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사는 지난 상반기 매일 주주들의 항의 전화에 시달리다시피 했다.

경쟁사인 B사가 새로운 사업에 진출,주가가 고공행진을 펴고 있는데 A사는 제자리는커녕 오히려 뒷걸음질했기 때문이다.

현재 사업이 10년을 넘다 보니 매출은 정체되고 수익성은 갈수록 떨어졌다.

새로운 사업을 검토해봐도 막판에 유보 결정이 내려지기 일쑤였다.

'한우물'만 파오다 '다른 우물'에 손을 대 망가진 회사가 적지 않아서다.

하지만 A사 사장은 결국 IT(정보기술) 관련 기업을 인수키로 결정했다.

주가는 성장 기대감에 강세를 이어갔다.

이처럼 성장성 문제에 직면한 기업들이 신사업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다른 기업을 인수하기도 하고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기업가치가 높아지는 곳도 있지만 상당수는 무분별한 투자로 곤욕을 치르기도 한다.

성장동력은 약화되고 경쟁은 심화되고

중소기업들의 수익원이 되는 성장동력 사업은 길어야 5년을 넘지 못한다고 한다.

증권시장에 상장하기 위해서는 최근 3년간의 매출과 수익 조건을 최고조로 끌어 올려야 한다.

상장 후 1~2년이 지나면 성장동력이 약화되는 셈이다.

결국 증시 상장의 기쁨도 잠시이고 새로운 고민이 생긴다.

바로 성장성 확보다.

성장 리스크가 불거져 주주들의 불만이 쌓이면 경영진은 매출을 늘릴 방안을 강구하는 데 총력을 기울인다.

주력 제품의 라이프사이클은 5년도 안 돼 고점을 지나 내리막길을 걷는다.

그나마 제조업체는 나은 형편이다.

통신업계는 다른 산업군과 달리 제품이나 개발기술의 라이프사이클이 엄청나게 짧아 1~2년마다 완전히 새로운 기술개발에 투자하지 않으면 도태된다.

그만큼 기술의 진화 속도가 빠르다는 얘기다.

이처럼 제품의 라이프 사이클이 짧은 이유는 뭘까.

한 기업이나 제품이 승승장구하면 당연히 경쟁자가 생기게 마련이다.

수익성이 좋고 매출이 확대된다는 입소문이 퍼지면 모방 기업이 등장하고 경쟁은 치열해진다.

신생기업은 때로는 마케팅에 올인하기도 하고 인맥을 동원하기도 한다.

주력 제품의 판매 부진에 시달리는 기업은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

신사업 진출은 '발등의 불'

기업들은 외형 성장과 수익성 확대 등 실적 증대를 위해 매일 달리는 경주마와 같다.

이는 주주들이 원하는 바인 동시에 기업가치 제고와도 직결된다.

기업들은 내부적으로 태스크포스팀을 꾸리고 새로운 사업 발굴과 검토에 나선다.

연구개발(R&D)을 게을리하지 않은 기업은 관련 분야에서 시너지효과를 거둘 수 있는 아이템을 찾기도 한다.

이럴 경우 기존 주력제품의 노쇠화를 신제품의 상승세로 만회할 수 있다.

신제품의 잠재력이 클 경우 제품 간 '연착륙'(soft landing)을 통해 기업의 성장세가 지속된다.

증시에서는 이런 기업의 가치에 프리미엄을 부여한다.

기술이나 특허를 양수하는 방안도 자주 활용된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나 대학,연구소 등에서 신기술에 대한 권리를 사는 것이다.

이들 기술은 당장 제품으로 탈바꿈하기에는 다소 시간이 걸리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확보하기 위해 타기업 인수·합병(M&A)을 시도한다.

좋은 아이템을 가진 기업을 찾지만 쉽지 않다.

M&A 업계에서는 유망한 기업을 인수할 가능성을 5% 남짓으로 보고 있다.

잠재력이 있는 기업을 경영자가 선뜻 넘길 까닭이 만무하다.

그렇기 때문에 뭔가 치명적인 약점이 있는 기업이 그럴 듯하게 포장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회계장부에 드러나지 않는 부채(부외부채) 등으로 정상화하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리기 일쑤다.

유사한 업체 간 결합도 가끔 이뤄진다.

코스닥 상장사인 팬텀은 음반기획사인 이가엔터테인먼트와 비디오 및 DVD유통업체인 우성엔터테인먼트,연예매니지먼트업체인 플레이어엔터테인먼트가 합병한 기업이다.

한때 엔터테인먼트 대장주로 떠올랐으나 최근 큰 폭의 주가 조정을 거치고 있다.

이질적인 기업 문화를 합치고 시너지효과를 내는 데는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어쨌든 기업이 신사업 호조로 성장궤도에 재진입할 경우 증시에서는 리레이팅(재평가)이 뒤따른다.

하지만 다수의 기업은 성장력 확보 과정에서 2류 업체로 전락하거나 다른 업체에 경영권이 넘어갈 위기에 처한다.

김진수 한국경제신문 증권부 기자 tru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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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목적 변경은 신사업 추진과 별개? … 상장사들 잇따라 공시


하반기에 40여개 코스닥 상장사가 '사업목적 변경 및 추가' 공시를 냈다.

최근 한 부직포 전문제조 업체는 사업 목적에 △자동차 부품 제조 및 판매업 △부동산 매매 및 임대업 △의약품 기술개발 용역 및 중개업 △바이오신약 개발·제조 및 판매업 등을 추가했다.

바이오사업에 진출한 IT솔루션업체의 경우 △부동산 임대업 및 주택분양업 △골프장 및 스키장 운영업 △건축 토목공사업 △의약품 제조 수입 판매업 △원유 및 천연가스 채굴 및 관련 서비스업 등이 신규사업 목록에 올랐다.

유가증권시장의 피혁원단 수출업체도 스포츠마케팅에서부터 위성방송업에 이르기까지 22개 사업을 신규로 추가했다.

이 정도면 종합상사보다 사업 영역이 넓어 보인다. 특히 적지 않은 기업이 바이오,엔터테인먼트,나노 등 소위 테마로 불리는 사업에 참여한다는 공시를 남발한다.

물론 해당 기업이 관련 사업을 추진한다는 소문이 돌면 주가는 꿈틀거린다.

그러나 적지 않은 기업들은 단기 재료로 이용하는 데 그친다.

주가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다.

기업가치는 단순히 신규사업 시작 단계부터 높아지진 않는다.

실적이 좋아질 경우 가치가 상승하는 것이다.

증권계 관계자는 "많은 기업이 신사업 진출을 위한 방편으로 사업 목적만 장황하게 늘어놓는다"며 "신사업 진출이 기업의 실적으로 연결되는지 잘 살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물론 시장에서 너무 성장에 집착하다 보니 내실 있는 기업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