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플라톤(Platon, B.C.429~B.C.347)

고대 그리스 철학자. 정치에 꿈이 있었으나 소크라테스의 죽음을 계기로 학문과 교육에 전념하였다.

B.C.385년경 아카데메이아를 창설하였고, 시칠리아를 방문하여 시라쿠사의 참주(僭主) 디오니시오스 2세를 통해 이상 정치를 실현하려고 시도하기도 했다.

플라톤의 사상은 인간의 이성을 강조하는 이성주의와 철인이 국가를 통치해야 한다는 유토피아적인 정치 철학이 골격을 이루고 있다.

영국 철학자 화이트헤드는 "서양의 2000년 철학은 모두 플라톤에 대한 주석에 불과하다"고 말했을 정도로 인류의 사상에 커다란 영향을 끼친 인물이다.





1. 정의란 무엇인가

플라톤에게 소크라테스의 죽음은 '어떻게 하면 정의로운 국가를 실현할 수 있을까?'하는 고민을 갖는 계기가 되었다.

그의 저서 '국가'는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으로 시작한다.

정의는 개인의 문제라기보다는 사회라는 큰 틀 속에서 봐야 한다.

사회 정의는 사회 구성원 전체의 행복을 보장하는 유토피아를 통해 실현된다.

사회 정의가 실현되지 않는 이유는 인간의 탐욕과 사치 때문이다.

그것은 소유를 위한 경쟁과 빈부의 차이를 일으킨다. 그 종말은 혁명이며 민주정치의 등장이다.

그러나 민주정치도 중우(衆愚)라는 재난에 빠져 멸망하게 된다.

현명한 전문가에 의해 통치되는 사회가 이상적인 사회다.

2. 누가 통치해야 할 것인가?

올바른 국가의 실현은 각 계급들이 저마다의 역할을 온전히 수행하고,다른 계급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 상태에서만 가능하다.

그것이 가능하려면 각 계급에 맞는 덕목을 갖추어야 한다.

통치계급은 지혜,수호계급은 용기,그리고 시민계급은 절제를 필요로 한다.

개인과 국가의 올바름(정의)이란 각자 맡은 임무를 다하고 조화를 이루는 것을 의미한다.

정치는 학문이요,기술이므로 지혜의 소양을 갖춘 철학자 군주(철인)만이 자격이 있다.

군주는 개인의 성장 시기에 따라 특수교육을 통해 길러져야 한다.

철인 통치는 선(善)을 실현하는 가장 이상적인 통치 형태다.

3. 원문 읽기

"이 국가에 살고 있는 여러분은 모두가 형제들입니다. 그러나 신은 여러분을 만들면서 능히 통치자가 될 수 있는 사람에게는 황금을 섞었습니다.

통치자의 보조자들에겐 은을 섞었고,농부나 다른 장인들에게는 쇠와 구리를 섞었습니다.

여러분은 모두 동족이기 때문에 대개는 여러분 자신을 닮은 자손을 낳습니다.

그러나 때로는 황금의 자손에게서 은의 자손이,은의 자손에게서 황금의 자손이 태어날 수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신은 통치자들에게 무엇보다도 자손들의 영혼에 어떤 성분이 들어있는지를 잘 지켜보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만약 그들의 자손이 구리 성분이나 쇠 성분이 섞인 상태로 태어나면 결코 어떤 동정도 하지 말고 그 성분에 어울리는 지위를 주어서 장인들이나 농부들 사이로 밀어 넣어야 합니다.

반대로 이들 가운데 누군가가 황금이나 은의 성분이 섞인 상태로 태어난다면 그 사람을 예우하여 통치자나 수호자의 지위를 갖게 할 것입니다.

이는 쇠나 구리 성분의 수호자가 국가를 지킬 경우에 국가는 멸망하고 말 것이라는 신탁(神託) 때문입니다."

▶해설: 플라톤은 인간의 행동에는 세 가지 근원,곧 욕망 감정 이성이 있으며 각자가 추구하는 성향에 따라 계급이 정해져야 한다고 보았다.

물질적 욕망에 머무르는 이들은 시민계급,권력과 싸움을 좋아하면 수호계급,지혜와 이성을 중시하면 통치계급으로 나누었다.

이러한 봉건적 계급 구도가 안정되기 위해서는 계급에 맞는 제한적인 교육을 실시해야 하고 통치 계급을 위해서는 특별히 엘리트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황금과 은,그리고 구리는 각 계급의 특질을 비유적으로 설명한 것이다.

이러한 계급 구도는 자유와 평등이 강조되는 현대사회의 시각에서는 당연히 불합리해 보인다.

우선 계급을 나누는 기준이 불분명하다.

또 궁극적으로는 독재정치를 정당화하게 된다.

플라톤의 이 같은 생각은 학식과 덕목을 갖춘 군자가 통치하도록 하는 유교적 정치관과 일맥상통한다.

