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교육이 활성화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경제과목이 어렵기 때문이다.

활성화되려면 일단 재미있어야 한다." "사회과목에서 경제과목이 차지하는 비중을 높여야 한다." "민간 부문과 연계한 체계적이고 현실적인 경제교육이 필요하다."

지난 9월27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청소년 학교경제교육 어떻게 해야 하나' 세미나에 참석한 토론자들의 의견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과 한국경제학회가 주최한 이 세미나는 대학 교수,교육부 편수관,고교 교사,민간 전문가 등이 한데 모여 학교 경제교육을 어떻게 이끌어 나갈지를 놓고 머리를 맞댄 자리였다.

본래 예정시간(오후 2~5시)을 한 시간가량 넘길 만큼 9명의 토론자와 60여명의 방청객들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정운찬 한국경제학회장(서울대 교수)은 환영사를 통해 "경제교육은 우리 사회가 합리적으로 결정하는 것을 도움으로써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고 경제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토론자들의 공통된 의견은 경제과목이 학생들에게 너무 어렵고 지루하게 인식돼 있어,우선 '흥미로운 과목'이 돼야 한다는 것이었다.

'수능시험에서 경제과목 선택에 관한 연구'란 주제를 발표한 이성표 KDI 경제정보센터 전문위원은 "수험생이 사는 곳,성별,학교,흥미 등 16가지 요인을 고려해 실험한 결과 수능에서 경제과목을 선택할 확률이 75%인 학생에게 흥미만 갖게 해줘도 그 확률이 98%로 높아지게 된다"며 청소년들의 흥미 유발이 선결 과제라고 주장했다.

전홍택 KDI 경제정보센터 소장은 "국내 경제교육은 1982년 미국의 수준과 비슷한데 당시 미국은 교육당국과 민간단체가 손잡고 체험위주의 현실경제 학습을 주도해 10년 사이 세계 최고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하는 기반이 됐다"며 경제교육의 민관 협력을 강조했다.

'경제교육의 비전과 전략'을 발표한 김진영 강원대 교수는 "고교 경제교과서에 들어 있는 경제 개념을 비교해 보면 1990년 194개에서 2003년에는 518개로 대폭 늘어났다"며 "개념만 즐비하고 그것이 현실에 어떻게 적용되는지,혹은 시사적으로 어떤 현상이 이론과 관련 있는지가 없어 학생들이 흥미를 못 갖는 게 당연하다"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또 "학습 참고자료가 수능시험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지만 그 내용이 검증되지 않은 것이 많다"며 참고서에 대한 객관적이고 공정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청소년 경제교육 활성화를 위해서는 교사 양성을 위한 대학 교육이 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토론에 나선 전택수 한국경제교육학회장은 "현재 예비 교사가 받는 대학 경제교육의 골자는 학자를 양성하는 수준"이라며 "기업과 연계한 현장체험 중심의 현실적인 교사 교육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규재 한국경제신문 경제교육연구소장(생글생글 편집인)은 "학생들이 현실 사례와 접목시켜 경제현상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 구축을 연구기관,한국은행,신문사 등에서 고민해야 한다"며 "이런 면에서 한국경제신문의 생글생글은 고교생들의 이론과 현실의 괴리감을 좁혀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 소장은 특히 "생글생글의 고교생 독자를 상대로 한 설문조사 결과 시장경제 체제와 기업에 대해 막연한 반감을 가지고 있었던 학생들의 비중이 굉장히 줄었고 응답자의 87%가 시장경제 체제에서 기업의 역할을 바로 이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소개했다.

최윤재 고려대 교수는 경제교육이 활성화되지 못하는 원인을 청소년 성장환경에서 찾아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그는 "학생들이 속한 가정과 학교는 이익이나 개인보다 공동체 정신을 추구하는 집단이기 때문에 경제과목의 성격과는 동떨어진 측면이 많다"며 "학생들이 사회에 나가 현장을 체험하면 경제에 대해 쉽게 관심을 갖게 될 것"이라고 낙관했다.

반면 여문환 JA코리아 사무국장은 "제대로 된 경제교육을 위해 현실적으로 가장 중요한 비용에 대한 언급이 없어 오늘 논의된 문제점들이 어떻게 해결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한편 토론자로 참석한 양원택 교육인적자원부 편수관은 "오늘 논의된 의견들을 최대한 수렴해 경제 교과서 제작과 관련 프로그램 개발에 적극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양 편수관은 "지난해 경제 교과서에 대해 전경련을 비롯한 민간단체에서 446건의 수정 요구가 들어왔고,올해는 360여건을 수정해 출판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정민 생글기자(춘천고 3년) puhaha2000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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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학교 경제교육 미국의 20년전 수준

[ KDI 조사에 따르면 ]

한국의 학교 경제교육 수준이 미국의 20여년 전의 수준과 비슷한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경제교육은 국민공통 기본 교육과정 7~10학년(중1~고1) 중 0.7%를 차지하고 있으며,사회과 총 수업시간에 따른 비중은 6.1%에 불과했다.

이는 같은 사회과 과목인 지리나 세계사에도 미치지 못하는 비율로,경제과목의 위상이 굉장히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일반계 고등학교 졸업예정자 중 심화선택 경제과목 수강 비율은 25.8%에 머물렀고,경제과목의 학업 성취도 테스트에선 미국의 61.2점보다 6점가량 낮은 평균 55.7점으로 나타났다.

이는 1980년대 초 미국과 흡사한 수준이다.

미국 고교생의 경제과목 수강비율은 1982년 24.0%에 불과했다.

미국은 이러한 현상의 심각성을 깨닫고 청소년 경제교육 활성화를 위한 대대적인 작업에 들어갔다.

1949년 결성된 민간단체 NCEE(미국경제교육협의회)와 공교육을 연계,체계적인 경제교육의 청사진을 마련했다.

해마다 교사 12만명이 기업 등 경제현장에서 교육을 받게 했고,학생들에게도 체험 위주의 경제교육으로 전환했다.

그 결과 학생들의 경제과목 수강신청 비율이 1998년 46.0%로 껑충 뛰었고, 2000년대 들어선 50%선을 넘어섰다.

1990년대 미국이 세계 최대 경제강국으로 재도약하는 밑바탕이 된 것이다.

미국에선 50개주 가운데 인구가 많은 뉴욕주 캘리포니아주 텍사스주 등 15개주에서 경제를 유치원에서부터 12학년까지 이수해야 할 필수과목으로 지정해놓고 있다.

9개주는 대학 필수과목으로 지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