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 발달 → 인구 증가 → 질병 증가의 결과는…

2. 복잡하고 큰 사회의 힘. 총ㆍ균ㆍ쇠

◆원문읽기

유라시아인들에게는 기타 대륙 사람들에 비해 가축화할 만한 대형 야생 초식성 포유류가 훨씬 더 많았다.

포유류 번식이 지리적,생태적,역사적으로 유라시아 대륙에서 유리하게 전개되었다.

첫째,유라시아는 그 넓은 면적과 생태학적 다양성에 걸맞게 처음부터 후보종 수가 많았다.

둘째,오스트레일리아와 남북아메리카는 홍적세 말기에 닥쳐온 엄청난 파도 속에서 대부분의 후보종을 잃고 말았지만 유라시아와 아프리카는 그렇지 않았다.

포유류를 가축화하기 위해서는 우선 가축화할 만한 포유류 종이 많아야 하고,또한 그 동물들이 살기에 적합한 환경이 조성되어 있어야 하며,그 가축들을 사육할 만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즉,일정 지역에서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사는 집단 정착 거주방식이 일찍부터 조성되어 있어야 하는 것이다.

▶해석=위 인용문의 마지막 부분을 읽고 의미를 연결해보자."일정 지역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사는 집단 정착 거주 방식이 이미 조성되어 있어야 한다"는 대목에서 농경생활을 읽어낼 수 있으면 훌륭하다.

농경이 정착생활을 낳고,다시 가축사육을 가져왔다는 게 저자의 논리다.

가축은 포유류이기 때문에,작물보다 기후에 덜 민감하다.

그러나 사육 가능성이 있다 하더라도 사육의 효율성은 동물마다 다르다.

예컨대 어떤 동물은 먹는 양에 비해 살이 적게 찌고,어떤 동물은 특정 작물만 먹기 때문에 번식지역이 좁다.

이왕이면 젖을 공급받을 수 있는 동물이 보다 효율적이다.

가축 후보종의 수가 많아야 보다 사육에 적절한 동물을 선택하기 쉽다.

따라서 가축 후보종의 수가 너무 적으면 가축사육의 효율이 떨어지게 된다.

동물의 입장에서 인간의 가축이 되는 일은 희소식일까? 일단 가축이 되면 그 동물 종은 해당 지역에서 인간 다음으로 많은 수효를 유지할 수 있고,생애 대부분의 기간 동안 탁월한 사냥꾼인 인간을 두려워할 필요도 없게 된다.

하지만 인간이 필요로 하는 식량과 노동을 제공한다는 제한된 목표를 향해 목숨을 이어가는 가축들은 척박했지만 자유로웠던 삶을 그리워 하고 있지는 않을까?


▶원문읽기

근본적인 원인들이 어떻게 구체적인 차이를 만들어 내게 되었는가를 관찰하는 것도 중요하다.

우선 가축이 많아지고 인구가 조밀해지면 병원균이 생겨난다.

유라시아의 병원균은 유라시아의 총기나 철제무기보다 훨씬 더 많은 아메리카 원주민과 기타 비(非)유럽인들을 죽게 만들었다.

반면에 신세계에서 유럽의 정복자들을 기다리고 있었던 치명적인 병원균은 전혀 없었거나 극소수에 불과했다.

또한 식량의 생산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문자의 발명을 들 수 있다.

인류 역사에서 이른 시기에 문자가 고안된 곳은 가장 먼저 식량 생산이 이루어진 곳이었다.

문자의 등장은 기술의 발명과 전파를 용이하게 했으며 이로써 중앙집권적 통치가 원활해졌다.

집단이 형성되면 그 집단들 간에 충돌이 일어나고,그 충돌은 또 다른 방식의 변화를 잉태한다.

유라시아 지역의 거대한 집단들은 일찍부터 대규모 전쟁을 치러 왔는데,그것은 유라시아의 중심축이 동서(東西)로 이동이 비교적 용이했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남북 아메리카나 사하라 이남의 아프리카,그 밖의 지역에서는 전쟁이라고 할 만한 거대한 충돌이 없었는데,그 이유는 일단 인구 밀도가 높지 않기도 했으며 남북 이동축은 동서 이동축에 비해 기후 등의 원인으로 장거리 이동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해석=농업적 식량 생산이 복잡한 정치사회와 문자 발병을 초래했고 기술은 문자를 타고 빠르게 전파되었다.

