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 현진권 아주대 교수ㆍ재정학 >
→ 한국경제신문 8월16일자 A38면
기획예산처가 당정협의 차원에서 공개한 중기재정계획을 보면 향후 적자(赤字) 재정의 폭이 9% 수준이다.
특히 분배를 강조하는 참여정부의 의지가 복지예산 분야에 해마다 30% 이상 증액으로 나타났다.
비록 논의 차원의 자료이지만 참여정부의 정책 기조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향후 재정적자 가능성이 매우 높다.
참여정부가 추구하는 정책적 이념으로 자주 형평 복지를 들 수 있고,개별 정책방향에 이들이 잘 반영돼 있다.
이러한 이념 추구는 국민들에게 감성적으로 호소력을 가질 수 있으나 이를 현실화시키기 위해 엄청난 비용(費用)을 치러야 한다.
문제는 이런 비용을 치름으로써 얻는 것은 국민들의 감성적 자존심이나,잃는 것은 미래를 위한 성장기반이다.
요사이 국방정책 논란의 핵심은 자주국방이냐,혹은 의존국방이냐이다.
비용을 고려하지 않을 경우 자주국방을 반대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문제는 자주국방을 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비용을 분담해야 한다.
그런데 한국의 국방문제는 한국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사안이지만 한반도 평화질서는 국제질서 속의 한 요소일 뿐이다.
따라서 한국의 국방은 필연적으로 미국 일본 등 국가들에 외부 효과를 발생하므로 한국의 국방비용은 혜택을 받는 미국 일본 등에도 부담해야 할 이론적 근거가 있는 것이다.
국방정책에서 미국과의 공조체계는 비용분담 차원에서 지극히 당연한 것이란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주국방을 강조하면 그만큼 정부지출은 커질 수밖에 없다.
형평(衡平) 복지를 위한 정부정책은 조심스럽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형평을 앞세워 시장경제질서를 인정하지 않는 획일적인 정부 주도의 정책으로 보육정책을 들 수 있다.
보육의 중요성은 새삼 말할 필요가 없으므로 정부 역할은 필연적이다.
그러나 정부정책의 기본 방향은 보육시장에 영리법인의 진입을 허용하지 않고 보육서비스 질을 획일적으로 높이는 정책수단으로 보육재정을 확대하자는 것이다.
결국 정부의 감독과 규제가 한층 강화되고 민간의 보육산업이 발전하지 못해 수요자들의 다양한 요구는 형평의 이념으로 무시되고 말았다.
시장에서 해결할 수 있는 보육수요도 정부에서 모두 부담하게 되니 그만큼 재정지출액은 증가할 수밖에 없다.
보육정책의 기본방향은 저소득 계층에 대해 정부에서 무상 서비스를 제공하되 일정 수준 이상의 소득계층에 대해서는 시장에 의해 이뤄져야 한다.
따라서 보육재정 확대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보육시장이 정상적으로 가동하기 위해선 정부규제를 모두 철폐해야 한다.
복지 폭을 확대하기 위해 근로소득지원제도라는 미국의 EITC제도를 도입한다고 한다.
정부에 의존하지 말고 일한 만큼 정부가 보조해 주겠다는 제도로 국민기초생활보호제도 같은 노동 유인책(誘引策)이 없는 폐단을 개선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 제도가 한국에 와서는 국민기초생활보호제도를 유지한 채 저소득층을 위한 복지의 확대라며 제도의 본질을 왜곡시키고 있다.
또한 미국에서도 행정비용이 전체 예산액의 30% 소요되는 비싼 제도를 저소득층의 소득 파악에 대한 인프라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시행할 경우 향후 많은 재정지출이 수반될 수밖에 없다.
근로소득지원제도는 국민기초생활보호제도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수단으로 도입돼야 하며 일할 수 없는 고령자와 장애인을 제외하고는 모두 근로 유인에 의한 복지지출이 전제돼야 한다.
참여정부의 자주 형평 복지라는 이념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재정지출을 확대해야 하고 재정적자도 감수해야 한다.
중기 재정운영계획에서는 현재의 정책 기조가 그대로 유지된다는 가정 하에서 이뤄졌으므로 차기 정권이 정책 기조를 바꿀 경우에는 재정 구조에 많은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그러나 정권은 5년의 수명을 가지지만 정책효과는 10년 이상 갈 수 있다.
제도가 변화하면 경제주체들은 자신들에 이윤(利潤)이 높은 쪽으로 변화하게 되고 이를 다시 제자리로 옮기는 데 많은 비용이 수반되기 때문이다.