왕도정치가 바로 그런 데 해당한다.

이 같은 사상은 놀랍게도 오랜 세월 동안 인류를 지배해왔다.

플라톤에 의하면 정치는 이데아를 실현하는 것이고 이데아는 통치계급이 독점한다.

그러면 이데아란 무엇인가.

"지하의 한 동굴 입구에 불이 있고,동굴 깊숙한 곳에 어릴 때부터 손발과 목이 묶인 채로 지내 온 죄수들이 있다고 하세.이들은 동굴 안쪽 벽만 쳐다볼 수 있고 그들 뒤쪽의 동굴 입구에서는 횃불이 타오르고 있네.그리고 이 불빛과 죄수들 사이에는 하나의 담이 세워져 있어.마치 인형극을 공연하는 사람들이 사람들 앞에 야트막한 휘장을 치고,이 휘장 위로 인형들을 보여주듯이 말이야.-중략-그럼 이들을 풀어 주었을 때 어떤 사태가 벌어질지 생각해 볼까? 이들 가운데 누군가가 풀려나 일어서서 목을 돌리고 걸어가 그 횃불을 강제로 쳐다본다면 그는 오히려 고통스러울 것이네.또한 전에는 그림자로만 보던 실물을 눈이 부셔서 제대로 볼 수도 없을 거야.만약에 누군가 이 사람에게 전에 본 것은 엉터리였고 이제야 진짜를 가까이서 바르게 보게 되었다고 말해 준다면 그 사람은 무슨 말을 할까? 그는 어리둥절해 하며 앞서 그림자를 통해서 본 것들이 지금 보이는 것들보다 더 진짜 같다고 말하지 않을까?"

▶해설: 플라톤에 의하면 현실세계는 이데아의 모상에 불과한 그림자 세계다.

이데아는 인간이 감각을 통해 인식하는 현실세계의 원형으로서,모든 존재의 근거가 되는 명료한 세계다.

인간은 어두운 정념의 힘에서 해방 될 때 이데아의 세계로 나아갈 수 있다.

선(善)의 이데아는 모든 이데아 중 최고의 이데아다.

선의 이데아는 다른 이데아들에 통일성을 부여한다.

철인은 선의 이데아를 인식하고 이를 현실에서 실현한다.

다시 말해 유토피아를 건설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플라톤이 말하는 '이데아'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비판하였다.

예를 들어 개념으로서의 '개'는 이미 '개'가 아니다.

본질적 형상만을 가지고 물질적 특수성이 배제된다면 이는 단지 머릿속에만 존재하는 지식의 덩어리일 뿐이라고 지적한다.

플라톤은 소크라테스에게 사형을 내린 민주정을 타락한 정치형태로 보았다.

민주정은 욕망의 단계에 머물러 있는 대중이 지배권을 가진다.

국가 정책은 대중 선동에 의해 결정된다.

민주정치는 결국 중우(衆愚)라는 재난에 빠진다.

하지만 플라톤의 웅대한 이상국가론은 대중에 대한 폭력과 억압이라는 또 다른 형태의 부조리를 가지고 있다.

공산주의나 나치즘 등 전체주의는 이데아를 실현하고자하는 이상국가론의 변형일 뿐이다.

"이 국가에서 열 살이 넘은 소년들은 모두 시골로 보내야 해.아직 부모들의 나쁜 습관에 물들지 않았을 때 국가가 관리하는 교육기관에 수용하는 거야.그리고 우리가 지금까지 이야기해 온 생활방식과 법률에 따라 훈련을 하면 우리가 바라던 국가와 제도가 좀 더 빠르게 이루어질 수 있어.그렇게 되면 국가 자체가 스스로 번영할 뿐 아니라,그곳에서 태어난 국민도 큰 혜택을 받게 될 걸세."

▶해설: 플라톤은 지혜와 지도력을 갖춘 통치자를 찾기 위해서 독특한 방식의 교육제도를 제안한다.

어릴 때부터 부모로부터의 격리와 체계적인 지도자 교육,그리고 능력에 따른 도태(淘汰)의 과정을 통해 통치 전문가를 육성한다.

수호자들은 사유재산과 가정을 갖지 못하고 공산제(共産制)의 원칙 하에 국가에 봉사해야 하는 것이다.

플라톤이 제시한 이러한 통치는 현실에 적용 가능한 것일까? 유럽을 1000년간 지배했던 중세 교회통치가 바로 그런 사회였다.

성직자 집단은 플라톤이 제시했던 통치자 계급의 특징을 그대로 모방했다고 할 정도로 비슷하다.

그러나 미는 숭상하지만 미의 창조는 없고 질서를 강조하지만 자유를 묵살하는 국가는 이미 더 이상 국가가 아닌 것이다.

한산동 생글생글i 연구위원 hansandong@sgsgi.com