 마을을 덮친 듯했다.
닭 사이에 이상한 질병이 퍼져나갔다.
소와 양도 시름시름 앓다가 죽어갔다.
모든 곳에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농부들도 가족의 병에 대해 이야기했다.
의사들은 환자들에게 나타난 새로운 질병의 정체를 알 수 없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갑작스러운 죽음이 자주 발생했다.
어른뿐만 아니라 어린아이도 죽어갔는데,잘 놀던 아이가 갑자기 몸이 아프다고 하더니 몇 시간 만에 죽기도 했다.
마을에는 기묘한 정적이 감돌았다.
새들은 어디로 가버린 것일까? 많은 사람들이 머리를 갸우뚱거리고 불안해하면서 사라진 새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뒷마당에 새 모이를 놓아둔 곳도 텅 비어 있었다.
가끔 발견되는 새도 죽기 직전의 상태에 있었다.
몸을 심하게 떨었고,날지도 못했다.
봄이 와도 새 우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전에는 아침이면 울새,검정지빠귀,비둘기,어치,굴뚝새를 비롯해 많은 새들의 합창이 울려 퍼지곤 했는데 지금은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들판과 숲의 습지 위에는 오직 침묵만이 감돌았다.
(중략)
처마 밑으로 흐르는 도랑과 지붕 널 사이에 아직 흰색 가루가 군데군데 남아 있었다.
그것은 몇 주일 전 지붕과 잔디와 논밭과 개울 위로 눈처럼 뿌려진 가루였다.
재앙에 휩싸인 이 땅에 새 생명의 탄생을 막은 것은 사악한 주술도 적의 공격도 아니었다.
그것은 바로 사람들 자신이 저지른 일이었다.
▶해설=[침묵의 봄]은 16개 장에 걸쳐 "우리 시대의 가장 큰 문제는 (중략) 해를 끼칠 엄청난 잠재력을 지닌 물질들로 우리가 사는 환경을 오염시키는 것"임을 분명히 보여준다.
두 번째 장에서는 살충제와 방사선 낙진의 유사점을 강조하면서 자신의 입장을 피력한다.
"화학살충제를 절대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특히 자신의 집에서 "시민은 치명적인 독성물질로부터 안전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세 번째 장인 '죽음의 비술'은 지금까지도 영문학에서 살충제의 작용방식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한 보기 드문 글로 남아 있다.
그 뒤에 이어지는 일곱 장은 물과 토양 그리고 '하늘에서 무차별적으로 쏟아지는' 다양한 환경문제를 다룬다.
여기서 독자들은 살충제가 어떻게 수많은 연어와 새와 갑각류,심지어 말까지도 죽이는지 이해하게 된다.
[침묵의 봄]에는 많은 저명한 과학자들(대부분 남성)이 제시한,미국 전역에서 주류 개체군이 사라져가고 있다는 증거를 살펴본다.
[침묵의 봄]에 나오는 과학 지식은 복잡하지만,카슨은 명쾌하고 이해하기 쉬울 뿐만 아니라 아주 적절한 방식으로 설명한다.
그리고 카슨은 평범한 주부들이 직접 목격하고 들려준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그녀는 거대하면서도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은 이 집단의 생생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 최초의 환경과학자이자 작가였다.
그들은 환경의식이 강했고 종종 지역 신문의 독자 투고란에 의견을 적극적으로 내비치곤 했다.
한 여성은 이와 같은 글을 보냈다.
"머지않아 집 뒤뜰의 아름다운 새들이 모두 죽는 날이 올까봐 두렵습니다.
슬프고도 가슴이 미어지는 일입니다."
카슨은 살충제 공중살포를 즉각적으로 또는 전면적으로 폐지하라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녀는 "발암물질의 바다 속에서 살아가는 것은 물론 낙담스러운 일이고,절망이나 패배주의적인 반응을 낳기 쉽다"는 사실을 인식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현대세계에서 모든 화학적 발암물질을 제거할 수 있다거나 제거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그러나 그 중 상당 비율의 물질들은 생명이 살아가는 데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 아니다." 그녀는 대체나 감축뿐만 아니라 대안을 찾는 데 더 많은 연구를 쏟을 것을 촉구했다.