향후 어떤 정권이 들어서도 중기재정 구조는 어려움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 자주국방ㆍ복지 국민들 인기 끌수 있지만 나라살림 거덜내지 않게 조심해야 >
중기 재정계획이란 정부가 나라살림을 건전하고 효율적으로 운용하기 위해 '수년간'의 살림살이 계획을 미리 세우는 것을 의미한다.
이때 '수년간'은 통상 5~7년 정도로 보면 된다.
중기 재정계획을 수립하는 이유는 정부가 한 해 단위로 나라살림을 짜는 데 급급할 경우 미래의 씀씀이를 효율적으로 조절하지 못해 자칫 나라살림에 구멍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펴는 사업에는 한 해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몇 년에 걸쳐 돈을 쏟아부어야 할 중장기 사업이 많다는 말이다.
특히 국방 복지사업 등은 5년,10년 이상 지속적으로 예산을 투입해야 할 때도 있다.
중기 재정계획은 해마다 예산처럼 국회 의결을 거치는 것이 아니므로 정부가 꼭 지켜야 하는 법적인 구속성은 없다.
그러나 국가 재원배분의 일관성·효율성·건전성 등을 높이고 사업의 우선 순위와 시기를 검토하는 기준이 된다는 점에서 실제 나라살림에선 매우 중요하게 여겨진다.
현진권 아주대 교수는 이 칼럼에서 정부가 중기 재정계획을 수립하면서 소홀히한 문제점들을 지적하고 있다.
참여정부가 정책적 이념으로 추구하는 '자주 형평 복지'가 국민들에게 인기를 끌 수 있지만 이로 인해 쏟아부어야 할 엄청난 비용이 간과되고 있다는 이야기다.
예컨대 자주국방의 경우 국민의 자존심을 높이는 데는 도움이 돼도 그 막대한 비용을 감안하면 미래의 성장 기반을 훼손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또 정부 주도형 보육사업도 다양한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한 채 민간에서 해결할 수 있는 수요까지 정부 재정에서 부담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결국 임기가 5년밖에 안 되는 정권이 국가재정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인기 있는 정책만 펼 경우 향후 나라살림을 결딴낼 수도 있다.
과거 남미 국가들의 경제를 거덜낸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을 경계하는 이유다.
정권은 5년마다 바뀌지만 나라살림을 건전하게 유지하지 않으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자라나는 미래 세대에 전가된다는 점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오형규 한국경제신문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ohk@hankyung.com
→ 한국경제신문 8월16일자 A38면
기획예산처가 당정협의 차원에서 공개한 중기재정계획을 보면 향후 적자(赤字) 재정의 폭이 9% 수준이다.
특히 분배를 강조하는 참여정부의 의지가 복지예산 분야에 해마다 30% 이상 증액으로 나타났다.
비록 논의 차원의 자료이지만 참여정부의 정책 기조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향후 재정적자 가능성이 매우 높다.
참여정부가 추구하는 정책적 이념으로 자주 형평 복지를 들 수 있고,개별 정책방향에 이들이 잘 반영돼 있다.
이러한 이념 추구는 국민들에게 감성적으로 호소력을 가질 수 있으나 이를 현실화시키기 위해 엄청난 비용(費用)을 치러야 한다.
문제는 이런 비용을 치름으로써 얻는 것은 국민들의 감성적 자존심이나,잃는 것은 미래를 위한 성장기반이다.
요사이 국방정책 논란의 핵심은 자주국방이냐,혹은 의존국방이냐이다.
비용을 고려하지 않을 경우 자주국방을 반대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문제는 자주국방을 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비용을 분담해야 한다.
그런데 한국의 국방문제는 한국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사안이지만 한반도 평화질서는 국제질서 속의 한 요소일 뿐이다.
따라서 한국의 국방은 필연적으로 미국 일본 등 국가들에 외부 효과를 발생하므로 한국의 국방비용은 혜택을 받는 미국 일본 등에도 부담해야 할 이론적 근거가 있는 것이다.
국방정책에서 미국과의 공조체계는 비용분담 차원에서 지극히 당연한 것이란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주국방을 강조하면 그만큼 정부지출은 커질 수밖에 없다.
형평(衡平) 복지를 위한 정부정책은 조심스럽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형평을 앞세워 시장경제질서를 인정하지 않는 획일적인 정부 주도의 정책으로 보육정책을 들 수 있다.
보육의 중요성은 새삼 말할 필요가 없으므로 정부 역할은 필연적이다.
그러나 정부정책의 기본 방향은 보육시장에 영리법인의 진입을 허용하지 않고 보육서비스 질을 획일적으로 높이는 정책수단으로 보육재정을 확대하자는 것이다.