복잡한 사회 사이의 대규모 전쟁도 생존에 중대한 도전이 되었다.

식량 부족과 과밀 인구라는 도전이 인간으로 하여금 필사적인 창의력을 발휘해 농업을 발명케 했고,전쟁의 도전은 금속기술과 무기의 발전을 가져왔다.

물론 생존본능만이 인간의 행동을 불러일으킨다고는 결코 말할 수 없다.

목숨을 걸고 사랑하는 연인도 있고,대의명분 앞에 목숨을 던져 의지를 표시하는 독립투사도 있다.

그러나 인간이 집단적 삶을 발전시킨 요인으로는 생존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노력이 가장 컸다.

밀집생활을 하는 인간 문명의 성과물로서 질병이 갖는 의미도 새롭다.

중세 인구 3분의 1의 목숨을 앗아간 페스트가 번창하기 위해서는 인간이 도시에서 밀집생활을 하고 있어야 했듯이,유행병들은 인간의 밀집생활을 조건으로 삼는다.

신대륙은 유럽인들 뿐만 아니라 방금 상륙한 유럽인들의 몸 속에 잠자고 있던 유행병 원인균들에게도 신천지였을 것이다.

유행병에 면역을 갖고 다른 문명 사람들과 접촉하는 일만으로도 문명전파의 외교관,혹은 죽음의 사신으로서 그 역할을 다했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이런 관점도 인간 중심적 관점이다.

인간 사회의 유행성 질병은 특정 세균(혹은 바이러스)종에는 개체 수를 유지하고 번창하는 방법이다.

예컨대 감기에 걸린 사람이 재채기를 하면 감기 바이러스는 그 강한 힘을 타고 바로 옆에 있는 사람의 호흡기 속으로 이동한다.

많은 피부질환을 동반하는 유행성 세균들은 종기나 등창의 형태로 숙주(인간)의 피부를 뚫고 나와 그와 접촉하는 다른 인체로 옮겨간다.

'인간이 지구를 지배한다'는 주장은 인간의 관점에서 바라봤을 때에만 진실일 수도 있다.


3. '총ㆍ균ㆍ쇠'의 함의

논술 수업시간에 토론을 해보면,문화 상대주의를 교과서에서 배웠지만 그 함의를 제대로 파악하는 고등학생이 많지 않다.

고등학교 사회·문화 교과서들은 하나같이 문화 상대주의를 다루고 있다.

인간은 평등하며,삶의 양식은 다양해야 정상이고,오히려 문화 다양성 그 자체가 가장 소중한 가치라고 말한다.

하지만 눈앞에서 문명 간 힘의 차이를 매일 접하는 사람들에게 문화 상대주의의 구호는 하나의 위안거리에 불과할 수도 있다.

서양 문명에 비해 동양 문명이 열악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서양 문명은 서양인만의 성과라고 생각하는 사람,혹은 동남아시아나 오지 원주민의 생활방식을 게으르고 무지해 '야만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이 책을 읽어보기를 권한다.

물론 논술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은 꼭 읽어야 한다.

지식사회에서 창의력의 중요성을 모르는 사람이 없고,대입 논술에서도 창의적 논술을 요구한다.

어떻게 창의적인 생각을 할까? 제러드 다이아몬드의 통찰력은 이런 점에서 많은 교훈을 준다.

유럽사만 공부하는 사람이 전 세계적 차원의 문명격차론을 펼칠 수 있을 리 없다.

또 세계를 관망한대도, 세계지도를 놓고 유라시아 대륙이 옆으로 길고 아메리카 대륙이 위아래로 길다는 걸 발견하지 못하는 사람은 없다.

독창적인 생각의 출발점은 지도가 아니라 합리적인 의문들이었다.

창의적 사고를 펴기 위해서는 제러드 다이아몬드를 따라해보자.먼저 합리적 의문을 설정하고,세계 지도를 펼치듯 문제의 범주를 확장하고,기후대를 떠올리듯 흩어진 요소들의 공통점을 찾아 요약한다.

그러다 보면 의문에 대한 자신만의 답이 떠오를 때가 있을 것이다.

(원문출처 : 2004학년도 중앙대 수시 1학기 학업적성논술 기출문제 제시문 중에서)

윤대경 S·논술 압구정점 부원장 ydkby2@nons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