◆원문 읽기
화학적 곤충 방제를 대신할 수 있는 대안은 놀라울 정도로 많다.
어떤 방법은 이미 사용되어 큰 성과를 거두었다.
아직 실험단계에 있는 것도 있다.
실험될 날을 기다리며 상상력이 풍부한 과학자의 마음 속에 아이디어로만 자리잡고 있는 것도 있다.
이 모든 방법은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통제하고자 하는 생명체와 이들 생명체가 속한 전체 생물계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생물학적 해결책이라는 점이다.
▶해설=아마 가장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부분은 8장 '새는 더 이상 노래하지 않고'일 것이다.
새의 노랫소리가 사라진 마을의 이미지는 대중의 의식 속에 핵겨울에 버금가는 악몽으로 각인되었다.
DDT가 새에 미치는 효과를 집중적으로 부각시킨 것은 진심에서 우러난 것이었지만 전술적으로도 현명한 결정이었다.
평생 새를 관찰해온 카슨은 '새를 노래하지 않고'에서 네덜란드느릅나무병을 방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느릅나무에 살충제를 살포한 결과를 주로 다루었다.
카슨은 새들이 살충제에 직접 접촉해서 죽는 것이 아니라 간접적인 경로로 죽는다고 설명했다.
DDT로 오염된 낙엽을 먹는 지렁이의 몸 속에 DDT가 축적된다.
봄에 지렁이를 잡아먹는 새가 40여종이나 되는데,그 중에 울새도 포함된다.
◆원문 읽기
수백만 미국인에게 울새의 출현은 혹독한 겨울이 끝났음을 의미한다.
그래서 울새의 출현은 신문에 보도되고 식탁의 화젯거리가 되어왔다.
이제 미국에서 봄을 알리는 새가 돌아오는 것을 보기 힘든 지역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한때 새들의 아름다운 노랫소리가 가득 울려 퍼지던 아침은 기묘한 침묵에 잠겨 있다.
알은 차갑게 놓여있고,생명의 불꽃은 며칠 동안 깜빡거리다가 이제 꺼져버렸다.
▶해설=11장 '보르자 가문의 꿈을 넘어서'는 무대를 자연계에서 부엌으로 옮긴다.
여기서 카슨은 특별히 충격적인 사실 두 가지를 보여준다.
하나는 식당의 모든 음식에 DDT가 들어 있다는 것이고,또 하나는 앵커리지에 입원한 이누이트족이 그들의 땅에서 나오는 오염되지 않은 음식 대신 병원에서 제공된 가공 음식을 먹고서 DDT에 중독되었다는 사실이다.
그 뒤에 이어지는 세 장에서는 살충제 때문에 우리가 치러야 할 대가를 말하는데,특히 암과 살충제의 연관에 대해 파헤친다.
마지막 장 '가지 않은 길'에서는 '침묵의 봄'을 불러온 주범인 '네안데르탈인'적 사고방식을 가진 살충제 산업을 통렬하게 비판하면서 끝을 맺는다.
가지 않은 길이란 이제까지 인류가 자연을 지배해온 방식을 버리는 것을 의미한다.
카슨은 인류가 자연을 지배의 대상으로 삼은 결과 모든 것이 얼마나 달라졌는지를 마치 시인처럼 읊었다.
그녀는 인류가 '성장'과 '개발'이라는 인간만을 위한 이기적인 길을 선택함으로써 자연에게 무슨 짓을 하게 되었는지 들려준다.
그리고 이러한 폐해를 막기 위해 지구상의 모든 생물이 더불어 생존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는 2차대전 후 과학기술의 발전을 통해 풍요를 구가하던 당시로서는 아주 다른 가치관이었고,여기서 카슨의 선구안이 돋보인다.
하지만 이 문제를 논술 주제로 쓸 때는 균형 감각을 가질 필요가 있다. 농약(화학살충제)이 유해하다고 무조건 없앤다면 도시민 가정의 식탁에서 저렴한 신선 야채가 사라질 수도 있다. 농약은 쓸 것이냐,말 것이냐의 문제가 아니라 적정 사용량을 지키느냐의 문제로 귀결된다.
임혜빈 S·논술 선임연구원 imhaebin@nons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