결국 정부의 감독과 규제가 한층 강화되고 민간의 보육산업이 발전하지 못해 수요자들의 다양한 요구는 형평의 이념으로 무시되고 말았다.
시장에서 해결할 수 있는 보육수요도 정부에서 모두 부담하게 되니 그만큼 재정지출액은 증가할 수밖에 없다.
보육정책의 기본방향은 저소득 계층에 대해 정부에서 무상 서비스를 제공하되 일정 수준 이상의 소득계층에 대해서는 시장에 의해 이뤄져야 한다.
따라서 보육재정 확대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보육시장이 정상적으로 가동하기 위해선 정부규제를 모두 철폐해야 한다.
복지 폭을 확대하기 위해 근로소득지원제도라는 미국의 EITC제도를 도입한다고 한다.
정부에 의존하지 말고 일한 만큼 정부가 보조해 주겠다는 제도로 국민기초생활보호제도 같은 노동 유인책(誘引策)이 없는 폐단을 개선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 제도가 한국에 와서는 국민기초생활보호제도를 유지한 채 저소득층을 위한 복지의 확대라며 제도의 본질을 왜곡시키고 있다.
또한 미국에서도 행정비용이 전체 예산액의 30% 소요되는 비싼 제도를 저소득층의 소득 파악에 대한 인프라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시행할 경우 향후 많은 재정지출이 수반될 수밖에 없다.
근로소득지원제도는 국민기초생활보호제도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수단으로 도입돼야 하며 일할 수 없는 고령자와 장애인을 제외하고는 모두 근로 유인에 의한 복지지출이 전제돼야 한다.
참여정부의 자주 형평 복지라는 이념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재정지출을 확대해야 하고 재정적자도 감수해야 한다.
중기 재정운영계획에서는 현재의 정책 기조가 그대로 유지된다는 가정 하에서 이뤄졌으므로 차기 정권이 정책 기조를 바꿀 경우에는 재정 구조에 많은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그러나 정권은 5년의 수명을 가지지만 정책효과는 10년 이상 갈 수 있다.
제도가 변화하면 경제주체들은 자신들에 이윤(利潤)이 높은 쪽으로 변화하게 되고 이를 다시 제자리로 옮기는 데 많은 비용이 수반되기 때문이다.
향후 어떤 정권이 들어서도 중기재정 구조는 어려움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 자주국방ㆍ복지 국민들 인기 끌수 있지만 나라살림 거덜내지 않게 조심해야 >
중기 재정계획이란 정부가 나라살림을 건전하고 효율적으로 운용하기 위해 '수년간'의 살림살이 계획을 미리 세우는 것을 의미한다.
이때 '수년간'은 통상 5~7년 정도로 보면 된다.
중기 재정계획을 수립하는 이유는 정부가 한 해 단위로 나라살림을 짜는 데 급급할 경우 미래의 씀씀이를 효율적으로 조절하지 못해 자칫 나라살림에 구멍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펴는 사업에는 한 해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몇 년에 걸쳐 돈을 쏟아부어야 할 중장기 사업이 많다는 말이다.
특히 국방 복지사업 등은 5년,10년 이상 지속적으로 예산을 투입해야 할 때도 있다.
중기 재정계획은 해마다 예산처럼 국회 의결을 거치는 것이 아니므로 정부가 꼭 지켜야 하는 법적인 구속성은 없다.
그러나 국가 재원배분의 일관성·효율성·건전성 등을 높이고 사업의 우선 순위와 시기를 검토하는 기준이 된다는 점에서 실제 나라살림에선 매우 중요하게 여겨진다.
현진권 아주대 교수는 이 칼럼에서 정부가 중기 재정계획을 수립하면서 소홀히한 문제점들을 지적하고 있다.
참여정부가 정책적 이념으로 추구하는 '자주 형평 복지'가 국민들에게 인기를 끌 수 있지만 이로 인해 쏟아부어야 할 엄청난 비용이 간과되고 있다는 이야기다.
예컨대 자주국방의 경우 국민의 자존심을 높이는 데는 도움이 돼도 그 막대한 비용을 감안하면 미래의 성장 기반을 훼손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또 정부 주도형 보육사업도 다양한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한 채 민간에서 해결할 수 있는 수요까지 정부 재정에서 부담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결국 임기가 5년밖에 안 되는 정권이 국가재정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인기 있는 정책만 펼 경우 향후 나라살림을 결딴낼 수도 있다.
과거 남미 국가들의 경제를 거덜낸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을 경계하는 이유다.
정권은 5년마다 바뀌지만 나라살림을 건전하게 유지하지 않으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자라나는 미래 세대에 전가된다는 점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오형규 한국경제신문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